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센
  • PHOTO ESSAY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주재원 생활

    남충우 (cwnam62)

    멕시코는 우리나라 남한 땅의 약 20배, 인구 1억2천만명 이상의 큰 나라로서, 세계 14위의 넓은 땅과 11위의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멕시코는 대부분의 중남미 국가처럼 약360년간 스페인의 지배를 받아 자신의 고유 언어는 없어지고 스페인 말을 사용하고 있다. 멕시코는 미국식 발음이고 원어로는 ‘메히꼬’ 라고 발음한다. 멕시코 북쪽으로는 요즘 장벽을 세우겠다는 얘기가 많은 트럼프 정부의 미국과 국경을 같이 하고 있고, 남쪽으로는 과테말라, 벨리즈등과 접경을 이루고 있다. 멕시코는 고지대와 저지대로 나누어지고, 저지대는 고온 다습, 고지대는 온난 건조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도시는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고, 수도인 멕시코 시티는 해발2,000m 이상이다. 처음 멕시코시티에 가보시는 분은 고산병 증세로 다소 어지럽기도 하고 두통이 있기도 하고 숨이 차기도 하다. 해변가에 많이 위치한 저지대는 동쪽으로 멕시코만과 카리브해를 끼고 있는 깐꾼(Cancun, 캔쿤), 서쪽 태평양에 연한 로스까보스, 아까풀꼬와 같은 휴양 명소들이 많이 있다. 몬떼레이는 멕시코 북부 누에보레온주(NuevoLeon, N.L.)의 주도로서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 다음으로 과달라하라와 함께 2-3위를 다투는 큰 도시이다. 약 12개의 작은 시의 집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총 인구는 600-700백만명 정도이다. 미국과 가까워서 산업이 많이 발달되어 있는 도시이므로 멕시코 다른 지역에 살다가 오신 분들에 의하면 전통적인 멕시코 느낌보다는 미국 같다라는 느낌이 든다고 하신다. 보통 멕시코하면 커다란 선인장들이 있는 뜨겁고 건조한 사막에서 큰 밀집모자(솜브레)와 판초를 뒤집어 쓴 콧수염 기른 남자가 기타치며 말타는 이미지가 연상되지 않는가? 아쉽게도 여기에 와서 그런 사람을 찾아보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갓쓰고 한복입고 다니는 사람을 찾는 것과 같다. 그런 이미지는 단지 미국 헐리우드 영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때문이리라. 아래 사진은 몬떼레이의 랜드마크인 말안장 산이다. 꼭대기 모양이 마치 말안장 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몬떼레이란 산을 의미하는 Monte와 왕을 의미하는 Rrey라는 말이 합쳐져서 생겼다 할 정도로 높은 산들이 즐비하다. 몬떼레이시는 약 700m 고지에 위치하고 1,500m 이상의 산들로 둘러싸여 있다. 아래 사진의 왼쪽에 병풍 같은 산이 치핑케이다. 많은 사람들이 등산도 하고, 통나무집에서 묵기도 하며, 시내 전망을 내려다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치핑케 산에서 내려다본 다음 사진의 몬떼레이 모습은 빌딩숲의 마천루가 왜소하다 못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주변 산의 거대한 규모를 더욱 쉽게 보여준다. 밤의 몬떼레이 거리는 많은 차량과 빌딩의 조명으로 대도시로서의 멋진 모습을 연출한다. 몬떼레이 지역은 여름에 45도씨 정도까지 기온이 올라가고 겨울철에는 약 5도씨까지 내려간다. 눈은 거의 내리지 않지만 대부분의 집들이 난방보다는 냉방에 치중해 있어서 겨울철이면 실내가 생각보다 추워 가스난로나 전기히터를 켜야 한다. 멕시코는 백인 10%, 원주민 30%, 혼혈 60%로 구성되어 있고, 성격은 대부분 낙천적이고 좀 느리며 정이 많다. 급한 성격의 우리나라 사람과 일할 때 서로 잘 맞지 않아 답답해 하는 면도 있으나 대부분 착하고, 잘 설명해 주고 이해시키면 잘 따르고 또 금새 친해진다. 축구를 열광적으로 좋아해서 도시간 프로축구 매치가 있는 날이면 대부분의 맥주집은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은 축구팬들이 꽉차게 들어차 중계를 보면서 큰소리로 응원을 한다. 올해는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과 멕시코가 맞붙게 되어 어디를 응원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종교는 90% 이상이 천주교이고, 마을 마을 마다 광장과 성당이 있다. 