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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 석사과정 생활

    김해은 (hkim23)

    안녕하세요, 저는 스위스 로잔 연방 공과대학교(Ecole Polytechnique Federale de Lausanne, 로잔공대) 에서 디지털 인문학(Digital Humanities) 석사과정을 마친 김해은입니다. 디지털인문학은 정보통신과학 주로 컴퓨터과학과 인문학, 사회과학, 예술을 잇는 분야로, 저는 주로 소셜미디어 분석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박사과정 진학 전 연계된 연구소에서 단기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석사 공부 시작 전 박사후연구원의 배우자로 지낸 시간 1년, 석사 공부 3년, 석사 졸업 후 벌써 1년, 벌써 도합 5년 가까이 스위스 로잔에서 지내는 중입니다. 2020년 여름쯤 베른에서 지나가다 만난 간판 스위스에 오기 전 제가 스위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얼마 없었습니다. 그나마 떠올리는 이미지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 만년설로 덮인 산. 핫초코. 드넓은 자연. 비싼 물가. 중립국 정도. 모두 어느 정도는 사실이지만 결코 전부는 아니었습니다. 한여름에도 설산인 곳들이 있지만 그것은 높은 산 얘기고, 대부분의 도시에서 겨울 기온은 서울보다 높다는 것, 알프스 소녀 하이디는 스위스에서도 아주 깊숙한 산속 마을에서 자랐다는 것, 스키 리조트 카페에서 핫초코를 마시면서 산속 풍경을 보는 게 스위스에서 어렵지 않게 누릴 수 있는 호사인 것은 맞지만, 아무래도 그 이미지는 미국 브랜드인 스위스미스 핫초코의 이미지에 가깝다는 것, 확실히 물가가 무섭지만 스위스에서 고용되어 임금을 받는다면 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란 점, 그리고 스위스의 자연만큼이나 스위스가 어떻게 자연환경을 보존하고 관리하는지가 정말 놀랍다는 점. 그리고 그밖에도 아주 많은 것들을 생활하면서 배우고 느꼈습니다. 이번 포토에세이를 통해 제 경험의 일부라도 여러분과 나눌 수 있어 정말 반갑고, 어떻게 읽어주실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집에서 가까운 유채 밭의 유채꽃 시즌 튤립 축제 기간 로잔 근교의 Morges 제가 생각하는 스위스의 가장 재미있는 특징은 공용어가 4개라는 점입니다.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래도 각 주(칸톤)의 언어만 접하게 되지만, 스위스 연방 단위로 운영되는 철도, 생협/물류, 금융 등에서는 독일어/프랑스어/이탈리아어로 쓰인 철로 안내판과 안내 방송, 3개 언어가 다 쓰여 있는 제품 등을 찾을 수 있습니다. (4번째 공식 언어인 로망슈어 - 스위스 깊은 산골에서 쓰이는 언어 - 는 실제로는 거의 쓰이지 않지만 스위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공식 언어로 여전히 지정되었다고 합니다.) 스위스는 26개의 칸톤(주)으로 구성된 연방이고, 각 칸톤의 지역색이 아주 선명한데, 이들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연방이 유지하는 나름의 원칙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철도를 건너지 말라는 경고문이 4개 언어로 쓰여 있다. 로잔 역 스타벅스의 베이커리. 이벤트 안내 쪽지에 불어와 독어가 같이 쓰여 있다. 독어권 스위스 동북부 콘스탄츠 호수 앞에서. 로망슈어는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볼 일이 없지만, 아주 깊은 산골로 들어가면 종종 만나게 됩니다.주 경계를 넘어다니면 언어와 함께 도시 풍경도 달라집니다. 스위스도 예외없이 종교개혁을 거치며 신교와 구교의 대립이 아주 치열했는데, 그래서 같은 언어권 안에서도 종교가 갈리며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보 Vaud 주와 제네바 주는 칼뱅주의 개신교 지역이라 그런지 아무래도 도시 풍경이 밋밋한데, 카톨릭 문화권 칸톤을 방문하면 건물에 박힌 성상, 화려한 건물 외관 장식 등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각 주의 공휴일 일수와도 연결되어서, 카톨릭 칸톤들에는 각자의 수호성인축일, 일반적인 카톨릭 휴일 등 다양한 축일이 있어서 공휴일 일수가 개신교 칸톤보다 많고 카톨릭 지역에서만 기념하는 축제도 있습니다. 스위스 산골 기차역에서 만난 안내판. 