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파킨슨병 걸린 쥐 치료한 생물학자
2002-09-19
신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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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공동 연구진이 지난 6월 쥐의 배아줄기세포에서 배양한 신경세포를 쥐의 뇌에 이식해 난치병인 파킨슨병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그 동안 가능성으로만 줄기세포 치료가 실제 동물실험을 통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매우 드문 사례라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논문의 제1저자인 김종훈 박사(34)는 한양대 생명과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0년부터 미국립보건원(NIH) 산하의 연구소 가운데 하나인 신경질환 및 뇌졸중연구소(NINDS)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김 박사는 NINDS의 로널드 매케이 박사, 한양대 의대 이상훈 교수(41) 등과 함께 지난 6월 과학 권위지 네이처에 이 논문을 발표했다.
김 박사팀은 쥐의 배아에서 만능 세포로 불리는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여기에 신경세포의 분화에 관여하는 너르1이란 유전자와 여러 가지 성장인자를 첨가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를 80% 이상의 순도로 배양해냈다.연구팀은 도파민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파킨슨병 질병 모델 쥐의 뇌에 이 신경세포를 이식했다. 그 결과 쥐의 뇌에 이식된 신경세포는 주변의 뇌 세포와 연결되면서 도파민을 생산했으며 파킨슨병 증상도 점차 호전됐다.
김 박사는 배아줄기세포를 다른 세포로 배양할 때 원치 않는 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이 세포이식 치료의 걸림돌이었다 며 이 연구는 배아줄기세포를 높은 순도의 신경세포로 분화시켜 실제 치료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파킨슨병은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 떨리고, 행동이 느려지며, 자세가 불안정해지는 만성 뇌질환으로 국내에서는 희귀하나 미국에는 수백만명의 환자가 있다.
김 박사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우선 짤막하게 인생 얘기를 해달라.
=1967년 경기도 수원에서 태어나 대학에 입학 할 때까지 수원에서 자라고 교육받았다.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디자이너이셨던 누님의 영향을 받아 한때 미대 지망을 꿈꾸기도 했다.
생물을 담당하셨던 고3 담임선생님과의 상담 끝에 생물학과를 선택했다. 대학 2학년 때부터 어수선한 정국에 휩싸여 잦은 수업거부와 데모로 학문에 대한 흥미를 갖지는 못했지만 당시 생리학을 강의하시던 지도 교수님의 권유로 4학년 때부터 실험실에 들어가 처음 실험을 시작하면서 차츰 생물학이란 분야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1993년 난소 내 난포 및 난자의 퇴행분화에 대한 연구를 주제로 한양대학교 생물학과 생식내분비연구실에서 석사학위를 마친 뒤 박사과정을 충당할 학비를 벌기 위해 일단 취업을 했다. 당시 생물학과는 졸업 후 취업의 길이 넓은 편은 아니었으나, 이미 많은 선배들이 체외수정(시험관아기) 분야에서 많이 활동을 하고 있었기에 선배들의 도움으로 어렵지않게 취업을 할 수 있었다.
일년 후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실제로 시험관아기 연구실에서 익혔던 많은 기술들은 나중에 이곳 미국에 건너온 후 새로운 분야인 줄기세포 분화의 연구를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시험관 아기와 줄기세포 분야는 조금 다른 데 어떻게 해서 연구의 방향을 바꾸게 되었나?
=줄기세포와 인연을 맺게 된 건 박사과정 때 난소 내 과립세포의 세포사멸(apoptosis)에 관한 실험을 하면서 였다. 세포사멸에 대한 연구가 붐을 타고있던 그 당시 나는 과립세포의 퇴행 분화와 세포사멸을 연관지어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학위논문을 마치기 위해선 세포내 2차 신호전달자로 알려진 ceramide의 신호 전달 기작을 밝혀야 하는 것이 마지막 남은 큰 과제였다.
시약 수입상들에게 수소문한 결과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에서 ceramide를 구입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무작정 담당 교수님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 나와 줄기세포의 연을 맺어주었다. 나는 그곳에서 학위실험을 마치고 포스트닥을 거쳐 연구교수를 맡고 있을 무렵이었다. 그런데 그 실험실의 교수님 중 한 분이신 이상훈 교수님이 미국의 현재 내가 있는 실험실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귀국했다. 그 후임으로 내가 미국에 건너와 이 교수님이 했던 일들을 이어받아 진행하게 되었다. 좋은 성과를 거두셨기에 후임자로서 부담도 매우 컸다.
