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센
  • PHOTO ESSAY

    캐나다 매니토바대학교에서 식물육종학(plant breeding) 대학원생활

    이윤영 (kaylalee08)

    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 위니펙에 위치한 매니토바 대학교(University of Manitoba)에서 식물육종학(plant breeding) 석사과정을 하고 있는 이윤영입니다. 오늘 저는 제 2의 고향인 위니펙에서의 삶을 포토에세이를 통해 나누어보려합니다. 28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찍은 위니펙의 랜드마크인 인권박물관과 폭스마켓 많은 분들에게 캐나다 위니펙이라는 도시는 아무래도 생소한 곳이 아닐까 합니다. 위니펙은 캐나다 대륙 정중앙에 위치한 매니토바주의 주도로서 인구수는 약 81만명 정도이며 매니토바 전체인구수가 138만명인걸 감안하면 주 인구의 절반이 상이 거주하고 있는 주 내 가장 큰 도시입니다. 매니토바 주는 산하나 없는 평탄한 대평원으로 유명합니다. 사진에서도 볼수 있다시피 그 안에 위치한 위니펙 또한 평야의 한복판에 위치해있습니다. 위니펙에서 약 20분 떨어진 곳에 있는 지리적으로 캐나다 가로 정중앙을 표시하는 푯말 from centreofcanada.ca 현지 사람들에게 위니펙은 윈터펙(Winterpeg)으로도 불려집니다. 그 이유는 위니펙에도 사계절이 존재하지만 겨울이 가장 길기도 하고, 특히 겨울의 추위는 겪어보지 않고는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춥기 때문입니다. 근처에 바람을 막아줄 산이 없고, 온통 평야다보니 겨울에는 wind chill까지 감안을 하면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일도 빈번합니다. 제작년 겨울에는 3일동안 영하 50도를 유지하여서 화성보다 추운 날씨를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반려견 만두와 함께 하는 위니펙 겨울 산책 드넓은 평야지형으로 인하여 매니토바주는 농업, 기계공업이 많이 발달하였고 곡물 거래가 왕성한 물자의 집산지입니다. 카놀라와 밀은 매니토바주의 가장 가치적인 수확물이라고 볼 수있습니다. 여름에 연구 농장에서 찍은 매니토바 카놀라 field 매니토바 대학교 Fort Garry campus from news.umanitoba.ca 매니토바주 위니펙에 위치해 있는 매니토바 대학교는 서부 캐나다 최초의 대학교로서 1877년에 설립이 되었습니다. 100개가 넘는 프로그램들을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에는 약 3만명의 학생들(대학생과 대학원생포함)이 재학중입니다. 인기전공으로는 비지니스, 회계, 공학, 농업, 농업경제, 의학 등이 있습니다. 매니토바 대학교는 많이들 아시는 카놀라를 개발한 대학교로도 알려져있습니다. 1970년대에 캐나다 농업 농산식품부와 매니토바 대학교 연구진이 함께 전통적인 식물 육종 기술을 사용하여 카놀라를 개발하였습니다. Agriculture and food sciences 학과 건물 현재 저는 agricultural and food sciences학과에서 석사과정으로 wheat breeding and genetics를 공부하고 있습니다. 제 프로젝트는 Fusarium head blight라는 fungal disease를 이겨내는 spring wheat 종을 전통적인 식물 육종 기술을 사용하여 개발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있는 방법을 찾는 것 입니다. 연구 농장에 위치한 나의 리서치 플랏 연구를 위해서 농부처럼 봄에는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는 저의 field trials을 관리합니다. 그리고 여러 대안방법들에 따라 Fusarium병균을 field에 있는 밀들에게 뿌려서 밀 곡물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 지를 봅니다. 가을에는 추수를 하고 도정작업을 합니다. 겨울철에는 그린하우스와 연구실에서 실험을 진행합니다. 농대에서 식물육종학 대학원생 생활을 하고있는 제게 여름은 가장 바쁜시기입니다. 여름에는 종종 제 반려견 만두와 함께 field를 관리하러 가기도 합니다. 만두는 그때마다 주위 야생 사슴이 제 밀을 먹고 있으면 그들을 열심히 쫒아 주며 스스로 밥값을 챙기기도 합니다. 사슴들을 쫒고 난 뒤 밀들 사이에서 휴식 중인 반려견 만두 위니펙의 랜드마크 캐나다 인권 박물관 Canadian Museum for human rights 위니펙의 랜드마크인 캐나다 인권박물관 (Canadian Museum for human rights)은 2014년에 문을 연 세계 최대규모의 인권박물관으로서 캐나다 국립박물관입니다. 인권박물관에서는 캐나다를 포함한 세계의 인권 역사와 인종, 차별, 종교, 장애인에 대한 사건들과 끊임없는 논쟁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곳의 독특한 외관 또한 볼거리인데요. 2018년에 새로 선보인 10불 지폐의 뒷면에는 위니펙에 있는 캐나다 인권박물관 사진이 그려져있습니다. 