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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캘거리 오일 앤 가스 도시의 생활

    강지수 (jisookang95)

    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 캘거리에 살고있는 강지수라고 합니다. 어릴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에 이민와서 생활해온 저는 이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도시에서 15년 넘게 자라왔습니다. 한국어가 많이 서툴러서 최선을 다해 표현 했지만 읽으시면서 많은 이해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안전을 위해 여행을 못 다니지만, 이 글로 통해 코센 회원님들이 캐나다 캘거리를 여행한듯이 대리만족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캐나다 하면 알만한 도시는 토론토나 벤쿠버일듯 합니다. 캘거리는 알버타라는 주에서 에너지와 석유 및 가스 산업이 dominant 한 도시입니다. 그런만큼, 저 또한 캘거리 대학교에서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Oil and Gas(O&G) 회사를 들어가서 Field Engineer(현장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지금은 대학교때 16개월 동안 인턴십을 했던 O&G Pipeline회사로 돌아와 EIT(Engineer-In-Training)으로 일하고있습니다. 알버타 어딘가에 있는 Well Site (현장 엔지니어로 일할때) 캐나다는 공대 졸업 후 최소 4년동안 일 할때는 엔지니어 인 트레이닝(EIT - Engineer In Training)이라는 타이틀로 일합니다. 주(province) 마다 다르지만, 알버타의 APEGA(Association of Professional Engineers and Geoscientists of Alberta) 에선 4년 이상의 경력이 쌓인 후 결정한 22가지의 competencies를 다 끝낸 후 긴 신청서와 리뷰 끝에 엔지니어 타이틀(Professional Engineer or P.Eng designate) 을 얻을수 있습니다. 그 4년동안 많은 분야를 겪을 수 있어서 새롭고 다양한 learning opportunities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전문분야는 production chemicals(upstream O&G)와 corrosion prevention(pipeline integrity) 입니다. 출근 길, O&G회사 빌딩들로 차지된 캘거리 다운타운, 중앙에 캘거리 타워 역시 코로나 때문에 출근 길에 차는 별로 없습니다. 1968년도에 세워진 캘거리 타워는 다운타운에 중심자리를 잡고있었던 제일 높은 빌딩이었습니다. 하지만 석유 및 가스 산업들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며 저희 다운타운은 에너지 회사 빌딩들로 점령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알버타에 O&G natural resources가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가장 많이 개발된 Athabasca Oil Sands(crude bitumen reservoir)과 다른 Oil Sands들이 알버타에 위치되어있습니다. 올해 자가 격리가 시작한 후 몇 달간 재택 근무를 하다가 최근엔 50% 오피스 50% 재택근무로 바뀌었습니다. 한주는 오피스에 들어가서 자신의 사무실 밖으로 나갈땐 항상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두면서 일하고, 또 다음 한주는 집에서 일 합니다. 저의 회사 색깔 초록과 파랑으로 팀이 나눠저서 초록팀과 파랑팀이 번갈아 가면서 일주일씩 오피스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처음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긍정적이게 생각하면 재밌는 생활인것 같습니다. 오피스에서 사람들과 collaboration도 할 수 있고, 집에서 편하게 commute없이 일 할 수 있어서 생각보다 발란스가 괜찮습니다. 다들 판데믹이 끝난 후에 회사생활이 어떻게 변할지, 판데믹으로 인해 배운 새로운 경험들을 어떻게 사용될지에 대한 대화를 많이 나누는것같습니다. 캘거리의 힙스터 동네 켄싱턴과 다운타운을 이어주는 평화의 다리 (Peace Bridge) 캘거리 다운타운 공공 도서관 (Downtown Calgary Public Library) 캘거리 다운타운에 있는 미술과 음악 센터 - 스튜디오 벨 (Studio Bell) 캘거리는 날씨변덕이 엄청 심하고 겨울이 꽤 오래가는 도시입니다. 9월에 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들어오다가도 다음날 갑작히 눈이 와서 다들 winter tires로 바꾸기 위해 새벽부터 줄 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엔 4월쯤 되면 봄이 오고 이쁜꽃들도 많이 피는데, 여기선 4월까지 눈이 있습니다. 그런만큼 겨울 activites를 많이 즐기는 것 같습니다. 