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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린츠, 요하네스 케플러 대학교에서의 석사과정 생활

안녕하세요. 저는 오스트리아 린츠(Linz)에 위치한 요하네스 케플러 대학교(Johannes Kepler Universitat Linz, JKU)에서 생물물리학(Biophysics)을 공부하고 있는 석사과정 학생 권현준이라고 합니다. 본래의 소속은 한국에 있는 성균관대학교 학생이지만 학교에서 운영하는 대학원생 해외파견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에 나오게 되었고, 이곳의 연구 그룹에서 공부하면서 지금까지 반 년간 생활하고 있습니다.
 
사진 1. 도나우(Donau)강과 린츠
 
사진 2. JKU 캠퍼스 근처의 머물고 있는 Julius-Raab-Heim 기숙사

린츠에 오기 전까지 제가 유럽을 방문한 것은 스무 살이 되자마자 열흘 간 스페인에 다녀온 경험밖에 없었기에, 수 개월의 오스트리아행은 굉장히 설레면서도 도전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문화도 언어도 다른 지역에서 제대로 생활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지만, 제 인생에서 더 없을 기회라고 생각해서 해외파견 프로그램에 지원했고, 운 좋게 선발되어 지난 여름에 린츠에 왔습니다. 유럽생활은 처음이라 몇달 동안은 지상을 움직이는 트램도 신기하고 그저 모든 것이 새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제 지난 반 년간의 생활이 조금은 흔한 내용이 아닐까 싶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게 된 오스트리아와 린츠의 멋진 모습들을 여러분께 잘 전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예술과 산업의 도시 린츠(Linz)

오스트리아는 수도인 빈을 포함하여 9개의 주로 이루어진 국가입니다. 린츠는 그 중 오버외스터라이히(Oberosterreich, Upper Austria) 주의 주 의회가 있는 주도이며, 오스트리아에서는 세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빈에서 기차를 타고 서쪽으로 한시간 반을 이동하면 린츠가 있는데, 지도에서 보면 린츠의 동쪽에는 빈이, 북쪽에 프라하가, 그리고 서쪽에는 잘츠부르크와 뮌헨이 있어서 주변 도시와의 교통이 편리한 곳에 있습니다. 린츠는 예술과 산업이 함께 발달한 곳인데, 도시의 중앙과 북부에는 주거지와 문화시설, JKU를 포함한 여러 대학들이 있고 남쪽에는 산업시설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사진 3. 린츠 어디서든 볼 수 있는 푀스트링베르크(Postlingberg) 언덕과 정상에 보이는 순례 성당.
 사진 4. 푀스트링베르크 언덕 정상에서 보는 린츠의 전경. 날씨가 좋은 날에는 도시 뒤로 길게 뻗은 알프스 산맥이 보입니다.

제가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했던 일은 장기체류허가증을 받으러 서류를 들고 관청에 방문하는 일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체류 기간에 따라 6개월 이하는 비자(A~D)를, 6개월 이상 체류자는 장기체류허가라는 별도의 증서를 받아야 합니다. 이곳에 도착한 첫 주에는 트램을 타고 관청에 들러 체류허가업무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는 도시의 풍경을 눈에 담으며 정처없이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 5. 린츠 시가지의 트램역
 
사진 6. 니벨룽엔(Nibelungen)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도나우강과 린츠 시내
 
사진 7. 린츠 미술대학교(Kunstuniversitat) 앞

오스트리아에 오기 전 가장 많이 걱정했던 부분은 언어였는데, 저는 독어를 전혀 못하기 때문에 독어권 국가인 오스트리아에서 의사소통이 잘 될까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제 걱정과는 달리 이 곳의 관공서나 공공기관은 거의 모든 직원들이 영어 응대가 가능했고 대부분의 마트나 음식점에서도 영어로 소통이 가능했습니다. 연구실에서는 여러 나라에서 온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거의 영어만 사용합니다.
 
사진 8. 사무실 뒤쪽 작은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 어느 식당을 가든 야외 테이블이 놓여있습니다.
 사진 9. 마리엔돔(Mariendom) 대성당. 오스트리아에서 빈의 슈테판 대성당 다음으로 높은 성당입니다. 첨탑 위 십자가의 높이까지 포함하면 슈테판 대성당보다 높다고 합니다.

