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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
아름다운 도시 함부르크에서 느낌 있는 박사후연구원 생활
김찬 (kimchan2000)그림1. (왼쪽)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맛 볼 수 있는 글루와인(Gluhwein: 따뜻한 와인이라는 의미)과 (오른쪽) 함부르크 시청사와 시청 광장에 펼쳐진 크리스마스 마켓. 함부르크는 공식적으로 자유한자도시 (독일어: Freie und Hansestadt Hamburg, 영어: Free and Hanseatic City of Hamburg)로 불리어 지며 독일에서 베를린에 이어 두번째로 큰 도시이다. 총 인구수는 약180만명이고 주변 위성도시들까지 고려하면 25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한국의 대도시들과 비교하면 인구수는 적지만 고층 아파트가 거의 없어서 아주 넓은 영역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함부르크는 북해와 연결된 엘베강을 기반으로 오래전부터 무역의 중심지로 성장하였고, 그로 인해 현재 함부르크 항구는 독일 최대의 무역항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함부르크에서 가장 유서깊은 건물을 하나 선택한다면, 단연 함부르크 시청사가 될 것이다. 현재 시청사는 1842년 함부르크 대화재 때 파괴되었다가 1987년에 재건되어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의 폭격에 의해서 도시의 많은 부분들이 파괴되었고 시청 또한 파괴될 위험에 처했었지만 시청앞 광장에 떨어진 폭탄은 불발탄이어서 다행이 시청은 파괴되지 않았고, 그 불발탄은 현재 시청사 안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공휴일에는 영어로 진행되는 시청 내부 투어가 있는데 함부르크를 여행하시는 분들에게는 꼭 추천해 드리고 싶다. 그림2. 함부르크의 크리스마스 마켓들 (왼쪽) 함부르크 시청과 중앙역 사이에 펼쳐져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 그리고 (오른쪽) 함부르크 중심거리 융펜슈티그 (Jungfernstieg)에 펼쳐서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 함부르크는 북위 53도에 위치하고 있어 겨울이 되면 해가 많이 짧아져 약 6-7시간 정도 해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북해의 영향을 받아서 해양성 기후를 띄기 때문에 낮에도 구름이 많은 편이여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그래서 겨울 내내 우중충한 날씨가 이어진다.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런 우울함을 이겨내게 하는 신비로운 존재이다. 마켓에서는 다양한 먹거리 (카레 소세지, 꼬치, 양배추 볶음, 달콤한 쿠키, 젤리 등)와 술이 있는데, 따뜻한 와인인 글루와인이 가장 인기이다. 추위를 이겨내고 기분을 좋게해주는데 최고라고나 할까. 보통 크리스마스 마켓은 11월 마지막주 월요일부터 시작해서 크리스마스가 시작되기 바로 전이나 크리스마스 다음날까지 대략 1달 정도 열린다. 그림3. 함부르크에서 유명한 수제 맥주집 중 하나인 그뢰닝거 브로이하우스 (Groninger Brauhaus 혹은 Braukeller. 여기서 keller은 지하실을 의미한다). (왼쪽) 반지하에 위치한 맥주집 입구인데 약간 음침한 느낌을 준다. (가운데) 맥주를 만드는데 사용되는 장비들과 (오른쪽) 10리터 크기의 오크통에 든 생맥주. 그림4. 그뢰닝거 브로이하우스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과 맥주: (왼쪽) 독일오면 꼭 맛봐야 하는 족발 튀김(Schweinshaxe), (가운데 위) 소시지, (가운데 아래) 수제 맥주. 독일은 맥주의 본고장 중 하나이기 때문에, 수제 맥주집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함부르크 수제 맥주집 중에 하나인 그뢰닝거 브로이하우스 (Groninger Brauhaus/Braukeller 혹은 Groninger Privatbrauerei Hamburg)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그림 3번에서 보이듯이 맥주집이 반지하에 위치하고 있어서 입구는 조금 허름해 보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밝게 빛나는 맥주 양조 시설을 볼 수 있다. 이곳의 특별한 점 하나는 무려 10리터나 되는 오크통 생맥주를 맛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 메뉴는 독일 여러 음식점들과 비슷하지만 독일에서 꼭 맛봐야 하는 족발튀김(Schweins Haxe)이 일품이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것이 족발튀김의 핵심이다. 