2018년에 새로 선보인 캐나다 10불 지폐 Assiniboine Zoo 1904에 설립된 아시니보인 동물원(Assiniboine Zoo)은 180종이 넘는 동물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아시니보인 동물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수중 터널안에 들어가면 머리 위로 수영을하거나 놀고있는 북극곰들을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수중 터널안에서 본 수영하는 북극곰 아시니보인 동물원에서 보살핌을 받고 있는 북극곰들은 어렸을 때 야생에서 고아가 되어 구조된 북극곰들입니다. 이렇게 사람의 보호속에서 자란 북극곰들은 다시 야생으로 돌아가진 못하고 매니토바 밖 다른 시설로 이주하여 매니토바 북쪽 지역인 처칠(Churchill)을 대표하는 동물로서 인간과 북쪽 생태계를 이어주고 인간들에게 북쪽 생태계를 보존하기위해 생활방식을 바꿀수있도록 영감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물놀이하는 북극곰들 매니토바의 official mammal emblem인 바이슨 저는 학창시절 위니펙으로 이민을 오게되었습니다. 올해가 위니펙에 정착한지 딱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다른 도시나 나라는 여행으로만 방문을 했었고, 이렇게 긴 시간을 살아온 곳은 한국을 제외하곤 위니펙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위니펙은 제게 있어 제 2의 고향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저는 석사과정을 마무리하고 박사과정이란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 든 위니펙을 떠날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참 시원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위니펙이라는 작은 도시는 캐나다 거주자 분들에게도 그리고 여행지를 고르는 여행가들에게도 방문하게 될 확률이 적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렇게나마 제가 여러분들에게 위니펙을 소개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 정말 기쁘고 KOSEN관계자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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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BOOK

빨강머리앤이 하는말 (이달의 주자 : 이명주)

백영옥 저

저는 독일에서 유학하던 시절에 코센(KOSEN)을 알게 되었어요. 독일에서 회사를 다니던 중에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 채용 공고에 서류를 제출했었지요.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시절에 코센(KOSEN)이 제공한 장학금과 저를 추천해 주신 이승미 회원님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예요. 그렇게 저는 소중한 분들의 도움으로 2003년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건축학부의 교수가 되었습니다. 지금은 학부장직을 맡아 학부에 봉사하고 있으며, 대학 내 「IT&제로에너지건축센터」의 센터장도 역임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안식년이었던 2009년에 당시 중소기업청과 창업진흥원이 발주한 「디자인교수 실험실 창업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그 이듬해인 2010년에 「㈜제드건축사사무소」 법인기업을 설립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교수. 연구자 그리고 건축가로서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쓴 저서로는 ‘건축물 중심 제로에너지도시(이명주 2017)’가 있습니다. 언젠가는 제로에너지 건축·도시에 대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어서 어려운 이야기를 편하게 전달하는 책을 주로 좋아하고, 저의 삶에 격려가 필요할 때 한 번씩 펼쳐보고 싶은 책을 좋아합니다.   오늘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소설가 백영옥님의 에세이인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입니다. 제목을 보면 캐나다의 소설가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가 1908년에 발표한 명작 <그린 게이블의 앤(ANNE OF GREEN GABLES>이 생각나실 겁니다. 이 책은 몽고메리의 원작과 애니메이션에 심취한 백영옥님이 역대 최강 “밝음”의 아이콘인 앤 셜리(Anne Shirley) 삶에 자신의 삶을 투영시키면서 그녀의 추억을 잔잔하게 적어 내려간 글입니다. 중간 중간에 삽화도 있어서 어릴 적 보았던 빨강머리 앤 만화 속으로 빠져들기도 하지요. 백영옥님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앤 셜리를 ‘자기 자아를 안 무너뜨리고 불행을 선택하지 않는 아이’라고 표현하였죠. 