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센
  • PHOTO ESSAY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심리 및 뇌과학과 연구원 생활

    이홍미 (hongmilee)

    안녕하세요. 저는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 시에 있는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심리 및 뇌과학과의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공명영상(MRI)기계 안에서 이런저런 동영상을 보고 그 내용을 기억해서 말하게 하는 등의 실험을 통해서, 기억을 회상할 때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미국에서 유학생으로 혹은 연구원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글을 올려 주셨고, 존스홉킨스 대학과 볼티모어 시에 대해서도 작년에 다른 분이 소개를 잘 해 주셨습니다(링크는 여기). 그래서 저는 소소하게 지난 1년 반 정도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며 살아가는 동안 겪은 흥미로운 일들과 그 때 찍은 사진들을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미국에 계셨던 분들은 아마 모두 비슷한 상황을 겪으셨을텐데요, 2020년 3월 초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선언 이후, 봄방학 동안 떠나 있던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고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하도록 지시를 받았습니다. 이게 웬 난리야 생각하면서 모니터를 들고 연구실에서 집까지 걸어오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것은 …   재택근무 동안 집에서 먹을 음식을 사러 대형마트에 갔는데 물건이 없어서 음식을 사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사진을 찍어 두었습니다. 사실 음식보다도 전국적으로 화장실 휴지가 동나서 엄청난 사회적 혼란이 일어났었는데(지금 생각해도 이해 할 수 없는 사건) 저는 다행히 코로나 이전에 휴지를 미리 많이 사서 쌓아 두었기 때문에 휴지 이외의 다른 것을 사용해야 하는 사태는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음식도 며칠 뒤에 다시 마트에 가 보니 저장식품들은 동나 있었지만 의외로 신선식품은 평소와 같이 공급되고 있어서 굶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이 아마 락다운 이전 저의 마지막 쇼핑으로, 그 이후로 백신 접종을 완료할 때 까지 약 1년 이상 마트에 가지 않고 모든 음식과 물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해서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3월 말 부터 5월 말 까지는 모든 시민이 생존에 필수적인 활동 이외에는 집에만 있어야 하는 강력한 락다운이 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이상 집에만 있으면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칠 것 같아서 락다운 중에는 이틀에 한 번, 락다운 조치가 완화된 이후에는 하루에 한 번은 꼭 밖에 나가서 산책을 했습니다. 산책은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명분이 있었습니다. 눈길이 닿는 모든 곳에 인간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캠퍼스를 하염없이 걸어다니는데 그 와중에도 봄이 와서 꽃이 만개하고 새들이 지저귀는 것을 보고 들으니 세상이 이렇게 아름답게 망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미묘했습니다. 락다운이 끝난 뒤에도 그대로 연말까지 모든 수업은 온라인이고 코로나바이러스 연구를 제외한 인간 실험은 중단되고 업무는 재택근무로만 진행되는 기이한 상태로 한 해가 갔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인간이라고는 발자국밖에 찾아볼 수 없는 사계절의 캠퍼스 사진들을 잔뜩 찍게 됩니다. 해가 바뀌고 2021년 봄이 되자 생각보다 빨리 백신을 접종 받을 수 있게 되고 세상은 아주 잠깐 정상으로 돌아오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메릴랜드주에는 또 다른 괴이한 일이 일어납니다. 바로 17년에 한 번 씩 땅 위로 올라와 번식하는 매미떼의 창궐이었습니다.   어느 날 산책을 하는데 왠지 이런 벌레가 바닥에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땅에는 이런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습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니 온갖 나무줄기와 잎에 눈이 빨간 매미떼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것이 보입니다. 