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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의 파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포닥 연구원 생활

    김영일 (a337yi)

    몬트리올(Montreal)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이곳에서의 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저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7년 동안 맥길대학교 지리학과(Department of Geography, McGill University)에서 박사과정과 포닥 과정을 밟은 이후 현재는 캐나다 공군에서 기상전문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몬트리올과 같이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자랑하는 대도시를 짧은 글로 담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후에 제가 소개할 내용은 몬트리올의 극히 일부분에 대한 것임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북미의 파리”로 불리는 몬트리올은 캐나다 동부 퀘벡주(Quebec Province)에서 가장 큰 도시로 퀘벡주의 남서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인구는 몬트리올 시가 약 180만 명, 몬트리올 광역 지역(Montreal Metropolitan Area)이 약 400만 명이라 합니다. 몬트리올은 인구가 약 590만 명인 토론토 광역지역(Greater Toronto Area) 다음으로 캐나다에선 두번째로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곳입니다. 몽로우얄 전망대에서 동쪽 방향으로 바라본 몬트리올 전경 몬트리올은 파리 다음으로 큰 프랑스어권 도시로 현재 다민족이 거주하는 다문화의 공간입니다. 몬트리올이 프랑스권인 까닭은 프랑스인 이주민들에 의해 발전되었기 때문입니다. 1535년 프랑스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에 의해 몬트리올이 알려진 이후, 1642년에 이르러 프랑스인들의 본격적인 정착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몬트리올 중앙엔 몽로우얄(Mont Royal) 산이 위치해 있는데, 이 산의 이름은 자크 카르티에가 최초 탐험 시 지었다고 합니다(Montreal 이란 이름은 Mont Royal에서 왔습니다.). 몬트리올은 프랑스의 식민지로 번성하였으나, 1760년 퀘벡주의 패권을 놓고 벌인 영국-프랑스 전쟁에서 영국이 승리함으로 몬트리올은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그럼으로, 이때 대다수의 프랑스계 평민 피지배층과 소수 영국계의 부유 지배층으로 구성된 사회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몬트리올 인구의 약 절반은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며, 약 20%의 인구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데, 이와 같은 인구 구조는 역사에 기반한 것입니다. 제가 공부했던 맥길대학교는 총 11개의 단과대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통적으로 의과대학, 법과대학, 이공계 대학이 유명합니다. 2만 7천여 명의 학부 학생과 약 1만여 명의 대학원 학생이 공부 중이며, 이 중 세계 각지에서 온 유학생이 20%에 달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1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명망이 있는 세계의 상위 대학 중 하나입니다. 맥길대학교에는 몽로우얄 동쪽 기슭 다운타운 지역에 위치한 다운타운 캠퍼스와 몬트리올 광역지역의 서쪽에 위치한 맥도날드 캠퍼스가 존재합니다. 맥도날드 캠퍼스 내 위치한 농업환경대학 이외 대부분의 대학은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습니다. 맥길대학교 다운타운 캠퍼스의 정문(Roddick Gate)에 들어선 후 풍경 맥길대학교 아츠빌딩 앞에 위치한 제임스 맥길의 무덤 맥길대학교는 주에서 운영하는 공립대학교로, 1821년 성공한 상인인 제임스 맥길(James McGill)의 기부로 설립되었습니다. 퀘벡주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영어권 대학이기에 프랑스어 지식 없이도 입학이 가능합니다. 