겉은 누룽지처럼 바삭바삭하지만 속은 수육을 먹는 것처럼 부드럽다. 이곳이 아니더라도 독일에 오게되면 꼭 족발튀김을 맛보기를 추천한다. 그림5. 독일로 이사온 첫 해 크리스마스 연휴 때 방문한 조금 고급진 식당 란드하우스 플로트벡 (Landhaus Flottbek). (왼쪽 위) 란드하우스 플로트벡 식당 외관, (오른쪽 위) 식당 내부 크리스마스 장식, (왼쪽 아래) 바게트 위에 크림소스와 살짝 데친 소고기 그리고 신선한 야채로 이루어진 요리, 그리고 (오른쪽 아래) 돈가스 (Weiner Schnitzel)와 샐러드. 독일에서 크리스마스 연휴는 12월 24일부터 1월1일까지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크리스마스 연휴 전후에 개별 휴가를 보태서 2-3주 정도 가족들과 함께 휴가를 즐긴다. 본 저자는 2015년에 9월에 혼자 독일로 넘어왔지만 연휴 기간동안 와이프가 독일을 방문하여 독일에서의 첫 크리스마스를 외롭지 않게 보낼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마켓 기간이 지나면 주요 광장들은 언제 북적였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외롭고 삭막한 곳으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맥주집이나 식당 내부에는 여전히 연말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특히, 한 해의 마지막 날 12월31일에는 질베스터 (독일어: Silvester, 영어: New year’s eve)로 불리어지는 파티가 새해 1월1일 새벽까지 성대하게 치뤄진다. 본인은 질베스터 파티를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한 해의 마지막 날 저녁을 조금 고급진 란드하우스 플로트벡 (Landhaus Flottbek) 식당에서 장식하였다. 소고기 요리를 하나 주문 하였는데, 예상치 못하게도 바게트 위에 부드러운 크림 소스, 그리고 가볍게 데친 소고기와 신선한 야채가 올라간 음식이 받게 되었다. 처음에는 빵과 같이 먹는 것이 어색했는데, 먹다보니 왠지 빵과 소고기가 조화를 이루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한국에서 밥과 소고기 요리를 같이 먹는 느낌이라고 할까. 조금 새로웠지만 빵도 밥과 같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일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서 규칙을 잘 준수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12월31일은 왠지 예외인 것 같다. 12월31일 저녁시간이 되면 한 해를 보내는 폭죽 파티가 시작된다. 밤 12시에 가까워질수록 폭죽이 터지는 간격이 점점 짧아지다가, 밤 12시가 되면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미친듯이 폭죽이 터지기 시작한다. 심각한 수준의 폭죽 공해는 새벽1-2시 정도까지 이어지고, 그 이후에는 조금 잠잠해지지만 다음날 이른 아침까지도 드문드문 이어진다. 새해 첫 날 밖에 나가보면 거리는 폭죽 잔해물로 가득하고 1-2주 정도는 이 상태가 유지된다. 아마도 이 날은 규칙을 준수하는 독일인들에게 일탈을 즐길 수 있는 단 하루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림6. 미니어처 분더란드 (독일어: Miniatur Wunderland, 영어: Miniature Wonderland) 내부 사진들. (왼쪽 위) 옛날 독일 시골마을 풍경, (오른쪽 위) 공항 청사, (왼쪽 아래) 기차역, 그리고 (오른쪽 아래) 스위스 풍경. 그림7. 스파이시 박물관 (독일어: Gewurzmuseum, 영어: Spice Museum): (왼쪽 위) 박물관 홈페이지, (왼쪽 아래) 박물관을 설립한 분이 전 세계에서 구해온 매운 향신료들, 그리고 (오른쪽) 매운맛의 상징인 고추의 다양한 형태과 특징.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오랜 자유 무역항 하펜시티 (Hafencity)는 다양한 박물관과 구경거리들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미니어처 분더란드는 영어로 미니어처 원더랜드로 전 세계 곳곳을 작은 모형들로 꾸며놓은 곳이다. 독일 역사 뿐만 아니라 독일의 여러 도시들 그리고 여러 나라들의 특징들을 잘 표현해 놓았다. 다양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살아 움직이는 현실을 작게 축소해 놓은 것처럼 느끼게 한다. 그림6에 공항 청사의 경우에는 이륙 및 착륙 순서가 전광판에 나타나 있으며, 그 스케줄에 따라서 비행기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이륙과 착륙이 자동적으로 아주 실제와 비슷하게 이루어진다. 