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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함부르크에서의 대학원생활

    정현빈 (amygtella)

    함부르크 대학교가 있는Dammtor 역 제가 유학생활을 하고 있는 이 곳 독일의 함부르크는, 관광지로써는 한국인에게는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유럽인들에게는 항상 인기가 있는 독일의 대도시 중 하나입니다. 사실 서울, 부산같은 대도시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대도시라고 명함을 내밀만한 도시는 독일에 있지도 않고 비교하자면 부끄러운 정도지만, 그래도 어림잡아 독일 내 두번째로 잘사는 도시라는 명성은 존재합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함부르크는 독일의 북쪽에 위치한 항구도시로써, 약 13세기부터 300년 이상 한자동맹에 속해 상공업과 무역으로 명성을 떨친 곳 입니다. 정식명칭은 자유한자도시 함부르크 (Freie Hansestadt Hamburg)인데 이 곳 사람들은 함부르크의 이런 명성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 항상 함부르크 라고 말하기보다는 HH라고 줄여서 말한답니다 (Hansestadt Hamburg). 한국의 인천공항에서 함부르크까지의 직항 공항편은 없지만, 나름대로 국제공항을 가지고 있는 유럽 교통의 요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함부르크 시내 랜드마크인 시청사 사실 함부르크는 날씨가 좋을 때는 특색있는 항구의 풍경과 어우러지는 대도시의 경관이 아주 아름답지만 일년 중 쨍쨍한 햇빛을 볼 수있는 날이 많지 않은 안개와 비의 도시로써 악명이 높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약 2- 3주 째 해가 나고 25도 이상의 날씨를 보여주는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하고 있어 함부르크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신이 났답니다.   함부르크의 수상버스 벚꽃이 만개한 4월 알스터 호수의 전경 왠만해선 보기힘든 맑은 날 함부르크내의 인공해변가 이렇게 우울한 날씨를 자랑하는 함부르크에서 저는 임상신경심리학, neuro clinical psychology, 독일어로는 Neuro klinische Psychologie라는 것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심리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소개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 첨언하자면, 심리학에는 사회심리학, 발달심리학, 임상심리학, 뇌신경심리학, 범죄심리학, 인지심리학, 계량 통계심리학, 조직 및 산업심리학, 광고소비심리학 등 여러 분야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제가 함부르크 대학에서 중점을 가지고 공부하는 분야는 뇌 신경과 임상심리학 입니다.   함부르크 대학교 가장 오래된 100년이 넘은 강의실 임상심리학을 공부하게 되면 보통은 석사 졸업후 정신과의 혹은 심리치료전문가 밑에서 다년간의 수련을 거쳐 심리치료전문가로써 각종 정신병과 인지장애를 치료하는 치료사로써 일을 하고, 뇌 신경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면 아무래도 요즘 점차 각광받고있는 뇌에 대한 연구자로써의 길로 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요즘 석사논문주제를 임상쪽으로 잡을지, 뇌신경 혹은 인지과학 쪽으로 잡아야 하는지, 혹은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중이랍니다. 사실 임상신경심리학이라는 전공이, 정신보건의학분야와 뇌신경학, 인지과학 분야에 넓게 겹쳐진 터라, 여러 분야에 흥미를 가진 저로써는 선뜻 주제를 정하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해질녁의 알스터호수 함부르크 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의 제 관심키워드는, 흔히 뇌파라고 일컫는 사건관련전위 연구(ERP) 와 뇌 기능영상 (F-MRI) 등의 방법론 그리고 조현병 환자들의 인지능력 재활치료 로 간추릴 수 있었는데, 배우면 배울수록 관심분야가 자꾸 넓어져서 큰 일입니다! 학생들만 할수 있는 행복한 고민이라고 자신을 다독여야겠죠^^. 이번 학기에는 연습삼아 가볍게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 연구수업이 있는데, 급성 스트레스가 인지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진행중인 프로젝트 연구 중에 코르티졸효과를 유발하기 위한 얼음물실험을 준비중입니다. 