스케이팅, 튜빙, cross-country스키, snow shoeing, 스노우보드, 등등 겨울이 길고 춥지만 한국처럼 습한 추움이 아니라서 겹겹이 잘 입으면 나름 견딜만합니다. 겨울 휴가철이 오면 다양한 행사들과 크리스마스 마켓들도 열립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야구를 쉽게 즐겨보듯이 저희는 하키 게임을 보러 갑니다. 다 같이 캘거리 플레임즈(Calgary Flames) 팀을 응원하러 빨강색 옷을 입고, 핫도그, 나쵸와 함께 맥주를 마시며 열정적이게 즐겨봅니다. 요새는 하키 게임을 직접 보러 갈수없는게 조금 아쉽네요. 9월에 갑분눈(갑자기 분위기 눈) 때문에 해먹도 못 치운 이웃, 밤인데도 눈의 반사 때문에 밝음 겨울 뒷마당 켄싱턴 도로 한가운데 무료로 핫초코와 같이 태워주는 마차 파운더즈 플라자 (Founders Plaza, Spruce Meadows) 크리스마스 마켓 실내 크리스마스 마켓 다양한 볼거리 크리스마스 마켓에 찾아온 루돌프와 reindeers 캘거리 올림픽 플라자 (Calgary Olympic Plaza) - 겨울 스케이팅 광장 겨울 평화의 다리 (Peace Bridge) 여름엔 호수이지만, 겨울엔 스케이트 장으로 변하는 보우네스 공원 (Bowness Park) 캘거리 공공장소에 흔히 배치 되어있는 따뜻한 난로들 (outdoor public fireplaces) 17th Avenue Farmer’s Market and Petting Zoo - 젊은 사람들이 자주 놀러가는 17번가 중앙에 겨울 이벤트로 울타리를 새워서 귀여운 아기 염소들과 양, 토끼 등등의 동물들 쓰다듬어 줄 수 있다. 캐나다에서 빠질수 없는 하키 - Calgary Flames Hockey Game 당연히 겨울만 있는것은 아닙니다. 여름이 다가오면 다들 바깥에 나가서 햇살을 최대한 soak in 합니다. 여름엔 레스토랑과 바들이 파티오를 열면서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 설치된 sunbrella 밑에 밥먹고 맥주 마시는것을 즐깁니다. 또 한국의 한강처럼 캘거리에는 보우 강(Bow River)이 있습니다. 록키 산맥에서부터 캘거리 도시 중심으로 흘러 내려옵니다. 보우 강에서 래프팅도 즐기고 원하시면 낚시도 할 수 있습니다. 캘거리 근처에 낚시를 할 수 있는 많은 호수들과, 이쁜 꽃밭과 Farmer’s Market들도 많습니다. 아무래도 바로 옆에있는 Saskatchewan과 Manitoba주 들의 Agricultural industry가 알버타 주에도 영향이 있는것 같습니다. 보우덴 해바라기 밭 (Bowden Sunmaze) 해바라기 밭에서 자전거 타기 (Bowden Sunmaze) 낚시터에서 먹는 라면, 이날은 작은 trout 를 잡았습니다. 보우강 레프팅 여름 5k 마라톤 이벤트 - Colour Me Mine 5k Marathon 그리고 캘거리에서 여름하면 제일 유명한 축제는 바로 스탬피드 인데요! 캘거리 스탬피드는 The Greast Outdoor Show on Earth라고 불리는 로데오 축제입니다. 매년 7월마다 다양한 콘서트, 전시회, 놀이기구, 먹거리, 볼거리, 등등 을 모아서 엄청 크게 2주동안 온 도시가 즐기는 축제입니다. 1912년 부터 시작한 전통인데 100년 넘게 한번도 취소되지 않은 스탬피드가 올해 처음으로 코로나 때문에 취소 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도, Great Depression 때도 진행했던 스탬피드가 판데믹으로 인해 취소된건 모두가 놀랐던 일이었습니다. 원래는 스탬피드 첫날엔 다운타운 오피스들은 문을닫고 다들 parade를 보러갈 시간을 줍니다. 그리고 7월달에는 다양한 곳에서 스탬피드 아침식사를 제공합니다. 학교, 회사, 교회, 쇼핑몰, 등등 정말 다양한 곳에서 팬케이크 breakfast를 무료로 나눠줍니다. 저희 도시가 가끔은 “Cow Town” 이라고 불리는데, 이또한 스탬피드의 영향을 받은것입니다. “소” 로 유명한 도시가 된게 스탬피드 로데오도 있지만, 알버타 주의 육류 산업 또한 유명해서 입니다. Alberta Beef가 맛있기로 정말 유명합니다! 언젠가 오시게 되면 꼭 제대로 된 알버타 고기를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스탬피드 2주동안 매일밤 터지는 불꽃축제 (마지막 날엔 그랜드 피날레가 있어요.) 스탬피드 다양한 볼거리와 이벤트 스탬피드 놀이기구 어느 쇼핑몰 파킹롯에서 주는 스탬피드 아침식사 pancake breakfast 스탬피드 먹거리 스탬피드 rib contest - 정말 맛있어요! Alberta Beef Brisket 스탬피드 농부들의 소 contest 캘거리에서 한시간 운전 거리에 있는 밴프 국립공원과 록키 산맥은 캘거리의 뒷마당이라고 부르듯이 자주 놀러갑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tourism이 많이 줄었지만, 원래는 록키 산맥 보려고 다양한 나라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옵니다. 특히 호주에서 워홀들이 스키랑 스노우보드 타려고 많이 오는것같습니다. 겨울엔 주말에 1-2시간 운전해서 스키도 타러다니고, 여름엔 하이킹도 자주 다니고 캠핑도 즐깁니다. 매년 수차례씩 방문하는 밴프 국립공원 이지만, 매번 볼때마다 경치가 너무 아름답습니다. 짧은 봄과 가을, 여름과 긴 겨울에 산과 호수들을 보는 것도 다른 계절마다 새로운 별미가 있습니다. 