다운타운 캠퍼스의 정문인 라딕게이트(Roddick Gate)를 지나 곧게 뻗은 길을 지나면 잔디밭에 서 있는 일반인 크기의 제임스 맥길 동상과 아츠빌딩 (Arts Building) 앞에 위치한 제임스 맥길의 작은 무덤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작은 동상과 무덤으로 제임스 맥길의 교육에 대한 공로를 소박히 기념해 주고 있습니다. 맥길대학교 다운타운 캠퍼스의 넓은 잔디밭은 학생들과 도시민들에게 휴식과 여유를 줍니다. 날씨가 화창한 오후면 축구, 공 던지기 등 가벼운 운동을 즐기는 학생들, 누워서 책 읽는 학생들, 선탠하는 사람들을 늘 만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겨울에는 실외 링크가 이곳 잔디밭에 설치되기 때문에, 가벼이 스케이팅, 이이스하키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화창한 가을날의 맥길대학교 다운타운 캠퍼스 잔디밭 12월 맥길대학교 정문에서 이어지는 다운타운 도로(McGill College Avenue)의 야경 몬트리올은 캐나다 동부 대륙기후대에 속한 탓에 겨울이 춥고 깁니다. 겨울기간 내 하루 30 cm 이상의 폭설과 섭씨 -20도의 추위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다운타운 지역에는 많은 상점이 지하에 있고, 모든 빌딩과 지하철역, 기차역이 지하로 접근이 가능하도록 지하 도시가 발달해 있습니다. 11월이 되면 맥길대학교에서부터 다운타운 중심으로 뻗은 McGill College Avenue 길은 아름다운 조명과 장식들로 꾸며지게 됩니다. 추위가 다소 누그러진 겨울 저녁엔 이 길을 한가로이 걷는 것도 좋은 볼거리입니다. 몽로우얄은 맥길대학교(다운타운 캠퍼스)의 서쪽에 맞닿아 있는 지역입니다. 이곳은 완만한 구릉지대의 산으로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자전거길도 있어 페달을 밟고 정상까지 갈 수 있습니다. 몽로우얄 전망대에선 몬트리올 다운타운 내 고층 빌딩들과, 생로랑(Saint Lawrence) 강, 강 너머 광대한 평원과 구릉지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가을 단풍이 수놓은 10월의 경치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몽로우얄 전망대에서 남서쪽으로 걷다보면 몽로얄 공원(Mont Royal Park)이 나옵니다. 공원 안은 넓은 잔디밭, 식재된 나무들로 가꾸어져 있고, 인공호 비버 호수(Beaver Lake)가 위치해 있습니다. 따사한 날 오후엔, 오리들이 호수 위를 유유히 헤엄치고, 몇몇 사람들은 호수에 작은 배를 띄워 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겨우내 이 호수는 거대한 스케이트장으로 변합니다. 스케이트장이 열리는 동안, 호숫가의 쉼터에서는 스케이트와 락커를 대여해 줍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스노우슈로 겨울 몽로우얄을 즐기고 싶다면 이곳에서 장비를 대여할 수 있습니다. 따스한 가을날 몽로우얄 공원 풍경 겨울 동안 스케이트장으로 변한 몽로우얄 공원의 비버 호수 몬트리올 다운타운 동남쪽엔 올드몬트리올이 위치해 있습니다. 올드몬트리올은 프랑스인들의 처음 정착지로 강을 통한 교역이 발달하여 상공업이 흥했던 곳입니다. 올드몬트리올은 살아있는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수백년 된 프랑스풍의 성당, 박물관, 관공서 등의 건축물과 오래된 마차도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올드몬트리올은 몬트리올에서 첫 번째로 뽑히는 관광지로 많은 상점과 프랑스식 레스토랑, 주점이 모여있고, 거리 공연도 매일 열립니다. 생로랑 강가 올드몬트리올 부두에는 유람선과 고급 요트들이 정박해 있고, 부둣가 공원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부두 주변엔 19세기 중반에 조성된 공설시장(Bonsecours Market)과 성당 등의 역사 유적이 있어 시간을 내어 둘러볼 만합니다. 석양이 비치는 올드몬트리올 부둣가의 풍경 올드몬트리올 부둣가 주변에 위치한 역사 유적 건축물(가장 왼쪽의 것이 공설시장 건물 Bonsecours Market입니다.) 몬트리올은 197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도 유명합니다. 올림픽 때 사용되었던 주경기장과 수영 경기장 등은 몬트리올의 북동쪽에 위치한 올림픽 공원(Olympic Park) 내에 있습니다. 올림픽 공원 내 사이클 경기장은 비오돔(Biodome)이란 실내 생태전시관으로 탈바꿈되어 1992년 개장되었습니다. 비오돔은 세계 주요 생물군계를 선정하여 이에 맞게 동식물들을 전시하였습니다. 주경기장 북쪽 끝엔 175 m 타워가 함께 건축되어 있습니다. 타워 전망대에 올라가서 볼 수 있는 몬트리올의 경치 또한 무척 아름답습니다. 