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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ESSAY
UCLA에서 두번째 포닥생활
김태형 (bioholic)2017년 12월 17일, 포토에세이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 남가주 (Southern California) 산불은 14일이 넘도록 진행중입니다. 현재 캘리포니아 역사상 세번째로 큰 산불록 기록되고 있는데요, 아직 40% 정도밖에 진화되지 않아서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랫동안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갈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LA지역 뿐만 아니라 샌디에고 지역, 산타바바라 지역까지 이번 산불로 인해 강제대피령이 내려진 지역들이 많고, 해당지역은 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지요. 산불 발생 초기 고속도로 폐쇄로 인해 수업에 못오는 학생/교수들이 많아서 UCLA도 산불 발생 첫날 오후, 둘째날 하루종일 모든 수업이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남가주 산불은 주로 devil winds라고도 불리우는 샌타애나 바람 (Santa Ana winds)에 의해 발생합니다. 이 샌타애나 강풍은 남가주의 가을/겨울철에 주로 발생하는 고온건조한 바람을 일컫는데요, LA 동쪽 내륙의 차갑고 건조했던 고기압이 서쪽 태평양의 저기압으로 이동하면서 시에라 네바다 (Sierra Nevada) 산맥을 넘게 되는데, 이때 협곡을 타고 내려오면서 압축된 공기는 고속의 뜨거운 바람이 되고 습도도 낮아져서 산불을 확산시키는 주범이 됩니다. LA에 살다보면 싫으면서도 익숙해져야 할 것들이 많이 있는데요, (교통체증, 높은 물가 등) 샌타애나 바람도 그런 것들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주로 가을에 발생하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제는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연중 아무때나 발생하는걸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혹시 서핑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샌타애나 강풍이 꼭 싫지많은 않다고 합니다. 바다쪽으로 부는 이 바람으로 인해 파도가 좀 더 서핑하기에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준다고 하네요. 하지만 서핑을 안하는 저로써는 그다지 반가운 바람은 아닌게 확실합니다. UCLA 옆을 남북으로 지나는 고속도로 I-405에서 촬영된 산불모습. (출처: PlayBilly Burton)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들을 보여주는 위성사진. (출처: ESA Sentinel 2 satellite imagery from Dec. 8) 포토에세이의 시작을 이런 내용으로 시작하게 돼서 아쉽습니다만, 더 참혹하고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대지진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실 역사적으로는 남가주에서 산다는 것은 미국 어느 지역에서나한 가지 이상씩은 가지고 있는 자연재해에 대한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장점이었다고 하는데요, 제가 LA로 이사온 2014년부터 최근 3년간은 가뭄과 산불 등 끊임없는 자연재해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저희 가족은 LA에서의 삶에 꽤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뭐니뭐니 해도 미국 최대의 한인타운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특별시 나성구 (나성은 LA의 중국식 표기입니다) 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LA K-town에 가면, 정말 한국에 온 것 같습니다. (2017년의 한국 말고, 1980~90년대 모습에 더 가깝긴 합니다.) 여기에 뭐가 있길래 그렇게 좋은지 일일이 나열할 필요 없이, 그냥 한국에 있는 것은 LA에 다 있다고 생각하시면 되지요. 11년전, 처음 미국으로 유학 올 당시만 해도, K-town의 존재유무는 하나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살면 살수록 한인타운의 편리함이 점점 더 소중해 지는건, 제가 어쩔 수 없이 한국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살다가 LA로 처음 이사온 뒤, CGV 를 보고 감동받아서 찍은 사진. LA 같은 대도시에 살다보니 가까운 곳에 총영사관이 있어서 투표권을 행사하기도 수월해서 좋습니다. 소개가 늦었지만, 제 소개를 간단히 드리고 이야기를 이어가야겠지요? 