독어도 영어도 불어도 아니고 이탈리아어도 아닌 듯 하다. 개신교 지역인 로잔 성당에는 아무 장식이 없지만 카톨릭 지역인 프리부르에는 거리에서 성인 성상 부조를 찾을 수 있다. 장크트갈렌의 카톨릭 수도원 안쪽 성당 카톨릭문화권인 시옹의 카니발 축제 스위스 생활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여름에는 하이킹을 하러, 겨울에는 스키를 타러 산을 찾습니다. 산악철도가 잘 깔려 있어서 직접 등반하지 않고서도 해발 3000미터 봉우리에 오를 수도 있고, 같은 곳을 직접 등반해서 오르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한 표지판과 지도도 아주 잘 갖추어 있습니다. 겨울철 스키장에 가면 한국 스키장 최상급 레인의 실력으로 스키를 타는 네다섯살 어린이들, 아기띠를 두르고 스키를 타며 내려오는 젊은 엄마 아빠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산과 함께하는 스위스 사람들과 관광객도 접근하기 좋게 갖춰진 시설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산과 투쟁하고 또 공존하며 살아왔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산이 많은 만큼 호수도 많아, 여름이면 사람들은 호수로 모여 뱃놀이를 하고 수영을 하고 패들 보트를 탑니다. 로잔에서 프리부르에 가는 기차 티틀리스 산이 보이는 엥겔베르크 로잔 법원 앞에서 보이는 레만 호수 제네바에서 보이는 레만 호수 “어서 호수로 가자!”라고 하는 귀여운 표지판. 생모리츠의 생모리츠 호수. 꽁꽁 얼어 있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본 레만 호수 제가 지내고 있는 로잔은 Vaud 칸톤의 주도이고, 스위스에서 다섯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입니다. 레만 호수 너머로는 프랑스의 에비앙과 몽블랑이 보이고, 프랑스 파리까지 로잔역에서 TGV 직행으로 4시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스위스 프랑스어권에는 포도밭도 있다. 스위스 사람들은 아주 규칙을 준수하고 고지식하며 시간 약속을 철저히 지킨다고 배웠는데, 프랑스어권인 로잔에서는 사람들이 신호를 적당히 무시하며 길을 건넌다든지 약속 시간으로부터 적당히 늦게 도착한다든지 예상보다 느슨한 분위기라 의외였습니다. 스위스의 프랑스풍 음식들 - 퐁듀, 크레베, 갈레뜨 데 호아. 프랑스의 유명 영화 멀티플렉스인 pathe. 로잔공대 로잔 캠퍼스는 레만 호수가 바로 보이는 곳에 있습니다. 학부와 석사과정에는 프랑스어권 학생들이 대부분이지만, 박사과정 이상에서는 프랑스어를 쓰지 않는 외국인 구성원이 훨씬 많다. 석사과정과 박사과정은 각각 2년, 4년 프로그램이지만 석사과정은 1~2학기 더 들으며 졸업하는 게 일반적이고, 박사생의 경우 졸업 요건을 맞추기 위해 졸업을 무한정 늦추는 경우가 드뭅니다. 물가가 높기로 악명 높은 스위스답게 학교 식당 식비도 아주 만만하지는 않지만, 구성원의 소득에 따라서 식비가 다르게 책정되어 부담을 덜어줍니다. 이외에도 의료보험이나 각종 문화활동에서 쏠쏠하게 학생할인(박사과정 포함)을 받을 수 있습니다. 로잔공대의 도서관 건물 Rolex Learning Center는 스위스의 산과 호수를 형상화한 독특한 모양으로 유명합니다. 바닥은 곡면으로 1/2층 구분이 없고 위에서 보면 구멍이 뻥 뚫려 있습니다. 아무래도 면적 당 수용 인원이 적은 편이라 도서관에서 공부할 자리를 부지런히 찾아야 해 처음에는 다소 비호감이었습니다. 하지만 자주 오가다 보니 독특한 건물만이 줄 수 있는 신선한 자극을 체감하게 되어 학교에서 아주 좋아하는 건물이 되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도서관 옆 전망대에 학생들이 점심 도시락을 들고 올라와 호수를 바라보며 식사를 합니다. 도서관 건물 아래 그늘에서는 매년 초여름에 학교 축제를 한다. 로잔공대는 바로 옆에 붙어있는 로잔대학과 활발히 교류합니다.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학교이기도 하고, 법, 문학, 사회과학 등 로잔공대에는 없는 학과들도 많이 있어서 여러 모로 협력연구를 합니다. 수업을 서로 교차해서 듣기도 하고, 로잔공대의 어떤 연구실은 로잔대학 건물에 붙어있기도 해서 일반적인 교류 학교보다 훨씬 끈끈하게 연계된 것으로 보입니다. 또 로잔공대-로잔대학 연합 동아리도 정말 많은 종류가 있어서, 저의 경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완전 다른 전공 쪽 사람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로잔대학의 노벨 생리학상 수상자 전용 주차장. 가끔 로잔대학의 잔디밭에는 소와 양이 풀을 뜯으러 온다. 