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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는 9회말부터, 인생은 60부터!” 프로방스를 떠나 새로운 보스턴 생활

    전창훈 (cjun0828)

    매달 코센웹진에 칼럼을 싣는 전창훈입니다. 이번 달에는 포토에세이까지 올려 웹진을 도배하게 되었으니 송구스럽습니다. 사실 제가 칼럼을 쓰지만, 웹진에서 매달 가장 기다리기도 하고 또 재미있게 읽는 코너가 포토 에세이입니다. 포토 에세이 작가님들 모두 글도 재미있게 쓰시고 사진도 잘 찍더군요. 그런데 이번 포토에세이가 부실하여 이 코너 명성에 누를 끼칠까봐 걱정스럽습니다. 본인 소개부터 하면, 저는 한국에서 석사까지 마치고 회사생활을 하다가 늦게 프랑스로 유학을 갔습니다. 박사학위를 마치고 운좋게 프린스턴 대학이 운영하는 미국 에너지성 연구소 Princeton Plasma Physics Lab 에 엔지니어로 취직되었고 미국으로 건너와 10년을 근무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로 장소가 정해진 국제공동 프로젝트 ITER로부터 참여제의를 받고 식구들과 다시 프랑스로 이사를 했어요. 처음 계획은 파견기간 5년만 채우고 돌아오는 것이었는데, 결국 프린스턴을 사직하고 그곳에 남게 되었습니다. 세월을 그렇게 15년을 보내다가 마침내 작년 가을에 프랑스 생활을 정리하고 미국으로 되돌아 왔습니다. 현재 다니는 회사는 MIT와 공동 프로젝트를 하는 곳이어서 MIT Visiting Scientist 자격도 받게 되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이직했으니 “야구는 9회말부터, 인생은 60부터!” 라는 슬로건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포토에세이 제의를 받고, 제가 떠나온 프로방스 지역과 Harvard-MIT가 있는 보스턴 지역을 함께 소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프랑스 남부지역 프로방스는 명확한 경계가 존재하지 않지만, 위로는 Lyon 동쪽으로는 Montpellier, 서쪽으로는 Nice까지를 포함하는 지역이라고 보면 됩니다. ITER 프로젝트 본부는 프로방스 지역 한가운데에 위치합니다. 아마도 프로방스는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기후를 가진 지역일 것입니다. 사계절이 뚜렸하지만, 겨울에도 날씨 좋은 주말에는 가족들과 아파트 발코니에 나와서 점심을 먹을 수 있는 날들이 제법 있고, 태양이 강력한 여름에도 습도가 낮아서 그늘에 들어가면 견딜만합니다. 건조하지만 알프스에서 눈녹은 물이 강으로 흘러 지중해로 들어가기 때문에, 비슷한 기후를 가진 캘리포니아와 다르게 물 걱정도 없습니다. 생뜨 빅뜨와르 산 전경 위의 사진은 세잔느가 평생동안 화폭에 담았던 생뜨 빅뜨와르 산을 제가 아래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산등성이가 비슷한 높이로 길게 이어지는 특이한 산입니다. 자세히 보면 산 정상 한 봉우리에 작은 십자가가 보일 것인데, 그곳에 성당이 있습니다. 프로방스는 시골인데도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과 신화같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근처에는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 생가와 피카소 미술관이 있고 교통사고로 요절한 이방인의 작가 카뮤와 화가 세잔느의 묘지가 있습니다. 인상파 이후 표현주의라는 미술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세잔느, 그리고 아마도 유럽 근대사중 가장 유명한 인종혐오 사건인 드레퓌스 사건 당시 ‘나는 고발한다’는 사설을 신문에 싣고 영국으로 몸을 피신해야 했던 에밀 졸라는 어릴 때 프로방스 중심도시인 액상 프로방스에서 같은 중학교를 다녔던 절친이라고 합니다. 세잔느가 젊을 때 살았던 집과 임종을 맞이한 집이 매일 저녁 산책하던 길을 따라 있었습니다. 세잔느 묘지 / 아파트 베란다에서 찍은 사진 위 왼쪽 사진은 액상 프로방스 시내 공원에 영면한 세잔느 묘지입니다. 이곳을 떠나기 전에 꼭 방문해봐야 한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어, 비오던 어느 주말 오후에 찾아가서 찍은 사진입니다. 