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취업연수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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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시던 부모님을 뒤로하고 싱가포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당시 취업준비생이었던 저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한 ‘국비 지원 싱가포르 취업연수’에 선발되었고 예약해 둔 게스트 하우스에 짐을 풀며 타국 생활을 시작하였습니다.
*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중심지로 약 600여 개의 글로벌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전자 전기 기계, IT 통신, 제약 의료 바이오 등 다양한 글로벌 다국적기업의 아시아 지점이 모여있습니다. 싱가포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도 많아 저와 같은 건축 디자인, 건설, 토목 전공자에게도 현지 채용의 기회가 충분히 열려있습니다. 또한, 공채보다는 수시 채용이 일반적이며 스펙보다는 실무 경험을 중시합니다.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하기보단 이직이 활발하여 이직을 통해 연봉을 올릴 기회도 많이 주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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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에 대한 절박감과 야무진 꿈만 있었지 지독한 외로움이 기다리고 있으리라곤 생각지 못했습니다. 관계된 사람들에게서 멀어져 온전히 홀로 있는 시간은 안락함보단 막막함과 긴장감을 주었습니다. 몸을 동그랗게 말아 무릎이 가슴팍까지 오도록 웅크려야 잠을 청할 수 있었고 응급실에 실려 간 새벽에는 터무니없이 비싼 병원비를 보며 수술을 하는 게 맞는지 서글픈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홀로 서는 시간은 길고 불안했지만, 스스로 선택하고 결단 내려야 하는 인생에서 자립적 선택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성장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Living in BCL
#까사밀라
#사그라다파밀리아
싱가포르는 현지 주거 임대 비용과 의료비가 매우 비쌉니다. 급여를 협의할 때 높은 생활비를 충분히 고려해야 하며 취업비자의 종류에 따라 본인에게 적합한 현지의료보험을 준비하는 게 중요합니다.
잠깐이라도 내가 사는 곳을 떠나 자유를 갖는다는 건 특혜이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타국에서 혼자 살 때 더 많이 여행을 떠났습니다. 제가 다녔던 건설회사에서는 4개월에 한 번씩 열흘의 정기 휴가와 항공권을 제공해주었는데 보통 한국으로 휴가를 떠날 때 저는 서유럽, 동유럽, 이베리아반도와 발칸반도, 동남아시아 등 일 년에 두 번 이상 많게는 여섯 번까지 홀로 여행을 떠났습니다.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일상 속 소모감은 타국에서도 존재합니다. 직장인으로서의 어려움, 잦은 야근과 회식, 노스탤지어, 정서적 허기를 채워줄 가족과 친구의 부재 등 떠날 이유는 많았고,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자유로울 수 있겠어.’ 결혼 전 싱글 여성으로서 떠나지 못할 이유는 없었습니다.틈틈이 그리고 부지런히 여행을 떠나 지금까지 여행한 국가는 총 20여 국 50개 이상의 도시입니다.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알제리, 일본,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호주, 몰디브 등)
왜 자꾸 혼자 여행을 떠나? 어디가 가장 좋았어? 라는 비근한 질문부터 ‘여행 안 다녔으면 샤넬백 몇 개는 샀겠다.’라는 핀잔까지 주변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물질적 소비보다 경험적 소비를 선호하기에 충분히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낯선 곳을 걸으며 제가 가야 할 방향성을 깨닫기도 하고, 길거리 악사의 연주에 위로받으며 흐트러졌던 자존감을 바로 세우기도 했습니다. 여행을 통해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었기에 주변 지인뿐만 아니라 지면으로 만난 당신에게도 훌쩍 떠나기를 권장합니다. 그리고 되도록 여행 가이드가 정한 일정에 맞춰 움직이는 패키지여행이 아닌, 개인의 속도와 성향을 파악할 수 있는 혼자만의 여행을 추천합니다. (패키지여행을 선택하더라도 중간중간 자유여행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몬세라트
동행자의 속도와 감정에 눈치 볼 필요 없이 나의 욕구에 집중하다 보면 나를 힘들게 하는 것과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스스로 집중하여 자아를 탐구하고 내면을 파고들어 자신을 이해하다 보면 상처가 아무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평상시에는 내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는, 일상에 쫓겨 사는 우리니까요. 계획이 없는 느긋한 여행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때때로 삶의 방향을 상실한 채 주위의 기대에 흔들려 타인의 삶을 살기도 하는데 혹여나 불필요한 짐을 짊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정리하는 시간도 가질 수 있습니다.
#가우디
예술의 반대말은 무감각이라고 했던가요. 생경한 이국땅에 도착하여 아이가 된 듯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다른 문화권을 탐하다 보면 소진되었던 열정이 깨어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하고 싶었던 일이 무엇인지 내면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으며 오롯이 나로 사는 일이 여행지에서는 가능해집니다. 일상에 눌려 잠재워둔 감각을 살리고 내 감정에 솔직해지는 일, 여행자의 의무이기도 합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길을 잃어 방황하기도 하고 반대로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싣기도 합니다. 계획은 어그러지고 겹치는 불운에 신세 한탄을 하며 화를 내고 짜증을 내다보면 어느새 그런 감정이 얼마나 불필요한 일인지도 깨닫게 됩니다.
여행이 그렇듯 삶도 늘 순탄하지만은 않습니다. 나 자신도 이렇게 완벽하지 못한데 타인의 실수에도 너그러워집니다. 불완전함을 즐기는 유연함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력을 배우다 보면 완전히 절망하지 않는 법도 익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 여행을 순탄하게 끝내다 보면 “나는 언제든지 내가 필요할 때 떠날 수 있어.”라는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러한 용기는 또 다른 성장을 위한 기초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듯 저는 타국 생활과 여행을 통해 스스로 존재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미스반데어로에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더 큰 자유를 만나시기를 기대합니다. 물론 때때로 찾아오는 외로움과 괴로움을 외면하기 어렵겠지만 그것들을 잘 다스리는 지혜도 함께 가꾸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제가 그동안 다닌 여행지 중 소개해드리고 싶은 스페인의 그라나다의 사진을 덧붙이며 마무리하겠습니다.
* 스페인은 우여곡절 많은 역사 속에서 다채로운 문화를 만들어내어 볼거리가 아주 많습니다. 산맥들로 분리된 각각의 지역은 서로 다른 독특한 문화를 발전시켰으며 유럽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이슬람 문화까지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 대단한 열정으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한 피카소, 꿈을 그린 화가 후앙 미로,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등 나라 전체가 예술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디자인 힘이 매우 강하고 매력적인 나라입니다.
* 그라나다는 이슬람인이 세운 그라나다 왕국의 수도로, 스페인에서 이슬람인의 최후 방어선 역할을 한 도시입니다. ‘그라나다에 살면서 장님으로 지내는 것보다 더 가혹한 일은 없다.’라는 시구가 있을 만큼 아름답습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알람브라 궁전은 이슬람 건축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바이신
#헤네랄리페
#카를로스
싱가포르의 색다른 생활환경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