제가 생각하는 앤 셜리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굳이 표현하자면, 루이스 글릭의 <눈풀꽂>(류시화 옮김) 시에 나오는 ‘기쁨에 모험을 거는 아이’가 아닌가 싶어요. 저는 앞서 저의 소개를 드린 것처럼 참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조직을 통찰력 있게 바라보면서 조직원들의 업무와 성과에 대한 대가를 매월 급여로 지불해야하는 CEO로 살아야 하는데, 아쉽게도 교수와 사업가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철부지 교수 같은 사업가’로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기쁨보다는 슬픔이, 희망보다는 좌절이 더 많았어요. 교수로만 머물렀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왜 자진해서 사업가가 되었느냐고 묻고 물었고, 다시 2009년으로 돌아가 ‘디자인교수 실험실 창업 지원 사업’ 제안서를 찢었던 날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앤 셜리의 인생 철학 주변을 맴도는 한 마리 새처럼 아침이면 사무실과 학교를 오가며 희망을 지저귀고 있습니다. 저는 소설가 백영옥님의 앤 셜리를 읽으면서 이명주의 앤 셜리를 상상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습니다. 가끔은 백영옥님의 좌절은 내 좌절보다 크지 않았고, 그녀의 추억은 저의 추억보다 더 진하지 않았다고 비교하기도 했지요. 항상 그랬듯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매일 매일 반복되고 있던 어느 날, 누군가 저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될 거라고 말해주었습니다. 실수와 시도를 끊임없이 행하는 앤 셜리는 행복을 찾아가는 시간 여행자입니다. 자신이 경험했던 시간 속의 주인공으로 성장하는 앤 셜리를 보면서 저는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 책의 부제는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입니다. 코센(KOSEN)이라는 녹색지붕 아래에서 어우러져 살아가는 「아직 너무 늦지 않았을 우리에게」 앤 셜리의 쾌활한 음성으로 한 줄 응원을 보냅니다. ”이토록 흥미진진한 세상에서 슬픔에 오래 잠겨 있기란 힘들지요? 그렇죠?“   다음 주자는 코센(KOSEN)의 회원이자, 명지대학교 IT&제로에너지건축센터의 연구교수님이신 이응신교수님이십니다. 제가 독일 베를린 공대에서 만난 존경하는 선배님이십니다. 저는 이 분이야말로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 물리학 전문가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이런 분은 어떤 책을 추천하실까요? 자세히 보기

과학 칼럼에 정치와 언론을 주제로 글을 쓰려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과학기술자들의 정치참여는 ‘순결서약’을 깨뜨리는 것처럼 교육받아온 탓이다. 예전에 가난했던 조국이 독재정치 하에서 경제개발을 속히 이루려고, 정치에 눈 감고 개발경쟁에만 매진하도록 요구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정치가 연구환경을 결정하니 정치와 과학의 연결고리를 고민해봐야 한다. 다만, 머리 좋은 과학자가 정치도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정치는 수식과 논리로 작동되는 기계가 아니라 유권자들의 지지로 추진력을 얻는 ‘내편 만들기 게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할 때는 조폭들의 단합대회 같고, 고상할 때는 ‘읍참마속’의 고사처럼 거룩한 희생을 치루는 의식이 되기도 한다. 물론 그 생태계 내부의 속살은 “나는 내 손모가지와 가진 돈 모두를 건다! 너는 무엇을 걸래?” 같은 거친 협박도 오가는 실전상황일 것이다. 오늘날 과학은 정치와 여론의 시녀일 수밖에 없는 처지니까 정치를 이해하지 못하면 과학을 지속가능하게 경영할 수 없을 것이다. 페이지가 넘어간 트럼프 체제는 정말 기상천외했다.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정책에 어안이 벙벙할 때 더 놀라운 조치가 이어졌다. 문화유산을 정하면서 팔레스타인 편을 든다는 이유로 2018년 유네스코를 탈퇴했고, 2019년에는 파리 기후협약도 탈퇴한다고 선언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에서는 원전과 지속가능 에너지의 대립, 그리고 4대강 댐 유지와 철수 간의 논란이 지속되었다. 정치권은 이런 부분까지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아마도 탈원전 이슈는 언론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간단한 원칙에 충실했다면 좀 더 쉬웠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예를 들면, 원전폐기를 장기목표로 두고, 재생 에너지가 원전 하나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생산해낼 때마다 원전을 하나씩 해체할 것이라고 발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단 선언부터 해놓고 일을 시작하다보니 뒷감당이 어려웠다. 