올림픽 공원 주변엔 몬트리올 식물원(Montreal Botanical Garden)도 위치해 있습니다. 식물원에는 중국, 일본 정원을 포함한 세계 정원에 대한 전시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올림픽 공원 안에 위치한 비오돔과 주경기장 타워 몬트리올 식물원 내의 중국 정원 다음으로 몽로우얄 공원에서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생조셉 (Saint Joseph) 성당을 소개합니다. 생조셉 성당은 캐나다의 교회 건축물 중 가장 크며 성당의 돔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합니다. 생조셉 성당은 1904년 착공되어 60여 년이 흐른 1967년이 되어서야 완공되었습니다. 이 성당이 유명한 다른 이유는 동상 주변 잘 가꾸어진 정원과 성당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몬트리올의 경치 때문일 것입니다. 생조셉(Saint Joseph) 성당의 웅장한 모습 생조셉 성당에서 내려다본 주변 풍경 몬트리올엔 다양한 문화 축제와 스포츠 행사들이 연중 쉬지 않고 열립니다. 이 중 재즈페스티벌은 몬트리올의 가장 유명한 문화 축제일 것입니다. 1980년 시작된 몬트리올의 재즈페스티벌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재즈페스티벌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다고 합니다. 매년 6월 말, 7월 초에 다운타운 내 뿔레스데자(Place des Arts)와 주변 야외무대에서 재즈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습니다. 많은 공연이 실외에서 무료입장으로 진행되기에 부담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습니다. 2009년 스티비 원더가 재즈페스티벌에서 공연 시 20만 명의 관객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몬트리올 재즈페스티벌의 야외 무대 재즈페스티벌 기간 중 축제장의 야경 몬트리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아이스하키입니다. 몬트리올의 프로 아이스하키팀 몬트리올 캐내디언스(Montreal Canadiens)는 1909년에 창단되어 북미 아이스하키리그에서 가장 많은 24회를 우승한 전통의 강호입니다. 캐내디언스 팀을 가지고 있는 몬트리올 시민들의 아이스하키 사랑은 대단합니다. 캐내디언스의 홈경기는 벨센터(Bell Centre)에서 열리게 되는데, 입장권은 다소 비싸고 일찍 매진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범경기 기간 중엔 비교적 싼값으로 경기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몬트리올의 유명한 스포츠 행사 중 하나로 매년 8월에 열리는 로저스컵(Rogers Cup) 테니스 대회를 뽑을 수 있습니다. 로저스컵은 토론토와 몬트리올에서 동시에 열리는데, 두 도시에서 남자부, 여자부 경기가 해마다 바꿔가면서 열립니다. 로저스컵은 유명한 테니스 선수들이 다수 참가하는 큰 규모의 대회로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테니스 토너먼트 대회라고 합니다. 몬트리올 경기는 제리 공원(Jarry Park) 안에 위치한 경기장(IGA Stadium)에서 있습니다. 몬트리올 캐네디언스의 홈경기 로저스컵 테니스 대회 남자부 경기 지금까지의 제 글이 몬트리올에 대한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궁금하신 부분이나 나누고 싶으신 것들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제 이메일(kimyi01@gmail.com)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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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이달의 주자:모지호)

헤르만 헤세 저