매 시즌마다 다른 아름다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젠가 방문 하신다면 꼭 Lake Louise, Moraine Lake, Emerald Lake 등등의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 색깔의 호수를 꼭 꼭 가보시길 바랍니다! 호수 색깔이 얼마나 맑고 이쁜지, 여름에 가시면 더욱 더 아름다울 것 입니다. (겨울에는 호수가 꽁꽁 얼어서 색깔이 푸릇하게 안보입니다. 하지만 눈으로 쌓인 산맥과… 음… 스케이팅을 할 수 있답니다.) 모레인 호수 (Moraine Lake) 마운트 런들 (Mount Rundle - 1500m elevation hike), 이 날 죽을것같았지만 경치가 대박이었어요! 마운트 런들 (Mount Rundle - 1500m elevation hike) 피크 시점 11km round-trip 마운트 레이디 맥도날드 (Mount Lady MacDonald - 1200m elevation hike) 새벽에 캠핑장에서 나오면 엄청나게 많은 사슴들을 볼 수있어요! 가끔씩 곰도! 캠핑의 묘미는 역시 자연과 함께하는 맛있는 음식! 말 타고 다닐수 있는 자연속 트레일도 많아요! Lake Minnewanka - cruise boat ride Barrier Lake hike via Jewell Pass Eiffel Lake hiking trail - 여기는 거대한 산맥 바로 옆에서 이쁜 트레일을 걸을 수 있어요. Rock Pile View Point (Moraine Lake) 모레인 호수 Rock Pile View Point (Moraine Lake) - You have to see this in real life! 밴프 타운에 있는 Grizzly House 퐁듀 레스토랑 - 여름엔 바깥 길거리 파티오에서 먹을 수 있어요. 밴프 타운 안에있는 가든 - Cascade of Time Garden 밴프타운 Banff Town 꽃정원 - Cascade of Time Garden 밴프 가면 꼭 먹는 Beaver Tails (캐나다 붕어빵) 과 다양한 록키산맥 초코렛 캔디 샵 캔모어 (캘거리에서 밴프보다 더 가까운 타운) - Troll Falls Winter Trail Banff National Park and Rocky Mountains in the Winter - 겨울 분위기는 완전 다릅니다. 레이크 루이즈 유명한 호텔 안 - Fairmont Chateau Lake Louise Cross-country skiing in Cascade Mountain 레이크 루이즈 (Lake Louise) 다양한 매력을 가진 캘거리를 제가 잘 소개했길 바랍니다. 한편으론 O&G energy companies들로 인한 도시의 성장이 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옛 전통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란스하는 저의 home 캘거리 입니다. 나중에 여행이 안전하고 수월해질때 꼭 한번 캘거리에 오셔서 도시의 매력과 근처의 관광지를 들리실 수 있길 바랍니다. 코센 회원님들도 모두 각자 계신 곳에서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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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BOOK

새벽2시, 페소아를 만나다 (이달의주자:이승미)

김운하 저

2000년부터 코센회원인 저는 양자계산과학을 전공한 반도체 물리학자이며, 현재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가지 더 고백하자면, 저는 ‘모태몸치’입니다. 고무줄 놀이, 사방치기, 땅따먹기, 무엇 하나도 잘하지를 못해요. 그러다보니 책과 자연스레 친해졌지요. 책은 어느 한 가지도 내게 요구하지 않는, 착하고 수동적인 친구라 여겼습니다. 대단한 착각이지요. 중학교 1학년 때는 대학생 큰언니가 과제로 읽고 구석에 쌓아 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우연히 집어들어 읽고선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그 책을 반복해서 읽으며 소위 문학소녀이던 내가 과학자가 되겠다는 일생일대의 결심을 했으니, ‘수동적인 친구’인 책 한 권이 내 인생을 결정지어 버린 셈입니다. 그러니 사실 책은 무서운 친구인 거죠!   오늘 내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김운하 작가의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2016, 필로소픽) 입니다. “페소아가 누구길래?”하는 질문이 먼저 드시죠? 저도 그랬습니다.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를 저는 이 책 제목에서야 처음 알았거든요. 페소아는 유로 이전에 포르투갈의 지폐 모델이기도 했던, 포르투칼의 국민작가더라고요. 그가 평생 출판한 저서는 다섯권에 불과하지만 1935년 사망 후에 발견된 미출간 원고가 산더미처럼 많아서, 아직까지도 정리 중이라고 합니다.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가 페소아의 위인전은 아닙니다. 페소아는 열 개의 장 중 하나의 장에서 논의될 뿐입니다. 대신 우리가 최소한 제목은 들어 본 『인간의 굴레』, 『위대한 개츠비』, 『댈러웨이 부인』같은 소설이 줄지어 등장합니다. 왜 하필 소설일까요? 혹시 저자가 소설가이기 때문은 아닐까요? 