이는 스페인이 통치하면서 유럽식으로 만들어 놓은 것들이다. 작고 오래된 아담한 성당부터 크고 화려하고 웅장한 성당까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큰 행사로 생각하는 추수감사절보다 멕시코에서는 부활절이 더 큰 행사로서, 부활주일 휴가동안 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놀러도 가고, 동네마다 다양한 행사가 치루어 진다. 각 지역의 고유한 복장과 춤솜씨, 노래등을 펼치펴 거리를 행진하기도 한다. 멕시코는 미국, 카나다와 함께 1992년 부터 요즘 미국정부와 이슈가 되고 있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맺고 있어, 임가공 생산하여 공급하는 산업이 발전되어 있다. 특히 인건비가 미국의 10~20% 수준이어서 저가의 인건비가 필요한 공산품이나 농산품을 생산하여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가장 무역 규모가 큰 자동차 산업의 경우 미국, 유럽, 일본등 전세계의 대부분 유수한 자동차 메이커가 들어와서 소형차와 픽업 트럭등을 생산하고 60-70% 이상을 미국으로 수출하여 왔다. 우리나라의 기아자동차도 2014년부터 몬떼레이에 공장을 짓기 시작하여 2016년 5월부터 Forte를 첫 양산한 이래로 2017년에는 Rio, Accent 차종도 생산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멕시코의 생산 능력은 년 40만대 이상이다. 기아차 진출에 따라 많은 1차, 2차 협력사와 그 예하의 업체들도 몬떼레이와 그 근방에 동반 진출해서 약 40-50여개의 한국 부품업체가 들어와 있고, 한국인 거주자도 약 2,000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인 식당도 많이 생기고, 한국 마트도 3-4곳 생겨서 한국 음식이나 생필품 구입에는 큰 문제가 없다. 여기에서 십여년 사신 분들에 의하면 약 15년전 처음 냉장고, 세탁기등 백색가전을 생산하는 LG전자가 진출할 당시에는 미국으로 넘어가 수개월치의 한국산 생필품을 사와서 생활했다는 얘기들을 하신다. 몬떼레이는 오래된 전통 도시가 아니라 스페인 점령후 산업을 위해 형성된 도시로서 고색창연한 건물이나 성당으로 유명한 곳은 거의 없다. 단지 처음 방문하신 분들을 위한 관광지로 몇 군데를 소개해 보겠다. 첫번재로 기기묘묘하게 우뚝 서있는 산들이 모여 있어, 미국의 그랜드캐년을 연상케하는 아래 사진의 우아스떼까(Huasteca)라 곳이 있다. 사진으로는 그 풍경이 모두 표현 되지 안겠지만. 그리고 몬떼레이에서 30여분 남쪽으로 가면 많은 큰 산속에 숨어 있는 말꼬리 폭포(cola de caballo)가 유명하다. 마치 한국의 북한산, 도봉산처럼 등산로 입구에는 관광기념품과 먹거리를 파는 상점들이 즐비하게 있고, 아래 사진과 같이 더운 여름에 폭포에서 땀을 식히고 간단한 등산과 개울가에서 땀을 식히기 위해 많은 지역 주민들이 방문하는 곳이다. 젊은이들은 주변 계곡에서 번지점프, 집라인, 계곡 탐험등 많은 엑스트림 액티비티를 즐기기도 한다. 푼디도라(Fundidora)라는 이름의 큰 공원은 1900년에 세워저서 1986년도 파산한 예전 제철소를 시내 한복판에 리모델링하여 시민들에게 휴식의 공간으로 무료 제공하고 있다. 기존 제철소 건물은 박물관과 음식점으로, 용광로는 설치물로 변모시킨 이곳 또한 몬떼레이의 또다른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더운 여름 밤에 더위를 식히는 산책로나 간단한 놀이기구를 타러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공원 내부에는 인공 수로를 만들어서 유람선을 띄우고 수로 주변에는 멋진 음식점들이 들어차 있어 마치 베네치아, 세느강변, 미국 산아토니오의 리버워크 같은 운치를 느끼며 식사를 할 수 있다. 멕시코 음식중 가장 유명한 것은 따꼬(Taco)이다. 밀가루나 옥수수로 만든 우리의 만두 피 같은 똘띠야(Tortilla)에 고기나 야채등 각종 먹을 것을 얹고, 우리의 양념장 같은 매콤한 살사(Salsa)와 레몬즙을 가미해서 손으로 쌈싸먹듯 돌돌말아 먹는다. 매콤하고 우리 입맛에 맞아 쉽게 좋아하고 즐기게 된다. 우리의 작은 절구 같은 용기에 토마도, 아보카도, 고추등 각종 재료를 넣고 섞어 만든 살사와 갈비살, 치즈, 새우등 음식을 똘띠야에 얹어 싸먹는 따꼬등 멕시코의 대표 음식 사진이다. 음식점이나 집이나 어디서나 행사할 때 흥을 돋우기 위해 음악과 노래를 들려주는 마리아치(Mariachi)가 있다. 