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센
  • PHOTO ESSAY

    꼭 다녀오세요! Yogjakarta

    김연진 (neurokim76)

    최근 한국의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벌칙수행을 위해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를 소개한 방송을 보면서 불과 몇일 사이를 두고 방문한 족자카르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어 이번 코센 포토 에세이에 족자카르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 처럼 10여시간이 걸리는 비행거리가 아닌 싱가포르에서 족자카르타까지는 실크에어가 취항하고 있으며, 비행시간은 대략 2시간 15분 정도로 발리보다 조금 가깝게 느껴집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공항이지만 시골풍경이 더 정겨웠습니다. 공항청사는 두개로 국내선과 국외선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입국신고를 마치고 나오면 버스 터미널을 지나온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족자카르타는 여러모로 여행자들에게 매력이 넘치는 여행도시일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도심에서의 북적거림과 조금만 벗어나면 세계문화유산을 볼 수 있고, 한국의 농촌처럼 조용한 시골거리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 중에서도 세계문화유산인 보루부두르 사원과 프롬빠난 사원을 찾는 여행객들이 가장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번화가인 말리오보로 거리에는 바틱 상점이 즐비하여 바틱문양에 관심이 많거나 화려한 색상의 옷을 구경하고 싶다면 좋은 구경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 족자카르타 0km ] 말리오보로 거리에서 걷다보면 보게 되는 이 곳은 족자카르타의 모든 도로가 이곳에서 부터 시작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대도시가 아니다 보니 오토바이가 상당이 많습니다. 또한, 말레이시아와 달리 버스 정류장이 있으며, 버스 정류장은 한국의 지하철 개찰구와 비슷하게 되어 있습니다. [ 술탄 거주지역 ] 술탄이 거주하는 지역을 표시하는 하얀색 기둥모양의 문을 통과하면 술탄이 소유한 지역으로 지역내 땅을 무상으로 제공하여 일반인들도 집을 짓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에도 페낭과 멜라카를 제외한 모든 지역마다 술탄이 있는데 술탄은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그런곳도 아닌곳도 있다고 하는데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의 3대 특별자치시로 술탄이 있는 곳입니다. 또한, 술탄에 대한 존경심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크라톤은 술탄이 사는 궁전으로 입구에는 궁전이라고 하기에는 헷갈릴 정도로 여느 관광지와 마찬가지로 입구 부근에는 옷이나 가방, 기념품 혹은 먹을 거리를 파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행객들에게 공개하는 곳은 술탄이 실제 거주하지는 않은 곳으로 박물관 형태로 공개하고 있어 그 당시 사용했던 식기류, 가구, 옷들와 각종 사진을 볼 수 있다. 그 옆에 문으로 잠긴 곳이 현재 술탄이 거주하는 곳으로 비공개 구역이다. 현재 이 곳은 확장 공사가 진행중이라 더 넓어진 크라톤을 구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족자카르타 술탄 문양 ] [ 크라톤 풍경 ]   크라톤 근처의 여행지로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이곳 후기가 호불호로 나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좋은 장소였다. 타만사리는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불린다. 시원하게 솟아오르는 분수는 없지만 바닥이 보이는 깨끗한 물이 궁전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있다. 사진을 찍기에는 마냥 좋은 장소였고, 예전에는 이 곳을 개방하여 일반인들도 수영이나 목욕을 즐길 수 있었다고 합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을 보기 위해서는 여행사나 호텔에서 운영하는 패키지를 이용해야 했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새벽3시에 일어나 차를 타고 새벽 4시30분에 사원에 도착해 올라가면 새벽 5시쯤 시작하는 일출을 볼 수 있다. 이 사원은 한변이 123미터인 정사각형으로 모두 10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위로 올라갈수록 좁아지며 위는 원형이다. 그러다 보니 멀리서 바라보면 피라미드처럼 보이기도 한다. 불교사원으로 캄보디아의 앙코르 와크, 미얀마의 바간에 있는 사원과 함께 세계 3대 불교사원으로 서기 800년경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올라가면 종 모양으로 보이는 것은 스뚜빠라고 하는데 이 안에는 불상이 하나씩 모셔져 있고 총 72개가 있다. 