중동에 수출하여 건설중인 원전의 운용이 시작되는 시점이라는 것도 탈원전의 당위성과 도덕성을 증명하기 어렵게 했다. 민주사회에서 정치는 늘 언론을 껴앉고 살아야 하는 처지인데, 언론은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바람같은 것이다. 여기에 여론이 더해지면 바람은 태풍으로 변한다. 언론은 대안제시보다는 사건과 사고 자체를 좋아한다. 큰 일이 있을 때마다, 희극인지 비극인지에 관계 없이 언론들이 가장 신바람이 나있던 것을 상기해보면 자명하다. 사건-사고가 있어야 장사가 잘되는 업종이 언론이다. 개인에게도 마찬가지다. 뭔가 좀 뜬다는 사람이 있으면 언론사들은 집중취재와 인터뷰로 거의 도배질을 한다. 그러다가 그가 위기를 맞으면 이제는 기자들이 돌연 하이에나로 변해 밤낮 없이 집앞에 죽치며 기관총같이 긴 망원렌즈로 커튼 너머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한다. 당장 코로나 백신부터 인공지능에 자율주행 차량까지 사회를 격동속으로 몰아넣을만한 문제들이 올해부터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는 심지어 전문가들조차도 진실을 알기 어렵거나 자신들의 이익이 결부되어 진실을 말할 수 없는 부분도 많다. 그런데 대다수 국민들은 언론을 통해서만 사안을 이해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국가별 백신 거부율 통계가 보도되고 있는데, 시민들은 도대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의사를 표시한 것일까? 후유증은 쉽게 과장되고 새로운 백신의 원리는 상당히 복잡하다. 충분한 이해없이 이런 깜깜이 결정을 요구받고는 그 결과가 다시 거부율로 보도되는 일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현재 우리 삶은 너무 많은 변수로 인해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곳으로 점점 빠져드는 중이다. 그리고 잘 모르기는 우리와 마찬가지지만,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아는 척하는 언론의 안내를 받으며 세계최초라는 구호 속을 계속 전진할 것이이다. 인터넷으로 책을 덜 읽게 되면서 지식보다는 정보가 중요해졌다. 그래서 간단한 결론만 기억하고 싶어한다. 언론은 이런 환경에 적응하여 자극적으로 단편적 지식을 쏟아낸다. 안타깝게도 신뢰할만한 과학기술 언론은 황우석 사태 때 잠시 등장하고는 모두 사라졌다. 삼성전자 반도체만 지속된다면 한국은 건재할 것인가? 속도를 늦추는 것이 답인가? 아니면 다른 길로 가는 것이 답인가? 남들 안따라가고 이런 혼자만의 고민을 해볼만한 자신감은 한국사회에 있는 것인가? 등등의 생각에 연초부터 머리가 복잡하다. 이제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상위대학들의 연구 경쟁력이나 대기업들의 개발 경쟁력이 아니라, 언론생태계다. 유튜브로 선택이 다양해졌기에 오히려 자기 진영쪽 정보만 골라서 섭취하는 기이한 정보 생태계까지 형성되었으니 말이다. 황우석 사태때 모두를 감동시켰던 BRICS라는 포항공대팀의 ‘집단뉴스생산팀’을 기억한다. 당시에는 한 사건이어서 집중이 쉬웠을 것이다. 이제는 코로나와 미래 사회를 위한 에너지, 환경의 문제는 훨씬 추상적이고 복잡하다. 그래서 말인데 OhMyNews 같은 자생적 언론생태계가 과학계를 중심으로 만들어질 수는 없는 것일까? 카이스트에 ‘과학기술 저널리즘 대학원’이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런 학과 학생들이 졸업 후 기성언론 취업을 목표로 하기보다 현재 있는 자리에서 새로운 언론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과학기술관련정책을 위해 정치와 국민이 찾아오는 언론을 만들어보자. 젊은 과학지성들의 결속과 연대 그리고 도전을 부추긴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New Zealand Centre for Earthquake Resilience (QuakeCoRE)

남태평양에 자리한 인구 5백만의 소국 뉴질랜드는 일찍부터 영연방국이라는 점을 활용, 영국, 호주, 미국 등 영어권 과학 선진국들과 협업 체계를 구축하였다. 이 덕택에 뉴질랜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서 전통적 선진국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국제적 협업을 통해 글로벌 스케일의 연구의 자그마한 한 축을 맡음으로써 과학의 진보에 “더불어” 공헌하는 실용주의적 과학 정책을 시행해왔다. 역사가 길지 않은 인구 소국임에도 노벨상 과학 부문 3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사실 (어니스트 러더포드(1908 화학), 모리스 윌킨스(1962 의학), 알란 맥디아미드(2000 화학))은 이 나라의 나름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이러한 환경에서 뉴질랜드가 조연의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주연이 되기 위해 힘쓰는 분야들이 있다. 