덕지덕지 붙은 매미들 탈피를 갓 마쳐서 하얀 매미 저 나무 밑에 떨어져 있는 갈색의 것들이 모두 매미 허물입니다. 충격과 공포 길바닥에서 교미 중인 매미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 매미떼는 미국 동부에만 나타나는데 17년 동안 유충 상태로 땅 속에서 나무 즙 같은 것을 빨아먹고 살다가 한꺼번에 땅 위로 나와서 몇 주 동안 번식하고 죽어서 사라진다고 합니다. 매미가 갑자기 몸에 날아와서 붙고, 바닥에서 기어다니는 매미를 밟지 않으려고 까치발로 다녀야 하고, 큰 나무 밑을 지나가면 매미 소리에 귀가 따가워서 귀를 막아야 하는 등 불편한 점도 많았지만 인생에 보기 힘든 진귀한 광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신기하게 그 많던 매미가 귀신에 홀린 듯이 몇 주 뒤에 다 사라졌습니다. 그 뒤로 지금도 공원 같은 곳을 산책 할 때면, 보이지는 않지만 이 땅 밑에 수십억마리의 매미 유충이 살고 있다는 것을 종종 생각하게 됩니다. 자연은 정말 신비롭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지나고 델타 변이의 등장으로 코로나 환자가 늘어나든 말든 가을 학기부터는 학생들이 돌아와 대면 수업을 하게 되고 대부분의 생활은 정상(이제는 무엇이 정상이고 아닌지 모르겠지만)으로 돌아옵니다. 학과 행사와 야외 파티가 은근히 많아지나 싶더니 10월이 되자 갑자기 분위기는 할로윈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요즘은 할로윈 코스튬 파티 같은 것을 많이 한다고 들었는데 호박 장식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한국인은 먹을 것에 장난질을 치는 것을 참지 못하기 때문에 아마 호박 장식은 한국 문화에 영원히 자리잡지 못 할 것 같지만, 미국에서는 집집마다 호박을 깎거나 그림을 그려 문 앞에 놓고 썩어 문드러질 때 까지 방치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귀여운 고양이 호박입니다. 어쩌다 공룡이 되어버린 호박. (좌) 공중보건을 위해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호박. / (우)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지는 눈알 호박. (좌) 정성을 넘어선 어떤 광기가 느껴지는 호박. / (우) 위의 것과는 다른 종류의 광기가 느껴지는 호박. 저희 연구실에서는 코로나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야외에서 호박에 그림그리기 파티를 했습니다. 저는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의 모니카 선생님을 생각하며 그렸습니다. 눈매에 공을 들였습니다 (모니카 사진 출처: https://youtu.be/9Vj12WYFLVA). 마지막으로 대유행 기간에 캠퍼스와 볼티모어 구석구석을 하염없이 산책하는 동안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것으로 눈에 자주 들어왔던 것이 있어 소개합니다. 바로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입니다.   무지개는 아파트에도 있고 옷가게에도 있고 문구점 간판에도 있고 음식점에도 자동차 안 학교 건물 캠퍼스 안 심지어 교회에도 붙어 있습니다. 볼티모어에서는 이렇게 성소수자들이 본인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혹은 성소수자를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정말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생활에 대한 가벼운 포토에세이를 마무리하는 주제로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것이 제가 미국 동부에서 박사 유학과 연구원 생활을 하면서 느낀 한국과의 가장 큰 차이점 중의 하나이기에 이 지면을 빌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미국의 Z세대는 6명 중 한 명이 성소수자이고 그 비율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합니다(출처: 워싱턴포스트). 미국에서 유학하시는 분들은 같이 공부하는, 혹은 내가 가르치는 학생 6명 중 한 명이 성소수자라는 것입니다. 교수를 임용하는 공고문에도 우리 대학은 성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성 그리고 다른 여러 사회적 약자성을 근거로 차별하지 않으며 소수자의 지원을 환영한다는 등의 문구가 거의 항상 있고, 임용 지원 서류에도 본인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교육/연구/봉사 면에서 어떤 식으로 공헌을 해 왔는지를 설명하는 글을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하고 그것을 참고해서 지원자를 평가합니다. 즉 실제로 학내 구성원 개개인이 속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학과와 대학의 공식적인 입장은 항상 어떤 종류의 차별이든 철저히 반대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입장 표명을 하는 대학을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심지어 국민의 과반수 이상이 찬성하는데도 차별금지법이 아직도 제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성소수자뿐만이 아니라 다른 많은 사회적 소수자들이 인간으로서 사회에서 당연하게 누려야 하는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차별금지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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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미래