  시들어간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습니까? 내가 나의 색깔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이질적으로 보이기 시작할 때. 그것들을 긁어내고 문득 나를 돌아보면 앙상한 가지처럼 생명력이 없어 보이는 때. 추구하던 모습이 사실은 아주 얕은 거짓말 한 장처럼 느껴질 때에 저는 시들어간다고 느끼곤 합니다. ‘데미안’은 시들어가는 소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소설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눕니다. 추리소설처럼 플롯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데미안’은 그 반대편에 있습니다. 플롯 자체가 흥미롭기보다는 한 사람의 인식이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소설이지요. 이 책은 시들어가는 소년의 인식을 쫓아갑니다. 소설가에게 주인공은 조각가에게 끌, 정과 같습니다. 주인공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세상을 조각할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도스토예프스키의 유명한 소설 ‘죄와 벌’에서는 살인자인 라스콜니코프를 주인공으로 두어서 죄의식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인 라주미힌이나 경찰관의 눈을 빌렸다면, 같은 세계를 그려도 소설의 문제 의식이 아예 달랐겠지요. 데미안의 주인공 싱클레어는 어린 소년의 모습으로 소설에 등장합니다. 소년다운 순수함을 가진 싱클레어는 자신이 선한 세상에 속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에게서 사랑과 존중을 받으면서 자란 소년에게는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몇 가지 사건들을 거치면서, 싱클레어는 자신이 음험함, 폭력이 있는 악의 세계에 속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세계관, 가치관 혹은 정체성은 한 사람이 세상을 설명하고 행동하는 방식입니다. 부분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완벽할 수가 없습니다. 나의 가치관과 세상이 충돌할 때에 우리는 스스로의 가치관을 확장시키거나 변화시킵니다. 하지만 세상이 터질 것 같이 밀고 들어와서, 기존의 방식으로 설명할 수 없을 때에 기존의 관념이 아예 부서지기도 합니다. 어린 싱클레어는 후자에 속한 사람이었습니다. 자신이 악한 세상이라고 부르며 멀리했던 곳에 속하게 되면서, 싱클레어는 정체성의 혼란기를 맞이합니다. 이 책의 이름이 ‘데미안’ 인 것은 추구할 바를 잃은 싱클레어가 데미안이라는 친구와 교통하면서 서서히 변화하기 때문입니다. 그 변화는 긍정적일까요? 데미안은 어떤 방식으로 싱클레어와 교류할까요? 헤르만 헤세가 데미안, 싱클레어라는 사람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데미안과 싱클레어의 교류를 쫓아가면서 읽으면, 헤르만 헤세의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데미안’ 을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은 소설의 초반부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 그처럼 가을 나무의 주위에는 잎이 떨어지는 법이다 – (중략) -나무의 내부에서는 생명이 서서히 위축되고 깊숙이 움츠려들어간다. 그러나 나무는 죽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기다리는 것이다. ‘데미안’은 사람의 고뇌를 다루지만 그 과정이 괴롭기만 하지않고 힘이 느껴집니다. 저는 제가 추구하던 것들이 황폐하게 느껴질 때에 ‘데미안’의 문장을 기억합니다. 나무는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는 것이라고. 우리는 나무의 이름을 그 꽃과 열매에 연관 지어서 부릅니다. 벚꽃 나무는 일 년에 길어야 열흘을 꽃 피웁니다. 사실 더 많은 시간을 앙상한 나무의 형태로 시간을 보내지요. 잎이 떨어지는 시린 계절이라면, 나를 변화시키면서 기다리면 됩니다. 나무가 앙상하다고 벚꽃 나무가 아닌 것은 아니니까요. 데미안은 세계관이 무너지면서, 자신을 찾아가는 고뇌를 아름답고 힘있게 보여줍니다.   저는 사람들과 만나면 종종 책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책 추천을 받아서 읽기도 하지만, 종종 다른 관점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제가 많이 배우거든요! 다음 주자인 김유현은 제가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책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아직도 이 친구에게 죄와 벌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 의미하는 바와, 그것이 러시아 역사와 어떻게 연관되는 지를 설명을 들었을 때에 경외가 잊히지 않습니다. 다음 책도 어떤 것을 소개할 지 기대가 많이 되네요! 자세히 보기

르네상스 공돌이

노는산업

전창훈 (cjun0828)