본 저자는 이 곳을 현재까지 3번이나 방문을 했지만 새로운 부분들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느낌으로 구경을 할 수 있었다. 하펜시티에는 스파이시 박물관이라는 곳도 있는데, 이 곳은 함부르크 웰컴센터에서 진행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시티투어 행사에 참여하면서 방문을 하였다. 박물관을 만든 사람은 이전에 행정 관련 업무에 종사하던 분인데, 매운 향신료에 매료되어서 은퇴 이후에 이 박물관을 지었다고 한다. 이 곳에서는 세계 곳곳의 향신료는 맛볼 수 있고 또한 구매도 가능하다. 한 가지 안타까웠던 것은 한국의 매운 고추는 찾아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림8. 함부르크의 자랑 엘브필하모니 (Elbphilharmonie). (왼쪽 위) 엘베강 위해서 바라본 엘브필하모니 건물과 (오른쪽 위) 엘브필하모니 건물 안에서 바라본 엘베강과 란둥스부르켄 (Landungsbrucken). (아래) 엘브필하모니 건물 위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왼쪽부터 누나가 방문하였을 때, 코펜하겐에 있는 친구가 방문하였을 때, 그리고 부모님과 친척들이 방문하였을 때. 2017년 이래로 함부르크 최고의 명소를 뽑으라고 한다면 단연코 엘브필하모니 (Elbphilharmonie) 콘서트홀일 것이다. 하펜시티에 위치하고 있으며 자유무역항의 창고로 사용되던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것이 특징으로 빨간 벽돌 건물 위에 전면 유리로 된 파도모양 지붕을 가지는 형태로 지어졌다. 메인 공연장은 소리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게 기둥이 없는 달걀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내부에 기둥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인 건물에 비해서 하중 분포가 쉽지 않아서 건물 내부에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를 제한하고 있다. 공연 티켓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아직까지 콘서트홀 내부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건물 내부 콘서트홀 바깥쪽은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기 때문에 지인들이 함부르크를 방문하면 항상 이곳을 방문하였다. 이 곳에서는 함부르크 전 지역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함부르크를 떠나기 전에 한번만 이라도 공연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그림9. 본 저자가 근무하고 있는 European X-ray Free-Electron Laser (이하 European XFEL) 시설에 첫 엑스선 빛을 발생시키는 데에 성공한 것을 축하하는 행사 (함부르크(Hamburg)와 쉐네펠트(Schenefeld)시가 함께 추진한 행사). (왼쪽 위) 함부르크의 랜드마크인 엘브필하모니에서 강력한 레이저 빛을 European XFEL 을 향해서 쏘아주고 있다. (왼쪽 아래) 엘브필하모니 한쪽 벽에 설치된 Welcome European XFEL LEDs. (오른쪽 위) European XFEL 항공뷰. 주황색 선들은 전자구름의 궤도 및 이 전자들로부터 발생된 엑스선의 궤도를 보여주고 있다. (오른쪽 아래) European XFEL의 메인 건물. 지상층에는 오피스들이 있고 지하에는 실험시설들이 있다. 저자가 근무하고 있는 European XFEL 시설은 함부르크에 위치하고 있는 DESY (Deutsches Elektronen-Synchrotron) 연구소에서 시작하여 직선거리로 3.4km 떨어진 쉐네펠트까지 이어져 있다. 처음 2.1km는 전자를 발생시키고 이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키는 전자총과 초전도가속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머지 1.2km는 가속된 전자로부터 엑스선을 발생시키는 언듈레이터 (Undulator: 일종의 연속적인 자석쌍) 및 엑스선 광학 장치들로 구성되어 있다. 마지막은 그림9 오른쪽 아래와 같은 건물로 되어있는데, 이 건물의 지상에는 사무실이 있고 지하에는 실험 준비실과 실험 허치가 있다. 2017년 6월에 처음으로 엑스선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로 커미셔닝 및 다양한 실험들이 진행 되고 있다. 이와 같은 성공적인 시작을 축하하기 위해 2017년 8월에 함부르크와 쉐네펠트시가 함께 그림9와 같은 레이저 행사를 진행하였다. 