아직도 복구중에 있는 사원으로 군데군데 복구가 진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찾아간 날에는 멋진 일출을 볼 수는 없었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찾아온 보람이 있는 만큼 놀라움과 한층한층 불교 교리로 새겨진 조각들을 볼 수 있었다. 맨 위층에 있는 불탑을 돌면서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몇번을 돌면서 소원을 빌기도 했다. [ 새벽에 손전등 하나들고 ] [ 종처럼 생긴 이 안에는 불상이 있다. ] [ 보로두보르 사원의 일출 ] [ 보로부두르 사원 전경 ]   보로부두르 사원이 동쪽이었다면 다시 차를 타고 2시간 넘게 이동하면 프람빠난이라 불리는 인도네시아 최대의 흰두교 사원이 있다. 대부분의 인구가 이슬람교도인 나라에서 불교와 흰두교 사원 유적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흥미로왔다. 프람빠난 사원 주변에는 큰 나무조차 많지 않아서 오후에 가게되면 더위에 주의해야 할것 같았다. 그 크기가 보로부두르 사원처럼 크지 않았으나 멀리서 보는 사원 전체 모습은 어떻게 이런 사원을 만들 생각과 만들었는지 대단하다는 생각 뿐이었다. [ 프롬빠난 사원 전경_지진으로 인해 무너진 석탑의 일부 ] [ 프롬빠난 사원 내 모습 ]   족자카르타의 도심지역으로 가장 사람이 많은 곳입니다. 바틱을 원하신다면 상점에서 흥정과 구경을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실크소재로 되어 있는 수공예품은 50만원이 넘을 정도로 고가로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보통 3만원대에서 구입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저녁에 가면 거리에 돗자리를 깔아놓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부터 다양한 거리음식을 맛볼 수 있었으나 이러한 거리음식이 먹고 싶었으나 속사정이 좋지 않으니 그냥 구경만 했습니다. 다양한 음식점이 있었으나 더운 날씨에 요즘 족자카르타에서 가장 핫한 젤라또 파는 곳에 들러 젤라또를 먹어 봅니다. 가격도 저렴했지만, 맛이 상당히 맛있었습니다. 만약 다시 족자카르타를 오게된다면 다시 올것 같는 마음에 구글맵에 위치를 저장해 두었습니다. [ 족자카르타에서 가장 맛있는 젤라또 (장소: Tempo Gelato) ] [ 말리오보로 거리 ] [ 직업은 못 속인다는 지다가다 눈에 들어온 한약 ]   이렇게 5일동안의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북적대는 대도시와 강의실을 떠나 조용히 다녀온 이번 여행을 통해 다시금 생활의 힘을 얻은듯 합니다. 타만 사리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한국사람이냐며 사진 찍자고 하여 연예인 못지 않은 상황이 벌어진적도 있고, 유창하게 한국말을 구사하는 현지인들을 보았기에 고국의 국력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발리처럼 유명한 휴양지도 아니고 싱가포르처럼 발달된 도시도 아닌 족자카르타의 매력이 이러한 소박한 사람들의 삶이 아닐까요? 그리고 아직도 진행중인 세계문화유산의 복원이 완성되어 다시금 두 곳의 사원을 빨리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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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Y BOOK

세상을 측정하는 위대한 단위들 (이달의 주자 : 복진모)

그레이엄 도널드 저

  제가 근래 읽고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세상을 측정하는 위대한 단위들’ 이란 제목의 책입니다. 단위는 과학에서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하는 도구입니다. 단위를 잘못 정해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과 끔직한 사고들은 우리들에게 그다지 먼나라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이야기들을 꼼꼼히 적고 정리해주었습니다. 때문에 시사하는 바가 크고 잊지 말아야 할 부분들도 있습니다. 다만 이 책의 저자는 별다른 감성 없이 이랬었다는 식으로 다양한 역사와 에피소드들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판단은 우리의 몫이라는 뜻이겠지요. 사실 이런 ‘백과사전’식의 책은 읽을 땐 재밋는데 막상 읽고 나면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 막막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만약 제가 이 책을 더 어렸을 때 읽었다면 읽고 나서 고이 책장에 놓아두고는 잊어 버렸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알고 싶은 것보다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더 많이 알아버린 지금, 사실, 이 책은 조금은 충격적으로 다가 왔습니다. 길이, 넓이, 부피를 나타내는 그 수많은 단위들은 그 수 만큼의 역사와 다툼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재앙들을 만들어 내었더군요. 물론 저자는 이런 식의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곱씹어 생각해보니 과거의 많은 사람들이 통일되지 않은 단위에 의해 고통을 받으면서 살아왔더군요. 