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의 파리”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포닥 연구원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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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리올(Montreal)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이곳에서의 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저는 2006년부터 2013년까지 7년 동안 맥길대학교 지리학과(Department of Geography, McGill University)에서 박사과정과 포닥 과정을 밟은 이후 현재는 캐나다 공군에서 기상전문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사실 몬트리올과 같이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를 자랑하는 대도시를 짧은 글로 담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이후에 제가 소개할 내용은 몬트리올의 극히 일부분에 대한 것임을 밝혀두고 싶습니다.
“북미의 파리”로 불리는 몬트리올은 캐나다 동부 퀘벡주(Quebec Province)에서 가장 큰 도시로 퀘벡주의 남서쪽에 위치해 있습니다. 인구는 몬트리올 시가 약 180만 명, 몬트리올 광역 지역(Montreal Metropolitan Area)이 약 400만 명이라 합니다. 몬트리올은 인구가 약 590만 명인 토론토 광역지역(Greater Toronto Area) 다음으로 캐나다에선 두번째로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곳입니다.
몽로우얄 전망대에서 동쪽 방향으로 바라본 몬트리올 전경
몬트리올은 파리 다음으로 큰 프랑스어권 도시로 현재 다민족이 거주하는 다문화의 공간입니다. 몬트리올이 프랑스권인 까닭은 프랑스인 이주민들에 의해 발전되었기 때문입니다. 1535년 프랑스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에 의해 몬트리올이 알려진 이후, 1642년에 이르러 프랑스인들의 본격적인 정착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몬트리올 중앙엔 몽로우얄(Mont Royal) 산이 위치해 있는데, 이 산의 이름은 자크 카르티에가 최초 탐험 시 지었다고 합니다(Montreal 이란 이름은 Mont Royal에서 왔습니다.). 몬트리올은 프랑스의 식민지로 번성하였으나, 1760년 퀘벡주의 패권을 놓고 벌인 영국-프랑스 전쟁에서 영국이 승리함으로 몬트리올은 영국의 식민지가 되었습니다. 그럼으로, 이때 대다수의 프랑스계 평민 피지배층과 소수 영국계의 부유 지배층으로 구성된 사회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현재 몬트리올 인구의 약 절반은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하며, 약 20%의 인구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데, 이와 같은 인구 구조는 역사에 기반한 것입니다.
제가 공부했던 맥길대학교는 총 11개의 단과대학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통적으로 의과대학, 법과대학, 이공계 대학이 유명합니다. 2만 7천여 명의 학부 학생과 약 1만여 명의 대학원 학생이 공부 중이며, 이 중 세계 각지에서 온 유학생이 20%에 달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1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정도로 명망이 있는 세계의 상위 대학 중 하나입니다. 맥길대학교에는 몽로우얄 동쪽 기슭 다운타운 지역에 위치한 다운타운 캠퍼스와 몬트리올 광역지역의 서쪽에 위치한 맥도날드 캠퍼스가 존재합니다. 맥도날드 캠퍼스 내 위치한 농업환경대학 이외 대부분의 대학은 다운타운에 위치해 있습니다.
맥길대학교 다운타운 캠퍼스의 정문(Roddick Gate)에 들어선 후 풍경
맥길대학교 아츠빌딩 앞에 위치한 제임스 맥길의 무덤
맥길대학교는 주에서 운영하는 공립대학교로, 1821년 성공한 상인인 제임스 맥길(James McGill)의 기부로 설립되었습니다. 퀘벡주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영어권 대학이기에 프랑스어 지식 없이도 입학이 가능합니다. 다운타운 캠퍼스의 정문인 라딕게이트(Roddick Gate)를 지나 곧게 뻗은 길을 지나면 잔디밭에 서 있는 일반인 크기의 제임스 맥길 동상과 아츠빌딩 (Arts Building) 앞에 위치한 제임스 맥길의 작은 무덤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작은 동상과 무덤으로 제임스 맥길의 교육에 대한 공로를 소박히 기념해 주고 있습니다.