함부르크의 랜드마크인 엘브필하모니 건물에서 강력한 레이저를 European XFEL을 향해서 쏘아주었고 엘브필하모니 건물 한쪽편에는 “Welcome European XFEL” 이라는 문구를 밝게 새겨 주었다. 그림10. (위) 빛의 파장과 이의 크기에 해당하는 물질들. 엑스선은 핵, 원자, DNA와 비슷한 길이의 파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구조를 분석하는데 유리하다. (왼쪽 아래) 빛의 속도로 가속된 전자가 언듈레이터 (자석쌍)를 지나면서 강력한 엑스선을 발생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오른쪽 아래) European XFEL 시설에서 진행중이 실험을 나타내는 모식도. 촉매 물질이 가시광 레이저에 의해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극초단 엑스선을 활용하여 원자와 전자 스케일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과정을 나타내고 있다. (이미지 출처: Europeaxn XFEL 홍보팀) 엑스선은 상대적으로 짧은 파장을 가지는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원자, 핵, DNA, 그리고 나노 구조물 등을 분석하는데 적합하다. European XFEL 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엑스선을 발생시킬 수 있는 장치이며, 이 장치의 가장 큰 특징은 엑스선 펄스폭이 수 펨토초 (femtosecond: 10-15 sec)라는 것이다. 이 덕분에 펨토초, 피코초 (picosecond: 10-12 sec), 그리고 나노초 (nanosecond: 10-9 sec) 시간스케일에서 일어나는 물질 내부의 변화들을 실시간으로 연구할 수 있다. 그림10 오른쪽 아래 이미지는 European XFEL에서 하고 연구를 간략하게 설명해 놓은 것이다. 촉매 물질이 가시광 레이저의 의해서 변화되어 가는 과정을 극초단 엑스선을 활용하여 원자와 전자 스케일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그림11. 함부르크 항구 828번째 생일 파티 (Hafengeburtstag Hamburg: 매년 5월 초에 함부르크 항구 생일 파티 행사가 진행되는데 다가오는 2019년은 830번째 생일이다). (위) 엘베강에서 펼쳐진 레이저 및 폭죽놀이 행사. (아래) 피쉬마켓 (독일어: Fischmarkt, 영어: Fish Market)에 위치한 후멜 페데르센 (Hummer Pedersen) 식당 내부 사진과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해산물 요리들. 그림12. 2018년 여름 유럽 가족여행 사진과 (아래) 저자가 살고있는 동네의 봄, 가을, 겨울 풍경. 마지막으로 2018년 여름에 진행된 유럽 가족여행과 현재 살고 있는 동네 소개를 하면서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부모님들은 살아오시면서 유럽 여행을 할 기회가 한 번도 없어기에 큰 어려움을 무릅쓰고 양가 부모님, 작은누나, 조카들, 그리고 친척분들을 초대하여 대략 3주에 걸친 유럽여행을 진행하였다. 여행은 한국에서 직항이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하여 프랑스 에비앙과 샤모니 몽블랑, 스위스 로잔과 루체른, 독일 함부르크, 뤼벡, 베를린, 포츠담, 드레스덴, 뮌헨, 슈반가우,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산마리노 공화국, 그리고 이탈리아 베로나, 나폴리, 로마까지 여행을 하였다. 물론 개별적인 일정 관계상 한국으로 돌아갈 때는 2팀으로 나눠서 한팀은 체코 프라하 다른 한팀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탑승하였다. 유럽 내에서는 여러 나라들을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각 나라마다 달라지는 언어, 법규, 음식 등에 적응하는데는 어려움이 조금씩 있었지만 그래도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처럼 다르지는 않은 느낌이다. 여행하는 동안 많은 사진을 남겼지만 이곳에 다 올리기는 힘들 것 같아서 함부르크에 머무르는 동안 찍은 가족 사진 2장 (그림12)을 남겨본다. 기나긴 여정동안 큰 사고없이 잘 마무리 되어서 정말 다행이였다. 앞으로 이처럼 큰 규모의 여행을 다시 추진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삶에 큰 쉼표 하나는 찍은 것 같이 뿌듯했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은 함부르크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쉐네펠트라는 도시인데 이곳으로 온 이유는 연구소 메인 건물이 이곳에 있기 때문이였다. 