인공지능이나 머신러닝, 빅데이터 같은 첨단기술을 빨리 끌어올려야 한다고 재촉하는 기사들을 종종 접합니다. 머지않아 인공지능 때문에 통역사나 번역가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흔합니다. 가장 먼저 인공지능에 의한 대체가 확실한 일자리는 금융업일 것이라고 하며, 인터넷진료가 열리면 의사들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그런데 예측과 다르게 여전히 의사, 변호사, 금융업 관계자들은 연봉이 높고 일자리도 많더군요. 은행창구가 줄고 있는 것이지, 고소득 금융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몇십년전에도 의사, 변호사는 인기가 시들어가는 직업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의대는 전세계적으로 한번도 내려간 적은 없고 계속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제레미 리프킨이라는 사람은 일찍이 90년대에 ‘노동의 종말’이라는 책을 써서, 교육수준이 높지 않고 특별한 기술이 없는 노동자들의 대량실업을 예측한 바 있습니다. 여기까지를 결합해보면, 사회는 첨단산업에 뒤지지 않게 기술을 빨리 개발하자고 보채고, 그렇게 개발된 기술은 생산성을 향상시켜서 더 적은 숫자만 고용가능하게 하므로 실업자들은 더 늘어나고, 실업문제로 압박을 받는 정부는 고용을 더 늘려달라고 기업을 독려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생첨단산업은 초기에만 고용을 잠깐 늘릴 뿐, 궁극적으로는 고용을 줄입니다. 첨단산업으로 사회가 발전하고, 더 많이 발전할수록 노동자는 덜 필요하면서도 인권이 더많이 보호되고, 그럴수록 사람을 고용하는 것이 기업에는 더 부담이 되고… 이런 싸이클은 마치 늑대가 칼날이 숨겨진 사냥꾼의 미끼먹이를 맛보며 자기 혀가 베어져서 피맛을 보는줄도 모르고 계속 그 미끼를 탐닉하다가 죽어간다는 이야기와 비슷합니다.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은 싸이클입니다. 더욱이 한국사회에서 올인하고 있는 IT 관련 제조업은 고용을 견인할만큼 노동인력이 많이 필요한 분야가 아닙니다. 필자를 포함한 기성세대들은 제조업적인 마인드로 생각이 굳어져 있다고 봐야 합니다. (저는 ‘제조업이 희망’이라는 책을 쓴 저자입니다.) 기성세대들에게 발전이란 곧 열심히 일해서 생산을 많이 한다는 것이고 그래서 수출을 많이 해서 잘살게 되는 것이라고 귀결됩니다. 그런데 이 싸이클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수출입 비중을 늘릴수록 점점 더 다른 나라에 종속되며, 생산기술이 발전할수록 고용은 오히려 어려워지는 부조화는 심해집니다. 그래서 한국은 과거에는 정치든 경제든 우선 미국에만 의존하면 되었던 것이 지금은 미국과 중국의 눈치를 동시에 봐야하는 어려운 처지가 되었습니다. 생산에서 보면, 현재 반도체 산업은 거의 독점에 가까울 정도로 세계시장을 지배하고 휴대전화 단말기 역시 유일하게 애플에 대적하는 나라이지만, 고용도 어렵고 경제성장동력도 주춤합니다. 그러면 젊은 세대들은 제조업적 마인드를 뛰어넘을만한 생각을 가졌냐고 따져보면, 그들은 겨우 IT 정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보여준 것이 그 정도이니, 모범생을 예뻐하는 어른들에 맞추려고 노력한 젊은 세대들이 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야기를 너무 크게 시작해서 마무리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만, ‘그럼 뭐 어쩌라고?’ 묻고싶은 기분을 잠시 누르고 생각해봅시다. 제조업은 첨단으로 계속 가져가는 것은 맞습니다만, 동시에 다른 메뉴가 필요합니다. 우리가 과학기술을 할 때마다 그저 표어로나 붙이는 ‘인간을 위한’이라는 문구를 실체화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과도한 빈부격차는 사회보장제도로 어느 정도 완화시켜야 할 것이며, 생산만 독려할 것이 아니라 유효 노동력의 많은 부분을 ‘노는 산업’으로 이동시켜야 할 것입니다. 어른들이 시덥찮게 바라보는 버스킹이나, 길거리 마술 같은 것들이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산업이 될 수 있으며, 고차원 제조업은 농업과도 결합될 수 있습니다. 제조업이 너무 취약한 사회는 분명 주권국가로서 문제가 있습니다만, 과거산업에서의 전형적인 노동만을 일자리로 생각해서는 답이 안나옵니다. 어쩌면 이제는 Party Organizer같은 이상해보이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자연스러운 고용형태로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고용을 한 사람이 한 직장에 매일 출근하는 것으로 정의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생태계가 스스로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때까지 사회가 잘 후원해야 할 것입니다. 