커뮤니티

유기 디바이스가 펼치는 신세계

1. 회원님에 대한 소개와 학창시절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삼성SDI 양남철입니다. 본적이 서울 토박이로 가끔 면접에서 흔치 않은 경우라고 놀림 아닌 놀림을 당한 경우도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공대 출신이신 아버지와 이과 출신이신 어머니의 밑에서 늘 자연스럽게 접하고 익힌 이공계적 시각이 이렇게 지금의 제 모습을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렸을 때 부모님께 몇 날 며칠 때를 써서 자연과학 백과사전과 생물도감을 손에 넣었던 것이 생각도 나고, 늘 학교에서도 도서관에 가면 생물도감을 펼쳐놓고 다윈이 갈라파고스 섬을 탐험한 냥 파브르가 곤충을 관찰하는 냥하며 마냥 즐거워했던 기억도 납니다. 제 와이프도 생물학을 전공한 이공계 사람입니다. 이러한 교육의 DNA는 제 자식에게도 전해지겠죠?
1992년 한양대 공업화학과에 입학해서 10년 반 만에 학교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석사과정은 전기화학연구실에서 전기화학측정법을 공부했고, 동시에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학연프로그램에 자원하여 고분자재료 연구실의 책임 및 선임 연구원님과 함께 전도성 고분자와 고분자 발광 소자를 연구하였습니다. 이것이 제가 유기 전자 소재를 접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석사 학위 후 취업과 박사 과정 진학의 두 갈래 방향에 대해 고민을 했으나, 박사 과정 진학의 선택이 오히려 더 저를 진정한 화학자다운 모습으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박사과정에서는 당시 새로 부임하신 교수님을 모시고 정보통신소재 연구실의 이름을 걸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고, 내년이 벌써 연구실이 생긴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지도 교수님의 넓은 과학기술 안목과 치밀한 과학적 사고방식 덕분으로 제가 다양한 재료 분야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었고, 원리 중심의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체계적 사고를 기를 수 있었습니다. 분자설계부터 합성 및 평가까지 포괄하는 발광 디바이스 재료, 화학센서, 광통신 소재 등의 광학적 기능성을 갖는 유기 재료의 연구를 주로 하였고, 이외에도 내열성 고분자, 전도성 고분자, 디스플레이용 소재 등을 연구하였습니다. 2. 회원님의 연구분야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세요. 그간 이루어 놓은 연구실적과 앞으로의 연구 방향 및 계획을 듣고 싶습니다. 간략히 말씀을 드리면 유기전자재료를 주로 연구해왔습니다. 삼성SDI 중앙연구소에서 고분자 OLED, OTFT, 플렉시블 OLED 등의 차세대 연구를 진행하다가 현재는 상업화된 유기전자 재료의 대표격인 AMOLED의 OLED 소자 및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AMOLED는 고품위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서 많은 관심을 받고는 있으나, 현재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인공인 TFT-LCD 기술에 비해 공정성 한계 및 일부 특성 제약, 그리고 이로 인한 비용 상승의 문제가 있어 아직 제품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 못합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자 대면적 저가형 공정 기술을 개발 중이고 또한 OLED 자체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짧은 수명과 낮은 효율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OLED를 개발하게 된 이력으로는 박사학위 중 연구했던 유기 광전자 재료에 대한 폭넓은 접근이 기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학위 초기에는 곁가지에 디케톤이나 이미드 기반의 모이어티를 갖는 신규 공액 고분자 구조를 개발했었고, 다양한 전이금속 촉매를 반응을 도입하여 공액 고분자 구조를 튜닝하는 연구를 수행하였습니다. 이후 화학센서, OLED, 형광이미징의 기능을 갖도록 분자설계된 헤테로 고리 기반의 신규 고성능 고분자 구조를 합성하고 평가하였고, 이것이 제 학위논문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주로 고성능 용도로만 개발되어오던 헤테로 고리 고분자를 광전자전기용으로 개발된 예가 많지 않아 비교적 좋은 연구 주제가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연구실 석사과정 후배들과 함께 폴리이미드 액정 배향막, 플라스틱 광섬유용 불소계 고분자 및 고굴절 전도성 고분자 등의 다양한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였습니다. 유기 전자소재는 기존의 무기 기반의 소재에 비해 차별화된 물성으로 인해서 전혀 다른 분야의 어플리케이션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플렉시블 소자입니다. 발킬머 주연의 레드 플래닛이나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의 미래 영화에서 보면 더 이상 전자기기는 딱딱한 평판의 모습으로만 나오지는 않습니다. 진정한 유비쿼터스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전자기기가 유연하고 보다 자유로운 형태로 사람과 융화되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이러한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결국 곧 세상에 그 의연한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기대해봅니다. 