주중에는 수업을 듣거나 논문을 읽거나 코딩을 하거나 논문을 쓰는 등 다양한 연구활동을 합니다. 제가 속한 연구그룹은 다른 그룹과 공용 연구실을 쓰는데, 그닥 편하게 느끼는 환경이 아니라 저는 주로 집이나 도서관에서 일이나 공부를 합니다. 하루의 일을 끝내면 간단히 저녁을 먹고 운동 레슨을 받으러 로잔 시내로 나갑니다. 주중 하루는 일주일의 밀린 빨래를 하기 위해 집에 일찍 돌아옵니다. 스위스의 공동주택은 지어진 지 오래된 곳이 많아서 한 건물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날짜와 시간을 정해서 한두 개 세탁기와 건조기를 나눠쓰는 게 일반적입니다. 신축 건물에는 집집마다 세탁기와 건조기와 있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아무래도 월세가 조금 비싼 편입니다. 목요일은 동아리 활동을 하는 날로, 학교의 대부분의 동아리 이벤트들이 목요일 저녁에 열립니다. 저는 3년은 합창단을, 지난 1년은 영어연극 동아리를 했습니다. 합창단 공연과 합숙 연습 영어연극 동아리의 공연 주말을 앞둔 금요일 저녁은 아무래도 파티하기 좋은 시간입니다. 시내의 술집이나 음식점은 꽉 차고, 여름에는 호숫가 바비큐장에서 모이기도 합니다.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구워먹고, 비치발리볼을 하고, 돗자리를 깔고 드러눕거나 앰프를 가져와 음악을 트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주말은 각자의 방식대로 즐깁니다. 매주 스위스 구석구석의 산과 호수를 즐기러 가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로잔의 실내 체육시설을 활용하며 함께 운동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주로 영화를 보고, 주중에는 찾아갈 시간이 안 나는 시내의 좋아하는 카페에 갑니다. 실내 배드민턴장에서 배드민턴을 하고 나면 바로 근처에 있는 일본식 제과점 Osio 에서 디저트를 먹고 간다. 사장님이 무려 한국 분! 로잔 중심가에서는 토요일마다 장이 열려서 지역에서 난 농축산물을 구경하고 색다른 간식을 먹으며 계절감을 만끽하곤 합니다. 대부분의 실내 활동이 금지되었던 코로나 락다운 기간에 할 만한 주말 나들이를 찾아다니다 발견했었는데, 지금까지도 저희에게 큰 즐거움을 주는 주말 일과가 되었습니다. 작년 연말 연구 그룹 연말 파티로 교수님 댁에서 먹은 퐁듀 사진과 함께 보는 스위스 유학생활 구경, 어떠셨나요? 저는 로잔에서 산 지도 벌써 5년을 채워간다는 것에 새삼 놀랐고, 사진들을 고르면서 또 새록새록 즐거웠습니다. 아직 나누지 못한 이야기도 많아서 또 다른 기회로 경험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더 자세한 스위스 유학 및 해외 생활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은 22년도에 코센에서 진행했던 슬기로운 유학 가이드 영상을 참고 바랍니다. 하단에 영상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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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자들

어슐러 K. 르귄 저

안녕하세요. 이번호 릴레이북 바통을 넘겨받은 정강수입니다. 저는 프랑스 Inria(National Institute for Research in Digital Science and Technology) Paris saclay에서 박사후과정으로 근무하고 있고요, 프라이버시 보호 기계학습(Privacy preserving machine learning)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 만난 좋은 선배이자 동료 과학자인 김병윤님의 추천으로 제가 아끼는 책을 다른 분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게되어 기쁩니다. 저는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좋아하지만 특히 과학소설(Science Fiction, SF)의 팬인데요, 과학소설에서 사고실험을 통해 구축한 현재 너머의 세계를 접할 때 느끼는 경이감과, 이를 통해 다시 지금의 사회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된단 점이 제가 과학소설에 매료된 이유입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어슐러 K. 르귄의 ‘빼앗긴 자들’입니다. 지난 2018년 작고한 어슐러 K. 