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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
독일 뮌헨 AIRBUS 엔지니어 생활. 그리고, 네덜란드에서 새로운 시작
박선용 (ddumbae)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4월부터 네덜란드 아인트호벤에(Eindhoven) 살고 있는 박선용입니다. 요새는 각종 코로나 관련 정책 때문에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감이 잘 안 오는데 벌써 뮌헨을 떠나 아인트호벤으로 이사온지 6개월도 더 지났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합니다. 유상혁 박사님 덕분에 코센 릴레이북 독후감에 참여하게 되고 이렇게 포토에세이까지 써보는 기회를 얻게 되니 영광스럽습니다. 최근에 코센 웹진에 자주 들어와 해외에 계시는 여러 동포님들의 포토에세이를 읽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세계 곳곳을 간접적으로나마 누비고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저도 작게나마 이 포토에세이 세계에 자취를 남겨 제 소소한 삶의 기록과 함께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를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네덜란드 하면 흔히 튤립, 풍차, 암스테르담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데요, 사실 저는 아인트호벤에 이사오기 얼마 전 까지는 이 도시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도 잘 몰랐습니다. 아래 지도에서 보이다시피 아인트호벤은 네덜란드 남부에 위치한 북 브라반트주에(North Brabant) 속해 있는 도시입니다. 2015년 기준 인구는 약 23만명 정도인데 꾸준한 인구 유입으로 현재는 훨씬 많이 늘어났을 것 같네요. 알고 보니 아인트호벤 하면 몇가지 유명한 키워드가 있더라구요. 한 때 이영표 선수와 박지성 선수가 뛰었던 축구 클럽PSV 아인트호벤,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 월드컵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두 선수를 영입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인 필립스는 아인트호벤에서 시작되었답니다. 그리고 현재는 꽤 유명해진 바로 그 반도체 장비 회사 ASML이 자리하고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저는 올 4월부터 ASML에서 어플리케이션 엔지니어로 일을 하고있습니다. 필립스 슈타디온 정문에 걸려있는 박지성 선수의 포스터. 자랑스럽습니다! 아인트호벤 바로 옆 작은 도시 벨트호벤에(Veldhoven) 위치한 ASML본사 (Source : asml.com) 사실 오늘의 주인공은 아인트호벤이 아닙니다. 아인트호벤으로 이사오기 전, 저는 2019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 위치한 뮌헨 근교에 자리를 잡고 첫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뮌헨에는 코로나 사태가 터지기 일년 정도 전에 이사를 갔고 근처 여기저기 놀러 다닌 추억이 많은 기간이라 참 애착이 많이 갑니다. 그래서 오늘은 아인트호벤 보다는 뮌헨에서 살아온 이야기와 사진 보따리를 살짝 풀어보려고 해요. 에어버스 그룹 로고 (Source: https://www.airbus.com) 박사 학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며 5년 간의 프랑스 유학 생활을 끝내고, 저는 참 운이 좋게도 뮌헨(Munich, Munchen) 근교에 위치한 에어버스 그룹 산하의 에어버스 디펜스&스페이스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에어버스는 유럽을 대표하는 항공우주 회사로 회사의 사업 구조는 크게 에어버스 에어크래프트 (민간 항공기), 헬리콥터, 국방&우주 세개의 카테고리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창사 이래 에어버스는 각각 만 이천 대 이상의 민항기와 헬리콥터를 제작 및 발주하며 오늘날에는 보잉과 경쟁하는 위치에 있습니다. 2층 객실로 명성을 떨쳤던 에어버스의 상징과도 같았던 A380을 기억하시나요? 항공산업의 트랜드, 시장성에 맞지 않아 점차 퇴역하고있는 기체이지만 에어버스를 세계에 알린 주요한 역할을 했었죠. 