이 책의 첫 부분에 나오는 인치, 피트 등과 같이 유럽에서 많이 쓰이던 단위의 경우, 그 기준이 지역에 따라 그리고 왕에 따라 바뀌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한 혼란이 아니라 재앙이었을 것입니다. 특히 세금을 내야하는 농노 입장에서는 굉장히 큰 변화이었을 것 같습니다. 말은 바뀌지 않았는데 실제 내야 하는 양은 늘어난다면 그 얼마나 황망할까요. 또한 인접국가나 덜 발달된 국가와의 거래에 있어서 이러한 통일되지 않은 단위는 착취, 불공정거래로 이어지기 쉬웠을 겁니다. 때문에 우리 부모님들은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처음부터 통일된 단위가 있었으면 얼마나 편했을까요. 통일된 단위를 향한 노력은, 어쩌면 이상향을 위한 힘참 발걸음 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이 단위라는 녀석들은 종종 삶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마치 나폴레옹의 키가 작다는 오해가 영국과 프랑스의 단위가 서로 일치하지 않아 생겨난 것처럼, 우리는 단위를 통해 삶의 기준을 정하기도 합니다. 케케묵은 논쟁인, 남자키가 얼마이상은 되어야 한다느니, 여자 몸무게가 얼마 이하여야 한다느니 하는 말들은 단위에 대한 우리의 집착과 오해가 담겨있지 않나 싶습니다. 때문에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단위에 대한 여러 역사와 에피소드들은 우리에게 그다지 가볍게만 다가오지는 않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단순히 단위를 통일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 책이, 그리고 역사가 말해주듯이, 필요에 따라 새로운 단위와 기준들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통일되고 사라질 것입니다. 특히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소개해주는 기발하고 엉뚱한 단위들은 통일되지 않은 단위에 의한 고통이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다양한 단위들이 만들어낸 소소하고 즐거운 에피소드들도 많습니다. 가령, 호빗(hobbit)은 웨일즈 시골지방에서 쓰던 무게의 단위였습니다. J.R.R.톨킨은 본인의 소설 속 그 난쟁이 족의 이름이 본인의 창작이라 주장했고요. 배가 볼록한 나무통을 우리는 배럴(barrel) 이라고 부릅니다. 프랑스에선 표준 포도주 배럴을 바리크(barrique) 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 바리크 6개를 나란히 세우면 그 당시 좁은 파리의 뒷골목을 막는 바리케이트(barricade)가 되었다고 합니다. 막상 이런 식의 소개가 이어지다 보니, 영어단어장인지 역사책인지 교양과학 서적인지 헷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학이 온전히 과학이었던 시절이 있었을까요? 우리는 언제나 융합학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커피마시며 떠들만한 잡다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제 책소개를 읽고 이 책에 흥미를 느낄 분이 있을거란 (막연한)기대에 이쯤 소개하겠습니다. 최근 '알쓸신잡' 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어쩌면 재미없어야 할 것 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두서없어 보이게, 그러나 일관성있게) 주고 받는 모습은 우리에게 굉장한 재미와, 그리고 저에겐 일종의 대리만족을 선사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제 아내는 ‘당신네들이 늘상 떠드는게 저런건데 당신은 왜 TV에 안나와?’ 라며 저를 질타하였습니다. 물론 저는 그 분들 같은 내공도 없고, 잘생기지도 않았기 때문에 TV에 나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모이면 늘상 ‘알쓸신잡’ 류의 이야기를 주고받는다는 건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우리 과학자들은 왜 이런 쓸데없어 보이는 지식에 집착하는 것일까요? 왜 이런 잡다한 지식이 열거되있는 책을 재미있다고 소개하고 있는 것일까요? 왜 알쓸신잡은 시청율이 높게 나왔을까요? 과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입장에선 저희들이 하는 일이 그저 백과사전 같아 보일 것입니다. (사실 저도 다른 학문을 하는 사람이 그다지 재미있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과학자들도 사람인지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쓸신잡’ 이나 지금 제가 소개하는 ‘세상을 측정하는 위대한 단위들’ 같은 책에 더 가깝습니다. 굉장히 큰일을 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굉장히 소소한 것에서 의미와 재미를 찾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책의 원제는 ‘the long and the short of it'입니다. 굳이 ’위대한‘ 이란 단어를 제목에 넣은 번역자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막상 가벼워 보이는 책을 (실제로도 가볍습니다.) 이렇게 무겁게 설명해버리니, 괜한 소리를 한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기는 합니다. 하지만 교양과학에서 시사를 끌어낼 수 있게 만든 이 책의 저자를 탓하는 게 맞는 듯 합니다. 10대와 20대의 경계 어딘가 쯤에 들었던 말이, 좋은 책은 다양한 해석을 만든다고 했습니다. 과학과 역사와 영단어의 기원을 아우르는 잡다한 이야기들이 오히려 저에게 중요하게 다가온 이유는 그곳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꾸 선을 그으려는 제 못된 습관에 있기도 하구요.   다음 릴레이 북 주자로 더 좋은 책을 소개시켜주실 분은 성균관대학교의 장재경 박사님입니다. 제일원리 계산을 통해 여러 고체물질들의 특성을 예측하는 분으로 책도 많이 읽으시고, 기타도 치시는 멋진 분이십니다. 그 분의 덥수룩한 수염 만큼이나 풍성한 책소개를 기대하면 바통을 넘겨드립니다. 자세히 보기