작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모든 소설은 모든 세상의 나를 비추는 거울이다.”라고요. 이 책은 형식적으로는 리뷰 에세이지만, 다른 소설을 소재 삼아서 저자가 전하고 싶은 철학을 나직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책이라 하겠습니다. 책의 부제도 ‘나를 묻는 밤의 독서’거든요. 저자는 14권의 소설을 재료삼아 ‘나’라는 자아와 삶의 문제를 파고듭니다. 제목에 페소아가 언급된 이유는 아마도 그가 평생 자아발굴을 추구하던 작가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페소아는 특이하게도 무려 75개나 되는 각기 다른 ‘이명’(흔히 말하는 필명이죠)으로 글을 썼더랬습니다. 대표적인 세 이명인 알베르투 카에이루, 알바루 드 캄푸스, 히카르두 헤이스는 서명도, 문체도, 관심도, 심지어 철학도 각기 달랐습니다. 한 사람의 몸에는 과연 몇 명의 자아가 공존할 수 있는 걸까요?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에도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우리 존재라는 넓은 식민지 안에는,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고 느끼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내게는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가 독서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을 새로 읽거나 다시 읽으면서, 학위과정과 외국생활 중에 까맣게 잊다시피 했던 문학 독서의 즐거움을 되찾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소설은 30년만에 다시 읽기도 했는데, 놀랍게도 완전히 다른 책으로 느껴지지 뭡니까! 줄거리만 따라가던 어린 시절 독서와는 다른, 다층적인 독서와 분석에 눈을 뜨게 해 준 김운하 작가의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2016, 필로소픽)을 코센 회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릴레이 다음 주자는 명지대학교 건축대학 교수이자 ㈜제드건축사사무소 설립자 겸 기술연구소 연구소장이신 이명주 교수님입니다. 제가 베를린에서 첫번째 포스트닥을 지내는동안, 코센 활동을 비롯하여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셨던 분이신데요, 멋진 인생을 살아가시는 이명주 교수님께서는 어떤 책을 소개해 주실지 기대됩니다. 자세히 보기

새해 덕담은 진부하지만 가치있는 사회관습인데, 올해는 덕담조차 쓸쓸해보이는 새해다. 작년 한해를 거의 코로나로 격리된 세상을 살게된 답답함과 배신감이 주요 원인일 터인데, 그 배신감이 누구 때문인지 확실하지도 않다. 만약 코로나가 연구과정의 사건-사고에서 기인했다면 그런대로 이해가능하지만, 사회와 박자를 맞추지 못하고 발전만 추구한 과학기술의 필연적 부산물이었다면 심각한 문제다. 최근 한겨레 신문은 코로나가 미세먼지를 타고 대륙간 횡단이 가능했을 것이라는 외국논문을 한편 소개하였는데, 상당히 설득력 있는 연구결과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비행기가 사람들을 자주 실어날랐지만, 전체에 비하면 대륙간 이동 숫자는 제한적이다. 그런데도 겨우 몇 개월만에 전 세계를 팬데믹 아래에 놓이게 했으니, 이 문제는 중국 그리고 우한의 한 연구소에게 책임을 묻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결국 우리가 그동안 열심히 한 과학기술은 돈과 명예 그리고 국가주의에 입각한 경쟁이 주요 동기부여였을 뿐, 깊이있는 철학적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공부가 싫어서 뭐 좀 있는 척, 결론 없는 철학을 논하는 한량같은 태도를 정당화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 세상은 뭔가 하나가 인기를 얻으면 선악이나 진위를 논할 시간도 없이 일단은 모두 그쪽으로 뛴다. 그래서 속도와 결과 그리고 파워와 돈이 중요할 뿐, 그것이 향후 만들 부작용은 제쳐둔다. 이런 경향은 이제 정지시킬 수도 없고 방향을 바꿀 수도 없다. 심지어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마저도 결국 경쟁과 효율에 의해 지배되며, 5년 정도 (선출 정부의 임기한도) 내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퇴출수순을 밟아야 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한다. 전체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꾸는 일을 5년만에 성취할 수도 없을 터이며, 확실하지 않은 정책을 믿고 5년씩이나 기다려줄 국민들도 없으니, 모든 정책은 개미군단의 주식투자처럼 단기성과 위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현재는 인문학 전성시대라고 하지만 그 인문학은 무차별 경쟁을 수행하는 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엔터테인먼트일 뿐, 우리 삶을 성찰하는 도구로써 기능하지 못한다. 