토마스 슐츠 저

안녕하세요? 저는 덴마크 공대(DTU) 우주 (Space) 섹터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이민주 입니다. 저는 천문학자이고 우리 은하를 포함한 은하의 탄생과 진화를 연구하고 있어요. 우리가 언제, 어떻게 탄생했고, 우리의 미래는 어떨까라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에 조금은 답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가 학업과 일로 한국을 떠나 해외 이곳저곳을 산지도 벌써 14년차가 되어갑니다. 여전히 종이책을 좋아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오랜기간 해외 떠돌이 생활을 하다보면 여건상 전자책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지는데요. 예전엔 선택지가 꽤 제한적이었는데,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으로 제작되는 “책”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아서 저 같은 해외 유목민에게는 참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가 올해 읽은 전자책 중에, 마지막 장을 넘기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묵직한 질문들을 안겨준 책이 있어 곽상훈 박사님 바통을 이어받아 여기에 소개하고 싶습니다.   소개할 책의 제목은 [의학의 미래]라는 책입니다. 제가 하는 일인 우주를 관측하고 그 데이터를 해석하는 일은 저에겐 매우 흥미롭고 즐거운 일이긴 하지만, 꽤 많은 분들께 생소한 일이 아닐까 싶은데요. 제가 하는 일과는 아주 상반된 — 물리적, 심리적으로 사람과 가깝고, 천문학적인 돈이 투입되고 있다는 점에서 — 분야인 의학, 생명공학, 화학, 그리고 그것들을 활용해 돈을 벌려는 스타트업 창업자, IT기업가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어서, 잘 모르는 우주를 탐구하듯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읽은 책입니다. 이 책은 제가 몇 년전 흥미롭게 읽은 책인 [구글의 미래]의 저자이자, 독일 슈피겔 (Der Spiegel)지의 실리콘밸리의 특파원인 토마스 슐츠가 의학, 생명공학, IT가 결합된 소위 디지털 의학에 대해 관련 업계 종사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머지 않은 미래에 다가올 의료시스템에 대한 폭넓은 통찰력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디지털 의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궁극의 맞춤 의료라고도 할 수 있는데, 책에서는 그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을 소개해 줍니다. 원서는 2018년에 출판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2020년 두 명의 여성 과학자에게 노벨화학상을 안겨준 크리스퍼(CRISPR)에 대한 이야기나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의 백신으로도 유명해진 mRNA등을 다룬점에서 작가의 기자로서의 기량을 다시금 엿보게 합니다. 동시에 저에겐 아는 단어가 나와서 반갑기도 했고요. 책의 중후반엔 SF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의학의 미래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소개되어 영화를 보듯 관련 기술들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도 느끼게 합니다. 1장부터 9장까지 다양한 인터뷰 내용으로 의학의 미래를 들려주지만, 제가 느끼기에 모든 장을 관통하는 하나의 메세지로 디지털 의료혁신이 불러일으킬 또다른 양극화 현상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도 꽤 인상적인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이 책은 저와 같이 분야에 문외한인 사람이 그 트렌드를 이해하는 정도로 가볍게 읽을 수도 있는 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빠르게 변화하고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디지털 의학이 과연 우리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진화할지, 또 다가올 200세 시대는 정말 더 나은 미래인지 조금은 의문을 가지게도 하는 점에서는 그렇게 가볍지만도 않은 책이라는 점에서 읽어 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책소개를 이어가주실 분은 [의학의 미래]에서 다룬 분야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있는 김린호 박사님을 추천합니다. 