직접 온도계도 넣어보고 삼분동안 손도 넣어보다가 스트레스가 제대로 유발될 것 같아서 찍어보았습니다. 실험중에 항상 수축기 혈압을 재는데, 이날은 랩실파트너가 삼주째 실험을 참여하지 않은터라 분노에 차서 실제로 혈압이 올랐을 까 하는 마음에 피험자가 아닌 제 혈압을 장난삼아 재보고 있는 사진입니다. 볕좋은 날의 학교 함부르크는물가가 비싼 대도시중 대도시라서 학생에게는 경제적으로 힘들 수 있지만 , 그만큼 다른 도시에 비해서는 즐길거리도 많고 취업이나 각종 경험을 쌓기에는 기회가 열려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북쪽으로는 덴마크와 국경이 굉장히 가까워 북유럽여행을 하기도 수월하고, 서쪽으로는 네덜란드와 접해있으며 동쪽으로는 베를린을 지나 폴란드 등 동유럽을 여행하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날싸만 허락한다면 함부르크에서만 며칠을 잡고 여행하는 것도 꽤 매력적이랍니다.   독일의 베네치아라고도 불리는 함부르크에서는 어딜 가든 보이는 운하 사실 함부르크에 오면 햄버거를 먹고 가시는 분들이 많은데, 햄버거의 원조라는 설을 지지해주는 증거들인 햄버거 맛집이 많습니다. Zim Block, Ottos Burger, Hattari, Burgerlich, Most Burger, Peter Pan 등 수많은 수제버거 맛집으로 가득 차있는 햄버거의 도시입니다.   함부르크의 유명 체인점의 수제버거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먹는 맥주 종류중 맥주에 시원한 레모네이드를 섞어 마시는 Radler라는 맥주가 있는데, 오직 함부르크에서만 Radler가 아닌 Alsterwasser 알스터 바써, 직역하면 알스터물 이라는 명칭으로 부릅니다. 알스터는 위에서 소개했듯이 함부르크에 있는 큰 호수의 명칭으로 함부르거들의 알스터호수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엿볼수 있죠.   함부르크의 지역맥주 브랜드의 알스터바써 Alsterwasser, 다른지역에서는 Radler라고 불리는 맥주 밤의 알스터 호수 전경 약간은 흐린 날씨의 알스터호수와 함부르크 지역맥주 브랜드 Astr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홍등가가 있다면 독일은 함부르크의 홍등가가 유명합니다. 사실 홍등가를 관광포인트로 소개하기에는 꺼림칙함이 있지만, 이제는 홍등가보다는 홍등가 주변에 형성된 유흥을 위한 시가지들이 관광객들을 사로잡기 때문에 소개해봅니다.   항상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유흥가 Reeperbahn 어시장은 함부르크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인데, 일요일 새벽에 열고 닫는 칠일장 형식입니다. 싱싱한 생선외에도 각종 과일 채소 먹거리들과 기념품 장식품 생필품 화분등 온갖것을 다 팔기에 아침에 일찍 눈을 뜨는 관광객이라면 방문해볼만 합니다.   어시장이 있는 Landungsbrucke 역의 전경 함부르크 항구와 어시장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역 특산물, 생선을 넣은 생선버거, Fischbrotchen 하펜시티는 조성된지 얼마안된 구역으로, 그 정취가 아주 독특한데 한자동맹시절 무역창고로 쓰이던 빨간 벽돌 저장고 건물들과 수많은 운하, 운하를 잇는 다리, 그리고 새롭게 지어진 대기업 본사건물들 고층 건물들이 한데 모여 장관을 이룹니다. 관광객들뿐아니라 현지의 힙스터들 유튜버들의 촬영배경으로 등장하는 핫플레이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펜시티의 주요 건축물인 Speicherstadt. 한자동맹시절 소금창고로 쓰인 빨간벽돌 건물들 하펜시티의 야경 엘베필하모니는 물결모양으로 지어진 콘서트건물로써 매우 많은 예산과 시간이 들어간 건물입니다. 비싼몸값을 자랑하는 만큼 아름다운 것 같죠. 물위에 지어진 이 건물에는 주거공간도 있어서 임대료는 비싸겠지만 사람이 살기도 한답니다.   멀리서 본 엘브필하모니 건물 가까이서 본 엘베필하모니 건물 엘브필하모니의 테라스에서 바라본 하펜시티의 야경 포토에세이를 작성하다보니 왠지 큰 틀 없이 주저리 주저리 사진만 나열한 것 같아 아쉽지만, 이 글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의 마음에 함부르크 항구의 바람냄새가 조금이라도 전해졌길 바라며, 마지막 사진은 함부르크에서 지하철만 타도 볼 수 있는 흔한 뷰로 이만 에세이를 마치겠습니다. 두서없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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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지 (이달의 주자: 이동욱)

리처드 탈러, 캐스 선스타인 저