르귄은 미국의 SF 및 판타지 작가인데요, 생전 'SF 작가가 노벨상을 받는다면 그건 어슐러 르귄일 것이다’란 말을 공공연하게 들었던 거장입니다. 항성간 여행이 가능해진 먼 미래 인류의 모습을 그린 ‘헤인 연대기’는 그녀의 대표적 시리즈로 '빼앗긴 자들’도 여기 속합니다. 소설은 한 남자가 우주정거장을 거쳐 자신의 고향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남자의 이름은 쉐벡, 빼어난 재능을 지닌 물리학자입니다. 그가 등지고 떠나는 그의 고향은 ‘아나레스', 황량하고 척박한 행성입니다. 이 행성은 본래 사람들이 살지 않는 행성이었지만 아나레스를 위성으로 지닌 행성, ‘우라스'의 자본주의와 계급제도, 차별주의에 반기를 든 일군의 사람들이 소유와 착취가 없는 평등한 세계를 만들기 위해 이주했습니다. 아나레스에 정착한 사람들은 그들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계층을 나누거나 소유격이 없는 언어인 ‘프라 어’를 만들었고, 섬세하게 설계된 AI를 통해 자원과 노동을 분배합니다. 소설에서 그리는 아나레스의 모습은 일견 이상적인 사회주의 사회처럼 보이지만 이 세심하고 섬세하게 설계된 사회속에도 인간 사회의 악덕-관료주의, 다름에 대한 몰이해-는 존재합니다. 그가 사랑하는 물리학에 매진하는 것이 ‘자기 중심적’으로 여겨진다는 것, 그리고 그의 연구를 이해하지 못 하는 사람들 속에서 더는 물리학을 연구할 수 없게 되자 쉐벡은 그의 연구 성과를 눈여겨 본 우라스의 과학자의 초대를 받아들여 그의 동료들이 떠나온 행성, 자본주의와 계급주의, 물질주의가 만연한 우라스로 떠나게 됩니다. ‘빼앗긴 자들’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4년에 출판되었지만, 이 책에서 그리는 아나레스와 우라스 각각의 사회적 부조리, 그리고 아나레스에도 속하지 못하고 우라스에도 속할 수 없는 경계인으로서의 쉐벡의 모습은 빈부격차가 커져가고 공동체의 의미가 퇴색되어가는 오늘날 여전히 큰 시사점을 지닙니다. 한 행성을 통째로 써가며 자신들이 그리던 사회를 만들려 했던 사람들에게도, 저 귀찮은 ‘불평분자들’만 어디론가 보내버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 생각했던 사람들에게도 정답은 없습니다. 쉐벡 역시도 별 사이를 건너 두 세계를 오갔음에도 만족할 만한 답을 없진 못 했지요. 그러나 물리학이라는 자신만의 단단한 기둥을 꼭 잡은 채 세상과의 소통을 멈추지 않으며, 쉐벡은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갑니다. 제가 이 책을 읽은 건 처음 대학 신입생 때였는데요, 지금까지도 종종 이 책에서 던진 화두들을 생각하곤 합니다. 이것 아니면 저것의 이항대립이 아닌, 각각의 세계가 지닌 양가성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하는건 쉐벡만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일 테니까요.    다음 주자로 프랑스 CNRS에서 전산학 연구를 하고 계신 김은정 박사님을 추천합니다. 자기 분야뿐만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멋진 통찰과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은정 님의 마음속 서가엔 어떤 책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자세히 보기

요즘 ChatGPT를 비롯한 대화형 인공지능이 대세다. 누군가는 영어공부하기 너무 쉬워졌다고 하고, 누군가는 수년 내에 사무직 일자리를 다 빼았아 갈 것이라고 한다. 대학에서는 리포트나 논문의 위작여부를 어떻게 가려낼 지 교수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한다. 지나친 염려와 낙관적인 기대가 혼란과 더해져 인공지능의 평가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휴대전화처럼, 이것도 피하지 못하고 거의 강제로 사용하게 될 것 같다. “나, 휴대전화 안써!” 라든가 “카톡 사용 안해!” 라는 말을 지인으로부터 듣는다면 우리의 반응은 어떨까? 아마도 이런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제발 남들 하는대로 살자! 아니면 너 혼자 산에 들어가서 살든지!’ 그래서 우리는 귀찮을 때도 많지만 휴대전화를 부적처럼 몸에 딱 붙이고 산다. 이런 방식과 비슷하게, 좋든 싫든 ‘쳇’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면 어떤 현상이 생길까? 어떤 질문이든 받자마자 생각하기에 앞서 먼저 쳇창을 두드릴 것이다. 그래서 내생각은 없고 쳇생각으로 대체될 것같다. 그리고 명석한 순서는 누가 쳇과 가장 비슷한 답변을 했는지로 정해질 것이다.  