김린호 박사님은 뮌헨 외곽에 소재한 막스플랑크 생화학 연구소의 유전자 시퀀싱 팀장으로 DNA와 RNA를 매일 다루고 있거든요. 김린호 박사님은 제가 뮌헨에 살 때 재독과협과 독일에서 진행된 청소년과학경진대회 위원회 활동을 통해 알게된 분이고, 아웃리치를 포함하여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 어떤 책을 소개해 주실지 기대가 됩니다. 자세히 보기

르네상스 공돌이

블라인드 채용

전창훈 (cjun0828)

요즘 블라인드 채용을 주장하는 국내 단체에서 나에게 자신들의 소개와 관련기사를 자주 보내주고 있다. 상당히 많은 사람들에게 보내지는 메일 같아서 인터넷으로 확인해보았더니 유명한 단체였다. 최근 한 여성 국회의원도 블라인드 채용을 독려하여 사회적 공론의 목소리가 커져가는 것을 보았다. 블라인드 채용과 관련하여 첫번째로 짚어봐야 할 부분은 정-반-합이라는 ‘스윙 메카니즘’이다. 오랫동안 굳어진 잘못된 제도를 고치려면 마이너스(잘못된 좌표)에서 제로(합당한 좌표)로 이동해야 한다. 하지만 개혁 의지가 너무 크고 이 기회에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강박까지 작동하여 대부분 제로점을 한참 지나쳐버린다. 그러면 역풍을 맞아서 개혁은 방향성을 잃게 되니, 소음에 비해 변화는 미미한 빛좋은 개살구 꼴이다. 크게는 정치사에서 이런 ‘오버 스윙’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정의로운 혁명군은 혁명후 즉시 부패한 왕족을 멸하고 사회정의를 세우려고 했다. 하지만 숙정과 숙청의 시간이 길어지면 피로감을 느낀 민중들에 의해 왕정복구가 이루어진다. 이런 과정이 프랑스에도 그리고 영국에도 있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제단에 뿌려 겨우 몰아낸 왕정을 불과 몇십년 후 다시 불러들이다니, 미스테리 같은 역설이다. 근대로 접어들어 왕정이 폐지된 나라에서 보수와 진보의 몰락이 반복하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부패가 아이콘이 된 보수를 몰아내고 진보가 득세하면, 그토록 정의에 예민하던 진보는 점점 자신들에게만 관대해져 결국 내로남불의 아이콘이 되고만다. 기득권이 강했던 집단이나 제도를 몰아낸 ‘혁명군’이라면 미래사회의 비전에 천착하여, 과거를 복수하려는 욕구를 절제해야 한다. 이 절제와 균형을 잃어버리면 처음에 미미하던 균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원조 혁명군이 다시 2차 혁명에 의해 단죄된다. 그래서 혁명은 감성의 영역이 아닌 이성의 영역에서 컨트롤되어야 하며, 과거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혁명보다는 수술하듯 정밀하게 썩은 부위만 제거하는 개혁이 답이다. 물론 개혁도 말이 쉽지, 기득권 잔당들의 게릴라적 반발과 늦어터진 속도감이 절망감을 줄 터이지만, 이런 것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없다면 애시당초 칼을 안빼는 것이 더 이롭다. 한국사회에서 학벌은 취업특권만이 아니라 성인들의 중요한 아이텐터티다. 대학졸업장이 개인의 능력을 평생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니까 말이다. 고졸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딛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대통령마저 공개적으로 조롱거리로 삼았던 사회다. 아마도 죄명은 ‘서울법대 모욕죄’였을까? 그러니 이제는 그 정반대편 최강수인 ‘브라인드 채용’이 등판한 것같다. 앞에서 언급한 ‘정’과 ‘반’이 극단적으로 표출되었으니 이제는 지혜롭게 ‘합’으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블라인드 채용이라고 하면서도 대면면접은 봐야 하니까, 수려한 외모와 말잘하는 사람 그리고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에게 유리하다. 만약 연구직이 필요한 회사라면, 이 경우에 거의 모든 사원들을 연구직이 아닌 영업직 적성자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블라인드 채용을 반박할 수도 없다. 그러면 절충안으로, 현행 대학입시처럼 수시와 정시로 나누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때는 대학 학과에서 추천해주는 입사원서들이 있었다. 그리고 추천원서로 지원하면 거의 합격되었다. 회사에서 대학별로 분배해주는 추천원서의 갯수는 대학의 네임벨류에 비례했던 것같다. 결국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간 것이 약간은 가산점이 되는 구조가 자연스럽다. 