오른쪽 사진은 몇 년 전 늦은 봄 저녁으로 기억하는데, 샛별이 너무 밝아서 저희 집 아파트 베란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아래에 걸린 초승달과 비교될만큼 크게 빛나는 샛별(금성)은 도데의 소설 ‘별 이야기’ 속 목동이 봤던 그 별이겠죠? 너무 오랜 기간을 프랑스 시골구석에 갇혀사는 것이 답답했었지만, 떠나온 지금은 마치 판타지한 꿈을 꾸고 깨어난 것처럼 아련합니다. 언제 다시 가보게 될런지 벌써 기다려지는군요. 그때는 지팡이를 짚어야 할만큼 세월이 지난 후 일까요? 프로방스 시내의 자연 분수 위 사진은 어느 초가을 주말에 액상 프로방스 시내를 산책하던 중 아내가 찍어준 사진입니다. 걸터앉은 곳은 땅속에서 간신히 올라와 돌쟁반에 모인 물들이 아래로 힘없이 떨어지는데, 아마 수백년 이상 얌전하지만 끊임 없이 솟아나고 있는 물일 것입니다 위 사진은 사진은 20미터 높이를 가진 ITER 진공용기 조립장비입니다. 이 거대한 장비를 한국 제조업체들이 만들어 공급했습니다. 우수한 품질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현재 한국은 제조업 가성비가 가장 좋은 국가입니다. 반세기 동안 힘써 이룩한 제조업 기술이 IT우선정책에 밀려나서 위축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참고로 프랑스에서 진행중인 ITER 프로젝트는 현재 제작과 조립 과정중이어서 아직도 많은 엔지니어와 과학자, 그리고 CAD Technician과 행정인원들을 모집중입니다. 한국도 참여국이어서 지원가능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너무 전공이 달라서 안될 것이라거나, 경력이 짧아서 힘들것이라고 미리 판단하지 마시고 지원해보시길 바랍니다. 참여국 지분으로 선발되는 것이기 때문에 유엔산하기관들같이 높은 영어실력이 요구되지는 않습니다. www.iter.org 상단 중앙에 Jobs라는 코너를 들어가 보시기 바랍니다. 보스턴은 3가지로 유명합니다. 미국이 태동된 지역, Harvard와 MIT를 비롯하여 인근에 대학이 워낙 많은 교육도시,그리고 현재는 제약회사들을 필두로 엄청난 숫자의 회사들이 밀려들고 있어서 살인적인 집세와 물가를 보여주는 지역입니다. 위의 3가지 외에도 미국의 여느 도시들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대중교통이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점입니다. 아래에 보스턴 전철 노선을 올렸습니다. 여기에서는 전철을 숫자가 아닌 색깔로 구분하여 부릅니다. Red Line은 하버드와 MIT(노선도에서 빨간 선 왼쪽 위) 를 보스턴 시내와 연결해줍니다. Green Lines은 서울의 2호선처럼 주로 횡으로 뻗어갑니다. Green lines 네 개의 브렌치 중 세 개가 모이는 점 근방에는 버클리 음대가 있습니다. 그 앞을 지나다보면 학생들의 K-Pop 연주를 가끔 들을 수 있습니다. Green Line맨 윗선을 타고 서쪽 (왼쪽) 끝까지 가면, 유명한 단과대학 Boston College(BC) 가 있습니다. 그리고 보스턴 국제공항 Logan Airport는 정반대편인 동쪽(오른쪽)끝 바닷가에 위치합니다. 보스턴 전철 노선 버클리 음대 보스턴 시내에 위치한 버클리 음대입니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UC Berkeley와 혼동하여, “버클리 음대가 보스턴에 있다고?”라며 놀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스펠링도 약간 다르지만 전혀 다른 대학입니다.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는 우리나라 대중가요 가수들이 많이 유학한 곳으로, 재즈 등의 ‘실용음악과’로 유명한 대학입니다. Boston College 지난 겨울 엄청 추웠던 날 방문했던 Boston College 정경입니다. 단과대학이어서 규모가 작을 줄 알았는데, 건물들이 웅장하고 도서관도 너무 커서 놀랐습니다. 보스턴 분위기는 뉴욕보다는 오히려 런던에 가깝습니다. 이곳은 겨울이 아주 길고 눈도 많이 오는데, 요즘은 지구온란화 현상 때문인지 강설량이 좀 줄었다고 합니다. “모두에게 해롭게 부는 바람은 없다.”는 서양 격언이 생각나는군요. 누구에게는 역풍인 바람이 다른 누구에게는 순풍인 것처럼, 저처럼 추위에 약한 사람들에게는 여기 지구온란화로 덜 추운 겨울을 보내게 된 것이 다행입니다. 보스턴 시내에 오래된 건물들은 아래의 사진처럼, 벽이 울룩불룩 튀어나온 건물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일조량이 적은 탓에 햇볕을 많이, 오랜시간 받으려고 벽을 돌출시킨 것 같습니다. 