그런데 사실 에어버스는 항공산업뿐만 아니라 국방, 우주 분야에서도 산업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한때 에어버스를 대표했던 점보 항공기 A380 (Source: https://www.rfi.fr/en/france/20190214-airbus-grounds-production-a380-superjumbo) 아래 그림은 에어버스 디펜스&스페이스의 우주 산업 포트폴리오를 보여줍니다. 지구 관측, 통신, 네비게이션, 발사체, 우주 탐사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우주 산업에 에어버스 디펜스&스페이스가 포함되어있는 것을 다시 확인하고 사실 저도 새삼 놀랐습니다. 에어버스 디펜스&스페이스의 우주 산업 포트폴리오 (Source: https://www.airbus.com/space.html) 저는 이 거대한 항공우주 회사의 시스템 안에서 우주 산업에 집중하는 조직에 몸을 담으며 지난 2년 동안 개발 엔지니어로서 목성 위성 탐사선을 위한 태양전지판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제가 소속해 있던 부서는 태양전지판 개발 및 생산을 담당하는 부서로, 과학 미션을 위한 우주 탐사선 제작뿐만 아니라 상업용 인공위성에 필요한 태양전지 판 또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의 날개처럼 보이는 태양전지판은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제작 단계에 들어가기 전까지 상당히 긴 시간의 제작 계획 수립 기간이 존재합니다. 커다란 실제 크기의 패널을 제작하기 전에 작은 샘플들을 제작하여 (업계에서는 쿠폰(Coupon)이라고 부릅니다) 태양전지판이 맞이할 우주조건을 지상에서 재현하여 테스트를 하게 됩니다. 지구나 목성과 같이 자기장이 존재하는 행성을 궤도 운동하거나 지나가는 경우에는 자기장에 갇힌 고 에너지 전자와 양성자들의 충돌에 의한 전지 특성 저하를 정확히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실험실에서 가속 조건을 조성하여 수 년에 걸쳐 발생할 특성 저하를 수 시간 혹은 수 일에 걸친 짧은 실험으로 재현해냅니다. 수십 미터 제곱에 달하는 실제 크기의 태양전지를 전자가속기, 양성자 가속기 실험실에 옮겨서 실험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 태양전지 판과 거의 동일한 구조를 갖는 작은 크기의 샘플을 제작하여 이런 다양한 환경 실험을 진행합니다. 입자 가속기 실험 외에도 자외선 저항, 열 충격 저항, 진동 저항 실험 등 전기적, 열적, 물리적 실험들을 모두 성공적으로 통과한 후에 비로소 실제 패널을 제작할 수 있게 됩니다. 통상적으로 상업용 태양전지 판의 제작 기간은 길면 1년 정도 소요되며 아래 그림에 보이는 대규모 과학 미션을 위한 우주탐사선 용 태양전지판 제작은 3-5년 정도의 시간이 개발, 제작에 소요됩니다. 제가 근무하던 기간 동안 많은 개발과정이 마무리되어 현재는 수만개의 작은 태양전지가 직렬, 병렬로 연결된 실제 태양전지판이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프로젝트의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쉽습니다. 미항공우주국의 (NASA) 유로파 클리퍼 우주탐사선 (Artist’s impression) (Source: NASA/JPL-Caltech link) 로제타 우주탐사선에 장착된 완성 단계의 태양전지판 (Source: https://www.esa.int/) 이제는 회사에서 사는 이야기를 조금 해볼까 해요. 뮌헨은 알프스 산맥에서 가까이 위치한 도시입니다. 그래서 겨울에는 눈이 정말 많이 내렸던 기억이 납니다. 아래 사진은 제가 회사에 처음 출근했던 날. 회사 로고 위에 소복하게 쌓여 있는 눈이 유난히 눈에 띄어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네요. 회사 본관 정문을 지나면 눈에 확 들어오는 발사체 모형을 볼 수 있습니다. 건물 외부에 있는 구조물이라 사진 찍는데 제약이 없답니다. 저희 부서는 매년 겨울 오스트리아로 넘어가서 산에서 독일어로 쉴릿튼(Schlitten) 이라고 불리는 눈썰매를 탑니다. 쉴릿튼은 보통 나무로 만들어 밑 면에 철판을 붙인 눈썰매를 지칭합니다. 평일 오전만 근무하고 오후에는 부서 직원들 전체가 차로 한시간 남짓 남쪽을 향해 운전해서 국경을 넘어 썰매를 타러 내려간답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에서는 산 속으로 들어가는 길은 종종 사유지를 지나야 할 경우가 있는데 주의하세요! 네비게이션으로 사유지 경로를 제외하지 않는다면 이유도 모른 채 통행료를 지불해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독일 국경에서 가까운 오스트리아 Thiersee 근처 산 한시간 정도 걸어서 올라가보니 눈에 파묻혀 있는 산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사람 키보다 높이 쌓여 있는 눈은 처음 봤어요. 회사 동료에게 들었던 일화가 있는데 겨울 휴가를 이런 산장에서 보내는 와중에 눈에 갇혀서 사흘 동안 안에서 생존 게임을 했다고 합니다. 