그래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따위는 돈벌기 위해 포장만 현란하게 장식한 싸구려 상품일 뿐이다. 종교행사도 퍼포먼스이거나 사회적 관계맺기의 일환일 뿐, 고통스럽지만 새로운 삶의 가치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에 전념하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비단 종교지도자들의 타락에만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 성공과 부를 원하는 신도들과 결속된 총체적 약속이다. 그래서 종교마저도 자본의 힘으로 무장하지 못하면, 포교력도 설득력도 그리고 세련미도 없는 구태의연한 집단으로 평가되어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의 정점은 역시 돈이다. 현대의 신은 야훼도 알라도 석가도 아니고 돈이다. 돈은 현대세상의 힘일뿐 아니라, 소통의 주체다. 생각해보라 돈 안걸린 문제에 열 올리며 토론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지. 정치이슈에 장삼이사들이 그렇게 열심인 이유도, 결국 각자의 형편에 유리하게 주택정책, 교육정책, 노후정책을 내어놓으라는 외침이다. 전문 학회, 고급 강연 그리고 가벼운 유튜브쇼까지도 결국은 돈에게 구애하는 세레나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 교환가치로 기능하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지만, 가치만 남고 윤리가 너무 망각되어 결국 제2, 제3의 코로나가 계속 야기된다면 우리 문명은 존속이 보장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경제-과학-기술에 좀 더 확실한 윤리를 부여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그런데 윤리는 개인에게 당장 이익을 돌려주지 않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약하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는 윤리를 지키지 않는 개인이나 사기업을 규제할 뿐 아니라 윤리에 충실한 대상들에게 적극적으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같이 고려해야 할 것이다. 사실 윤리기준은 우리가 다 생각할 수 있는 쉬운 것이다. 얼마나 적극적으로 실행하려는지는 별 개의 문제이지만… 필자가 생각한 경제-과학-기술의 윤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어떤 연구나 개발도 자연변조나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하여 수행한다. 둘째, 어떤 연구나 개발도 생명변조나 파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하여 수행한다. 셋째, 어떤 연구나 개발도 사람들의 사회계층 심화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하여 수행한다. 앞의 두 개는 중복되는 부분도 있을 것인데, 공해차량에게 심한 과태료를 물리거나, 태양광이나 풍력 1kW 생산하면 한전 전기1kW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 또는 양계장이나 돼지축사의 평당 육류 생산량을 제한하는 등 우리가 어렵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세번째가 좀 어려울 것같다. 쉽게 말하면 실업률을 높힐 가능성이 큰 연구나 개발은 지양하자는 것이다. 그래서 만약 어떤 AI 프로젝트가 해당분야 사람들의 실업률을 높힐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면, 그 대책을 동시에 제시하지 못하는 프로젝트를 승인하지 않거나, 아니면 높은 오버헤드 비용을 물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경제-과학-기술 프로젝트는 자연-생명-인간을 존중하거나 아니면 실제 피해에 대한 보상을 프로젝트 수행자들이 자동적으로 부담하게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세가지 윤리를 적극 실현하려는 프로젝트는 정부나 지자체가 적극 지원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참에 주택문제 해결을 위한 사기업 프로젝트나 개인차원의 프로젝트 지원도 고려해볼만하다. 한국사회에서 주택문제 해결은 실업이상으로 사회계층 심화를 줄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엄격한 윤리기준 없이 현재의 경제-과학-기술을 지속시키려고 한다면, 빈익빈-부익부 심화뿐만 아니라, 아마도 제2-제3의 코로나 사태는 거의 예약되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제 선진국만 베끼면 되던 시기에서 벗어나, 고통스럽지만 스스로 새로운 판을 짜야 할 과제를 안고 새로 시작하는 달력 앞에 서게 된 것이다. 공무원들은 잃어버린 영혼을 되찾고, 시민들은 뿔뿔이 흩어졌던 연대의식을 다시 결집해야 할 엄중한 새해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