프로방스 지역에는 햇볕이 너무 많아서 거의 모든 집에 발코니가 있지만, 거의 6개월 정도가 겨울인 보스턴 지역은 발코니 있는 집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신 이렇게 튀어나온 벽쪽으로 다가오면 창문을 열지 않고도 발코니에 나온 것처럼 집바깥 풍경이 앞으로뿐 아니라 옆으로도 보이겠죠. 이곳 오래된 주거용 건물들은 멋있긴 한데, 바퀴벌레나 쥐들과 한가족처럼 지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여서 악명이 높습니다. 보스턴은 광역권을 포함한 도시전체의 크기는 아담해서 전철을 이용하든 운전을 하든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까지 1시간 정도 걸립니다. 보스턴 시내에서 Red line을 타면 두번째 전철역이 캠브리지에 있는 MIT,네번째 전철역이 하버드여서, 이 두 대학은 미국대학들 중에는 시내접근성이 최강입니다. 뉴욕시내에 있는 NYU 와Columbia, 그리고 런던 시내에 있는 런던정경대 (LSE), UCL 같은 대학들을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MIT 본관 MIT 캠퍼스는 담장도 없고 캠브리지 전체에 흩어져 있어서 대학의 경계가 확실하지 않습니다. 많은 랩들과 벤처회사들이 주변에 포진하여 있는 구조때문인 것 같습니다. 본관은 전철역에서 도보로 5분 정도 거리에 있습니다. 겨울 내내 추워서 여기까지 걸어갈 엄두를 못내다가 최근에 찍은 사진입니다. 맨 앞에 걸어오고 있는 여학생이 노란파커 차림인데, 사진찍은 날은 4월 하순입니다. 여기는 5월까지도 가끔 눈이 온다고 합니다. 하버드 대학 캠퍼스 위 사진은 하버드 전철역이고 뒷배경은 하버드 대학 캠퍼스입니다. 전철역에서 나와 길만 건너면 캠퍼스입니다. 하버드 캠퍼스(하버드 대학은 캠퍼스를 ‘Yard’라고 부릅니다.)에서는 주로 학부생들 수업이 있고, 케네디 스쿨 (정치학 대학원), 비지니스 스쿨, 로스쿨, 의과대학원들은 모두 바깥 지근 거리에 따로 건물이 있습니다. 저희 세대 때는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원제: The Paper Chaser) 이라는 책이 유명했는데, 로스쿨에 다니는 주인공이 교수님의 과제질문에 어찌 답할지를 고민하며 찰스강을 따라 산책하던 이야기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하지만 철들고 보니 일류나 명품 팔아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마켓팅에 놀아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현지의 분위기도 하버드나 MIT 보다 훨씬 랭킹이 떨어지는 대학에 다니는 젊은이들도 자기 대학 이름이 적힌 티셔츠를 자랑스럽게 입고 다닙니다. 다만, MIT나 하버드는 취업에서 어느 정도 가산점을 받는 정도의 대학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미국과 세계의 미래 리더들을 키우는 대학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죠. 하지만 과도한 기득권으로 공정한 경쟁을 왜곡시키는 행위는 막아야 합니다.)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의 배경이었을법한 찰스강가 사진을 한장 싣습니다. 사진작가가 시원찮은 관계로 장비탓을 하자면, 핸드폰으로 찍은 탓인지 입체감이 충분하게 살려지지 않는군요. 하버드 대학쪽에서 촬영한 찰스강과 다리 위 사진은 하버드 대학쪽에서 찰스강과 다리를 담아본 사진입니다. 유럽의 한 도시같지 않나요? 건너편 왼쪽에 보이는 건물들은 보스턴 시내 약간 북쪽에 위치한 Boston University (BU) 캠퍼스 광경입니다. 이 강을 따라 조정경기하는 모습을 영화에서 가끔 본 것같은데, 아직은 날씨가 추운 탓인지 연습하는 카누들만 가끔 봤습니다. 끝으로 MIT 학생회관에 들렀다가 흥미로운 장면을 보게 되어 아래에 사진으로 소개합니다. 그리고 세계와 우리 모두를 참담하게 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관련 사진도 올립니다. MIT 학생회관 내에 전시된 미술작품 MIT 학생회관 내에 전시된 미술작품입니다. 한국의 초가집 지붕모양과 재료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 같아서 급하게 카메라에 담아보았습니다. 하버드 대학본부 건물 하버드 대학본부 건물은 성조기와 함께 우크라이나 국기가 펄럭이고 있습니다. 