산장 문을 열면 눈이 앞을 막고 있어서 몇일 동안 산장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고 하네요. 산 정상에 위치한 산장, 썰매를 타고 내려오기 전에 시원한 맥주와 식사로 배를 든든하게 채웁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 여름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새 회사 여름 축제 기간이 다가옵니다. 매년 7월 말 즈음에 주차장을 비우고 임직원들을 위한 작은 놀이터를 만들어주는데 이 놀이터 안에 여러 놀이기구와 무료 맥주, 칵테일, 음식, 저녁엔 콘서트와 불꽃놀이까지 이 모든 게 5유로에 가능하답니다. 2020년에는 코로나의 여파로 인해 행사가 취소되어 매우 아쉬웠습니다. 하루 빨리 우리 모두 코로나로부터 회복되어 정상적인 여가,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에어버스 디펜스&스페이스는 회사 특성상 대부분의 임직원이 유러피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뮌헨에 위치한 저희 부서는 대부분의 직원이 독일인이었지만 저처럼 프랑스에서 넘어온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프랑스에서 유학하며 갈고 닦은 불어 실력을 적극 활용하여 회사 내에 프랑스 동료들과 자주 만남을 갖곤 했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한식당도 여러 번 갔는데 이 친구들이 저보다 소주를 잘 마시더라구요. 한국식 바비큐와 쌈을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이럴 땐 참… 저도 모르게 속된말로 ‘국뽕’이 좀 차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뮌헨에서 가장 유명한 행사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옥토버페스트입니다. 바이에른 주민들은 보통 Wiesn이라고 줄여서 부르기도 하는데 축제가 열리는 장소가 테레지엔비제(Theresienwiese)이기 때문입니다. 이 맥주 축제는 9월 중순 경에 시작해 10월 초 까지 2주 동안 열립니다. 뮌헨 소재 대표 6대 양조장-호프브로이하우스(Hofbrauhaus), 뢰벤브로이(Lowenbrau), 파울라너(Paulaner), 아우구스티너브로이(Augustiner-Brau), 하커프쇼르(Hacker-Pschorr), 슈파텐브로이(Spatenbrau)-들은 거대한 비어텐트(Bierzelt)를 설치하여 운영하는데 저녁시간 대의 경우 이 거대한 텐트 내 외부에 설치된 테이블은 예약 없이 들어가 앉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2019년 코로나가 유럽을 덮치기 전 마지막 옥토버페스트때 찍은 사진들입니다. 비어텐트에서 제공되는 맥주는 1 리터 용량의 마스 비어(Mass Bier)로 통일 되어있고 이 맥주 행사를 위해 양조된 특수 맥주로 일반적인 뮌헨 지역의 맥주보다 도수가 높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텐트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알코올 6% 이상의 도수가 제공되고, 축제 분위기에 취해 2잔만 마셔도 자기도 모르는 새 취해서 비틀거릴 수 있으니 주의하세요! 저도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한 날엔 2잔 반 정도 마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S-Bahn에서 깜빡 잠이 드는 바람에 종착역까지 가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 코로나사태로 인해 작년과 올해는 행사가 취소되었지만 내년부터는 다시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옥토버페스트 없는 뮌헨은 정말이지 허니없는 버터칩 같아요. 2022년 옥토버페스트에서 혹시 우연히 만난다면 같이 맥주 한잔 기울여 볼까요? 바이에른 주민 답게 전통 의상 레더호젠(Lederhosen)을 입고온 회사 동료. 옥토버페스트 분위기 버프를 받으면 주량이 두배는 느는 것 같습니다. 뮌헨 남쪽에는 알프스 산맥이 길게 펼쳐져 있고 알프스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산과 호수, 그 사이에 하이킹 코스들이 있습니다. 많은 바이에른 주민들은 휴일에는 여지없이 집 밖으로 나와 아웃도어 액티비티를 즐기는데 저 또한 여기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수와 산을 찾게 되고 자연스럽게 하이킹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포토에세이의 아래 부분은 제가 다녀본 하이킹 코스 중에 좋았던 곳을 소개하는데 할애하려고 합니다. 