IT기기를 잘 다루면 스마트해 보이고 못다루면 멍청하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인간은 점점 머리는 사라지고 겉가죽만 남게 되는 것이 아닐까? 가죽만 남는다는 말은 외모가 더 중요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어차피 대화소재와 정보는 쳇이 다 제공해줄 터이니까…  자! 여기까지 하고 이제 시간을 뒤로 좀 돌려보자. 여러분들은 ‘전생체험’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한참전에 유행했던 신드럼이다. 무당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정신과 의사들에 의해 만들어진 신드럼이었다. 처음에는 일종의 심리치료법으로 시작했다. 전형적인 사례는 이런 것이다. 평생 아버지로부터 이유없이 미움을 받아 마음에 상처가 많은 딸이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 최면 의자에 눕혀지고 그녀는 전문가의 도움으로 전생여행을 떠난다. “자, 이제 당신의 전생으로 여행을 떠납니다… 눈앞에 무엇이 보이나요?”라는 의사의 물음에 “…방이예요. 어두운 골방… 구석에서 어떤 남자아이가 울고 있어요… 엄마인듯한 여자가 아이에게 매섭게 야단치고 있어요. 우는 아이를 놔둔 채 엄마는 나가버리네요…” 최면이 끝나고 의사가 여자에게 말한다. 최면에서 본 그 아이가 지금 당신의 아버지이고, 그 엄마는 아이를 학대했던 계모인데, 바로 당신이라고… 그런데 이번 생에서 다시 만났지만 역할이 바뀐 것이라고… 이 말을 듣고 한참을 흐느끼다 마음을 추스린 여자는 조금 밝아진 목소리로 말한다. 이제 왜 아빠가 나를 그렇게 미워했는지 알게 되니 마음이 조금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앞으로는 아빠를 좀 더 이해하려고 노력해보겠다… 이와 비슷한 사연들이 가득했다. 의사들은 주장했다. 생생한 묘사와 기억으로 미루어볼 때 아마도 그들의 전생은 사실인 것같다. 사실여부를 증명할 수는 없다고 하여도, 치료효과는 확실하니 의학적으로는 분명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덧붇였다.     우리 모두는 우리의 전생이 몹시 궁금할 것이다. 만약에 전생이 존재한다면 말이다. 그런데 그런 최면에 의한 ‘전생 복기’는 누가 어떻게 사실여부를 입증해줄 것인가? 설사 그 전생 여행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과거의 삶을 현생으로 소환하는 것은 철학적으로 그리고 윤리적으로 온당한가? 끝없는 질문이 이어질 수 있는 문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모든 전생체험 유행이 하루아침에 중단되었다. 이유는 정신과 학회에서 정식으로 반대하는 의견을 내어놓았기 때문이다. 최면에 의한 전생체험의 진위를 신뢰할 수 없고,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상황, 경험 그리고 희망과 섞여 무작위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전생치료는 자제되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대화형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 후 답해주는 인공지능이다. 그러니까 데이터 요약 전문가인 셈이다. 그런데 위의 전생체험처럼, 인터넷에 깔린 데이터의 진위여부를 확신할 수 있는가? 가짜 뉴스로 도배된 인터넷 정보를 찾아서 편집한다면, 아니면 원데이터 생성자가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들만 남기고 불리한 정보들을 청소해버린다면? 만약 주식투자를  인공지능에게 맡긴다면 어떻게 될까? 더 힘있는 자들이 정보를 조작하여 개미들을 몰살시키고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한다면, 그리고 이런 주가조작을 아주 은근하게 했다면 과연 법으로 처벌 가능할까? 대화형 인공지능을 사이버 영어교사 정도로 사용한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더 리스크가 큰 곳에 사용한다면 그곳에는 훨씬 더 큰 함정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아마도 컴퓨터 바이러스로 돈을 번 해커집단들에게는 훨신 더 큰 기회가 제공될 것이고, 개인들은 지뢰밭을 걸어 다니는 꼴이 될 것이다. 이 모습이 우리가 꿈꿔왔던 유비쿼터스의 모습은 분명 아니다. 그런데 정부들마저 경쟁적으로 개발에 나서는 분위기인데, 과연 개인이 총체적 분위기를 거역할 수 있을까? 몇몇 소수의 전문가들이 인공지능의 위험을 경고했지만, 판도라의 상자는 이미 열렸다. 이제 누가 이 열차를 멈출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그저 인공지능이 더 이상도 말고 그냥 개꿈 정도로 끝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공포스러운 꿈이 점차 현실세계로 나오려 하고 있으니 두렵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울산과학기술원] 수소에너지 연구실