이들은 2,3인조부터 7,8인조까지 다양하며, 기타와 관악기등 각종 악기로 연주하며 노래를 들려준다. 신나는 멕시코 노래와 감미로은 사랑의 노래를 들려준다. 한국사람 손님이 있으면 가끔 한국 가요도 짤막하게 들려주는 센스도 있다. 보통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면서 전속 마리아치의 노래를 듣는데, 노래 요청한 테이블 바로 옆에서 노래를 들려줘서 이때는 옆사람과 대화하기가 힘들다. 한화첨단소재 멕시코 전경 및 드론 사진 한화첨단소재 멕시코 법인은 기아자동차 멕시코 진출과 더불어 2015년 초 몬떼레이에 법인을 세우고 공장 건설을 시작하여 2016년 5월부터는 기아자동차 멕시코를 비롯해서 현지 글로벌 선전 자동차 메이커인 다임러벤츠, BMW, 폴크스바겐, Ford등에 경량복합소재를 적용한 자동차 부품을 공급해 오고 있다. 플라스틱과 유리섬유로 이루어진 경량복합소재는 금속과 동등한 물리적 강성을 갖고 있으면서 더욱 가볍게 제품을 만들 수 있어서 자동차 산업의 큰 이슈인 경량화를 통한 연비향상과 안전성 확보를 동시에 얻을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아래 사진에 나타낸 우리회사에서 생산하는 여러 자동차 부품중, 멕시코 법인에서는 자동차 범퍼 백빔 및 에너지 업소버, 언더커버, 헤드라이너, 팩키지트레이를 생산하여 공급중이며, 한국차 수출에 일조하기 위해 주재원뿌 아니라 현지에서 채용된 한국분 및 많은 멕시칸 직원들이 땀흘려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한화첨단소재 주요 생산 부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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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BOOK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이달의 주자: 정재홍)

다니엘 글라타우어 저

  제가 소개해 드릴 책은 아주 독특한 형식의 연애소설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Gut gegen Nordwind)’입니다. 저도 과학 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그러하듯 무언가 배울 수 있는 책을 좋아합니다만 요즘은 감정을 건드려주는 소설에 재미를 붙이는 중입니다. 원래 읽고 있던 다른 책이 있어서 그 책을 소개하려 했는데 사랑하는 아내가 이 책이 너무 재미있다며 강력하게 추천해서 하루 밤 만에 푹 빠져 읽고 이렇게 소개해 드립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메일로 이루어진 매우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같은 편지 형식으로 된 소설의 현대판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장문의 편지와 달리 이메일은 마치 메신저로 대화하듯 빠른 호흡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책장을 빠르게 넘길 수 있습니다. 메일과 메일 사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메일을 쓰는 인물이 어떤 행동과 생각을 하고 있는지 등이 오로지 읽는 사람의 상상에 달렸다는 점이 정말 신선하고 마음에 들었습니다. 소설 속에서 메일을 쓰는 인물의 감정을 실시간으로 은밀하게 훔쳐보고 공유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여주인공 ‘에미’는 잡지구독을 취소하는 메일을 실수로 ‘레오’에게 보내게 됩니다. 이 우연이 계기가 되어 둘은 친구가 되고 메일로만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합니다. 서로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이 시작한 둘은 자신을 숨기고 상대를 알아내려는 이른바 밀당을 반복하다 결국 서로에게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이 초반부를 읽으면서 처음으로 연애감정을 느꼈던 풋풋했던 시절이 떠올라서 부끄럽고도 흐뭇한 미소가 나왔습니다. 이제 서른 후반으로 접어든 결혼 10년 차인 제가 느낀 약간의 두근거림과 간지러움을, 사람마다 모두 다른 느낌이겠지만 여러분들도 느끼지 않을까요? 