꼭 하이킹을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오감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는 장소를 골라봤습니다. 추천 하이킹 코스 1: 아입제(Eibsee),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Garmisch-Partenkirchen) 제가 살던 뮌헨 근교의 작은 도시 Hohenbrunn에서 한시간 반 정도 차로 내려오면 추크슈피체(Zugspitze) 산 입구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추크슈피체는 해발 2962 미터 높이로 독일 최고봉이며 독일과 오스트리아 경계에 위치해 있습니다. 케이블 카를 타면 산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왕복 이용료가 제 기억에 60유로 정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겨울에는 스키 시즌이기 때문에 올라가서 스키를 탔지만 여름엔 너무 비싸서 올라갈 엄두도 못 냈습니다. 추크슈피체 입구에서 정상까지 왕복하는 케이블카 스테이션 (Source: https://zugspitze.de/en/Zugspitze/Summer/Cable-car-Zugspitze) 여름에는 하이킹, 겨울에는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추크슈피체 +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지역 (Source : https://zugspitze.de/en/Zugspitze/) 추크슈피체 바로 아래에는 정말 아름다운 호수인 Eibsee가 있는데요, 여기는 초보자들도 아주 쉽게 환상적인 풍경을 즐기면서 하이킹 하기에 정말 좋은 장소입니다. 호수를 끼고 걷다 보면 나오는 풍경은 사진 찍기 귀찮아 하는 저도 저절로 카메라 앱을 켜게 만드는데요, 정말이지 몇 번을 가도 질리지 않는 코스입니다. 여름에 하이킹을 하러 오는 사람도 많지만 해수욕 대신 호수욕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도 정말 많습니다. 바다로 가려면 프랑스 남부, 서부 혹은 이탈리아 북부까지 가야 하는데 그 먼 여행길을 택하는 대신 이런 뮌헨 근처 호수로 와서 여름 휴가를 즐기는 독일인도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Eibsee 입구에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식당이 있는데 호수를 한바퀴 돌고 난 후 맥주 한잔 하시기를 추천합니다! 하이킹과 맥주는 환상의 조합 남부독일 - 오스트리아식 팬 케이크 카이저슈마른 (Kaiserschmarrn). 이 지역 사람들은 이 단 팬 케이크를 식사 대용으로도 먹습니다 (맥주와 함께!). 저는 2년을 살아도 절반 이상은 못 먹겠더라구요. 추천 하이킹 코스 2: 테건제(Tegernsee) 뮌헨에서 약 40분 정도 차를 타고 내려오면 관광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은 호수와 마을을 방문하실 수 있습니다. 테건제는 제가 살던 집에서도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 위치해 있어서 틈만 나면 내려가서 하이킹을 하고 호수에 발도 담그고 했습니다. 하이킹 코스는 초보자부터 중급자까지 다양하게 있으며 보통 한시간에서 두시간 정도면 코스를 도실 수 있습니다. 배를 타고 호수를 가로질러 건너편 선박장까지 다녀와보는 것도 좋아요. 저는 테건제에 가면 항상 가는 식당이 있는데요. 바로 Braustuberl Tegernsee이라는 식당입니다. 관광지 임에도 불구하고 맥주와 음식 가격이 상당히 저렴한 편이고 맛도 아주 괜찮아서 강력 추천합니다. 저는 갈 때마다 항상 먹는 메뉴가 똑같아요. 바로 슈바인스학센(Schweinshax’n)인데요, 2년 동안 뮌헨 시내와 근교에서 기회가 될 때마다 학센을 먹어 봤지만 아직 여기보다 맛집은 못 찾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최고 슈바인스학센 맛집 Braustuberl Tegernsee! 추천 하이킹 + 관광 코스 3: 오스트리아 최고봉 그로스글로크너(Grossglockner) 세번째로 추천드릴 모험지는 바로 오스트리아 최고봉 그로스글로크너입니다. 뮌헨에서 약 세시간 정도 운전하며 내려오시면 알프스의 설산과 빙하를 감싸는 멋진 산악 도로가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산악 도로를 달리다 아름다운 풍경에 못 이겨 멈춰서도 괜찮아요. 도로 옆 주차 공간은 넉넉하니 안심하고 차를 대시고 계획에 없던 틈새 하이킹을 해보는 것도 참 재밌을 거예요. 