저는 2006년에 처음 노스 캐롤라이나로 유학을 와서 그곳에서 cancer biology를 연구하며 박사학위를 받고 첫번째 포닥으로 cancer metabolism연구를 하다가, 2014년에 캘리포니아 로스 앤젤레스에 있는 UCLA로 옮겨서 cancer biophysics를 공부하며 두번째 포닥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네, 노스캐롤라이나에서 7년을 살았기 때문에 LA K-town은 저에게 정말 중요한 곳입니다.) 그 사이에 결혼도 하고 아이가 두 명이나 생겼습니다. 아내는 현재 박사과정 3년차이고, gut mycobiome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첫째딸은 4살, 둘째아들은 1살인데, 포닥으로서 연구도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는게 쉽지만은 않지만, 다른 선배님들이 다들 해내셨듯이 저희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다행히도 저와 아내의 지도교수님들도 모두 아이를 키우면서 공부하신 경험이 있으시고, 워낙 나이스하신 분들이라 아이들을 키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 주시고 적극적으로 서포트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게도 수월하고 행복하게 연구/학업/육아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UCLA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제 포스트닥 어드바이저이신 Dr. Amy Rowat. 저는stress signal 에 의해 암세포와 그 주변 환경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메카니즘에 초점을 두고 cancer cell과 tumor microenvironment의 물리적 특성 (physical properties)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의 세포들은 스트레스를 받았을때 분비되는 에피네프린/노르에피네프린에 의해 beta-adrenergic 신호전달 체계가 활성화 되는데요, beta-blocker를 사용하여 이 신호를 차단시키면 암세포의 전이를 줄일 수 있다는 동물실험 및 임상 데이타가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가설들이 제시되고 테스트 되고 있는 와중에, 저희가 제시하는 한 가지 가설은 beta-adrenergic 신호에 의해 암세포의 F-actin remodeling 과 actomyosin contractility가 조절된다는 것입니다. 암의 전이기작을 설명하고 효과적인 차단을 위해 그동안 많이 연구되어 온 유전학적, 생화학적 설명에 추가적으로 이러한 세포의 물리적/기계적 특성 또한 새로운 약물치료 타겟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하였고, 현재까지 in vitro 실험 결과는 이러한 가설을 뒷받침 해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in vivo 실험을 통해 실제 이러한 발견이 암환자의 치료효과 증진에 기여할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공동연구가 필요한데요, 다른 지역 도시들처럼 LA에도 연구중심대학, 병원들이 많이 포진해 있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UCLA 자체 의과대학과 병원 외에도 바로 옆 비버리 힐즈에는 남가주 지역 최고의 연구중심병원 Cedars-Sinai 병원이 있고, LA 다운타운 남쪽에는 USC 대학이 있으며 북쪽 파사데나에는 유명한 Caltech 대학이, 그리고 좀 더 동쪽으로 가면 암연구에 특화된 City of Hope 병원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실험실 뿐만 아니라 많은 랩들이 공동연구를 진행하기에 참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beta-adrenergic 신호전달 체계에 의해 암세포의 물리/기계적 성질이 조절되고 이는 또 암세포의 전이도 촉진시킴을 보여주었던 2017년 논문에서 발췌한 그림. (http://jcs.biologists.org/content/129/24/4563) 저 학교들 외에도 LMU, CSU, UCR 등 더 많은 대학들이 LA지역에 포진해 있습니다. 미국에서 LA와 같은 대도시에 산다는 것은 비싼 생활비를 지불하는 대신 그만큼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누린다는 것의 의미가 모호하기는 하지만, 맛집이 많으니 유명한 맛집들을 섭렵한다던가, 금융서비스, 온/오프라인 쇼핑, 공연, 전시, 여행 등등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다는 의미였습니다. 아이가 있는 집들은 이러한 도시 프리미엄을 누리기에 제약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LA에 사는 동안 최대한 노력해야겠지요. 