맥길대학교 다운타운 캠퍼스의 넓은 잔디밭은 학생들과 도시민들에게 휴식과 여유를 줍니다. 날씨가 화창한 오후면 축구, 공 던지기 등 가벼운 운동을 즐기는 학생들, 누워서 책 읽는 학생들, 선탠하는 사람들을 늘 만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 겨울에는 실외 링크가 이곳 잔디밭에 설치되기 때문에, 가벼이 스케이팅, 이이스하키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화창한 가을날의 맥길대학교 다운타운 캠퍼스 잔디밭
12월 맥길대학교 정문에서 이어지는 다운타운 도로(McGill College Avenue)의 야경
몬트리올은 캐나다 동부 대륙기후대에 속한 탓에 겨울이 춥고 깁니다. 겨울기간 내 하루 30 cm 이상의 폭설과 섭씨 -20도의 추위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다운타운 지역에는 많은 상점이 지하에 있고, 모든 빌딩과 지하철역, 기차역이 지하로 접근이 가능하도록 지하 도시가 발달해 있습니다. 11월이 되면 맥길대학교에서부터 다운타운 중심으로 뻗은 McGill College Avenue 길은 아름다운 조명과 장식들로 꾸며지게 됩니다. 추위가 다소 누그러진 겨울 저녁엔 이 길을 한가로이 걷는 것도 좋은 볼거리입니다.
몽로우얄은 맥길대학교(다운타운 캠퍼스)의 서쪽에 맞닿아 있는 지역입니다. 이곳은 완만한 구릉지대의 산으로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자전거길도 있어 페달을 밟고 정상까지 갈 수 있습니다. 몽로우얄 전망대에선 몬트리올 다운타운 내 고층 빌딩들과, 생로랑(Saint Lawrence) 강, 강 너머 광대한 평원과 구릉지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가을 단풍이 수놓은 10월의 경치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몽로우얄 전망대에서 남서쪽으로 걷다보면 몽로얄 공원(Mont Royal Park)이 나옵니다. 공원 안은 넓은 잔디밭, 식재된 나무들로 가꾸어져 있고, 인공호 비버 호수(Beaver Lake)가 위치해 있습니다. 따사한 날 오후엔, 오리들이 호수 위를 유유히 헤엄치고, 몇몇 사람들은 호수에 작은 배를 띄워 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겨우내 이 호수는 거대한 스케이트장으로 변합니다. 스케이트장이 열리는 동안, 호숫가의 쉼터에서는 스케이트와 락커를 대여해 줍니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와 스노우슈로 겨울 몽로우얄을 즐기고 싶다면 이곳에서 장비를 대여할 수 있습니다.
따스한 가을날 몽로우얄 공원 풍경
겨울 동안 스케이트장으로 변한 몽로우얄 공원의 비버 호수
몬트리올 다운타운 동남쪽엔 올드몬트리올이 위치해 있습니다. 올드몬트리올은 프랑스인들의 처음 정착지로 강을 통한 교역이 발달하여 상공업이 흥했던 곳입니다. 올드몬트리올은 살아있는 역사를 간직한 곳으로, 수백년 된 프랑스풍의 성당, 박물관, 관공서 등의 건축물과 오래된 마차도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올드몬트리올은 몬트리올에서 첫 번째로 뽑히는 관광지로 많은 상점과 프랑스식 레스토랑, 주점이 모여있고, 거리 공연도 매일 열립니다. 생로랑 강가 올드몬트리올 부두에는 유람선과 고급 요트들이 정박해 있고, 부둣가 공원엔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부두 주변엔 19세기 중반에 조성된 공설시장(Bonsecours Market)과 성당 등의 역사 유적이 있어 시간을 내어 둘러볼 만합니다.
석양이 비치는 올드몬트리올 부둣가의 풍경
올드몬트리올 부둣가 주변에 위치한 역사 유적 건축물(가장 왼쪽의 것이 공설시장 건물 Bonsecours Market입니다.)