연구실 단체 사진울산과학기술원 화학과 수소 에너지 연구실은 2022년 3월에 첫 오픈을 하였고 오현철 교수님 지도아래 연구교수 2명, 박사후연구원 2명, 박사과정 3명, 석사 및 석박통합과정 4명, 연구원 1명, 연구학부생 1명, 총 13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도 교수님은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박사 학위 및 박사후연구원 생활을 하신 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에서 부연구원, 경남과기대, 경상국립대 부교수로 계시다 울산과기원으로 오시게 되었습니다. 연구 분야는 다공성 물질에서의 극저온 물리흡착 현상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캐리어 저장(수소, 메탄 등), 온실가스 포집(CO2), 양자 효과가 적용된 동위원소(H2/D2/T2, O16/O18, He3/He4 등) 분리, 극저온 수소 자연 기화(boil-off) 저감 기술 등의 연구를 수행 합니다. 특히 효율적인 수소저장기술은 향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수소경제의 핵심 기술이 될 수 있으나 해결해야 하는 기술적 난제도 많이 남아 있어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주요 연구 방향입니다. 또한, 다공성 물질을 이용한 동위원소 분리 기술은 기존 고가의 극저온증류법을 대체할만한 신기술로 각광받고는 있으며, 관련 분야를 세계적으로 선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중수소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고, 원전 해체 및 방사성 오염수의 삼중수소 처리 문제, 핵융합 원료(D2&T2)의 효율적 분리 기술에 대한 요구가 산업 분야 별로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동위원소 분리 신기술은 향후 많은 관심을 받을 것입니다. 교수님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계셨던 경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과학기술 정책 과제도 수행하고 계십니다. 독일의 과학기술 정책 동향 보고와 국내 비교 사례를 통한 시사점 도출로 정책입안자들의 정책적 판단 기준/근거를 제시해 주고 계십니다. 물론, 국내외 공동연구 진과 함께 우수한 연구를 진행 중에도 있습니다. 국외에는 막스플랑크연구소, 뮌헨 공대, BASF, 캠브리지 대학 등과, 국내에는 KAIST, DGIST, 경북대, 이대, 숙명여대, 울산대 등과 다양한 공동연구를 진행 중에 있으며, 매년 JACS, Advanced Materials, Nature 자매지 등에 논문을 게재하는 등의 우수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2017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안전관리 우수연구실을 인증받았으며, 2021년 국가연구개발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어 우수한 연구성과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있습니다. 주요 5가지 연구 주제 2-1. 수소 동위원소 분리 연구 핵융합 발전의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수소 동위원소(수소, 중수소, 삼중수소)는 크기 및 화학적 성질이 비슷하여 분리가 매우 어려운 기체입니다. 기존에는 초극저온증류법을 이용해서 분리를 하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매우 고가입니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저희는 균일한 기공을 가진 다공성 물질에 양자효과를 적용하여 수소동위원소를 효율적으로 분리하는 기술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좋은 결과를 얻어 JACS, Advanced Materials 등에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2. 