작품의 중반까지도 에미가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웹디자이너이고 레오는 오래된 연인과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언어심리학자라는 사실 외에는 아무런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에 두 주인공이 서로를 궁금해하는 만큼 저도 함께 궁금해지고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서로에 대해 아는 바는 없으면서도 너무나 잘 통하는 사이. 아니 어쩌면 서로 아는 게 없기 때문에 너무나 잘 통하는 것인지도 모르죠. 마치 기차에서 우연히 만나 하루 만에 사랑에 빠져버린 ‘비포 선라이즈’의 셀린과 제시처럼 둘은 서로를 갈망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메일 안에서 만이죠. 현실에서 만날 수 없다는 선을 미리 그어놓고 서로에 대한 환상을 너무나 많이 쌓아버려서 오히려 현실에서의 만남을 두려워하게 되어버린 둘. 한편으로는 이해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답답하고 안타깝더군요. 현실의 연인들도 어찌 보면 서로에 대한 자기만의 환상을 좇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 환상이 깨어지면 헤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들을 그 환상을 깨지 않기 위해 만나지 않으려고 하면서 동시에 서로를 너무도 느끼고 싶어합니다. 그러던 차에 결국 에미의 남편 ‘베른하르트’가 사정을 알게 되고 레오에게 길고도 간곡한 메일을 보냅니다.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결국 그들은 만나게 될까요? 둘의 사랑은 이루어질까요? 에미의 확신대로 가정은 지키면서 레오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뒷이야기는 책의 흥미를 위해 남겨두겠습니다. 진부한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메일이라는 독특한 형식 덕분에 에미와 레오의 감정에 빠져들어 술술 읽을 수 있었습니다. 둘의 성격이 분명하면서도 상반되는 점도 재미있었고, 특히 저는 직설적이고 자유롭게 말하는 에미의 성격이 좋았습니다. 이어지는 다음 작품이 있다고 하니 그것도 읽어봐야겠습니다. 추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데 싱숭생숭한 연애소설 하나 어떠신가요?   다음 릴레이북 주자는 충북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한 나노광학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박형렬 교수님입니다. 똑똑하고 운동도 잘 하고 못 하는 게 없는 만능인이면서 가끔은 어처구니 없는 말을 해 친구들을 즐겁게 하던 매력적인 친구입니다. 한동안 못 만나서 아쉬웠는데 이번 기회에 글로 만날 생각을 하니 벌써 즐겁습니다. 어떤 책으로 얼마나 재미있는 글을 쓸지 기대해보겠습니다. 자세히 보기

르네상스 공돌이

뜨거운 감자

전창훈 (cjun0828)

감자는 항상 고구마와 같이 붙어다니는 녀석인데, 고구마보다는 사랑을 좀 덜 받는 것 같습니다. 찌기 전에 물로 씼기만 해도 표면이 아름답고, 찌고나면 빛깔도 맛도 좋은 밤고구마는 거의 ‘군밤’의 지위를 누립니다. 반면 요즘 찐 감자를 먹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제가 어릴 때는 소금을 짭짤하게 뿌려서 찐 주먹만한 감자를 맛있게 먹곤 했습니다. 감자는 남미가 원산지이며 콜럼부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유럽으로 건너왔다고 합니다. 외모지상주의 세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고구마보다는, 못생긴 감자가 훨씬 더 경작하기 쉬운 식물이라고 합니다. 더운데나 추운 곳, 건조지역이나 습한 지역을 가리지 않고 자란다니까요. 요즘 우리가 맥도날드에서 먹는 감자튀김을 영어로는 French Fries 라고 하죠? 실제로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벨기에 지역 소산이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그곳을 자주 여행해보았는데, 감자튀김이 우리 식단의 밥에 해당한다고 보면 좋을 정도입니다. 감자의 ‘감’자가 ‘감언이설’의 ‘감’자와 동일하게 달달하다는 뜻이네요. 