  졸업을 앞둔 모든 대학원생이 그러듯이 지도 교수와의 관계나 향후 진로를 위한 면접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핵심적인 문제로 간주했던 점은 의사 결정 과정에서,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저와 상대방 사이에서 피하고 싶었던 정보 비대칭이 생기고, 결국에는 설득이 되지 않아서 비효율적인 결정이 내려지는 점이 잦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 소개드릴 넛지라는 책은 이와 유사한 상황들을 어떻게 분석하고, 어떻게 타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줍니다. 넛지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개입하여, 결정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내도록 유도하는 장치입니다. '비금전적인 유인'을 추가하여 다른 이들의 선택을 ‘설계자’가 의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것입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기본 값’이 있습니다. 윈도우 OS를 써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수많은 선택 사항이 주어짐에도 불구하고 보통은 그 ‘기본 값’을 따라 갑니다. 다른 예로, 몇 달 전 같은 연구실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들 수 있습니다. 그 한식집에서 수십가지 되는 메뉴를 거의 다 먹어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저 뿐이었습니다. 당연히 다른 친구들은 한국 음식에 대한 정보를 거의 몰랐지요. 먼저 못 먹는 음식이 있는지를 물어본 뒤, 각 메뉴에 대한 설명을 일일이 했지만, 그 친구들의 말은 결국 이것이었습니다. “알아서 네가 골라.” 저는 선택권을 존중하려고 했지만 정작 선택을 해야 하는 이들에게는 숙고의 시간을 가져야만 하는 불필요한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이었지요. 그들은 저에게 ‘기본 값’을 내려주기를 원하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설계자’로서 동료들의 선택을 어느 범위 내에서 ‘통제’하게 된 셈이지요. 이런 점이 이 책에서 제기했던 문제 의식이었습니다. 즉, 사회에서도 ‘설계자’ 소수의 의도대로 수많은 대중이 집단적이고 따라서 파급 효과가 큰 ‘결정’을 내리고 있으니까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에는 최대한 이성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손익을 세세하게 따지지만, 모든 결정에 대해서 그렇게 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메뉴 고르기 같은 사소해보이는 선택에서는 번거로운 심사숙고의 과정이 생략되어, 모든 상황에서 합리적인 선택이 내려지지는 않는 것입니다. 이 점에 주목하여, 이런 사소해보이는 결정들의 집합을 분석하고 공략하여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주장입니다. 반사적이고 즉각적인 결정 과정에 개입함으로써, 다른 결정을 이끌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비합리적이지만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 즉 넛지에는 동료로부터의 압력 (peer pressure), 편향 (bias) 등이 있습니다. 다른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거나, 나는 이렇게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린다는 무의식이 관여하는 셈입니다. 이런 식으로 인간의 비이성적인 면이 책에서 해부되지만, 저자들은 항상 좋은 곳에 넛지를 쓰라는 말을 빼놓지 않습니다. 넛지의 발견은 다른 과학적 발견과 마찬가지로 가치 중립적이지만, 누가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선 혹은 악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책에서 추천되는 넛지의 적용 분야는 공공의 선을 위한 곳입니다. 예를 들면 길거리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캠페인, 보험 약관의 ‘기본 값’을 평균적인 대중에게 가장 유리하도록 수정하는 일 등입니다. 넛지의 이용을 통해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고, 때로는 금전적인 유인으로도 성취할 수 없었던 것을 넛지로 성취할 수 있다는 실제 성공 사례도 나열됩니다. 작년 이 책 저자의 노벨 경제학상 수상을 기점으로, 현재 한국에서도 공공정책에 넛지를 적용하자는 주장과 논의가 활발히 펼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으레 그렇듯이 이런 혁신은 정부에서보다 민간 영역에서 더욱 빨리, 활발히 적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회단체들이 기부를 받을 때라든지, 기업의 마케팅 등에서 사용이 될 수 있지요. 