필자는 20개국 이상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국제기구에서 일한 지 꽤 오래되었습니다. 재미있는 현상은, 우리 기구에서 동료로 일하는 사람들은 과거 제1-2차 대전 당시 서로 총을 겨눈 ‘주적 국가’들이 많습니다. 일본-독일-이태리 사람들이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 사람들과 같이 일하니까요. 변화가 있다면, 식민지나 열강의 수탈에 시달리던 한국-중국-인도가 이제는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는 정도입니다.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그들은 ‘외국인’이라는 생각이 점점 ‘나와 비슷한 인간’이라는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변화입니다만, 한계를 완전히 넘지는 못했습니다. 여권 필요 없이 여행하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전망들이 많지만, 우리 생에는 이런 일 없을 것 같습니다. 시대가 개방되었지만, 국가간의 이기주의는 극복되기 어려운 인간의 고유한 한계입니다. 망나니가 아니라면, 개인은 체면이 있기 때문에 지나친 이기주의를 주위에서 나무랄 수 있고, 본인도 창피할 것입니다. 하지만 조국의 이익만을 위해 일하는 사람은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서 비난을 받을수록 더욱 거룩한 순교자처럼 자신을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평창올림픽이 열리면, 올림픽은 참가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한쪽으로 흘리고, 우리는 국가별 메달집계에 집중할 것입니다. 이민국가 미국은 이런 한계를 극복해보려고, 이민자들에게 ‘용광로’ 모델을 설파했었습니다. 당신이 어느 나라 출신이든지, 미국시민이나 영주권자로 살면 용광로 안에서 녹아 (원 재료가 사라진) 합금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얼마 못가서 공허한 메아리라는 것이 증명되자 ‘샐러드바’ 모델로 바꾸었습니다. 섞여서 미국이라는 쏘스가 뿌려지면, 각자가 재료를 그대로 가진 채로 멋진 맛을 낸다는 이론입니다. 그래서 출신국가를 자랑스러워 하는 문화를 인정해주며 오히려 격려하게 되었습니다. 중학교 때, ‘국가란 공동사회다’라고 배웠습니다. 회사 같은 이익사회와 다르게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고 사표수리도 안된다는 것입니다. 정말 이민을 가서 국적을 이탈한다고 조국이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출신국가 사람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이민 2세들 이야기에 따르면, 백인들이 자기에게 영어를 참 잘한다는 칭찬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정작 자신은 현지에서 태어나 모국어가 영어이며, 한국어는 서툰데 말입니다. 백인들 눈에 동양인은 언제나 이민자로 보이는 것입니다. 지인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조국과 부모를 어떻게 만나느냐로 인생의 90%는 결정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습니다. 그런데 한 번은 한 사람이 당신 말은 틀렸다고 목소리를 높이더니, 어떻게 90% 밖에 안되냐며 100%라는 것입니다. 흥분한 사람을 달래며, 혹시 그렇더라도 본인 노력분으로 10%는 남겨두어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유럽에서는 브렉시트 논의가 한참 진행중입니다. 소식을 매일 자세히 전하는BBC는 자주 “Chaos!”라는 말을 하면서도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언론은 ‘보도’를 해야지 ‘주장’을 하면 안된다는 기조인 것 같습니다. 최근의 영국 내 여론조사는 브렉시트 때와는 정반대로 52%가 EU 잔류, 48%가 탈퇴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국민투표를 다시 하자는 의견이 의회에서도 거론되었습니다. 수상을 포함하여 그 누구도 영국의 미래를 모른다는 농담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많은 언론들은 브렉시트가 정말 성사될 지도 의문이라는 견해를 피력합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10% 향상가능한 이익을 위해서 50% 손해가능한 도박을 하는 것 같습니다. 국가간 경제적 손익은 정치인들이 선거로 평가받겠지만, 브렉시트가 평화를 해치는 방아쇠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염려스럽습니다. 