처음 린츠에 온 여름에는 해가 도통 지질 않아 잠드는 게 힘들었는데, 겨울이 되자 오후 4시만 되어도 해가 사라지는 일조량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저는 자전거를 타고 연구실에 출퇴근하며 항상 린츠를 가로지르는 도나우강의 다리를 건너는데,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린츠의 정경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사진 10. 출퇴근 중 도나우강 Neue Eisenbahnbrucke 다리 위에서 보는 린츠의 다른 모습

사진 11. 퇴근길에 잠시 앉아 쉬다 가는 우르파르(Donau-au Urfahr)공원과 자전거길. 자전거도로가 도시 곳곳으로 잘 연결되어 있어서 이동하기 편합니다.

이곳에 살면서 가장 인상적이고 마음에 드는 점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있는 소소한 여유입니다. 직업마다 다르겠지만, 린츠의 사람들은 6시 즈음 일과를 마무리하기 시작합니다. 도시의 생필품점도 6시부터 일부가 문을 닫기 시작하는데, 이 시간대부터 식당 밖에 앉아서 음식과 맥주와 시원한 바람을 즐기곤 합니다. 린츠의 중심 번화가인 하우프트플랏츠(Hauptplatz)에는 좋은 날씨엔 항상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맥주가 아주 맛이 좋습니다.
 
사진 12. 린츠 시가지의 광장, 하우프트플랏츠와 삼위일체 기둥
 
사진 13. Linzer Bier 양조장. 린츠에서 만드는 맥주 양조장입니다.

린츠에는 계절마다 여러 축제들이 있어서 계절마다 즐길 거리가 많습니다. 여름에는 여러 와인들을 맛볼 수 있는 와인 페스티벌이나 길거리공연 축제(Pflasterspektakel), 가을에는 작은 맥주 축제인 옥토버페스트(Octoberfest)와 겨울 크리스마스 마켓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린츠에서 가장 유명하고 큰 축제는 미디어아트 음악회인 클랑볼케(Klangwolke)인데, 도나우강 위에 선상무대를 준비하고 색다른 음악과 미디어아트 공연으로 구성된 멋진 음악회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기간에는 다른 나라나 도시에서도 많은 관광객과 참가자들이 린츠에 방문합니다. 시원한 맥주를 들고 야외에 앉아서 축제를 즐기고 있으면, 평소와는 달리 사람이 가득한 린츠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 14. 린츠에서 열리는 와인 페스티벌.
 
사진 15. 길거리공연 축제.
 
사진 16. 맥주축제 옥토버페스트. 규모는 작지만 깔끔하고 사람이 적습니다.
  

사진 17. 린츠의 미디어아트 음악회인 클랑볼케. 선상무대가 강 위를 움직이고 강 전체가 무대가 되어 보여주는 화려한 미디어아트가 장관입니다.
 
사진 18. 하우프트플랏츠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


JKU에서의 유학생활

요하네스 케플러 대학교는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의 이름을 가진 학교입니다. 케플러가 린츠에 머물며 후학을 가르치던 16세기에 세워진 학교는 아니지만 그 당시부터 고등교육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이 후 케플러의 이름을 따서 1960년대에 세워진 대학입니다. 저는 요하네스 케플러 대학교의 학생이 아니기 때문에 학교에서 수업을 듣지는 않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생물물리학과의 대학원생들은 캠퍼스에서 조금 떨어진 생물물리학 연구소(Institute of Biophysics)에서 주로 연구하고 있고, 저 또한 이 곳에서 연구실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연구소 근처에는 JKU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이 함께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사진 19. JKU 생물물리학 연구소(institute of Biophysics)
 
사진 20. 생물물리학 연구소 근처에 있는 JKU 의과대학

생물물리학은 물리학적 관점에서 생명과학을 다루는 분야입니다. 제가 소속해 있는 연구 그룹은 응용생물물리학그룹(Applied Experimental Biophysics Group)으로, 원자힘현미경(Atomic Force Microscopy, AFM)을 이용해서 단백질이나 바이러스 등의 단분자(Single molecule)간의 결합력을 측정하거나 움직임을 관찰하는 등, 생체분자의 물리적 특성에 대해 주로 연구하고 있는 그룹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DNA 나노 구조체를 연구하며 같은 종류의 현미경을 다룬 경험이 있었고, 이 분야를 응용한 실험을 해보고자 파견을 나왔습니다.
 