그리고 학점이 좀 더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재수강 가능한 과목을 제한하거나 재수강 했다는 표시가 기재되거나 재수강 과목은 A 학점을 안준다든지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학점 변별력이 없어지면, 채용기업들은 출신대학간 차이에 더 주목하게 될 것이어서 결국 학벌타파를 더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 될 것이다. 이 경우는 미국을 참고할만하다. 미국의 경우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은 아이비 리그 대학들에서는 A 학점이 많고, 좀 못한 대학에서는 A 학점이 많지 않다. 그래서 출신대학을 모른 채 학점만 봐도 어느 정도 구별이 가능하다. 이런 현상은 아마도 학부 졸업후 대학원을 다른 대학으로 많이 지원하기도 하고, 대학간 교수들의 이동도 흔하다보니, 대학간 학력차이가 잘 알려진 덕분으로 추정된다. 좀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상이긴 하지만, 나는 기업들이 자기네 채용철학과 기준을 좀 더 솔직하게 공개하고 개성대로 집행해서 사회전체가 교훈을 얻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는 “우리 채용기준은 출신대학 60% 학점 20% 면접 20%입니다.” 삼성전자는 “우리는 출신대학 20%, 학점 30% 직무적성테스트 30% 영어 20%입니다.” SK는 “당사는 관련 자격증 취득자 10점 가산, 외국어 특기 가산점 10점, 그리고 출신대학 30%, 필기시험 30% 면접 20%입니다.”라고 공개하는 것이다. 뒤에 숨어서 무슨 기준인지 확실히 공개하지도 않으면서 상위대학 출신들만 선발한다는 루머가 무성한 회사들이 많으면, 취업자들은 정말 혼란스럽다. 물론 공무원이나 공공기관들은 기존의 방식대로 학력차별,학벌차별 없이 시험과 면접으로만 선발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사기업들은 자기네 사정과 소신에 맞게 뽑으면 된다. 그러나 지원자들을 존중해서 제발 채용기준을 정확하게 그리고 솔직하게 공개하는 예의는 꼭 지켰으면 한다. 취업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코세니아들이 있다면 위로의 말씀을 하나 드리고 마치려 한다. 코센 웹진에 올라오는 포토엣세이를 보면, 전세계적으로 잘나가는 사람들이 도처에 포진해 있다. 이 엣세이들을 읽고나서, ‘나는 왜 이모양일까?’하고 자괴감을 느꼈던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도 꾸준히 노력하면 당연히 그렇게 될 수 있다. 포토엣세이의 저자들은 그 자랑거리 뒷면에 그보다 훨씬 많은 어려움과 좌절을 딛고 올라왔을 것이다. 나 역시 대학을 졸업하면서 지원했던 IBM사의 불합격통지 편지를 받아들고 마음이 쓰라렸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합격통지일 줄 알고 설레며 열어본 그 편지의 시작은 We regret… 였다. 영어 불합격 편지는 대부분 We regret로 시작하는데, 도대체 후회할 짓을 왜 했는지 그들에게 묻고 싶었다. 그후에 그들은 후회하더라고 나는 후회하지 말자는 각오를 해보았다. 열심히 한다고 짧은 시간안에 성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오래 내공이 쌓이면 당연히 돌파할 압력이 높아진다. 다행히 이제는 평균수명이 많이 늘어났으니 서둘지 말고 꾸준히 정진하여 각자가 추구하는 분야에서 초고수가 되길 기원한다. 좌절 대신 자주 들어본 멘트를 항상 기억하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마니토바 주립 대학교] Laboratory for Infrastructure Science and Technology

마니토바 주립 대학교 (U of M)는 캐나다 마니토바주 (Manitoba)의 도시 위니펙 (Winnipeg)에 있는 연구중심대학교입니다. 2020년도 기준 31,020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며 이 중 20%의 학생이 110여개의 나라에서 참여한 국제 학생으로 이루어진 국제적인 학교 중 하나입니다. LIST 연구실은 엔지니어링 학부 (Engineering Faculty)에서 토목 공학과 (Civil Engineering department)에 속해 있습니다. 2014년에 설립된 LIST 연구실은 로보틱스(Robotics)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 및 딥러닝(Deep learning)을 이용한 구조 검사 자동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산업환경에 인공지능 적용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Fig 1. LIST 랩이 위치한 스탠리 빌딩의 전경 (좌), 포트 개리 캠퍼스의 전경 (우) 지속적인 설비 진단 및 관리 (Structural health monitoring)는 노후화된 인프라가 증가함에 따라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엄청난 규모의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킬 정도로 인프라 관리에 대한 관심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법론은 이를 관리하는데 전문적인 훈련을 통과한 인력이 고가의 산업용 기계를 활용하여 검사하였습니다. 