전투기까지 줘서 대대적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자니 확전이 부담스럽고, 두고보자니 서방전체가 만만해보일 터이니 진퇴양난인 전쟁입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먼저 스스로 방어할 힘을 가지는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가운데 작게 보이는 의자에 앉은 하버드 목사님 청동상을 가까이에서 보면, 오른쪽 구두 발끝 부분만 녹이 벗겨져 순금처럼 반짝입니다. 하버드 목사님의 구두를 만지면 하버드에 입학하게 된다는 속설이 있어 방문객들이 열심히 손가락으로 문질러 닦아준 덕분입니다. 1636년에 개교한 하버드 대학은 하버드 목사님이 돌아가시면서 기증한 토지와 개인 도서관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아직도 코로나가 완전종식되지 못했으니, 누구를 만나 인터뷰를 하거나 단체사진을 찍는 것이 서로에게 부담이 될 듯하여, 건물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동료들의 사진을 싣지 못했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호에서 더 멋진 포토에세이를 기대하면서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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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

안상헌 저

안녕하세요. 코센 릴레이북을 이어가게 된 김경보입니다. 저는 현재 독일의 Dossenheim이라는 작은 도시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봄에는 집 주변과 뒷산에 아름답게 핀 봄꽃의 정취를 즐기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였고, 봄이 가고 여름이 오기 시작하는 지금5월에는 녹음이 푸르러진 산을 바라보며, 봄을 보내기엔 조금 아쉬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전공을 생명과학으로 시작하여, 대학원을 생명공학, 박사과정은 이와 관련된 약리학을 공부하였습니다. 항상 과학분야 흥미를 느껴왔고, 특히 life sciences라고 불리는 이 학문은 하나의 정답이 아닌, 더 많은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여 좋아합니다. 미국에서 박사와 박사후 연구 과정을 마치고, 현재는 독일 Heidelberg의 BioMed X라는 biomedical research institute에서 research group leader로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연구팀은 Janssen Pharmaceuticals의 지원을 받아 새로운 약물 전달체계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거 연구와 씨름하던 박사과정 중, 제 소중한 인연이 된 정찬용 박사가 오랜만에 독서를 할 수 있는 좋은 핑계를 만들어 주었고, 다시금 책을 펼쳐 즐거운 마음으로 책 소개 릴레이에 참여합니다.   저는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이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2005년3월 18일에 초판이 인쇄되고 2010년에 『생산적 책읽기 두 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고, 2019년에 『안상헌의 생산적 책읽기』 라는 이름으로 전면 개정판이 나왔지만, 2019년 출간된 책은 제가 아직 읽어보지 못하여 같은 책인지 확인하지 못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첫번째 이야기인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을 추천 드리고, 중고서적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느 독서광의 생산적 책읽기 50』는, 저자 안상헌의 “책읽기 태도와 방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50개의 짧은 수필들을 통해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 책과 인연이 깊습니다. 교과서나 전공서적, 그리고 삼국지를 제외하면, 항상 가까이 두고 5번 이상 읽어 본 손에 꼽히는 책입니다. 가장 가까운 친구들과 후배들에게도 몇 번이고 손에 있던 이 책을 선물하였습니다. 