아마 우리의 자녀들은 이러한 유기 전자소재가 펼치는 신세계를 마음껏 누리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 향후에 나노 유무기 복합 소자를 기반으로 하는 태양전지 및 바이오센서의 연구를 수행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인간과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제가 가진 과학기술적 경험이 이들 분야에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물론 이러한 장기적인 연구 분야는 당장에는 회사에서 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현재는 문헌을 통해 익히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최근 기업마다 차세대 캐시카우를 찾는 창조 경영이 화두가 되고 있는 상황이므로, 향후 국가 및 기업의 신성장 동력원으로 이러한 주제의 진정한 부흥이 곧 다가올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 확신입니다. 3. KOSEN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현재 KOSEN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신지요? 평소 집에서도 가끔 과학기술 논문을 읽던 저에게 와이프가 넌지시 KOSEN을 알려주었습니다. 지인 중에 KOSEN의 전문가로 활동 중인 분이 있다면서요. 처음 www.kosen21.org에 들어왔을 때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사이트를 왜 여태껏 모르고 있었을까? 예전에 인터넷을 활용한 산학연 중심의 기술 공유와 인적 네트웍 구축에 대해 한 후배와 함께 밤늦도록 이야기했던 일이 기억납니다. 누구나 쉽게 우수한 과학기술 인재와 만나 기술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그런 장소.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수준을 수직수평적으로 넓힐 수 있는 그런 장소. 그러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곳이 바로 KOSEN이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저와 와이프가 필요한 분석물을 찾는데 활용했고, 하나 두 개 관련 기술 분석 자료를 분석하다 보니 지금은 화학공학 분야 전문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4. KOSEN 회원과의 교류와 관련해서 개인적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국내 과학기술자로서 KOSEN회원과 전 세계의 한민족 과학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이와 관련하여 KOSEN에 바라는 점 혹은 KOSEN에 거는 기대나 발전 방향을 제시해주세요. KOSEN 식구가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저도 이제서야 맛을 들이고 KOSENIA가 되는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가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몇몇 분께 쪽지를 받아 기술적 내용을 공유하기도 했었고, 다른 계열사에 계신 연구원 분께서도 제 분석물을 보시고 연락을 주신 경우도 있었습니다. KOSEN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네트웍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여러분들께 시간과 장소의 구애가 없고, 이웃의 계층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스럽고 상호 개방적인 네트웍, 바로 KOSEN과 늘 함께해주시고 많이 홍보해주십사 하는 말씀을 드립니다. 모든 과학기술자가 KOSENIA가 되는 날을 기대해봅니다. 5. 마지막으로 이공계 종사자 혹은 과학도에게, 또는 이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후학에게 힘이 담긴 격려를 해 주신다면. 즐겁게 일하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변화하자는 겁니다. 지금 우리는 이공계 기피 현상이나 사회적 홀대의 분위기를 심각하게 언급하기도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장단점은 있는 것이고 중요한 건 우리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많이들 Fun 경영을 논하고 있듯이 즐겁지 않다면 무엇을 하든 효율도 떨어지고 의미도 줄어들기 마련일 테니까요. 기술자의 길, 과학자의 길을 선택하셨다면 거기엔 이유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건 바로 과학기술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일 것입니다. 그리고 늘 변신을 시도하시란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노력 중이지만요. 일반적으로 이공계 인력은 전문성이라는 것 때문에 자신의 전공분야에 갇히게 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보게 됩니다. 향후 미래가 바라는 인재상은 사회와 과학기술의 방향과 마찬가지로 컨버젼스 즉 융•복합화될 것이기 때문에 늘 열린 마음으로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 변신의 폭이 좁거나 넓거나, 변신의 분야가 상이하거나 유사하거나를 떠나서 항상 움직일 수 있는 개방적 자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유목민 이야기”(김종래 저)를 보면 징기스칸을 비롯한 유목민은 현대/미래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시스템을 이미 오래 전에 구축해 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머물러 있지 않는 것. 저도 여러분도 즐겁게 일하고, 항상 새롭게 태어나길 바라겠습니다.
  • 좋아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