천혜의 자연 덕택에 얻게된 청정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생태계 보호와 기후 변화 대처같은 국가적 당면 과제에서는 독자적으로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가 지정한 10대 프로젝트를 수행중인 CoRE (Centre of Research Excellence)라 불리우는 정부 출연 연구소들의 면면을 보면 이 나라의 당면한 과제가 어디에 있는지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하겠다. 10개의 CoRE 중에서 New Zealand Centre for Earthquake Resilience (약칭 QuakeCoRE)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이유로 “지진”이라는 화두를 짊어지고 갈 수 밖에 없는 뉴질랜드의 처지를 보여주는 곳이다.   2011년 2월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으로 파손된 건물 뉴질랜드는 지진을 잠재적인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하고 단층 주변에 건설된 수도 웰링턴을 그 관심의 중심에 두고 대비해왔다. 하지만 2010년과 2011년 크라이스트처치 진도 7.1, 진도 6.3의 대지진과 20,000번 넘게 일어난 여진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다고 여겼던 지역에도 큰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이 지진은 한국 유학생 2명을 포함, 185명의 희생자를 내며 국가 경제에 천문학적 피해를 끼쳤으며 1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도시의 재건 사업이 완료되지 못했을 만큼 큰 상처를 남겼는데, 향후 발생할 지진에 대비하여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에 국가적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한편 크라이스트처치 지진은 높은 퀄리티의 관측 데이터를 대규모로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었다. 미래의 지진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제반 연구를 수행할 곳으로 QuakeCoRE가 발족하는 데에 크라이스트처치의 University of Canterbury(이하 캔터베리 대학)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안타깝게도 지진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현재의 과학 수준으로 불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비하는 것이 그 차선이다. QuakeCoRE는 지질학이나 토목공학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지진 연구를 핵심으로 하면서 재난 시 공공서비스의 지속적 제공이나 문화재 보호 및 복구, 재난 관련 대국민 홍보/교육, 사회 구성원들이 겪게된 정신적 외상 등, 수차례의 재난 상황을 겪으며 그 중요성을 절감했던 사회 전반적인 이슈들도 중요한 주제로 삼아 관련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지진이 일어날 것을 전제로 한다면, 그 확률은 얼마나 되며 그 대비는 얼마나 해야 하는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필자가 이끄는 소프트웨어팀이 지진 공학 연구진들과 함께 수행하고 있는 지진 시뮬레이션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진 시뮬레이션은 그 복잡성과 방대한 데이터 때문에 슈퍼컴퓨터를 쓰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는데, 따라서 컴퓨터 과학과 지진 공학 간의 융합 학문적인 특징이 있다. 지난 4년동안 우리 팀은 수집된 관측 데이터를 통해 유추해 낸 단층 모델과 속도 모델을 사용하여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실제 발생했던 지진 이벤트들을 시뮬레이션하고 이를 다시 관측 데이터와 교차 검증함으로서 점진적으로 모델들을 정교화해왔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뉴질랜드 전국의 500여개의 단층에서 발생가능한 2만여가지의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하는 Cybershake NZ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는데, 이는 뉴질랜드 국토의 모든 위치가 미래에 지진의 위험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를 수치화, 개량화하는 것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Cybershake NZ의 결과물이 신규 건축물이나 구조물에 어느 정도의 내진 설계를 적용해야 하는지, 혹은 기존의 구조물을 어떻게 보강할 것인지 결정하거나 관련 법규나 정책을 정비하는 과정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2만여개의 