고구마는 프랑스어로 Patate 라고 해서 영어의 감자에 해당하는 Potato와 비슷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구마를 감자라고 하는 지역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프랑스어에서는 감자를 훨씬 높혀 부릅니다. Pomme de Terre라고 하는데, 뜻은 ‘땅에서 나는 사과’라는 뜻입니다. 사과는 이브와 윌리엄텔 그리고 뉴턴과 맥켄토시를 거치며 인류역사의 신화를 형성했는데, 감자에게 사과와 동등한 작위를 부여한 것입니다. 낭만 없는 공학적 분석으로 들어가보면, 감자는 열용량이 아주 큰 모양입니다. 그래서 된장찌게에 들어있는 감자를 숫가락에 올리고는 성의 없이 겨우 한두번만 불어서 입에 넣었다 낭패를 본 적 있으시죠? 그래서 뜨거운 감자입니다. 내뱉자니 같이 식사하는 사람들에게 큰 결례이고, 삼키자니 목구멍이 타들어갈 것 같아 입안에서만 굴리며 어쩔 줄 몰라하게 만드는 뜨거운 감자 말입니다. 정치용어로 자주 쓰이는 이 말도 재미있군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입안에 감자도 식어서 먹을만 하니 일단은 관망하며 지긋이 참으라고 조언하면 되려나요? 시간은 모든 것을 바꾸니까요. 요즘 미투운동 때문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이런 것이겠죠?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으니,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두세요. 달도 차면 기운다고 하지 않습니까? 남들은 봄을 기다리는 이 때에, 길고도 추운 겨울을 준비하셔야 하니 감자 찌는 법이라도 배워두세요. 각설하고, 1884년에 그렸다는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이라는 그림을 암스텔담의 고흐미술관에서 직접 본 적이 있습니다. 어두운 호롱불 밑에 모인 5명이 감자를 먹고 차를 마시는 장면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농부일 것이고, 해질 때까지 일을 하다가 저녁늦게 같이 모여앉은 모양입니다. 이 그림을 보고 인상파 화가들은 정말 민주주의를 견인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인상파 이전의 작가들은 성경이나 고전 속의 위인들 아니면 왕과 귀족들을 그렸습니다. 그래야 돈도 권력도 생기니까요. 하지만 인상파 시대에 와서는 전부 보통사람들을 화폭에 담습니다. 그들은 삼국지에 나오는 호걸들의 도원결의처럼 의기충일하여 같이 모여앉습니다. 그리고 입선되면 출세가 보장되는 살롱전 (1981년에 폐지된 우리나라의 ‘국전’같은 화가들의 등용무대) 에 출품하지 않고 다같이 모여 첫번째 미술전을 기획한 것이 1874년 봄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인류역사상 문화의 물줄기를 바꾼 가장 큰 사건이 아닐까 합니다. 예술의 관심과 촛점이 시민들의 일상으로 넘어간,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작을 알린 사건이니까요. 그들이 그린 많은 그림들, 마네의 ‘풀밭 위에서의 점심’이나 고갱이 타히티에서 그린 ‘언제 결혼 하니?’ 그리고 세잔느가 그린 ‘카드놀이하는 사람들’까지 모두가 서민들의 일상을 그린 작품들입니다. 이 그림들이 2억5천만 달러 또는 3억 달러에 팔려 미술 경매의 기록을 갈아치운 그림들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들 모두를 대표하는 그림이 ‘감자먹는 사람들’이라고 주장하고 싶어집니다. 고흐가 그린 또 다른 그림 The Starry Night는 훨씬 낭만적이고도 환상적인데, ‘감자 먹는 사람들’ 속에는 그 어떤 낭만이나 판타지도 없습니다. 어쩌면 이런 치열한 일상 자체가 가장 가치있고 오히려 더 멋진 낭만이라는 메세지를 주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비교적 초기작이긴 하지만, 고흐 자신도 이 그림이 자신의 그림 중 가장 훌륭한 그림이라고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흔해빠진 감자도 못먹어서 많은 사람들이 아사한 슬픈 이야기도 있습니다. 19세기 중반에 아일랜드는 영국식민지였습니다. 영국의 착취가 심해서 고급식량인 밀은 거의 본토로 실려갔고 감자가 주식이었는데 감자마름병이 돌아서 인구 반의 반이 죽고, 또 반의 반은 북미로 이민을 떠난 역사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기근 이후에 아일랜드의 인구는 절반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고흐의 그림은 아일랜드를 비롯한 유럽전역을 휩쓴 감자돌림병이 한 세대 지난 후 태어났습니다. 