넛지의 이용에는 경제학적인 이익 (예를 들면 마케팅 비용의 절감 등)이 걸려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로의 활용은 가파르게 확장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넛지를 실행하기 위한 기법은 점점 더 정교해질 것입니다. 미래의 발전된 넛지 기법에 대한 대책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질 것인지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 비단 공공정책 같이 거시적이고 파급 효과가 넓은 분야 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넛지가 적용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개인적인 깨달음은 설득을 할 때에는 항상 방향성을 어느 정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상황을 예로 들면, 제가 상대방보다 더 선택에 중요한 세부 사항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저는 모두를 위한 최선책을 분명히 알고 있고,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 상대의 선택권을 존중하기 위해 다른 선택권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날 때도 많습니다. 상대방의 호불호를 미리 최대한 알아내고, 상대가 원하지 않을만한 옵션을 미리 배제하여 ‘집중 후 선택’의 길을 따라갈 수 있도록 제가 선택을 미리 ‘설계’하면 좀더 모두에게 유리한 결과를 효율적인 과정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의 생활에 좀더 넛지를 활발히 적용하고자 이 책을 곱씹고 있는데, 여러분의 생활 역시 좀더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감히 추천드리며 이 글을 마칩니다.   다음 릴레이 북 주자는 MIT 생명공학과에 계신 박용진 박사님입니다. 제가 박사 과정 동안 성장하는데 이 분의 도움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박용진 박사님께서는 book smart 할 뿐만 아니라 street smart하기도 한 분이시기 때문에,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훌륭하게 서평 속에 녹여낼 수 있을 것입니다. 자세히 보기

월드컵이 끝나고 나니 금단현상이 생겼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무슨 이벤트가 없나?’라는 생각으로 기웃거리게 되었습니다. 그나저나 축구공은 진짜 둥글다는 증명을 완성한 월드컵이었습니다. 영국의 리네커라는 유명한 선수가 “축구는 22명의 사내들이 공몰고 왔다갔다 하다가 결국 독일이 이기는 경기”라고 했다는데, 이번에 독일은 최하위팀으로 분류되던 대한민국에게 0대2로 패하면서 스타일이 망가졌고, 신통찮아 보이던 프랑스가 결국은 우승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프랑스 국가대표 선수 90% 이상이 이민자들이라는 것 들어보셨죠? 일전에 프랑스 극우당 당수가 “까무잡잡한 저 팀이 무슨 프랑스 국가대표팀이냐?” 고 이미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한바 있습니다. 국대팀 거의 전부가 이민자인 것도 놀랍고, 저런 극우발언도 서슴없이 할 수 있다는 것도 놀랍습니다. 세계화라는 패러다임 안에서 우리가 살아온 지도 시간이 한참 되었습니다. 세계화를 쉽게 말하면 물자이동에는 관세가 최소화되고, 사람이동에는 비자가 최소화되는 것입니다. 장벽만 낮추면 교류는 저절로 되니까요. 재미있는 현상은, 값싼 노동력도 얻고 노조도 장악하기 쉬워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정부는 은근히 인력수입을 찬성합니다. 하지만 특별한 기술이 없는 일반 노동자들은 외국으로부터의 인력수입에 결사반대합니다. 사무직은 어떨까요?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무직이어도 업무에서 언어비중이 크기 때문에 인력수입에 직격탄을 맞지는 않습니다. 고급인력은 수입되어도 언어와 문화가 혼재된 매니저 업무를 할 수가 없으니, 국내경쟁자들이 인재수입에 큰 거부감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서 일할 때 들은 이야기인데, 아시아인 한 명 이민자가 10년 동안 하는 일은 미국인 한명이 평생하는 일보다 많을 것이라고 합니다. 영어가 짧아 불평은 못하고, 영주권까지 받으려면 최소한 5년 이상 열심히 일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고급인력에도 예외가 있습니다. 