대학생 시절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그 재미에 빠르게 읽어 나갔고, 몇 번 더 보고는 책장에 다시 꽂아 두었습니다. 대학원에서 많은 논문을 읽고 연구를 시작하던 어느 날, 문뜩 이 책이 떠올라 다시 찾아보고는 혼자 전과는 다른 감명받으며 읽어 내리던 기억이 납니다. “생산적 논문읽기” 또는 “비판적 사고”라는 소제목으로도 충분히 어울리는 책인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도 그 후에 같은 책을 몇 번 더 읽어보며 느낀 점은,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며 책이 주는 메세지가 더욱 깊어지고 다양해진다는 것입니다. 저는 책 안에 마음에 드는 이야기가 있을 때면 해당 페이지의 모서리를 접어두는 작은 습관이 있어, 이 책을 읽다 보면 책의 모서리가 점점 사라집니다. 하지만 또 몇 년에 한번씩 생각이나 다시금 읽을 때면 접히는 부위가 또 같지는 않아 즐겁습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과학을 전공하는 학생과, 책과의 부담스럽지 않은 짧은 대화들을 원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추천 드립니다. 제가 받은 감명과 교훈과는 다르겠지만, 책이 다른 독자분들께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네요. 이 책은 수필 묶음의 자기계발서로 편집되었다는 점에서, 개인취향과 읽기의 목적에 따라 좋아하는 이야기가 꽤 상이하리라 예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의 내용을 조금이나마 전달 드리고 싶은 마음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내용을 몇 가지 풀어내며 책소개를 마치겠습니다. #6. 어린이의 책읽기와 어른의 책읽기 내가 왜 이 책을 읽는지 이유를 확실히 하라. 우리 머리에 주먹질을 해대는 책이 아니라면, 우리가 왜 그런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책읽기는 자기만의 이유가 선행되어야 한다. #9. 거꾸로 혹은 삐딱하게 가치관이란 이미 마음속에서 내재되어 있지만, 우리가 스스로의 가치관을 되잡고 확립하기 위해서는 정의되어야만 하는 특징이 있다. ‘세상은 아름답다’고 정의한 사람은 세상을 아름다운 것으로 자기 가치관을 정립한다. ‘인간은 날 수 없다’는 정의를 가진 사람은 비행기나 기구를 상상할 수 없었다. 이렇게 사람은 정의를 통해 가치관을 만들고 삶을 살아간다. #10. 삼장법사의 의문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읽어라. 좋은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질문이 선행되어야 한다. #11. Give and Take 아무리 유익한 책이라도 그 반은 독자 만든다. #17. 언젠가는 알아들을 날이 올 꺼야. 정신적, 경험적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견하는 생소한 문구들은 같은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지 않고서는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 시대의 문제는 그 시대의 관념이나 지식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24. 열심히 살기와 의미있게 살기 독서는 다만 지식의 재료를 줄 뿐이다.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은 사색의 힘이다.    저는 다음주자로 구진모 박사과정 학생을 추천합니다. 구진모 학생은 University of Kentucky Entomology department에서 곤충을 모델로 한 developmental genomics 연구와 해충에 대한 최신 생물학적 방역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지구에는 대략 사람 수보다 200만배 이상의 수많은 곤충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구의 또 다른 주인을 연구 중인 구진모 학생의 꾸준하고, 열정적인 연구태도는 연구를 업으로 하는 저를 비롯한 주변인들을 크게 감화시켜왔습니다. 참으로 흥미로운 연구를 하고 있는 구진모 박사생이 어떤 책을 소개해주실지 궁금합니다. 자세히 보기