자신들 부모 세대가 겪은 불가항력적인 전염병 후에, 비록 힘들어도 자기 손으로 일하여 먹고 살수 있다면 인생은 행복한 것이란 결론을 아마 그림 속 주인공들은 알았을 것 같습니다. 비트 코인 시대에 우리가 다시 새겨야 할 교훈입니다만, 윗세대는 부동산 ‘투자’로 쉽게 돈벌어놓고 우리에게는 비트코인이 ‘투기’라고? 하며 되묻는 젊은이들에게는 뭐라고 답해야 하나요? 부동산 불패신화는 이미 흘러갔고 다시는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말해도 되나요? 정말 뜨거운 감자 같은, 그러나 기성세대가 꼭 책임지고 답해야 하는 질문입니다. 제대로 된 사회라면 말입니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이화 시스템 생물학 연구소 Genome Informatics Lab

Genome Informatics 연구실은 이화 시스템 생물학 연구소(ERCSB)에 속해 있는 연구실로, 실험을 통해 얻은 다양한 오믹스 데이터의 생물학적 해석을 위해 통합 접근법을 추구하는 시스템 생물학 연구를 위해 설립되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분자생명과학부에 소속되어 있으며 연계 전공으로 바이오 인포매틱스 과정이 있으며 대학원 협동 과정으로 바이오 정보학과에 속해있습니다. 국가생명연구자원정보센터(KOBIC) 센터장과 한국생물정보학회 (KSBSB; Korean Society for Bioinformatics and Systems Biology) 회장을 역임하신 이상혁 교수님의 지도하에 분자 실험을 담당하는 실험팀과 인포매틱스 분석을 담당하는 인포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연구실의 중심 연구 주제는 암 유전체학에 있습니다. 시퀀싱 기술을 이용한 데이터에 대한 통합 분석과 네트워크 분석을 통한 다차원적 접근을 시도하고자 하며 효과적인 분석 파이프라인 개발과 새로운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베이스와 웹서버 구축 등을 하고 있습니다.   2-1 암유전체학 1) 암 유전체 시퀀싱 데이터 분석 암은 평생 동안 체세포 돌연변이의 축적으로 인한 유전병입니다. TCGA (The Cancer Genome Atlas) 프로젝트와 같은 최근 연구는 암의 유전적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다층 오믹 접근법의 중요성을 시사합니다. 암유전체학(Cancer Genomics)은 게놈 정보를 기반으로 미래 의학의 개념을 실현하는 선도적인 분야입니다. 주요 도전 과제 중에는 돌연변이의 확인(Driver Mutation), 다중 오믹스 데이터를 이용한 환자 그룹핑(clutering) 및 약물 내성 극복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암 환자 샘플을 이용한 전체 Genome, Exome, Transcriptome에 대한 차세대 시퀀싱 데이터(Next Generation Sequencing;NGS)를 생산하고 분석하여 같은 암종 환자의 코호트에서 돌연변이의 분포와 발현의 양상을 비교하는 작업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복잡한 오믹스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이용하여 공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최신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거나 필요한 경우 자체적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합니다.   2) PDX 마우스 모델 분석 Jackson Lab for Genomic Medicine (JAX-GM) 및 DNA Link Inc.와 공동으로 환자의 암조직 샘플을 주입한 PDX(patient-derived xenograft) 마우스 모델을 생성합니다. 이 '아바타' 마우스는 다양한 암 치료제의 효능을 테스트 할 수 있는 개인 맞춤형 동물 모델입니다. 