의사와 변호사 집단은 철저하게 인재수입을 반대합니다. 아마도 대를 잇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좀 더 길게 보는 것 같습니다. 한 세대가 지나면 이민자들이 자기들 시장을 장악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영어나 불어로는 Immigration 인데, 우리는 이민(移民)이라고 합니다. 영어는 받아들인다는 뜻이고, 한자는 떠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우리에게 이민이란 아시아권 나라를 떠나서 서양으로 들어가는 것이 됩니다. 옛날에는 정치적 탄압을 피해서 이민 갔던 사람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합니다. 교육이민도 결국은 잘먹고 잘사는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니 장기투자형 경제이민이라고 봐야죠. 이민의 한자가 아주 재미있습니다. 위의 ‘떠날 이’라는 한자를 보시죠. 왼쪽이 ‘벼 화’ 이고, 오른쪽이 ‘많을 다’입니다. 그러니까 먹을 거리가 많은 곳을 찾아가는 것이 이민입니다. 영국에서는 여전히 브렉시트가 오리무중입니다. 유럽연합과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했다가 큰 회사들의 염려를 듣고 적당하게 타협했는데, 이제는 보수당 내부에서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애초에 가장 큰 이슈는 폴란드 사람들이 영국에 너무 많이 들어왔고, 취직이 안되는 사람들이 실업수당을 비롯한 복지혜택까지 누리는 것을 밉게 본 영국 중하층 사람들의 분노가 투표에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보수당이 장기집권을 위해 제시했던 찬반투표가 엉뚱한 결론에 이르렀는데, 지금 여론은 오히려 유럽잔류 찬성쪽이 높게 나온다고 합니다. 그래서 국민투표를 한 번 더하자는 쪽도 있고, (일사 부제의 원칙에 따라) 절대 하면 안된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참 신기한 것은 지속되어오던 연합을 끝내는데, 어떻게 정족수가 과반수였는지는 의문입니다. 헌법처럼 계속되던 것을 바꾸는 것은 보통 2/3 찬성인데 말입니다. 어쨌든 지금 영국은 전진도 후퇴도 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진퇴양란입니다. 의회는 제2차 대전 이래 최고로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누구도 시원한 답을 내어놓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염려가 커지고 있는 것을 자주 봅니다. 당연한 여론입니다만, 우리만 물건을 팔고 남의 것을 안사줄 수도 없고, 우리나라 사람들만 이민 나가고 남들은 못들어오게 할 수도 없습니다. 패쇄적인 경제는 단기이익에는 유리하겠지만, 장기이익에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좁은 국가에 외국인들 계속 들어오면 당장 사회가 폭발하지 않겠냐는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금방 통일이 되면 모를까… 그래서 우리 국민을 바깥으로 보내는 이민정책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노년층이 늘어나게 되기 때문에 위험하지만, 전 가족이 다 이민을 가는 것은 인구의 나이 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잘살아지면서 이제는 이민이 현저히 줄고 있을뿐 아니라, 나갔던 사람들도 돌아옵니다. 한국이 여러가지로 편리하니까 헬조선이라면서도 어떻게든 안나갈려고 합니다. 과거에는 ‘해외이주공사’라는 정부기관도 있었는데, 지금은 사설단체들만 즐비해보입니다. 더이상 포화되기 전에 외국으로 이민을 장려해야 합니다. 이민을 장려하기 위해서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도움이 필요하고 현지에서의 정착안내도 필요합니다. 영리단체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복수국적 인정문제입니다. 국내에서 군에 안가려는 고관대작 자녀들의 이중국적이 문제였는데, 해외에 사는 한국인들에게까지 영향이 큽니다. 복수국적 인정이 안되므로 현지에서 한국인들은 외국국적 취득을 꺼립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현지정부에 대한 한국인들의 발언권이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외교에 도움이 안됩니다. 저의 의견은 해외한인들의 외국국적 취득을 오히려 한국정부가 장려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려면 복수국적도 허용해야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박쥐같은 기회주의자들을 양산하자는 이야기냐?’