효율적 수소 저장 재료 연구 최근 수소 경제가 다시 회자되고 있고,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한 수소저장재료 개발은 매우 중요한 이슈입니다. 저희 연구실은 효율적이며 저렴한 수소저장 재료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주로 액체 질소 온도에서의 수소 저장 능력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상온에서 높은 수소저장 능력을 지닌 물질 합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2-3. 수소 자연 기화 저감연구 최근 수소저장뿐만 아니라 수소 운송을 위한 액화수소에대한 연구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액화수소의 Boil-off 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산업계-학계에서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저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극저온 다공성 물질의 흡착밀도 조절을 통해 Boil-off 효과를 저감시키는 신기술에 대해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2-4. 자성 기반 수소 액화 기술 마그네토 칼로릭 효과(Magnetocaloric effect)는 자기장이 변화할 때 일어나는 열 변화를 말합니다. 자기장 변화에 의해 자성 물질의 내의 자기적 순서와 에너지 상태가 변화함에 따라 열이 발생하거나 흡수되는 현상을 활용하여 수소 액화에 적용하는 연구도 활발히 진행중에 있습니다. 즉, 자기장을 조절하여 냉각 또는 가열에 사용할 수 있는 환경 친화적인 수소 액화기 등의 응용이 가능합니다. 2-5. 폐기물 재자원화 환경 폐기물을 이용하여 다양한 흡착제로 개발하는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6. 주요 실험실 장비 저희 연구실은 극저온 실험을 많이 하는 편이기 때문에, 극저온에서 수소(동위원소) 흡착거동에 대한 연구가 가능한 실험장비가 잘 구축 되어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20 K 극저온 열탈착분석장비(Cryogenic TDS), 고압 멀티흡착장비, 20K 극저온 비표면적 분석장비(20K BET), 물리 물성분석장비(PPMS) 액체질소발생기 등의 다양한 장비가 갖추어져 있어 연구원들이 적극적으로 연구에 임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외, 다양한 화학실험분석 장비 (FT-IR, UV-VIS, TGA, XRD, SEM 등)가 실험실 내에 잘 갖춰져 있습니다.주요 실험 장비 독일 뮌헨 공대 방문 사진이탈리아 학회 참석사진저희 수소에너지 연구실은 오현철 교수님의 주축으로 연구교수님과 박사후연구원의 지도아래 석박사학생과 학부연구생으로 구성되며 친화적이고 화목한 분위기로 본인의 연구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기반한 자율성을 존중하는 연구실입니다. 국내유일의 20 K 수소 BET와 극저온 20 K TDS를 포함한 여러 기기장비들이 구축되어 있어 학부연구생을 포함한 모든 연구원들은 각 기기장비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석박사과정 및 학부연구생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연구에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 및 민간연구과제 수행과 교내 장학금 지원으로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으며, 연구원들의 폭넓은 견문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국내외 주요 연구중심 대학과 공동연구를 임하면서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외 학회의 참여 기회와 세계 최고 기초과학연구소인 막스플랑크연구소(독일)의 기술연수 파견기회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 주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유니스트길 50 (44919) 103동 401A호 ■ 웹페이지  : http://h2.unist.ac.kr ■ 전화  : 052) 217-2692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