안녕하세요. 저는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University of Paris에서 보건사회학을 공부 중인 정지원입니다. 저는 현재 학교 석사과정과 함께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titut national de la sante et de la recherche medicale, INSERM)에서 리서치 인턴을 하고 있습니다. INSERM은 프랑스보건복지부 및 고등교육부 소속 국립연구소로 프랑스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생리의학 연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주 연구분야는 미생물학, 감염병학, 신경 및 인지과학, 면역학, 유전학, 암, 의료기술, 공중보건 등 의생물관련 주제를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산하에 총 261개 연구조직이 있으며, 각 조직들은 프랑스 전역을 포함하여 외국 등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헤드쿼터는 파리13구 톨비악(Tolbiac)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인력 면에서는, 대략 7,300명 정도의 연구원들을 포함하여 14,000명 정도의 인원이 INSERM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INSERM의 여러 연구조직 중 저는 보건의학 다학제 연구조직인 Cermes3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Cermes3는 주로 보건의학과 사회와의 관계를 분석하는 연구소인데요. 따라서 의학연구자 뿐만 아니라 사회학, 역사학, 인류학, 정치학, 경제학, 심리학, 철학 등 다양한 사회과학 연구자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본 연구소에서는 질병의 사회적 원인 및 영향, 의료기술 발전의 인구학적 영향 등 보건의학과 사회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합니다. 이번 판데믹 사태로 인해, 코로나와 관련된 굉장히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코로나로 인한 사회관계, 커뮤니케이션 변화 등을 포함한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 코로나 취약계층 및 건강불평등 현상, 코로나 사태 하의 약물사용 변화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판데믹 사태는, 공중보건 측면에 있어서 의학의 적용이 매우 복잡한 매커니즘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상기시켜줬는데요. 이에 따라 향후 의학-사회과학 간의 학제간 연구가 보다 더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본 연구소 규모도 점점 더 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현재 참여하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는 약물중독 산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의 생애주기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본 프로젝트는 longitudinal cohort 연구로, 약물중독 산모에서 태어난 자녀를 코호트로 일반인구특성과의 비교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 프로젝트는 2000년경부터 현재까지 추적조사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코호트집단의 유전학적 특성, 정신건강 및 질병 여부 등의 의학적 조사와 더불어 사회인구학적 특성, 사회관계, 인지학습능력, 생활환경 등 사회학적 조사를 동시에 수행하여 동 집단을 장기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하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입니다. 약물조사 대상에는 술, 담배, 대마초 등과 더불어 헤로인, 코데인 등 오피오이드 계열 약물, 암페타민, 코카인 등 모든 종류의 항정신성 물질에 대한 사용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특히, 약물중독 연구분야는 생리학적 중독현상과 심리적 중독현상, 그리고 환경적 중독현상 등 여러학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분야입니다. 또한 아직까지 산모의 약물사용이 태아에게 미치는 신체적, 생물학적 영향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밝혀진 바가 드뭅니다. 