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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연방 재료과학기술연구소 (Empa) 에서의 연구원 생활

    윤송학 (myworld)

    저는 현재 독일슈투트가르트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재직중인 윤송학이라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7년전, 2009년 12월 크리스마스를 1주일 앞둔 금요일 늦은 저녁, 율리히연구센터에 있는 작은 연구실에서 전화 한 통을 받음으로써 저의 스위스 연방 재료과학기술연구소(Empa)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2010년 2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5년 9개월 간 스위스 연방 재료과학기술연구소(Empa) 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며 느꼈던 점들을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써 보려고 합니다. 먼저 스위스라고 하면 많은 분들이 알프스의 빼어난 자연 경관을 생각하실 겁니다. 스위스 시계나 스위스 은행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지요. 아, 물가가 엄청 비싸다는 것도 빼놓을 순 없겠군요. 학생인 분들은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ETHZ) 이나 로잔 연방공과대학 (EPFL)를 떠올리실지도 모르겠어요. [ 융프라우요흐가 보이는 풍경 (Beatenberg) ] [ 어느 호숫가 (Zürichsee) ] 스위스에는4개의 국립연구소가 있습니다. 파울 슈어러 연구소(PSI), 스위스 연방 산림•눈•지형 연구소(WSL), 스위스 연방 재료과학기술연구소(Empa), 스위스 연방 수생과학기술연구소(Eawag) (www.ethrat.ch/ko). 그 중에서 Empa는 재료과학 및 기술에 특화된 연구소입니다. (www.empa.ch). 부연 설명을 좀 더 하자면 Empa는 3곳 (Dübendorf, St. Gallen, Thun)에 위치하고, 2015년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Scientific staff 는 501명, Technical and administrative staff는 441명이 된다고 하네요. [ (좌)Empa Dübendorf 전경 / (중)Empa St. Gallen / (우)Empa Thun ] Empa Dübendorf 캠퍼스는 Zürich 근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스위스 연방 수생과학기술연구소(Eawag)가 옆에 있어서 공동 연구 진행에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연구소 식당이 2개가 있어 선택의 폭이 넓고 다른 어느 연구소 식당보다 우수한 질의 식사가 보장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자료들을 비치해둔 도서관도 빼놓을 수 없는 제 기억 속 공간이 되겠네요. [ Empa 식당 ] [ Empa 도서관 ]   Empa에서의 연구자로서 삶을 돌아보면, 공동 연구가 일상화되어 있던 곳이라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동료와 더불어 만들어 나가던 다이나믹스, 함께 고민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던 그 과정들, 도움을 주고, 또 받던 기억들이 많지요. 특히, 제가 속해 있던 연구실은 박사후 연구원 개개인이 한 분야에 특화된 분들이 모여 있었는데, 예를 들면 이런 일들이 일상적이었습니다. 어떤 박사 과정 학생이 자신의 연구 주제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 하는 자리가 마련되면, 최소 3-4명의 박사후 연구원이 그 한 학생의 연구 주제에 대해 자신의 분야에서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지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하면서 토론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논문의 주제가 좀 더 명확해지고, 각자가 논문에 어떻게 contribution할 수 있을지가 정해지곤 했지요. 그래서 제가 있던 연구실에서는 internal/external 공동연구가 아주 활성화 되어 있었고, 고무적인 일로 여겨 졌습니다. 기본적으로 Empa는 연구실간 공동 연구가 장려되었어요. 돌아보면 한국의 정부출연 연구소들에서는 연구실간 공동연구가 어려운 것 같이 보여 아쉬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저도 하루의 시작은 사무실에서 컴퓨터를 켜고, e-메일을 체크하면서 시작하곤 했습니다. 조금이라도 연구에 관련된 core activity(논문읽고/논문쓰고/실험하고)를 하다가, 보통 아침9시 반에 연구실coffee 룸(커피머신, 냉장고, 주방시설이 붙어 있어요)에 가서, coffee/tea break을 가지며 담소를 나누곤 했지요. 처음 저는 이 coffee chat 이 너무 부담스러웠습니다. 소심한 성격에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고,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이야기를 나누는 거 같았기 때문이지요.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아니었고요. 하지만 점차 이 곳 문화에 익숙해 지면서, small chat 이 기가막힌 research idea로 변모하는 과정을 여러 번 지켜 보았고, 또 경험했습니다. 연구자로서 사무실에 틀어박혀 골몰해야 하는 일정량의 시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만큼이나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어울려, 자신이 특화한 연구 지식을 바탕으로 다른 연구자들과 함께 토론하고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어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의 긍정적 측면으로, 함께 결과물을 쌓아가는 그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요. 첨언하자면 이상과는 달리, 매일의 break이 늘 긍정적이고, 효과적이었다는 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offee break 이 잡담하는 시간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한국에서도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조심스럽게 바래봅니다. 