이는 점점 늘어나는 노후화 시설물을 감시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작업입니다. 기존의 연구에서 다양한 센서를 구조물에 장착하여 확인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센서 들로부터 데이터에서 구조적 손상을 일일 히 찾는 것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입니다. 때문에 저희 연구실에서는 크게 2가지 트랙으로 연구를 진행합니다. 첫번째로 로봇을 활용한 자동 검사 방법 론입니다. 최근에 효율적인 검사를 위하여, 사람이 직접 접근하는 것이 아닌 드론 (drone)을 활용한 검사가 활성화되고 있습니다. 드론을 활용한 구조물 검사는 현재 훈련된 파일럿을 활용하거나 위성기반 항법장치 (GPS)를 활용하여 자율 비행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많은 구조물들이 GPS 신호를 막는 환경을 제공하기에 자율 비행에 제한이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자율 비행을 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합니다. 연구 초기에는 저가형 초음파 비콘 (Beacon)을 활용하여 인공위성을 대신하여 드론의 위치 계산을 활용하는 방법을 수행하였습니다. 해당 연구는 토목공학과 탑 저널인 Computer aided civil and infrastructure engineering 저널에 2018년도에 실렸습니다. 하지만 비콘의 관리 및 장애물 회피 등의 한계가 있었고 현재는 비전 기반의 위치 계산 및 장애물 회피를 적용한 자율 비행 방법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동시적 위치추정 및 지도작성 (simultaneously localization and mapping)을 활용한 자율 비행 기법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 방법론에 재능 있는 학생들을 활발히 모집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자동화된 센서 정보 처리입니다. 드론을 활용한 방법은 또한 대량의 이미지 데이터를 생성해 내게 합니다. 이러한 이미지를 활용하여 현재 디지털 복제(Digital twin)를 통한 가상 환경내에서의 구조물 상태 해석 및 인공지능을 활용한 구조물 손상 해석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분야는 현재 딥 러닝을 활용한 방법론이 대세가 되고 있으며 딥 러닝을 활용한 이미지 내에서 구조 손상 해석에 대해서는 저희 연구소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척을 하였으며, 해당 논문은 토목공학과 탑 저널인 Computer aided civil and infrastructure engineering 저널에 2017년 게재가 됐습니다. 해당 논문은 그해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중 하나로 선정되었습니다. 현재 랩에서 자체적으로 특허로 출현 및 출원 예정 중에 있으며 많은 산업계 분들과 협력을 준비중에 있습니다. Fig 2. 자율 드론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 검사 시스템 현재 2015년부터 2021년까지 14명의 학생들이 LIST 연구실에서 학위를 취득하였습니다. 14명의 졸업생 중 박사가 3명, 석사가 5명입니다. 그리고 현재 박사 졸업 예정 1명 박사 연구원 1명 3명의 석사 과정 학생들이 있습니다. 졸업한 학생들은 캐나다 공무원 1명, 나머지 학생들은 산업계 연구소 및 회사에 취업을 하였습니다. 캐나다의 특성상, 학생들의 배우자가 공식 워크 퍼밋을 제공받기도 하고, LIST 연구실 학생들은 연구를 하는 학생들에 대해서는 석사를 포함하여 일정 금액의 펀딩을 제공하고 조교 자리도 제공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엔지니어링 학부내에서 가장 최신형 연구용 컴퓨터를 제공하는 연구실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연구의 특성상 코딩에 재능 있는 학생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하며 특히 박사생의 경우 로봇 혹은 그래픽 프로세서 유닛(GPU) 가속화 프로그래밍을 잘 이해하고 있는 학생들을 선호합니다. Fig 3. 위니펙 시 외곽에 있는 마니토바 주립대 포트게리 캠퍼스 U of M 은 크게 다운타운에 위치한 의대와 위니펙 시 남쪽에 있는 포트게리 캠퍼스로 나뉩니다. 이 중 Fort Garry campus에 LIST 랩이 있습니다. 위니펙 다운타운에서는 평일에10~20분 마다 학교를 직행하는 익스프레스 라인(Blue Line) 버스가 존재하기에 이를 이용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공항에서는 대중교통을 활용하기 어렵기에 택시를 타고 오시면 됩니다. ■ 연구실 홈페이지  : https://www.youngjincha.com/ ■ 주소 : Department of Civil Engineering, University of Manitoba SP-427 EITC, 15 Gillson Street Winnipeg, MB R3T 5V6 ■ 이메일  : young.cha@umanitoba.ca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