유럽에 오래 살다보니 위와 같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은 여전히 전통적인 방식으로 열심히 일해서 먹고살지만, 영국은 영어를 기반으로 한 제반산업들 (금융, 음악, 교육, 법 등)로 꾸려가고 있습니다. 영국의 문제는 아마도 제조업이 너무 약하다는 것일 것입니다. 그런데 프랑스는 제조업과 농업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문화산업으로 빈공간을 채웁니다. 관광뿐만 아니라, 큰 노는 행사들을 어머어마하게 많이 그리고 자주 개최합니다. 영어가 그렇게 편하게 통용되는 나라가 아님에도 큰 행사들이 많은 것은 아마도 미소 냉전시대부터 약간 중립적인 위치를 지켜오며 쌓아온 신용과 전통의 덕이지 않은가 합니다. 한국도 최근에 한류문화가 세계적인 지명도를 가지기 시작했으니, 서서히 인프라를 갖추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아시아에서 돈많은 사람들은 다 한국으로 놀러가는 분위기를 만들고 그 인프라를 국민들이 만들어준다면 단순한 관광을 넘는 ‘노는 문화’의 전당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는’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좀 부담스러운데, 아마도 저와 연배가 비슷한 분들도 역시 너무 ‘날라리’같은 말이 불편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품의있게 그리고 의미있게 잘 노는 방법도 진지하게 공부해야 성취가능한 ‘일’입니다. 이제 ‘인간을 위한 과학’을 좀 더 자유롭게 생각해 봐야 할 시대입니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동경이과대학교] 스기야마(杉山)연구실

스기야마(杉山)연구실은 동경이과대학교 전기전자정보학과에 속해 있으며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에너지 기반 응용 디바이스(태양전지, 센서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NEDO(국가 최대 프로젝트 중의 하나)프로젝트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으며 현재는 1기가 끝나고 2기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또한 코로니 스페이스등 대형 팀에서 에너지 획득에 관련된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하버드, MIT, 산업기술 종합연구소, 일본 유수의 대학(동경대학, 동북대학)등과 연계하여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담당 교수인 스기야마(杉山 陸) 교수는 학부부터 교수까지 동경이과대학출신으로 츠쿠바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일본의 경지된 문화와 교수법등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몇 안되는, 개방되어 교수님으로 자유로운 발상을 중시하고 도전적인 연구실입니다. 연구의 자유도가 높은 만큼 손수 제작한 다수의 장비를 가지고 있으며, 그 만큼 다양한 분야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공부를 해야하지만 그만큼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실력파 연구실입니다. 현재 B4 12명(6명 석사 진학 예정), M1:4명, M2:1명, Doctor course:1명, Post Dr.1명 Assistant Professor 2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면 다국적 학생을 보유하고 있는 몇 안되는 연구실 중 하나입니다. 태양광 패널을 독자적 제작 및 평가를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장비를 가지고 있으며, 우주 관련 연구센터 등 많은 공동 연구를 통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향후 연구과제로는 2차원 물질을 이용한 에너지 하베스팅등 최신 나노재료를 이용한 에너지 분야의 연구 영역 확장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 태양 전지 제작에 쓰이는 여러 재료들이 있지만 기조가장 기본적인 실리콘의 경우 발전 효율면에서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스기야마 연구실에서는 그것을 뛰어넘기 위한 연구를 중심으로 특히 재료측면에서 도전하고 있습니다.   1. 