불과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그때만 해도 줄기세포가 국내에서는 큰 관심사가 아니었지만, 순수과학의 임상적 응용을 항상 맘속에 품고 있던 나로서는 해 볼만하다는 생각으로 결심을 굳히고 2000년 봄에 미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미국도착 후 1년 동안은 너무도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동안 발표된 수많은 논문들과 함께 자고 일어나면 쏟아져 나오는 논문들을 소화하기에 한시 쉴 틈도 없어, 논문을 읽고 의학사전을 뒤지느라 밤을 꼬박 새기가 일수였다.
같은 실험실에 있는 각국에서온 스물다섯명의 포스트닥들과 하루하루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했다. 그렇게 다시 일년이 흘러 그 동안 하나 하나 쌓아온 실험결과가 수 차례의 관문을 넘기고 잡지 네이처에 letter가 아닌 research article로 실리게 되었을 때 그 동안 나를 도와주신 많은 분들의 얼굴이 생각났다. 이 기회를 빌어 그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지금까지 이룬 가장 중요한 업적은 아무래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인데 좀더 상세하게 설명해달라?
=이제 시작하는 젊은 과학자중의 한 사람인 본인에게 업적이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이번 논문의 의미를 집어보자면, 줄기세포의 궁극적 목적중의 하나인 특정질병치료를 위한 특정 세포를 줄기세포로부터 순도 높게 분화 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줄기세포는 그 용어 그대로 줄기가 여러 개의 가지를 뻗듯이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로 되어질 수 있는 전능성을 가진 세포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모든 세포들은 수정란이라는 단 한 개의 세포가 분열과 분열을 거듭하면서, 특정 유전인자들의 시기 적절한 발현과 정지에 따라 각 기관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특정세포로 분화된다.
특히 배아줄기세포는 이러한 전능성을 갖는 배아에서 추출한 세포로서 체외에서 분화시키면 뇌, 심장, 간, 근육, 피부, 혈액, 췌장 등을 포함하는 각종세포로 분화된다. 이러한 전능성을 근간으로, 특정세포가 사멸되거나 기능을 상실해 유발되는 퇴행성질환을 줄기세포를 이용해 새로운 세포로 대체하자는 것이 세포이식치료의 기본 취지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은 췌장내의 특정세포인 베타세포가 기능을 상실하여 발생한다. 심근경색의 경우 심근세포, 간경화의 경우 간세포, 파킨슨병의 경우 도파민성 신경세포가 기능을 상실하는 것인데 이를 줄기세포를 이용해 대체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큰 미해결 과제가 남아있다. 줄기세포는 전능성 때문에 세포분화시 원하는 세포이외의 여러 가지 다양한 세포가 같이 섞여 분화되어 나오는 것이 그 동안 세포이식치료의 걸림돌이 되어왔다. 분화된 세포의 순도가 낮을 경우, 예를 들어 당뇨병치료의 경우, 줄기세포로부터 베타 세포가 20%정도로 분화되면 세포이식치료 시 80%의 원치 않는 다른 세포들이 췌장에 20%의 베타세포와 함께 이식되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파킨슨씨 병의 경우 중뇌(mid-brain)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도파민성 신경세포의 퇴화로 수족의 떨림과 일시적인 마비가 따르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증세가 악화되어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이상훈 교수님이 약 20%의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배아줄기세포에 분화시킨 논문이 Nature Biotechnology에 발표되었으며, 따라서 미국에 온 후 내가 해야 할 과제는 세포이식치료를 위해 보다 높은 순도의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분화해 내는 것이었다.
이번 논문에서는 정상태아의 뇌 형성과정 중 중뇌 도파민성 신경세포의 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제안되고 있는 Nurr1이라는 전사조절인자를 이용했다. Nurr1유전자를 배아줄기세포에 인위적으로 과발현시키면서 신경세포로 분화를 유도한 결과 80%이상의 순도 높은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유도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줄기세포로부터 체외에서 만든 이 세포가 정상인이 소유하는 중뇌의 도파민성 신경세포와 동일한 성질을 갖는다는 사실도 증명하였다. 더 나아가 이렇게 배아줄기세포로부터 분화시킨 도파민성 신경세포를 파킨슨씨병의 실험동물모델에 이식한 결과 4주내에 질병의 증세가 정상으로 호전됐다. 앞으로 사람에게 임상적으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희망을 보여준 것이 이번 논문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배아줄기세포 이용에 윤리적 논쟁이 일고 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도 산적한 여러가지 문제가 남아있는데.