시나리오 중에서도 뉴질랜드 남섬의 남북을 가로지르는 서던 알프스 산맥에 위치한 알파인 단층은 역사적으로 평균 300년마다 진도 8.0 지진을 일으켰던 곳으로서, 가장 최근의 사건이 1717년 (303년전)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있는 만큼 가까운 미래에 발생할 확률이 높은 시나리오로 주목하고 있는 중이다. QuakeCoRE는 발족이래 뉴질랜드 NeSI (New Zealand eScience Infrastructure)의 Maui, Mahuika 슈퍼컴퓨터, 그리고 2019년부터 미국 TACC (Texas Advanced Computing Center)의 Stampede2와 대한민국 KISTI의 누리온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KISTI와는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시작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개방형데이터솔루션(DDS) 융합연구사업"의 일환으로 공식적인 파트너쉽을 (Affiliate) 맺고 QuakeCoRE가 개발해온 성과물들을 한국 지형에 맞게 현지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다. QuakeCoRE에서 개발한 뉴질랜드의 주요 단층과 50년 내에 지진이 일어날 확률을 보여주는 웹페이지 (www.seistech.nz). 각 단층의 상세 정보와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한 3D 지진 동영상을 제공한다. 부산 앞바다 지진 시나리오를3D 동영상 소프트웨어로 시각화 시킨 모습 (2019년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재원으로 국가과학기술연구회 개방형데이터솔루션(DDS) 융합연구사업(1711101951)의 지원을 받아 KISTI/계명대/창원대 연구진과 수행 중인 공동 연구) QuakeCoRE의 소프트웨어팀은 학위 과정 학생들을 포함한 연구진과는 독립된 조직으로, 독자적인 연구를 하기보다는 최신의 컴퓨팅 기술을 지진 연구에 효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지진 연구진들을 위한 컨설팅/소프트웨어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업계 스타트업들이 애용하는 SCRUM 운영방식과, 2주단위의 스프린트를 도입하였다. 2주마다 지난 스프린트의 결과물을 연구진과 함께 평가하고 다음 스프린트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선별하는 회의를 갖고 매일 아침 스탠드업 미팅을 통해서 각자의 진행 상황을 업데이트하고 문제점이나 해결책등을 팀원간에 공유하도록 한다. 연구진들과의 협의를 통해 개발한 소프트웨어 솔루션들은 과학적인 검증과정을 거친 후에 대부분 GitHub를 통해 오픈소스로 공개되며, 이를 이용해 생산해낸 데이터와 시각화 자료들은 궁극적으로 지진 공학 관련 학회나 학술지에서 발표되거나 때때로 TV/언론을 통해 대 국민 홍보/교육에 이용되기도 한다. QuakeCoRE는 매년 Annual Meeting이라 하여 자체 학회를 개최해오고 있는데 QuakeCoRE가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공학/과학, 경제/사회학/문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토목, 지진 공학 관련 업계 관련자들이 참여하여 한 해동안의 성과를 발표하고 네트워킹을 쌓는 기회로 삼고 있다. 2020년 QuakeCoRE Annual Meeting 모습 (출처: QuakeCoRE Facebook) QuakeCoRE 본부와 소프트웨어팀 오피스는 캔터베리 대학의 공과대학 토목/자원 공학과 건물에 소재해 있다. 이 대학은 크라이스트처치 국제 공항에서 차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어 해외 방문객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편이다. 공과대학의 관문 역할을 하는 CORE 빌딩을 통하면 어렵지 않게 토목/자원 공학과 건물에 위치한 QuakeCoRE 오피스에 방문할 수 있다. 2016년, 2017년의 경주, 포항 지진으로 한반도가 지진으로부터 마냥 안전하지 않음이 밝혀졌다.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앞으로 더 많이 한국의 연구진들과 교류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캔터베리 대학  공대 CORE 빌딩 전경. (출처: 대학 홈페이지) ■ 필자소개  : 배성은. 캔터베리 대학에서 알고리즘 연구로 컴퓨터 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프트웨어 업계를 거쳐 정부 출연 슈퍼컴퓨팅 센터 (NeSI: New Zealand eScience Infrastructure)에서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중, 새로 출범한 QuakeCoRE에 합류하여 컴퓨터 과학자와 개발자들로 구성된 소프트웨어팀을 이끌고 있다. ■ 이메일  : sung.bae@canterbury.ac.nz'배성은'회원 포토에세이 보러가기>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