고 반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를 보면 명시적으로 복수국적을 인정한다고 되어있고, 덧붙여 프랑스 영토 내에서는 프랑스 국적만 인지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대로 한국에 적용하여 국내에서는 한국국적만 인지하면 됩니다. 그리고 수입되는 외국인들은 좀 더 고급인력으로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고급인력을 동남아에서 수입해야 나중에 그들이 한국정부의 외교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동남아가 전부 중국의 영향권에 들어갈 터인데, 지금부터 고급인력들을 영입해서 키운 다음 돌려보내든지 우리 문화안으로 흡수하는 것이 시장과 외교를 방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이화여자대학교] Systems Pharmacology Lab

Systems Pharmacology (SP) 연구실은 정밀 의료를 위한 약물 예측 및 약물 반응성 연구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약물은 질병의 치료와 예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부작용을 동반하는 치료 방식입니다. 기존의 승인 약물들도 단일 타겟(target)을 가지는 경우가 드물 정도로, 복잡한 생체 내 약리 작용을 이해하고 규명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에 본 연구실은 약물 스크리닝 데이터 및 약물 유래 전사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의 새로운 쓰임을 예측하고 생체 반응을 분석합니다. 일련의 연구들은 Data-Driven Drug Discovery (D4)로 요약됩니다. 연구실은 김완규 교수님을 필두로, 2018년 9월 기준, 1명의 연구 교수님과 2명의 박사 후 연구원, 1명의 일반 연구원이 있으며 학생은 박사 과정 3명, 석사 과정 1명이 있습니다. 김완규 교수님은 University of Cambridge에서 bioinformatics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독일 Dresden과 미국 Texas Austin (Edward Marcotte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낸 경력이 있습니다.   본 연구실에서 관심을 두는 연구 분야를 정리하면 아래 그림과 같습니다. 이 중, 주력하는 3가지 연구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과 연구의 진행 상황을 이어서 서술하겠습니다. 각 연구들은 최근 각광 받는 인공 지능 기술을 적용하여 분석의 정확성을 높이는 시도가 진행 중에 있습니다. 2-1. Cheminformatics 미국 생물공학정보센터에서는 PubChem Bioassay를 통해 대규모 약물 스크리닝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2018년 기준, 125만 개 이상의 bioassay가 있으며, 2억 4천만 건 이상의 화합물이 구조 정보와 함께 제공됩니다. 이는 오믹스 데이터를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의 바이오 빅데이터라고 할 수 있으나, 지금껏 활용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이에 본 연구진은 공개된 약물 스크리닝 데이터를 통합하고, 화합물의 활성 정보에 기반한 약물 가상 탐색 방법을 개발하였습니다. 약물 가상 탐색은 대규모 화합물의 약리 활성을 예측하는 컴퓨터 알고리즘입니다. 대개 화합물과 타겟 단백질의 구조를 이용하여 두 구조가 효율적인 에너지로 결합하는 조합을 찾는 것이 이 분야의 지배적인 아이디어입니다. 이렇게 구조 정보를 이용한 기술이 발전 되어 왔으나, 약물 가상 탐색의 수요와 필요를 충족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한편, 실제 실험 결과인 화합물 활성 정보는 보다 직접적인 정보임에도 본래 목적이 있는 데이터이기 때문에 재활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본 연구진은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여러 스크리닝 데이터를 통합한 후에, 통계적으로 활성을 재사용하는 방법을 고안하였습니다. 개발한 두 알고리즘의 전개도는 다음 그림과 같습니다.   2-2. Pharmacogenomics 2-2-1. CMAP approach for drug repositioning 과거 질병은 환자에게 드러나는 증상들을 종합하여 규정했으나, 분자 생물학의 발전과 함께 소수 타겟 분자의 상태 변화만으로 질병을 판단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오믹스 데이터의 가성비가 높아짐에 따라 환자의 시스템적 분자 프로파일을 구축하고 면밀히 질병을 진단 및 치료하는 것이 가능해 졌습니다. 