과학하는 사람들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우리 내부에 있다. 하지만 좋든 싫든, 정치가 과학기술의 방향을 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필요한만큼 압력도 가하고 조언도 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과학계 내에서의 지나친 정치혐오나 정치 무관심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한국대선을 외부에서 시작과 끝 그리고 다시 새로운 정부의 시작을 지켜보면서 든 필자의 생각은, 국내 일반 여론과 다르게 상당히 긍정적이다. 배우자들 문제까지 뒤섞여 너저분한 구석이 많았지만, 보수와 진보간에 균형을 맞춰 근소한 차이였다는 것, 패배자 측에서 신속하게 패배를 인정했다는 것, 그리고 부정 선거 시비가 없었다는 것은 K-방역보다 훨씬 높게 평가해도 될 K-선거문화라고 생각한다. 정치전문가는 아니지만, 정치는 모두의 것이기에 필자가 과학기술자들과 나누고 싶은 정치에 관련된 두가지 주제를 가지고 이번 컬럼을 준비했다. 첫째는 대통령 중임제 이야기다. 이에 대한 헌법개정 논란이 선거 때마다 이어지고 있다. 현재 5년 단임인 대통령 임기를 4년으로 줄이고 대신 두번 연속을 허락하자는 것이다. 미국 대통령제를 그대로 배낀 내용이다. 미국은 헌법상 중임 이상도 제한하지 않았지만, 초대 워싱턴 대통령이 두 번만 하고 물러난 것을 정치관례로 삼고 있었다. 전시였던 제2차대전 때에는 관례를 따르지 않고 루스벨트 대통령이 4선까지 당선되었는데, 마지막 임기를 못채우고 서거했다. 그 이후 3선 이상 출마하지 못하도록 법제화되었다고 한다. 필자는 중임제 개헌안에 반대한다. 미국에서도 최근 재임에 성공한 대통령들의 두번 째 임기에서 좋은 업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된 적이 없다. 이것은 중임된 대통령들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옛날처럼 세월이 그렇게 천천히 흐르지 않는다는 데에 윈인이 있다. 한 사람이 8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한다는 것은 광속으로 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개혁의 동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어차피 여당후보가 다시 당선되면 반정도는 정권재창출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정책일관성이 유지될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7년 임기에 중임이 허용되어 미테랑 대통령은 무려 14년을 통치했다. 지금은 5년에 중임을 허용하는 것으로 개헌되었지만, 프랑스는 총선의석수에 따라 다수당에서 총리직을 가져가는, 대통령제와 내각책임제를 혼용한 제도이므로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만약 굳이 개헌을 한다면 최선의 제도는 대통령 단임제는 그대로, 하지만 임기는 1년을 줄여 4년으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임기가 4년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을 대선 정중앙에 오게 해서 대선 2년후 총선, 그리고 총선 2년후 대선으로 반복되는 싸이클을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총선에서 간접적이나마 대통령 중간평가를 할 수 있는 제도가 될 것이다. 독재를 무너뜨리고 어렵게 이룩한 단임제를 중임제로 만들려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결선투표제다. 이번에 당선과 낙선 사이의 득표가 근사하여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있는 프랑스에 살면서 필자가 여러 번 선거를 보아왔는데, 간단하게 살펴보자. 많은 후보들이 대선이나 총선에 출마한다. 심지어 동일 정당에서도 단일화 없이 여러명의 후보들이 출마한다. 그리고 일차 개표를 한다. 만약 누군가가 투표자의 50% 이상을 득표했으면 당선 확정이다. 하지만 아무도 과반득표자가 없으면 1등과 2등만 뽑아서 다시 선거한다. 2등과 3등간의 차이가 근소하면 드물게 3명이 결선투표에 오르기도 한다. 결선에 못오른 후보들은 자기표를 특정후보에게 줄 것을 호소한다. 막후에서는 당선후 정치적 댓가에 대한 흥정이 오고가는 것은 물론이다. 이 제도의 취지는 모든 당선자를 과반의 지지를 받은 당선자로 만들어 정치를 견인할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다. 