=실제로 배아줄기세포가 임상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커다란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첫째는 세포에 이식할 때 미분화 배아줄기세포가 체내에 이식되면 종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배아줄기세포는 환자 자신에게서 유래된 세포가 아니기에 이식거부반응이 일어나 이식된 세포가 사멸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문제에 관하여는 현재 유전공학적인 방법과 세포자체의 성질을 이용한 세포분리의 방법 등 다각적인 측면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배아줄기세포와 비슷한 성질을 소유하는 성체줄기세포에 대한 연구역시 진행되고 있어, 멀지 않은 시기에 극복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줄기세포를 이식해 종양이 일어난다면 큰 문제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배아줄기세포의 종양유발에 관하여는 현재 미국에서도 큰 이슈는 되고 있지 않다. 다만 배아줄기세포의 특이성중의 하나가 분화시키지 않은 상태에서 체내에 들어가면 teratoma란 일종의 종양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종양이 암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식할 때 아직 미분화 배아줄기세포가 존재한다면 이식 후 신체 내에서 종양을 형성할 확률이 있다는 얘기이다.
실제로 내가 논문을 내기 전 우리 그룹과 비슷한 실험이 미국과학원회보(PNAS)에 실렸는데 하버드대학에서 한 실험이다. 배아줄기세포에서 초기 분화를 시작한 세포들을 파킨슨 병 실험동물의 뇌에 이식해 대부분 호전되는 증세를 보였으나, 이식한 동물 중 5마리의 뇌에서 종양을 발견했다. 반면 우리의 경우 미분화 줄기세포로부터 시작하여 뉴론으로의 마지막 분화단계를 거친 세포를 동물에 이식했으며, 우리의 경우 단 한 마리에서도 종양이 나오지 않았다. 이는 줄기세포를 임상적으로 이용하게 될 경우, 그 분화유도기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줄기세포의 최근 연구동향에 대해 말해달라.
=첫째, 우선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에서 인간배아줄기세포에 대해 논란이 일어나 현존하는 배아줄기세포들에 대한 연구 허용 방침이 정해진 후 인간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단은 그동안 마우스의 배아줄기세포에서 얻은 지식과 기술들을 적용해보는 단계에 있지만, 그 성질이 많이 다르기에, 머지 않은 시기에 인간배아세포에 적합한 분화기술이 개발되리라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이 세포를 이용하여, 실험실에서 불가능한 인간의 태아발생 중 일어나는 많은 현상들을 제한적으로나마 규명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는 성체줄기세포에 관한 연구이다. 태아가 아닌 성체에도 줄기세포가 존재한다는 건 이미 알려진 사실입니다. 다만, 성체에 존재하는 줄기세포는 발생학적관점에서 볼 때 이미 많이 분화되어진 줄기세포로 그 분화능력이 많이 제한돼 관련된 몇몇 세포로밖에 분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돼 왔다. 하지만, 최근 발표되고 있는 연구결과들은 이 성체줄기세포가 그동 생각해왔던 것 보다 그 분화능력이 더 광범위하다는 실험결과가 나오고 있다. 아직 까지 학계 내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는 있지만, 성체 내에도 배아줄기세포와 같은 전능성을 소유하는 세포가 있다고 믿는 과학자들도 있습니다.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성체줄기세포의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앞으로 할 일은?
=줄기세포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사이에 존재하면서 한편으로는 두 분야를 모두 포함한다. 기초과학, 즉 발생학적인 연구결과에서 힌트를 얻어 특정 세포를 분화해낼 수 있으며, 이 결과를 임상, 즉 응용과학에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체내에서 일어나는 규명하기 어려운 생명현상을 체외에서 줄기세포의 분화를 통해 밝혀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초과학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이 줄기세포의 매력이다.
지금은 이번 결과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배아세포에 적용하고 있으며, 한국에 비교적 많은 당뇨병과 척추손상에 관련된 줄기세포의 분화가 현재 내 관심사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한때 접은 디자이너의 꿈을 어쩌면 난 지금 여러 가지 화려한 색상대신, 다양한 유전자와 성장인자를 이용하여 줄기세포에서 실행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질병치료를 위한 세포의 디자인, 지금 내가 빠져있는 미술의 세계이다.
Jong-Hoon Kim,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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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boratory of Molecular Biology
NINDS/NI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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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A
Tel) 301-496-6300
Email) kimjong@ninds.nih.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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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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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수원출생
수원 남창국민학교
수원 중, 고등학교
한양대학교 생명과학과 석, 박사
청구 성심병원 불임연구실 실장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교실 Post-Doc
한양대학교 의과학연구소 연구교수
미국립보건원 Post-Doc
미국립보건원 Research Fell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