산모의 약물 사용이 태아의 발달장애를 일으킨다는 학계보고들이 있긴 하지만, 아직 자녀의 생애주기에 대한 전반적인 추적조사가 이루어진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연구된 바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맥락 하에서, Cermes3에서 현재 20년의 기간동안 같은 코호트군을 대상으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본 프로젝트 연구팀은 약물중독을 연구하는 의학 연구팀과 사회학 연구팀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같은 코호트군을 대상으로 의과팀에서는 생리학적 중독 전이현상과 발달장애 및 정신건강 연구를, 사회학팀에서는 심리 및 환경적 중독 전이현상과 관계 및 학습능력 발달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회학 axe에서 코호트군의 비교집단 구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비교집단에 대한 데이터 수집을 위해 연구설계부터 표본집단 선정, indicator 설정, survey 구성, 예비 인터뷰조사 등 사회과학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는 양적 방법론을 활용한 연구라서 정확한 데이터 수집과 질적 데이터의 수치화가 매우 중요한데요. 이 점에서 기존에 배우지 못했던 많은 통계적 연구방법론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프랑스 석사과정은 인턴을 졸업필수요건으로 하고 있는 대학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도 현재 석사과정과 인턴을 병행하고 있는데, 수업이 있는 날에는 수업을 가고 없는 날에는 인턴 업무는 하는 형태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병행을 하기 때문에 힘든 점도 있지만, 수업 때 배운 내용을 바로 연구주제에 적용해보고 실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CERMES3연구소는 University of Paris, EHESS(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 University of Paris-Saclay, Universify of Crete, University of Nantes 및 CNRS(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 등 다양한 소속의 연구원들이 일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연구실도 한군데 모여 있는 게 아니라 여러 장소에 포진해 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는 연구실이 재학 중인 학교 내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수업이 없는 시간에는 대부분 연구실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현재 하고 있는 연구가 병원과 연계하여 진행하는 연구라서 원래대로라면 협력 병원을 왔다갔다하며 데이터를 수집해야하지만 현재 프랑스가 코로나가 심각한 상황이라서 방문 연구는 잠정적으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저희 분야는 대부분 컴퓨터로 작업하기 때문에 연구실 구조도 상당히 단순한 편입니다. 연구실 분위기는 대체적으로 자율적인데요.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게 정해진 바가 없고, 각자 개인 스케줄에 따라서 자율적으로 시간을 조정하는 편입니다. 특별한 대면 회의가 없는 경우, 원격 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소속 박사과정들의 경우, 제가 현재 출퇴근하고 있는 파리대학교 연구실 뿐만 아니라 다른 위치에 있는 연구실들을 번갈아 가며 출퇴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는, 11월 한달 동안 프랑스 전역에 봉쇄조치가 내려지면서 전원 원격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Inserm 및 Cermes3 연구실들은 한 곳에 몰려있지 않고 여러 곳에 분포해 있습니다. 그 중 제가 출퇴근 하는 연구실은 University of Paris 내부에 위치해 있는데요. 주소는 45 Rue des Saints-Peres, 75006 Paris입니다. 위로는 센강과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박물관이 있고, 오른쪽에는 노트르담성당이 있습니다. 아래쪽에는 뤽성부르 공원이 있구요. 이 모든 유명한 장소들이 도보로 접근이 가능하니, 관광하기 굉장히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지요. 사실 다른 학교들, 연구소들처럼 크고 넓은 캠퍼스는 없지만 파리를 캠퍼스라 생각하며 위안으로 삼고 다닙니다. 저희 연구실 생활에 관심이 있거나, 프랑스 유학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지 아래의 제 메일로 연락을 주세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메일주소  : jeongjiwon402@gmail.com ■ INSERM  : https://www.inserm.fr/ ■ CERMES3   : https://www.cermes3.cnrs.fr/fr/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