사진 21. 원자힘 현미경

이곳에서 연구실 생활을 하다 보면 종종 크고 작은 규모로 행사가 생기는데, 특히 연말이 다가오면 저희 그룹은 각 구성원들이 각자 고국의 음식을 준비해서 송년회 겸 크리스마스 파티를 엽니다. 항상 미팅을 하던 세미나룸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꾸미고, 와인이나 맥주를 마시며 함께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그룹 외에 연구소나 학교 차원에서도 연말에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하여 송년회를 겸한 크고 작은 행사들이 열립니다.

사진 22. 그룹 크리스마스 파티. 모두가 고국의 음식을 가지고 모여서 함께 나눠 먹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사진 23. 생물물리학 연구소의 크리스마스 파티.

이곳 린츠에 거주하는 한인분들께서는 한인회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정기적으로 행사도 개최하는데, 린츠에는 JKU 뿐만 아니라 브루크너 음대를 포함한 여러 교육기관이 있기 때문에 교환학생이나 학위과정으로 온 유학생들도 이런 행사를 통해 함께 교류를 갖습니다. 제가 린츠에 온 초기에는 생활에 필요한 정보나 현지 문화를 알려주시는 등 한인분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사진 24. 연말에 열린 린츠 한인 음악연주회.
 
사진 25. 시 외곽 대형쇼핑몰에 오픈한 한국음식점 오픈 행사. 강남스타일 무대가 나오는 중입니다.

오버외스터라이히 주에는 아름다운 소도시가 많기 때문에, 주말에는 가끔씩 주변 도시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합니다. 알프스의 문이라 불리는 그문덴이나 조용한 소도시 바트 이슐은 멋진 자연경관으로 유명하고, 최근 국내 여행방송으로 한국에서 유명해진 할슈타트(Hallstatt)도 오버외스터라이히 주에 있습니다. 저는 집이 좋아서 여행을 자주 다니진 않지만, 멋진 풍경이나 새로운 것들을 보고 돌아오면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사진 26. 아름다운 소도시 할슈타트. 린츠에서는 편도로 두 시간정도 걸리는 위치에 있습니다.
 
사진 27. 할슈타트의 작은 가게

마무리하며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짧은 시간동안 많은 곳을 둘러본 것 같네요. 정해진 기간 동안만 이곳에 머물 수 있기 때문에, 기회가 닿는 곳엔 최대한 경험해보러 발걸음을 옮기고 있습니다. 처음엔 망설임과 함께 시작했으나, 지금은 이곳에 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의 우수한 연구그룹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것도, 이 도시에서 살면서 많은 걸 볼 수 있었던 것도 저에게는 정말 값진 기회였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남은 시간동안 잘 마무리하여 좋은 결과와 추억을 가지고 돌아가고자 합니다. 린츠나 JKU에 관심이 있는 분들께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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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선(jsyoon) 2024-02-07

린츠에서의 소중한 경험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을 참 잘 찍으시네요. 린츠를 아름답게 잘 담아내셨어요. 크리스마스 파티 상에 올라온 불고기와 떡볶이는 직접 만드신 건가요? 얼마나 인기가 있었을까 궁금하네요. 한인회 음악회 장소인 교회도 아름답고, 쇼핑몰도 활기차보입니다. 옥토버 페스티벌 장소도 아늑해보이구요. 린츠 생활 잘 마무리하시고, 무사 귀국하시길 기원합니다.^^

진승교(t4716) 2024-02-13

순례 성당 사진 정말 멋지네요!

꼭 한번 놀러가보고 싶은 곳이네요 _ 글 잘 읽었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국내 대학원 생활에 안주하기 쉬운데,
새로운 생활과 연구에 도전하는 모습이 너무 멋집니다.
재미있는 포토에세이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