그런데 참 묘하게 모순을 만날 경우가 자주 생긴다. 예를 들어 3명이 출마하여1번 후보가45%, 2번 후보는30%, 3번 후보자가25%의 득표를 했다고 하자. 이런 경우가 자주 발생하는데, 당선자는 유권자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25% 득표로 탈락한 후보자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1차선거에서 저에게 투표하신 모든 유권자들은 결선투표에서 위의 2번 후보(30% 득표자)에게 투표해 주시길 바랍니다. 2번 후보가 당선되면 저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라고 호소하면 3번에 투표한 유권자들이 2번으로 몰린다. 이렇게 2위와 3위가 담합하여 정권을 가져가면, 과반이 넘었다고 하여도 정당성에 많은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리고 2번과 3번이 연립정권을 만들게 되면 얼마후 삐걱거리는 잡음과 각종 추문들이 들려온다.이 제도는 의원내각제 또는 의원 내각제가 가미된 프랑스 정치제도에나 적합한 제도다. 우리나라처럼 분단국가라는 안보의 아킬레스건을 가진 나라에서는 위험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소수당에 끌려다니는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과학기술보다 정치발전속도가 너무 늦는 것같아서 답답하지만, 불과 몇 십년 전에 영장없이 사람들을 구속하고, 확정판결후 하루만에 8명을 사형집행하고,자국군대가 국민을 향해 발포했던 시대를 생각해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의 눈부신 발전이다. 불의를 몰아내고 인권을 세운 정치를 이루었으니, 이제는 사람들을 세심하게 돌보는 따뜻한 정치만 만들면 된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항노화 바이오소재 세포공장 지역혁신연구센터

경상국립대가 주관하고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주식회사 아미코젠이 참여하는 항노화 바이오소재 세포공장 지역혁신연구센터(Anti-aging Bio Cell factory Regional Leading Research Center, ABC-RLRC, 센터장: 김선원 교수)는 바이오소재 발굴, 스마트 세포공장 개발, 표준화/대량생산 연구개발을 통해 경남 지역 항노화 바이오 산업을 견인하고 있는 연구센터입니다. 지역혁신선도연구센터 사업(RLRC; Regional Leading Research Center)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사업으로서,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지역의 지속가능 자생적 혁신성장 견인을 위해 지역혁신분야에 특화된 선도연구센터를 구축·지원하고, 이를 통해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하여 지역 내 혁신 주체들의 역량을 결집하고 우수 지역인재를 양성하며, 연구성과를 지역에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입니다. 본 연구센터는 지난 2021년도 RLRC 사업에 선정되었으며 2028년 2월까지 7년간 총 140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서 항노화 바이오소재 실용화에 필요한 모든 연구개발 과정을 포함하는 전주기 플랫폼을 구축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지역의 차세대 우수인재 및 신진 연구자를 양성하는데 큰 힘을 쏟고 있고, 학생 참여연구원들의 다양한 산학협력 연계 활동 참여를 지원해서 지역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기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연구개발, 인력양성, 산학협력에 대한 연구센터의 역할에 지자체와 주관기관에서도 큰 관심과 기대를 표명하고 있어 진주시와 경상남도, 경상국립대에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본 연구센터 연구원 구성은 경상국립대 김선원 교수가 센터장으로, 경상국립대 조병훈/권문혁/김광동/김현준/박상원 교수, 생공연 김차영 전북분원장, 아미코젠(주) 김진석 연구소장이 책임급 연구원으로, 경상국립대 김재연/정혜진/김정윤 교수가 협력 연구원으로, 