설산에서 눈이 녹아내려 계곡 물이 흐르는 포인트를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작년 여름 여자친구, 상훈형님, 은경누님, 준수형님, 희정누님과 함께 그로스글로크너를 정복하고 저녁 느지막이 숙소로 돌아와 삼겹살을 구워 먹고 전국 노래자랑 시간도 가지면서 한국적인 저녁시간을 보냈던 게 참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이킹 코스에서 잠시 빠져나와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 벌써 2020년 가을이네요. 독일 다른 지역은 어떤 지 잘 알지 못하지만 뮌헨 근교에서는 가을이 되면 호박 시장이 활황을 이룹니다. 다양한 종류의 호박을 사서 장식용으로 사용하거나 호박으로 이런 저런 음식을 해먹는 것 같은데요, 저와 제 여자친구의 주 목적은 호박으로 잭오랜턴 (Jack-o'-lantern)를 만들며 노는 것이었습니다. 도시 바깥에서 살면 종종 심심하다 느낄 때가 있는데 이런 소소한 놀이가 주는 즐거움이 참 소중하더라구요. 여자친구와 함께 만든 잭오랜턴. 왼쪽, 오른쪽 중 어느 것이 제 잭오랜턴 일까요? 마지막 하이킹 코스 추천: Herzogstand 뮌헨을 떠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2021년 2월 초 Herzogstand로 겨울 산행을 떠났습니다. 뮌헨에서 살며 정말 친하게 지낸 신준수 박사님과 함께한 뮌헨 마지막 산행이었습니다. 이 등산 코스는 참 재밌는 점이 두 호수(Kochelsee 와 Walchensee)를 사이에 끼고 등반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두시간 정도 묵묵히 걸어 올라가다 보면 산 정상에 도착하게 됩니다. 정상에서는 두 호수가 앞 뒤로 보여 색다른 산 정상의 뷰를 볼 수 있습니다. 겨울의 막바지에 다녀온 산행이라 산에 쌓인 눈들이 점점 녹는 시기였는데 하산이 정말 위험천만 했습니다. 심한 코스는 걸어 내려가는 게 불가능해 앉아서 미끄러져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겨울 산행은 등산과 하산 모두 천천히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서 해야함을 마음 깊이 새기고 돌아온 산행이었습니다. 에어버스에서 2년 간의 짧은 첫 직장 생활을 마치고 3개월 간의 구직 및 휴식기를 가졌습니다. 유난히 춥게 느껴졌던 2021년 겨울, 타지에서 코로나의 마수 아래 구직활동을 하는게 여러모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네덜란드에서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제 포토에세이 도입부에서 잠시 소개해드렸던 아인트호벤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데… 저와 프랑스에서부터 함께 했던 2010년형 디젤 푸조207에 한가득 짐을 싣고 고양이들과 함께 독일을 떠나 네덜란드 땅을 밟으러 갑니다. 네덜란드의 디젤 차량 보유세 폭탄은 생각지도 못한 채… 남는 공간 하나 없이 가득 차버린 차 뒷좌석과 트렁크. 나의 유목생활은 언제쯤 끝이 날까? 다음에 또 포토에세이를 쓸 기회가 온다면 네덜란드에서 쌓은 추억들을 사진과 함께 풀어서 전해 드릴게요. 그럼, 코센 회원님들 모두 건강한 몸과 마음 유지하시길 바라며, 행복한 2021년 보내시길 바라며 이만 포토에세이를 마치겠습니다. 2018년 9월에 태어나 어느새 만 세 살이 넘은 냥이들. 중-장모묘의 이름은 선비(여자), 단모묘의 이름은 도레미(남자)입니다 2018년 11월 - 선비는 10월에, 도레미는 11월에 입양됐어요. 2019년 봄 어느날 - 장난꾸러기 도레미는 오늘도 이불에 쉬야를 했습니다. 귀여우면 다 용서가 되지요. 2019년 봄 언젠가 - 청소년기를 눈 깜짝 할 사이에 보내고 있는 선비. 성묘인 지금과 비교해보면 얼굴 구조의 변화가 꽤 많이 일어났어요. 2019년 늦여름 어느날 - 거의 성묘의 모습을 갖춰갑니다. 2021년 9월 - 얘는 대체 왜 이렇게 앉는 걸 좋아할까요?
RELAY BOOK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저
저는 애플 뮌헨지사에서 디지털회로 설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곽상훈이라고 합니다. 같은 뮌헨지역 재독한인과학기술자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준수박사의 추천으로 코센 독후감 릴레이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무척 반갑고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의 처음 해외연구경력은 2013년 브리스톨 대학교의 박사후연구원 부터입니다. 