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중반 이후
세계대전이 없었고
중공업과 제조업은
줄었고, 대신 IT와 바이오
산업이 늘어났으므로
군인으로써 또는
근력을 쓰는
노동자로써 남자의
사회적 지위가
많이 하락했다. 반면 여성들의 사회적
지위는 급상승했다. 아랍권에서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아직
낮지만, 페미니즘의 거센
물줄기를 타고
점점 개선중이라는
신호가 잡히고
있다. 2018년,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여성들에게 자동차
운전면허를 부여한
것이 아랍세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큰 사건이었다. 지금은 사우디에 여성
택시 운전사도
있다고 한다. 한국사회 속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있었는데, 그렇게 철벽 같던
남아선호사상이 뒤집혀서
이제는 여아선호가
대세다. (출산율이 낮아져
사실은 ‘무아선호’가 대세지만, 마음이 불편해서
괄호속에 집어넣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이
성평등 문화일
터인데, 급속히 진행된
여성화 사회에
익숙해지지 못한
구세대들에게는 좀
불편한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이들은
이런 ‘꼰대’들에게 절망하지
말고 좀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바깥에서
목소리 크던
그들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할망구’ 눈치를 보느라
숨소리도 죽이는, ‘생계형 페미니스트’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사춘기를 기준으로 전후, 그리고 갱년기를 기준으로
전후, 네 가지로만
구별해보자. 그러면 유아기-청년기-장년기-노년기로 나눌 수
있다. 나는 유럽과
미국에 장기
거주하게 되어
몇몇 국가들을
상당히 자세하게
들여다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각나라들의
다른 문화는
마치 사람들이
다른 나이에
각각 다르게
행동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자주 해왔다. 이렇게 나라들을 나이별로
분류해보면 글로벌
시대에 맞게
각나라별 다양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유럽은 우리가
알듯이 이제는
노년층이라고 봐야
한다. 그들은 축적된
많은 경험으로
지혜로우며 그동안
모아둔 저축으로
생활도 비교적
윤택하다. 하지만 지금
일해서 버는
돈은 적고
주로 연금
받아서 생활하는
것이니 생계가
불안해 보인다. 여전히 왕성하게 일할
체력이 되는
독일 아저씨가
주변의 연세
든 다른
나라들까지 챙겨주니
그런대로 괜찮지만, 넓은 임야를 가진
러시아 아저씨처럼
자원이 많지도
않다. 그래도 이제는
서로 싸우니라
이웃집들까지 부수는
따위의 무리한
짓을 하지는
않을 터이니, 아마 무리 없이
장수하실 것이다. (옆동네에 싸움에 우크라
청년 편을
든다고 그
너머에 사는
러시아 아저씨가
가스통 배달을
끊겠다고 협박했지만, 하늘이 도와서 이번
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아
잘 넘겼다. 지구온난화를 막아야 한다고
핏대를 높였는데, 오히려 온난화 덕을
보았으니 아이러니다.) 미국은 그동안 동네
껄렁껄렁한 깡패들을
혼내주는 정의의
사나이였는데, 이제는 몸이
갱년기에 접어들고
있어 허리도
뻐근하고 관절도
약간 시큰거린다. 그동안 귀찮아서 직접
밥상을 차리기보다
중국아줌마 밥집에서
사다가 먹었는데, 아줌마가 점차 밥값도
올리려 하고
배달도 자주
펑크 낸다. 이제는 손수 밥상을
차려 보려니, 편하게 살던 습관이
하루아침에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 중년에서 노년으로
넘어가는 신체의
변화를 직면하고는
마음마저 쓸쓸해지는
‘오춘기’를 앓고 있는
중이다. 지나간 4년간 트럼프
아저씨의 오기로
‘오춘기’를 오지게 보내
보았지만, 딱히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도 ‘부자는 망해도 3대까지 간다’는 말처럼, 당분간 최고부자
자리에서 내려오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아줌마는 나이가
좀 되었지만, 우리 동네 시장바닥에서는
신참이라 아직
어린애 취급을
받는다. 하지만 타고난
왕성한 체력으로
궂은 일도
마다 않고
돈을 빨아들여
지금은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감을 드러낸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일본
할망구에게 괄시받던
처지였지만, 지금은 일본
할망구는 안중에도
없고 미국
아저씨까지 우습게
보는 것같다. 이 아줌마가 컨디션이
안좋아서 밥집을
하루 쉬겠다고
공지하면 우리동네
전체가 거의
패닉에 빠진다. 그래서 밥집 테이블도
닦아드리고 어깨도
주물러드리며 동네
아이들이 재롱을
떨어야 한다. 몸은 어른이지만, 정신은 아직
어린애 같은
중국 아줌마가
이 시장통에서
몇 년을
일하고나서 고참이
되면 우리는
더 싸고
쉽게 밥을
얻어먹을 수
있을지, 아니면 우리
동네 상가들을
죄다 매입하여
밥값뿐 아니라
월세까지 엄청
올릴 지
알 수
없다. 친하게 지내야
하는지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
하는지 아직
판단이 안서기
때문에 우리들은
아줌마를 만날
때마다 어정쩡한
표정으로 인사드린다.
우리 대한민국의 나이는
얼마일까? 신선한 한류열풍으로
봐서 아마도
한국은 대학
새내기 정도되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20대 초반이다. 아, 물론!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막 끝내고
대학에 입학한지라, 완전 어른은 아니다. 그리고 하숙까지는 아니지만, 중국 아줌마 밥집에
자주 가야
하니 볼
때마다 웃으며
인사하는 예의는
갖추려 한다. 그런데 우리집과 벽을
공유하는 옆집
깡패 고딩
머슴아는 중국아줌마
말만 듣는다. 이 고딩 녀석이
갑자기 혼자서
미국 아저씨
욕을 하며
쌍절곤 연습한다고
골목에서 설쳐대면, 얼른 “아줌마, 나 왔어요!”라고 중국아줌마를
부르며 밥집으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 그런데 미국 아저씨와
중국 아줌마
사이가 안좋아서
가끔 두
분을 골목에서
같이 마주칠
때 어떻게
예우해야할 지
좀 애매하다. 두 분은 사소한
일에도 종종
삿대질을 하며
서로 언성을
높이지만, 혹시 두
분이 몰래
사귀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발칙한 상상력이 나래를
펴기도 한다. 하지만 남 애정문제까지
내가 관여할
바 아니고, 나는 빨리 공부
마치고 직장
잡아서 취직하면
그만이다. 아, 그런데 친구들과
노래 부르고
춤추고 놀다
보니 책상에
차분하게 앉아
공부하기가 너무
힘들다… 아예 이
길로 나갈까? 아니면 그래도 공부를
계속해야 하나? 아버지는 요즘 세상
뭐든지 한가지만
잘하면 된다고
하시고, 어머니는 “밥벌어 먹을
기술 하나는
있어야지…” 라며 혀를
끌끌 차시니, 어째야 좋을 지
헷갈린다. 그래도 청춘이니까
취직이니 결혼이니
하는 것들은
잠시 뒤로
미루고, 일단 좀
즐기려고 한다. 하지만 나도 점점
나이를 먹을
터이니, 앞으로 뭘
하며 먹고살
지 정신을
좀 차려봐야
할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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