영국은 자신들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하고도 스코틀랜드 독립에는 반대하였는데, 이번에는 카탈로니아 독립투표에 ‘영감’을 주었습니다. 국가 운영도 인간이 하는 일이라 얇팍한 것인지, 2차 대전 때에는 프랑스와 영국이 한 팀이고 독일과 이태리가 적국이었는데, 지금은 독일과 프랑스, 이태리가 한 팀이고 영국만 따로 살림을 차리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분열을 러시아는 은근히 즐기고 있을 것입니다. 러시아는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을 어기고 영국과 무역을 한 나라입니다. 제2차대전 당시에 러시아와 독일은 자기들끼리 불가침 조약을 맺었다가 뒤통수를 치기도 했습니다. 이런 국제사회에 의리는 있는 것일까요? 이런 사실을 직면하다보니, 예전에 저는 자신을 거창하게 세계시민으로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집 대신 텐트가 더 편한 유목민으로 정체성을 낮추었습니다. 집시라는 다소 낭만적인 단어도 있지만, 춤과 노래에 자신이 없어 그냥 유목민으로 정했습니다. 세계시민이라면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바다’였습니다. 그런데 유목민으로 바꾸고나니 떠오르는 단어는 ‘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바다보다 별에 더 정을 붙여보려고 밤하늘을 자주 올려다 봅니다. 그나저나 ‘북핵 위협’이라는 풀리지 않는 방정식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풀 수 없기에 오히려 무관심한 국내 사정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국가간 이기주의에 근거하여 생각하는 북핵의 위협은 주변국가 모두 다를 것입니다. 중국이 제일 신날 것입니다. 미국-일본-한국을 동시에 견제할 수 있는 마술 지팡이가 북핵이니까요. 미국도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겠지만, 한국-일본 시장에 무기를 잔뜩 팔 수 있지 않을까요? 일본은 이 기회에 국방력을 키우고 평화 헌법을 파기할 명분을 찾을 것입니다. 부드럽게 나가야 할 지, 일전불퇴의 각오로 나서야 할 지 어려운 시국입니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위기에 대한 국가별 계산법은 전부 다르다는 것을 직시하고 준비하는 것입니다. 개인처럼 국가도 생존 앞에서 늘 외로운 존재입니다. 하지만 뜻이 합해진 국민이 있어 외롭지 않은 국가가 되어야지요. 다 같이 죽고자 하면 다같이 사는 지혜와 용기가 절실한 시대입니다.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한양대학교] 복잡계 연구실

안녕하세요. 복잡계 연구실에서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고 있는 김영진입니다. 저희는 아직 첫 박사 졸업생이 나오지 않은 6년차의 신생 연구실입니다. 2012년에 생긴 저희 연구실은 한양대학교 응용물리학과 소속으로 통계물리 및 복잡계 과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도교수님은 포항공대, 카이스트를 거쳐서, University of Calgary에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마치고 오신 손승우 교수님입니다. 2016년에는 매년 한국물리학회에서 통계물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연구자에게 수여하는 용봉상을 받으며 최근 업적을 인정받으시고, 현재는 학과장을 맡으셔서 바쁘신 와중에도 활발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계십니다. 연구실의 주 연구분야는 복잡계 과학으로 최근 국내외에서 활발히 연구되는 학제간 연구입니다. 이후 연구분야를 소개할 때 더욱 자세히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연구실은 현재 저를 포함하여 교수님과 함께 석박사 통합과정 2명이 창의적인 분위기에서 연구 중이며, 현재까지 2명의 석사를 배출하였습니다. 컴퓨터만 사용하는 연구실인만큼 연구실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은 편이지만, 현재 11명의 학부 3, 4학년이 연구를 경험하고자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컴퓨터를 주로 사용하며 모델링, 시뮬레이션 및 데이터 분석을 주로 합니다. 공부하는 분야의 특성상 학제간 다양한 분야를 두루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연구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연구는 크게 다음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나씩 좀 더 자세히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2.1) 통계물리학 먼저 지도교수님의 전공 과목이자 저희가 공부하는 분야들의 초석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통계물리학입니다. 통계물리학이란 물리학의 한 분야로, 통계학의 방법론을 이용하여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많은 입자로 구성된 시스템을 이해하려는 학문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물을 들 수 있겠습니다. 