2015년에는 현재 Université Grenoble Alpes 로 통합된 Universität Joseph Fourier Grenoble I에 소속된 Vermag Lab 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재직했고, 2017년 부터는 진로를 조금 변경하여 독일의 뮌헨의 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낯선 곳을 경험해 보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때문에 여행을 매우 좋아합니다. 유럽에서 생활하는 동안 유럽여행을 많이 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역사, 기행서 등의 책을 요즘은 많이 읽고 있습니다. 더구나, 좋은 전자책 서비스들이 많이 등장 해서 해외체류하는 저 같은 사람들도 신간을 부담없이 빨리 접해 볼 수 있는 좋은 시대가 왔다는 것을 실감하는 중입니다. 오랜 박사과정, 박사후연구원의 생활동안 연구프로젝트 수행 중에, 그리고 결과물을 선 보여야 하는 시점에 항상 어떻게 프로젝트의 수행결과물을 세계 최고수준의 저널, 컨퍼런스에 투고할까 골몰하던 생활을 오래 지속했습니다. 그때를 돌이켜 보니 박사과정을 최초로 시작할 때의 그 설레던 마음, 학문의 세계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잊고 가시적이고 정량적인 연구성과를 내도록 고착화된 루틴 안에서만 지식의 탐구를 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구나, 기업의 연구원으로 진로를 변경한 이후에는 이러한 새로운 지식탐구의 여정을 함께할 기회가 적어졌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던차에 "~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가지고 컬럼을 연재하여 한국의 신문 독자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선풍적인 인기를 가져온 서울대학교 정치학과의 김영민 교수님이 쓰신 "공부란 무엇인가"를 읽게 되어 이 책에 대한 느낌을 간략히 소개해 볼까 합니다. 이 책은 학위과정, 혹은 전업으로 학문탐구를 하는 교수, 연구자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공부의 본질과 태도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는 대중교양서입니다. 즉,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공부의 본질, 공부하는 즐거움과 태도에 관해 일반인의 관점, 학생의 관점에서 좀 더 성찰해 보고 철학적으로 사유해 보면서 저자의 관점을 나누는 산문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전작들에서도 나타나는 날카로운 풍자와 유머가 역시 책을 읽는 내내 재미의 요소로 다가 옵니다. "무용해 보이는 것에 대한 열정" 이라는 제목을 가진 2부의 내용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줍니다. 제가 공부했던, 디지털회로 설계자동화, 컴퓨터 구조 등의 전공은 다른 컴퓨터공학의 세부 전공과 마찬가지로 해당 분야의 연구성과가 현재 산업계에서 곧바로 이용되는 매우 실용성이 큰 분야입니다. 하지만, 뉴턴의 만유인력의 발견이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의 전개 등, 인류의 역사를 바꿔 놓고 현대물리의 근간을 세운 역사적인 발견, 발명의 순간들은 그 첫 순간에는 무용해 보이는 사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가 쌓아올린 모든 지식의 체계와 현대과학기술의 근원적인 출발점은 인간의 지적호기심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정신의 척추기립근을 세우기 위해서"라는 제목을 가진 꼭지에서는 공부의 기대효과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 꼭지에서 저자가 인용한 예술가 패티 스미스의 "나는 왜 공부를 하는가? 그저 살기만 할 수가 없어서" 이 말이 저의 뇌를 때렸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혹시 생계를 위한, 업적을 위한 연구와 공부에 매몰 되어 오늘도 고단하고 지친 하루를 보낸 연구자, 학생이 계시다면, 지친 하루를 보낸 당신께 힘내시라는 위로의 응원을 한 말씀 전하면서 조용히 이 책의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예, 그저 살기만 할 수 없어서, 우리는 공부합니다" 다음주자로 저는 이민주 박사님을 추천합니다. 이민주 박사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연구하는 천문학자입니다. 최근에 덴마크 공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를 시작했으며, 역시 재독한인과학기술자협회의 뮌헨지역에서 같이 활동하며 알게 된 분입니다. 이민주 박사님의 다음 책소개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