경남/진주 권역의 바이오기업들이 협력기업으로, 미국의 제이 키슬링과 캐나다의 노대균/양큐 교수가 국제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하여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ABC-RLRC는 소재 발굴, 세포공장 개발, 표준화 및 대량 생산 연구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총 3개 연구그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 1 연구그룹 - 미생물 세포공장 연구 경상국립대학교 김선원, 조병훈 교수님 항노화 소재 생산에 필요한 유전자원·생합성 부품을 채굴하고, 유전자원의 부품화·모듈화 및 대사 재설계를 통해 미생물 세포공장을 개발한 후, 발효를 통한 대량 생산 연구를 수행합니다. 미생물 세포공장 개발을 위해서 목적하는 바이오소재의 생합성 경로를 분석하고, 필요한 유전자 부품들을 확보·조립해서 최적의 생합성 경로를 구축하며, 또한 시스템 고도화를 통한 산업적 생산 기반 기술 확립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제 2 연구그룹 - 식물 세포공장 연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정읍분원 김차영 박사님, 경상국립대 권문혁 박사님, ㈜아미코젠 김진석 소장님 항노화 바이오소재 생산에 필요한 식물자원을 확보하고, 유전자교정과 배양근 유도기술을 사용해서 식물세포주를 개발 한 후, 소재 대량 생산 및 생산·분리·정제·제형화의 다운스트림 공정을 개발합니다. 식물기반 합성생물학적 세포공장 개발을 위해서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하여 불필요한 성분을 제거하고 유용성분의 함량을 증가시키는 연구를 수행하는데, 예를 들어 대마에 존재하는 환각 성분을 제거하고 인지기능 개선 성분의 함량을 증가시키는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 3 연구그룹 - 항노화 바이오신소재 발굴 및 실용화 연구 경상국립대학교 김광동, 김현준, 박상원 교수님 경상남도 지자체 연구소와 협력해서 유용 천연물 소재를 확보하고 천연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구축하며 효능평가시스템을 통해서 활성 물질을 발굴합니다. 활성물질 발굴을 위해서 4대 주요 노화현상인 면역·피부·인지노화·대사질환을 타겟으로 항노화 기능이 우수한 물질을 세포모델과 동물모델 평가시스템을 통해서 탐색하고, 분자생물학적 효능 기전을 규명하며 실용화를 위한 소재 표준화를 추진합니다. 본 연구센터는 경상국립대학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아미코젠이 주축이 되어서 지역 산업체와 유기적으로 공동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학교와 정부 출연연에서 수행하는 심도 있는 기초과학 연구부터 산업체 현장에 필요한 실용화 연구까지 다양한 연구 분야를 접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주기적으로 개최되는 심포지움(연 1회)과 워크숍(연 4회)을 통해 바이오소재 연구와 관련한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외 저명 과학자들과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어 참여 연구원들의 해외연수, 해외학회 참여를 적극 지원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센터센터는 경상국립대학교 가좌캠퍼스 자연과학대학교 2호관 5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소재 발굴, 활성 평가, 유전자 발굴, 세포공장 개발, 표준화, 대량생산과 관련한 연구개발에 관심이 있는 학생 및 연구원들을 모두 환영합니다. 또한, 바이오소재 산업화 및 기술개발이 필요한 산업체 관계자분들과의 공동 연구를 기다립니다. 본 연구센터와 함께 꿈과 능력을 펼치고자 하시는 분들께서는 언제든지 아래 연락처로 연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 주소  : 경상남도 진주시 진주대로 501, 경상국립대학교 가좌캠퍼스 352동 520호 ■ 전화  : 055-772-2647 ■ 이메일  : rlrc@gnu.ac.kr ■ 홈페이지  : https://rlrc.gnu.ac.kr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