저희는 아직 아이가 어려서 많은 곳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LA 근처에는 가족들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그 유명한 디즈니랜드 (https://disneyland.disney.go.com) 는 물론이고, 게티센터 (http://www.getty.edu/visit/center), 월트디즈니 콘서트홀 (https://www.laphil.com), 스테이플스 센터 (https://www.staplescenter.com), LA다저스 경기장 (http://losangeles.dodgers.mlb.com/la/ballpark), LACMA (LA카운티 아트뮤지엄, http://www.lacma.org), 그리피스 천문대 (http://www.griffithobservatory.org), LA 동물원 (http://www.lazoo.org), 캘리포니아 과학센터 (https://californiasciencecenter.org), 헐리우드 보울 (https://www.hollywoodbowl.com), 유니버셜 스튜디오 (https://www.universalstudioshollywood.com) 등등. 한편 바다를 좋아한다면 유명한 해변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말리부까지 가지 않더라도 바로 옆 산타모니카에서 시작해서 남쪽으로 내려가면 베니스 비치, 맨하탄 비치, 레돈도 비치들이 있고, 롱비치 밑으로 더 내려간다면 헌팅턴 비치, 뉴포트 비치, 라구나 비치 등등 어디선가 이름을 들어봤음직한 비치들이 많이 있습니다. LA 사람들 (앤젤리노라고 부릅니다)은 하이킹도 좋아합니다. 영화에 많이 등장했던 헐리우드 사인은 물론이고, 다양한 하이킹 코스들이 LA 북쪽 밸리지역에 포진해 있지요. 그리고 LA에서 벗어나면 더더욱 즐길거리들이 많이 있지요. 멀리 라스베가스는 물론이고, 가까이 샌디에고 근처에 있는 레고랜드 (https://www.legoland.com/california), 씨월드(https://seaworld.com/san-diego), 샌디에고 동물원 (http://zoo.sandiegozoo.org) 등등등. 나열하자면 끝도없이 가족단위로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갈만한 곳이 참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을 누리기엔 포닥으로서 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금전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UCLA 포닥 1년차 월급은 세전 약 $4,000 에서 시작합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각종 세금, 비용을 공제하고 나면 한달에 $4,000이 안되는 돈을 월급으로 받지만, LA지역 집값이 매우 비쌉니다. 다행히 UCLA에는 대학원생/포닥/레지던트 등을 위한 학교 아파트가 있는데, 학교 아파트 2베드 렌트비가 한달에 약 $1,700 정도 합니다. 하지만 길 하나 건너면 일반 아파트들이 있는데, 이곳 렌트비는 보통 2베드에 $2,400~$3,200 정도 합니다. 당연하게도 학교 아파트에 들어오려는 경쟁이 치열해서, 3,000 세대를 받을 수 있는 대형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3 ~ 12개월을 기다리고 입주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아이를 데이케어/프리스쿨에 보내야 하는데, 한인타운 기준으로 하루종일 케어 해주는 경우 보통 한달에 $700 ~ $1,200 정도 내야 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더라도 퇴근시간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방과후 과정을 등록한다면 역시나 한달에 수백불의 비용이 듭니다. 혹시라도 LA지역으로 유학을 오시는 분들은 이러한 경제적인 상황 또한 정확히 계산해보시고 결정하실 필요가 있어서 조금 자세히 말씀드렸습니다. LACMA 에서 특히 유명한 Urban Light 앞에서. LA의 숨겨진 보물 찾기 놀이하다가 알게된 Venice Canals. 사람들이 살고 있는 주거지역이지만, 이탈리아 베니스에 갈 수 없다면, 이곳도 충분히 예쁩니다. 2014년에 LA 로 이사오자마자 구경 갔었던 헐리우드 사인. 몇 일전에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저희 아파트 단지에 방문한 산타 할아버지와 함께 찍은 가족 사진. 금전적으로 넉넉하지 않고, 논문과 그랜트 스트레스를 받으며, 좁은 집에서 아이들과 뒤엉켜 살고 있지만, 실험이 잘 되어 드디어 figure 하나를 완성했을 때, 논문이 accept되거나 학회나 세미나에서 정말 멋진 스토리를 들으며 감동받았을 때,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출근하면서 신호대기중 화창한 서던 캘리포니아 날씨에 감사함을 느낄 때, 주변의 좋은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육아도 하면서 느끼는 감사함과 보람을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게 됩니다. 더 행복하고 나은 내일을 위해 열심히 노력중이신 한국과 미국의 모든 연구자분들께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박사과정이나 포닥으로 유학을 준비중이신 분들께 제가 도움이 될만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감사합니다.