얼음, 물, 그리고 수증기는 모두 같은 물 분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주어진 온도와 압력 등의 조건 하에서 서로 다른 상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이를 이해하려고 할 때 보통 처음에 물 분자들 간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하지만, 통계물리학에서는 최종적으로 시스템을 표현할 때 이 모든 미시적 상호작용을 전부 기술하지 않고 온도와 부피, 압력 등과 같은 거시적 변수(macroscopic parameter)로만 시스템을 표현합니다. 이처럼 사회에서 모든 사람들 사이에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를 이해하는 것이 아닌, 그 사회의 거시적 변수가 무엇인지를 찾고, 그 거시적 변수들을 통해 사회를 이해하려는 분야를 바로 사회통계물리학이라고 합니다. 비선형 동역학, 열역학 등 다양한 세부 분야로 나뉘는데 연구실에서 최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키워드는 다음의 세 가지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 열기관(heat engine), 스미기(percolation), 동기화(synchronization). 지면 관계상 최근 연구를 하고있는 동기화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를 드리자면, 포항에 소재하고 있는 APCTP에서 지도교수님과 함께 박사 후 연구원으로 함께 연구를 하시다 최근 칠레에 University of Talca에 새로 교수로 부임한 김희태 교수님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셨습니다. 동기화의 대표적 예로 관객들의 박수소리 주기의 동기화가 있습니다. 공연이 끝나면 관객들의 박수소리와 함께 공연이 마무리됩니다. 이 때 초기의 관객들의 박수소리는 각자의 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수가 길어질수록 관객들은 주변의 다른 관객들의 박수소리를 들으며 의식하지 않더라도 박수의 주기를 서로 맞추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주변의 박수소리들이 덩어리 덩어리를 만들며 국소적으로 동기화가 되고, 최종적으로는 대부분의 박수소리가 동기화가 되어 특정한 주기를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동기화라고 하며, 다른 예로는 반딧불이의 반짝거림의 동기화, 밀레니엄 브리지에서 걸음걸이의 동기화, 물리진자의 동기화, 같이 생활하는 여성들의 생리 주기의 동기화 등이 유명합니다. 지도교수님은 김희태 교수님과 함께 전력망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교류 주파수의 동기화 현상에 대해서 특히 관심을 가지고 분석했습니다.  2.2) 복잡계 과학 및 네트워크 과학 복잡계 과학이란 최근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학제간 융합 분야 중 하나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사회통계물리학처럼 통계물리학적 방법론들을 물리학에서 주로 다루는 시스템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대상에 적용을 하고 함께 연구하는 분야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복잡계 과학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창발’이라고 표현하고 싶고,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전체는 부분 합의 그 이상이다.’ 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상호작용이 없다면 부분의 합은 전체와 같겠지만, 상호작용이 있으면 새로운 무언가가 ‘창발’하게 됩니다. 뇌를 단순히 뉴런들의 집합이라고 볼 수 없는 것 처럼 말이죠. 복잡계 과학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들 중 하나가 네트워크 과학입니다. 네트워크 과학이란,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에서 등장하는 그래프 이론이 더욱 발전한 형태라고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시스템을 구성하는 입자들을 점, 입자들 간 상호작용을 선으로 나타내면 입자들의 연결관계를 나타낸 지도를 네트워크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게 인간관계 네트워크, SNS 네트워크 등이 바로 네트워크의 한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들의 다양한 특성들을 계산하기도 하고, 특정한 조건의 네트워크를 생성해내는 모델, 질병 / 소문의 확산 등과 같은 네트워크위에서의 모델링 등 네트워크 자체에 관한 연구 혹은 네트워크를 이용한 연구와 같이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저는 지도교수님과 함께 경제학의 한 분야인 게임이론에서 등장하는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죄수의 딜레마는 공범으로 잡힌 2인의 범죄자들에게 각각 자수를 할지, 자신과 공범의 죄를 부인할지를 선택하게 하는 문제입니다. 이 때 각 범죄자는 각 선택지들의 결과를 합리적으로 분석한다면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자백을 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두 범죄자 모두 자백을 하는 상태가 내쉬 평형(Nash equilibrium)상태가 됩니다. 