이 아바타 마우스의 시퀀싱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환자의 암조직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고 테스트할 치료제를 선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최적화하여 다양한 암종에 적용시켜 실제 분석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3) 약물 내성 메커니즘 약물 내성은 암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입니다. 성균관대 박성수 교수와 공동으로 마이크로 유체 칩과 시퀀싱 기술을 결합한 항암제의 내성 메커니즘을 해독하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약물에 대한 내성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발굴하기 위한 이 시스템은 현재 암 치료제와 암종의 다양한 조합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2-2 진단의학 암유전체학 데이터 분석 외에도 다양한 생물 정보학에 유용한 프로그램과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주요 주제로는 RNA 생물 정보학, 다중 오믹 데이터의 기작(Pathway) 기반 통합 분석 및 환자 맞춤 의학을 위한 정보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이 있습니다. - 전사체 데이터 분석(transcriptome) : Transcriptome의 심층 시퀀싱 데이터를 기반으로 RNA transcripts의 구조적 다양성을 해독하고 microRNA를 비롯한 non-coding RNA의 기능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융합 유전자에 대한 지식 기반인 ChimerDB, microRNA에 대한 정보 포털인 miRGator, lncRNA에 대한 정포 포털인 lncRNAtor, Genome annotation DB인 ECgene과 같은 transcriptome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를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Nucleic Acids Research, Genome Research 및 Bioinformatics와 같은 유명한 저널에 10 종 이상의 연구 논문을 발표하였습니다. 개인의 맞춤 의학을 위한 종양 정보 관리 시스템 : 암의 개인 맞춤 치료는 개인의 병력, 유전체, 전사체의 분석 결과를 방대한 양의 공개 데이터와 통합 분석하여 다각도로 비교해야 합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DaumSoft와 협력하여 암, 특히 폐, 유방암 및 뇌종양에 대한 맞춤 치료를 위해 맞춤화 된 정보 관리 시스템 (MIS)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학 병원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여 의사와 임상의가 환자의 임상 정보와 유전체 정보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할 수 있도록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되는 시각적 지원을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연구실은 리눅스 환경에서 서버를 활용한 대용량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하나 이상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다룰 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학부 수업 때부터 파이썬, R과 같은 프로그래밍 수업을 연계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인턴 과정을 통해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실습과 통계 이해, 데이터 분석 트레이닝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랩미팅에서 주간 연구 진척 상황에 대해 토론하고 저널 클럽을 통해 최신 연구 동향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52 이화여자대학교 종합과학관C동 5층 시스템생물학연구소 ■ Phone   : 82-2-3277-2288 ■ FAX  : 82-2-3277-6809 ■ 이메일  : ercsb@ewha.ac.kr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