고효율 CIGS 차세대 태양전지의 제작 현재 실리콘을 이용한 태양전지가 일반적이지만, 고가에 비해 효율이 좋지 않아, 태양전지 산업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태양전지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스기야마 연구실에서는 구리(Cu),인듐,(In)갈륨,(Ga),셀렌(Se)등을 이용한 CIGS계열 태양전지를 이용하여 고품질이면서 저가인 태양광흡수층의 제작 방법을 제안하여 CIGS 태양전지의 개발의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CIGS는 재료들이 모두 저가인 동시에 환경에 부담이 덜하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2. 투명도전성산화막 액정디스플레이, 터치패널등에 쓰이고 있는 투명하면서도 전기를 흘릴 수 있는 투명도전막이 현재 급성장하는 산업분야 중에 하나 입니다. 현재 주로 쓰이고 있는 투명 도전체는 희소 원소를 주로 사용하고 있어 저가 실현을 위해 산화물 반도체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 입니다.   3. 신기능재료 탐색 (실리콘 반도체보다 더 싸고 안전하게) 반도체의 연구개발은 원소반도체(실리콘,게르마늄)의 시작부터 2원소 반도체(GaAs,ZnGe)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반도체는 희소원소를 포함하거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원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기야마 연구실에서는 Cu,Sn,S와 같은 환경 친화적인 원소를 이용하여 고출력의 태양전지를 만들기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4. 좋은 반도체 제품은 하이스펙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망가지지 않고 쓸 수 있을 때 전체적인 코스트 절감이 실현됩니다. 그러나 제작에 관한 연구에 비해 왜 망가지는가에 대한 연구는 많이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가혹한 환경에서의 고장 메커니즘을 밝히고 그것을 평가할 기술 개발에 매진하여 제작 프로세스에 피드백을 통한 반도체 디바이스 제작 프로세스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5. 2차원 나노 재료를 이용한 에너지 분야의 연구 대부분의 에너지 교환(화학반응등)은 표면에서 이루어집니다. 2차원 물질(그라핀, 카본 나노튜브, 전이금속칼코게나이드등)은 기존의 3차원구조와는 달리 층간구조를 가지고 있고, 한층의 두께가 1나노정도의 매우 얇은 두께를 가지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나노재료입니다. 그것을 이용하여 표면 에너지를 제어하여 에너지 하베스트, 센서등을 이용항여 IoE사회를 대비한 응용 디바이스의 연구 개발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보통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되어진 일본의 단체 생활과는 달리 다함께 생활하는 것을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각 테마가 팀별로 이루어지고 팀내에서는 한가족과 같이 서로를 챙기며, 상하관계 없이 적극적인 토론을 통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한달에 한번 이상 팀워크를 다지기 위한 행사가 반드시 있으며(생일, 바베큐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많은 교류를 가집니다. 특히 가족이 있는 경우 가족도 함께 참가하여 대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연구실에는 코어타임이 존재하며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의 시간에는 연구에 집중. 그 이외의 시간은 절대 노터치! 상식선에 머무는 행동이라면 뭐든 OK!라는 분위기. 연구에 관해서는 매일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지며, 이 후의 연구에 관한 토론을 적극적으로 함으로 인해 원활한 연구가 가능하게 합니다. “미지의 길을 걸음에 혼자 갈 이유가 없다”라는게 모토입니다. ■ 주소  : 치바켄 노다시 동경이과대학교 노다 캠퍼스 전기전자정보학과 12호관 5층 스기야마 연구실 ■ 홈페이지  : https://www.tus.ac.jp/ko/about/campus/noda.html ■ 연구실 홈페이지  : https://www.rs.noda.tus.ac.jp/~optoelec/jindex.html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