특히 약물 유래 전사체 데이터를 활용하면, 질병의 발현 패턴과 반대되는 패턴을 가진 약물을 새롭게 제안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 방법이 2006년 Science에 발표된 CMAP입니다 (>1,800회 인용). 지금까지 CMAP의 역전사체 패턴을 이용해 새로운 쓰임(indication)이 제안된 약물은 30여 종이며 이 중에 임상 실험에 진입한 약물은 2건입니다. 본 연구진도 CMAP 방법을 활용하여 수 건의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며, 궁극적으로 재창출신약 (drug repositioning) 개발에 기여하고자 합니다. Glioblastoma에 효과가 있는 3건의 신규 약물을 찾은 사례는 2018년 1월 PloS One에 논문으로 발표된 바 있습니다 (Lee H, Kang S, Kim W (2016) Drug Repositioning for Cancer Therapy Based on Large-Scale Drug-Induced Transcriptional Signatures. PLoS ONE 11(3): e0150460. doi:10.1371/journal.pone.0150460).   2-2-2. Biomarkers for drug sensitivity 약물은 부작용이 동반되는 문제 외에도 내성이 생겨 약리 효과가 무용이 되기도 합니다. 약물을 처방하기 전에 약효를 예측할 수 있다면 환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줄이고 효과적인 질병 치료가 가능할 것입니다. 미국의 연구 그룹, broad institute는 CTRP (Cancer Therapeutics Response Portal)와 CCLE (Cancer Cell Line Encyclopedia)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약물 반응성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진은 이 데이터베이스와 발현 데이터베이스(GEO, Array Express)의 전사체와 약물 반응성 데이터를 사용하여 항암제의 내성 signature를 밝혔습니다. 또, 내성 signature와 유사성 분석을 수행하여 암 환자의 내성을 예측하는 웹 플랫폼(CDRgator)을 구축하였습니다.   2-3. Bioinformatic Tool Development 위와 같은 분석 연구 외에도, 본 연구진은 생명정보학 연구자들을 보조하는 다양한 웹 툴을 개발해 왔습니다. 주로 오믹스 데이터를 해석하고 시각화 하는 툴들입니다.   SP 연구실의 가장 큰 장점은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분위기입니다. 교수님은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경청하는 분입니다. 연구원과 학생들 간에도 토론이 자유로우며 선후배 상관없이 많이 아는 사람이 서로를 가르쳐 줍니다. 생명정보학이 여러 학문이 혼재된 다제학 분야이기 때문에 서로 적극적으로 배우는 태도와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율적인 연구 환경은 가능성을 제한하는 일은 없지만, 반대로 나태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연구 성과를 얻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일은 오롯이 본인에게 달려 있습니다. 연구 주제를 정하고 방향을 정하는 일 외에 모든 일은 대개 학생에게 맡겨집니다. 스스로 공부하고 제안하고 정리하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대부분의 일이 컴퓨터로 진행되기 때문에 프로그래밍 언어를 1개 이상 익히는 것이 기본이며, 컴퓨터 시스템을 다루는 일에 익숙할수록 좋습니다. 또, 분석에 통계가 빠지지 않으므로 통계학 지식이 있으면 좋습니다. 그러나 이런 지식이 없다 하더라도 연구실에는 기꺼이 가르쳐 줄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스로 노력하고 사람들과 열심히 교류한다면 얻어 가는 것이 많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실은 공동 연구가 활발히 이뤄집니다. 약물 가상 탐색 알고리즘이나 내성 예측 프로그램 등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주로 하기 때문에, 실제 세포 혹은 생체에 예측된 약물이나 내성 signature를 검증해 줄 연구실과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본 연구 프로젝트에 관심있는 모든 분들께 문이 열려 있습니다. ■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52 이화여자대학교 종합과학관 C동 509호 ■ TEL   : 82-2-3277-4754 ■ 이메일   : ercsb@ewha.ac.kr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