이곳으로 처음 이사를 했을 때 동네가 너무 어둡고 삭막해 보여서 두려움이 앞섰는데 조금 지내다 보니 옆 집 사람들과도 인사를 하게되고 동네 분위기에도 적응을 하다보니 좋은 점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림 12 아래 사진들은 저자가 살고있는 집 앞의 봄, 가을, 그리고 겨울 풍경이다. 마치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 집안에 있는 나무라도 어느 정도 크기 이상이면 시에 허가를 받아야 옮기거나 자를 수 있다고 한다. 사소한 것 하나라도 쉽게 바꾸지 않고 오래동안 유지해 가면서 공존하는 독일인들에게 심심한 감동을 받았다. 물론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않아서 현재의 흐름에 조금 뒤쳐져 보이는 느낌을 가끔 받기도 하지만 자연과 함께하면서 인생을 즐기수 있는 면에서는 많은 장점이 있어 보였다. 영어가 아닌 독일어라는 거대한 장벽이 하나 있지만 이런 저런 것들을 고려하면 꼭 한 번 살아볼 만한 곳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두서 없이 작성된 수필이지만 이 글을 보고 독일의 장점에 매료되어 이곳에서 연구, 취업, 사업 등을 시작하시려고 준비중에 있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시너지로 작용하였으면 좋겠다. 조금 지루할 수도 있는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김찬의 함부르크 포토 에세이를 마치도록 하겠다.
RELAY BOOK
장하석 과학, 철학을 만나다. (이달의 주자: 최정모)
장하석 저
이 책은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과학철학을 가르치고 계신 장하석 교수님께서 쓰신 책으로, 2014년 EBS 특별기획으로 진행된 같은 제목의 강연 시리즈를 바탕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이 책은 과학을 철학적으로 풀어내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즉, 과학이 다른 학문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과학 지식은 어떻게 얻어지는가, 과학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와 같은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질문을 던지고 있죠. 저도 과학 현장에서 직접 일하고 있는 연구자이지만, 이런 질문들에 자신 있게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럴 때 이런 질문들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과학철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1부(1-6장)에서는 과학철학의 여러 견해들과 쟁점들을 소개합니다. 아무래도 쉬운 주제는 아니라 저자가 비전공자인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자 한 노력이 엿보입니다. 차머스의 『과학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다른 과학철학 개론서들과 비교해 보자면, 이 책은 과학철학의 모든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다루려 하기보다 쉽게 답을 낼 수 없는 과학철학의 몇 가지 중요한 문제들에 집중하여 그 난제들에 답하기 위한 여러 시도들과 저자의 생각을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렇게 선별된 주제 중 한 가지 예가 저자의 다른 책인 『온도계의 철학』에서 깊이 다룬 “관측의 이론적재성”입니다. 우리는 흔히 과학 이론을 구성하는 것이 관측 사실이라고 배웁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관측 과정을 곰곰이 돌이켜 본다면, 무엇을 관측할지, 그 대상을 어떻게 관측할지, 그 관측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지 등에 여러 차원의 이론이 다시 개입된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이론은 관측에 의존하여 구성되지만, 관측 역시 이론에 의존한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무한 루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을까요? 저자는 이러한 과학철학적 질문을 소개하면서 질문이 나오게 된 맥락과 발생되는 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소개합니다. 2부(7-10장)에 들어서면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과학사의 전문가이기도 한 저자가 여기서 과학사의 실제 사례를 여럿 소개하거든요. 