몬트리올은 1976년 하계올림픽 개최지로도 유명합니다. 올림픽 때 사용되었던 주경기장과 수영 경기장 등은 몬트리올의 북동쪽에 위치한 올림픽 공원(Olympic Park) 내에 있습니다. 올림픽 공원 내 사이클 경기장은 비오돔(Biodome)이란 실내 생태전시관으로 탈바꿈되어 1992년 개장되었습니다. 비오돔은 세계 주요 생물군계를 선정하여 이에 맞게 동식물들을 전시하였습니다. 주경기장 북쪽 끝엔 175 m 타워가 함께 건축되어 있습니다. 타워 전망대에 올라가서 볼 수 있는 몬트리올의 경치 또한 무척 아름답습니다. 올림픽 공원 주변엔 몬트리올 식물원(Montreal Botanical Garden)도 위치해 있습니다. 식물원에는 중국, 일본 정원을 포함한 세계 정원에 대한 전시가 이루어져 있습니다.
올림픽 공원 안에 위치한 비오돔과 주경기장 타워
몬트리올 식물원 내의 중국 정원
다음으로 몽로우얄 공원에서 남서쪽에 위치해 있는 생조셉 (Saint Joseph) 성당을 소개합니다. 생조셉 성당은 캐나다의 교회 건축물 중 가장 크며 성당의 돔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고 합니다. 생조셉 성당은 1904년 착공되어 60여 년이 흐른 1967년이 되어서야 완공되었습니다. 이 성당이 유명한 다른 이유는 동상 주변 잘 가꾸어진 정원과 성당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몬트리올의 경치 때문일 것입니다.
생조셉(Saint Joseph) 성당의 웅장한 모습
생조셉 성당에서 내려다본 주변 풍경
몬트리올엔 다양한 문화 축제와 스포츠 행사들이 연중 쉬지 않고 열립니다. 이 중 재즈페스티벌은 몬트리올의 가장 유명한 문화 축제일 것입니다. 1980년 시작된 몬트리올의 재즈페스티벌은 세계에서 가장 큰 재즈페스티벌로 기네스북에 올라있다고 합니다. 매년 6월 말, 7월 초에 다운타운 내 뿔레스데자(Place des Arts)와 주변 야외무대에서 재즈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습니다. 많은 공연이 실외에서 무료입장으로 진행되기에 부담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습니다. 2009년 스티비 원더가 재즈페스티벌에서 공연 시 20만 명의 관객이 모여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합니다.
몬트리올 재즈페스티벌의 야외 무대
재즈페스티벌 기간 중 축제장의 야경
몬트리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아이스하키입니다. 몬트리올의 프로 아이스하키팀 몬트리올 캐내디언스(Montreal Canadiens)는 1909년에 창단되어 북미 아이스하키리그에서 가장 많은 24회를 우승한 전통의 강호입니다. 캐내디언스 팀을 가지고 있는 몬트리올 시민들의 아이스하키 사랑은 대단합니다. 캐내디언스의 홈경기는 벨센터(Bell Centre)에서 열리게 되는데, 입장권은 다소 비싸고 일찍 매진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범경기 기간 중엔 비교적 싼값으로 경기장을 찾을 수 있습니다.
몬트리올의 유명한 스포츠 행사 중 하나로 매년 8월에 열리는 로저스컵(Rogers Cup) 테니스 대회를 뽑을 수 있습니다. 로저스컵은 토론토와 몬트리올에서 동시에 열리는데, 두 도시에서 남자부, 여자부 경기가 해마다 바꿔가면서 열립니다. 로저스컵은 유명한 테니스 선수들이 다수 참가하는 큰 규모의 대회로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테니스 토너먼트 대회라고 합니다. 몬트리올 경기는 제리 공원(Jarry Park) 안에 위치한 경기장(IGA Stadium)에서 있습니다.
몬트리올 캐네디언스의 홈경기
로저스컵 테니스 대회 남자부 경기
지금까지의 제 글이 몬트리올에 대한 이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궁금하신 부분이나 나누고 싶으신 것들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제 이메일(kimyi01@gmail.com)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반갑습니다. 저 또한 2013년도 맥길대학교 항공우주법 센터 방문학자로 다녀왔습니다.
그 때 모습이 아련합니다. 몬트리올도 좋지요. 저는 겨울에서 봄 사이에 다녀왔습니다.
즐거운 나날 되시길 빕니다.
자세한 소개 고맙읍니다. 역시 선진국은 주변환경도 아름답게 유지하고있네요. 항상 행복한 나날을 보내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