RELAY BOOK
씁니다, 우주일지 (이달의 주자 : 신봉규)
신동욱 저
접근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우리에겐 우주를 사랑한다는 공통분모가 있었다. 이 소설의 장르는 공상과학입니다. 공상과학이 가지는 특별한 점은 아마도 세계관 자체의 현실성 혹은 구현가능성에 있을 것입니다. 이 소설은 가까운 미래인 2020~2025년 즈음을 소설의 배경으로 잡았고, 근 미래의 모습에 대해 나름 구체적인 설명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설의 세계관 설정과 내용을 위해 많은 공부를 했다는 것이 소설 전반에 걸쳐 느껴집니다. 필시 작가는 과학과 우주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이 그 누구 못지않다고 생각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책에 기술된 다양한 지식이나 설정들이 나오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원래 배우입니다. 화보촬영을 위해 탄 비행기에서 우연히 UFO를 보게 되었고, 그 후로 자칭 ‘우주덕후’가 된 작가는 흔하지 않은 질병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앓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는 시련을 딛으며 ‘공상과학’ 소설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영혼은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고, 그는 하나의 소설을 통해 그의 모험일지를 써 나간 것입니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한국 과학계에 대한 시각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여자 주인공인 한국인 물리학자 안나가 나로호 발사 당시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전면에 보이지만 정작 과학기술자들은 보이지 않던 모습을. 과학적 발견과 기술의 발전을 이룩하는데 실제로 기여했던 연구자들이 전면에서 기뻐하며 그 업적에 대해 박수를 치는 모습으로 과학사는 기억되어야 한다고 작가는 은연 중 생각을 표현합니다. 실제로 연구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생각컨데, 점점 논문 실적과 행정일에 치우쳐가던 저의 모습을 다시한번 가다듬어야 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과학을 수행하는 것이 어떠한 과정일지 간접적으로라도 대중들을 통해 흡수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는 위해서는 이처럼 소설과 영화 등의 문화적 매개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이 소설 속에는 연구비를 따기 위한 고민과 방법들이 나름의 요소로 기술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주선의 명칭이 왜 페덱스1호로 정해졌는지 나름의 논리로 기술됩니다. 그것이 표현하는 것이 실제와 좀 다를지라도 문제의 본질을 함유하고 있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과학을 한다는 것이 무엇이며 어떤 과정이 있는지, 왜 하는지를 그려낸다면, 이또한 대중들의 과학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학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알기가 매우 어려움에도, 현실에 존재하는 지점들을 이처럼 담아낸 소설이라는 점에서 저는 이 소설이 공상과학 장르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작가는 우주 천체 분야의 박사님들을 만나 자문을 구했다고 하니 노력이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작가는 이렇게 언급합니다. ‘이 소설은 내가 썼다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과학을 사랑하는 이들이 발간한 책들이 쓴 것이다. 좋은 책들을 발간해준 그들에게도 감사를 표한다.’ 스토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자세히 언급은 하지 않겠으나, 이 소설은 유난히 똥에 대한 언급이 자주 나옵니다. 아마도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 라는 속담이 있듯이, 이 소설은 우주선에서 똥 마저도 아껴야할 자원으로써 활용되는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또한 우주복과 우주선에 대한 디테일한 설정과 기술은 그 자체로 간략하고 재미가 있습니다. 이처럼 ‘아늑한 지구’에서는 생각하지 못할 ‘특이한(?!)’ 생존 방식을 어떻게 과학과 기술을 통해 구현하는지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하나의 인간의 경험이며, 실수와 반복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임을 보여줍니다. 흔히 대중에게 비춰지는 과학과 기술의 모습은 한번에 이루어지는 우아한 마술쇼와 같다고 생각되는데, 실상은 처절한 몸부림과 실패, 그리고 반복의 역사로 이루어지는 것임을 전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소설 속 주인공의 처절한 몸부림을 보기 전에,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제가 실제와 같다고 체감할 수 있었던 과학자나 공학자의 모습은 ‘빅뱅이론’ 시트콤에서 일을 시작한 이론 물리학자 쉘든 쿠퍼와 쿠스트라 팔리였습니다. 일을 시작하고 서로 아무말 없이 몇십분간 칠판의 공식과 그래프를 지켜보는 장면이었는데, 그것은 실제로 일어나는 일임을 많은 분들이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됩니다. 과학을 하는 것이 어떠한 모습일지 조금이라도 더 많이 알리는 현실적 작품들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물론 재미있으면 더 좋겠지요! 소개한 소설의 배경에는 우주와 천문학에 관련된 내용이 많습니다. 그 외에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한 우주궤도 엘레베이터 설정이 나오기도 합니다. 고체물리학과 표면물리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응집물리분야와 관련된 재미난 공상과학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매체와 방법들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관심을 가지고, 순수한 호기심과 열정을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이 어떠한 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지 더 많은 논의를 하고 싶은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그런 저에게 활활 타오를 마음의 장작을 하나 추가해 주었던 소설, ‘씁니다, 우주일지’ 책 이야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제 다음 릴레이 주자는 일본 KEK 물질구조과학연구소에 계신 이상현 박사님입니다. 언제나 인자하고 포근한 마음으로 주변인들을 편안하게 해주시는 매력이 있으신 분입니다. 또한 학문을 대하실 때의 진지함까지 겸비하신 멋있으신 선배님입니다. 중성자 회절장치를 이용하여 고체 자기구조 연구를 수행하고 계신 이상현 박사님의 재미난 책 이야기를 기대해 봅니다.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