7장과 8장에서는 18-19세기 화학을 예로 삼아 실제 과학 활동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봅니다. 많은 사람들은 과학 지식이 현재의 수준까지 단선적으로 축적되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이해 속에서 현재의 지식은 역사상 정답에 가장 가까운 지식으로 간주되고, 이전의 이론들은 틀렸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저자는 과학 지식의 발전 과정은 이러한 단순한 구도보다 훨씬 복잡하고 다채롭다는 것을 실제 역사를 기반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특히 화학을 전공한 저에게는, 라부아지에, 돌턴, 아보가드로 등 위대한 화학자들의 이론이 역사 속에서 “승리”한 것은 그저 정답에 더 근접했기 때문이 아니었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9장과 10장은 과거의 과학 문헌들에서 찾은 신기한 현상들을 저자가 실험을 통해 재현하는 장입니다. 이 현상들은 지금은 과학자들이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현상들이지만, 과거에는 많은 과학자들이 치열한 논쟁을 벌였던 주제들이었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현대 과학의 눈으로 볼 때 허황되어 보이는 보고도 있는데요, 저자는 그 보고도 막상 직접 실험을 해보면 매우 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한 예를 들자면, 물의 끓는점이 물을 담고 있는 그릇에 따라 달라진다는 보고가 있죠. 저자는 직접 이 실험을 검증해 보고, 현대 과학이 이를 어떻게 설명해 낼 수 있을지 논의합니다. 이런 식으로 과거의 문헌 보고들을 실험을 통해 재현해내는 것은 최근 과학사학계에서도 로런스 프린치페(Lawrence M. Principe), 파멜라 스미스(Pamela H. Smith) 등의 학자들이 시도하고 있는 참신한 방법론입니다. 연금술 실험처럼 우리 눈에 허황되어 보이는 이야기들을 현대 과학의 언어로 검증한다는 접근법 자체도 흥미롭고, 이를 잘 가공하면 과학 및 과학사 교육에서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교육 기자재들을 개발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저자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3부(11-12장)에서 나오는 느낌입니다. 여기서는 과학지식을 우리가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특히 과학적 ‘창의성’은 어떻게 기를 수 있는지의 문제를 다룹니다. 창의성이 부족해서 늘 연구 현장에서 머리를 싸매고 있는 저 같은 사람에게는 귀가 번쩍 뜨이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스포일러 같지만 결론만 이야기하자면, 다양한 실천체계가 공존하는 다원주의적 분위기가 과학적 창의성을 자극하고, 과학의 의미를 확장하며, 과학의 진보도 가속할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전망입니다. 여백이 부족하여 이 글에서는 다 설명할 수 없으니, 자세한 논지가 궁금하시다면 꼭 이 책을 구해서 읽어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과학자로서 매일같이 과학 활동을 수행하고 있지만, 막상 그 활동의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볼 기회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럴 때 몇십 년간 이런 문제들을 고민해 온 과학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쉽게 떠먹여 주는 이런 책이 참 고마워집니다. (저는 전부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EBS의 강연 시리즈도 호평을 받은 모양입니다.) 물론, 다시 연구실에 나가면 관측의 이론적재성이니 진보적 정합주의니 하는 이야기들은 다 치워두고 제 연구 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까 골몰하겠지만, 이렇게 잠시 바쁜 걸음을 멈추고 책장을 넘기며 제 작업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네요. 저는 다음 주자로 삼성전자에서 일하고 계신 박지영 박사님을 추천합니다. 박지영 박사님은 저와 같은 학과 출신으로, 학부 시절 같은 연구실에서 함께 학부 연구생 생활을 했습니다. 관심사도 비슷해서 함께 여러 분야에 걸쳐 스터디도 여러 번 했었죠.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친구인지라 어떤 훌륭한 책을 소개해 줄지 기대가 많이 됩니다.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