하지만 두 범죄자들이 모두 자백을 하는 것 보다는, 모두가 죄를 부인하는 상태가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기 때문에 이런 상황 때문에 이 문제를 죄수의 딜레마라고 부릅니다. 이 죄수의 딜레마는 인간, 혹은 다른 생명체들 사이에 나타나는 협력(cooperation) 현상을 설명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을 도와주는 현상을 이타적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위의 예에서는 상대방이 비록 자백을 하더라도 본인들은 죄를 부인하는 것을 말합니다. 본 연구실은 여기서 죄수의 딜레마 속에서 가능한 다양한 전략들 사이에 어떠한 순환고리가 있는 것을 찾은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움직이는 행위자들이 서로의 평판을 고려하며 상호작용하는 죄수의 딜레마 모델까지 고려하였습니다.  2.3) 빅데이터 및 기계학습 마지막으로 연구실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빅데이터 및 기계학습 분야입니다. 이 분야는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알파고 덕분에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분야입니다. 본 연구실에서는 빅데이터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기 전에도 텍사스 홀덤이라는 포커의 한 분야에 대해서 프로 게임들의 결과를 분석한 전례에서 시작해서 최근의 추세에 맞춰서 보험 사기 데이터를 분석하여 사기자를 예측하는 공모전 입상, 역대 대통령들의 연설문을 자연어 처리(NLP)와 워드 투 벡(Word2Vec)이라는 기계학습 알고리즘을 통한 분석으로도 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대중가요 데이터를 분석하여 작사가 – 작곡가 사이의 네트워크, 가사를 이용한 장르 예측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가 바로 ‘창의성’입니다. 저희는 이런 ‘창의성’을 얻을 수 있는 연구환경을 만들고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있습니다. 그 중 첫 번째가 ’자율성’입니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정도의 자율성은 서로 그 자율성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또한 ‘올바른 정신은 올바른 육체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연구실 학생들에게 심신의 건강을 위한 다양한 여가 활동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축구, 농구, 풋살 등 다양한 운동을 학부 연구생 및 다른 연구실들과 꾸준히 함께하며 장시간 앉아있는 동안 생길 수 있는 뱃살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학기에는 학부생들과 함께 금연을 권장하여 현재 금연 캠페인도 진행중에 있습니다. 물론 자율적으로 원하는 학생들에 한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 이 외에도, 학기 중엔 정기적으로 봄/가을 한국물리학회에 꾸준히 참여하고, 연구를 하면서 우리만의 우물에 빠지지 않기 위해 수원의 성균관대, 인천의 인하대 등과 정기적으로 교류를 하며 함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방학 중에는 국내외를 비롯해서 다양한 학회, 스쿨, 워크샵 등에 참여하는 것을 권장하고 방학 중에도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한 연구실과 공동 연구를 위해 이번 년도에만 2회나 일본에서 미팅을 진행하였습니다. 아직 졸업생 수는 않았지만, 올해 최초로 연구실에서 학부 연구 졸업생 까지 모두 함께 모이는 홈커밍데이 행사도 진행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실에서 연구 환경은 서로 많은 대화를 통해 수시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개인 자리가 있는 것이 아닌, 토론형 테이블 배치로 서로 마주보며 자리하고 있습니다. 개인 랩탑(노트북)을 사용하며, 연구실에서 운영하는 몇 대의 서버를 통해 리눅스 환경에 원격으로 접속하여 연구를 하며 서버 관리 및 운영에 대한 경험을 할 수 있고, 관심만 있다면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이쪽 분야 또한 공부를 하게끔 선배들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연구실은 안산에 소재하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위치해있습니다. 캠퍼스 정문으로 들어오셔서 2분정도만 직진하시면 좌측에 보이는 깔끔한 건물이 제 1과학기술관인데, 해당 건물 1층에 연구실이 위치해 있습니다.   ■ 주소  :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한양대학로 55 한양대학교 제 1과학기술관 124호 ■ 전화  : 031-400-5473 ■ 이메일  : sonswoo@hanyang.ac.kr ■ Homepage  : http://csg.hanyang.ac.kr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