덧붙여, 때때로 마련된 환송회 자리에서는 동료들끼리 못다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네요. [ (좌)Coffee break / (우) 어느 환송회 ] 스위스에서의 삶을 돌아볼게요. 제 생각에 스위스에서의 삶은 비교하자면 한국과 독일 중간 어디쯤 되는 거 같아요. 연구 분위기나 환경은 독일에 가깝게 느껴지지만, 연구원들의 업무량이나 업무 시간은 독일보다는 한국 쪽으로 향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가 스위스에 있을 때는 독일에 있을 때와 비교해서, 좀 더 많은 일을 늦게까지 했던 것 같습니다.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걸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말이지요. 스위스는 비싼 물가만큼이나, 급여를 많이 주기 때문에, 실제 생활하는 데는 큰 부담이 없었던 거 같아요. 취리히라는 도시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여기서 짧게 한 문장으로 말씀드리자면, 다양성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도시라고 말하고 싶네요. 부자는 부자 나름대로, 빈자는 빈자 나름의 생활이 가능한 곳. 남여노소, 장삼이사 누구에게나 허락된 시간과 공간이 있는 도시라고요. 그리고 그럴 수 있는 데에는 두 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첫째는 앞서 말씀 드렸던 기본 소득이 높은 것, 둘째는 (제 개인적으로는) 인구 밀도가 낮은 것이 중요한 요소라고 봅니다. 스위스 인구 밀도:181명/km², 대한민국 인구 밀도: 517명/km² (ko.wikipedia.org/wiki/인구_밀도순_나라_목록). 지나친 말일지 몰라도, 스위스와 비교해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경쟁하면서 자라고 비교하면서 살아가는 게 일상인 것이, 인구밀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어딜가나 사람이 많은 우리나라. [ 취리히 ] 유럽에 살면서 좋은 점 하나는, 다들 알다시피 각종 휴가가 법적으로 잘 보장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법정 공휴일을 제외하고 5주 (주말제외 25일) 이상의 개인 휴가가 보장되고, 자신이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선에서 언제든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는 여건이 보장되지요. 아시다시피, 휴가는 삶의 쉼표 같은 거잖아요. 저는 휴가 기간을 보통 가족과 함께 유럽의 여러 다른 나라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경험했습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확보한 일정한 거리가 내가 하는 연구,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시선을 허락해 주는 계기가 되는 거 같아요. 짧지만, 새로운 삶의 경험은 삶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능하게 하고, 스스로에게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던 거 같습니다. (“뭣이 중헌디 뭐시 중허냐고”). 더불어 때때로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불현듯 하게 되는 계기도 되었던 거 같아요. 한국에 돌아가야 할지, 유럽에서 계속 살아야 할지 등등. 사실을 말하자면, 올해 여름 휴가때는 특별한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휴가 다녀오는 길 위에서 다가올 일상이 더 버겁고 무겁게 느껴졌었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일상 생활을 숨쉬듯 가볍게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일상으로 돌아가 이 글을 쓰다보니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비워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연구원의 삶과는 조금 동 떨어진 주제인지는 몰라도, 마지막으로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대체적으로 독일어권 국가들에서는 7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길게는 한 달 반 정도가 학교의 방학 기간입니다. 아이들은 얼핏 보기에 정말 무용(無用, useless)한 것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걸 왕왕 볼 수 있어요. 정말 소박한 것들에서 즐거움을 느끼면서 시간을 보낸다고나 할까. 동네 수영장에 가서 하루 종일 수영하고, 하루 종일 축구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서 소일(消日) 하는 거 같습니다. 어느 날, 야외 수영장에서 이곳 아이들이 노는 것을 한참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어릴 때는 많이 놀아야 하는구나. 많이 놀아봐야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스스로 알게 되겠구나. Useless 한 것 같아 보이는 것들이 useful하구나. 무용지용 (無用之用). [유럽의 시골동네 야외 수영장] 인간의 기본적인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그러려면 휴가가 있는 삶, 저녁이 있는 삶, 비우면서 채우는 삶, 이런 것들이 가능해야 할거라 생각하는데, 유럽에서만큼 한국에서 그게 가능하겠냐고요? 언제가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가능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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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패로 (이달의 주자: 이상희)

메리 도리아 러셀 저

    제가 소개하고 싶은 책은 매리 도리아 러셀의 <스패로> 황금가지(같은 출판사에서 <영혼의 빛> 으로도 번역되었습니다)(Sparrow, 1996)입니다. 이 책은 과학소설 중 명작으로 꼽힙니다. 저는 이 책을 인류학 개론 강의 시간에 보조 교재로 쓰기도 합니다. 과학 소설과 인류학이 어떤 관계가 있냐고요? <스패로>는 2019년에 우주 저 편에서 들려 오는 아름다운 소리에서 시작합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생물체를 만나러 가야 할 지부터 시작해 구구절절 적법한 절차에 대한 끝없는 토의를 시작하는 국가기관과 달리, 로마 교황청에서는 예수회 신부이자 언어학자인 ‘에밀리오 산도스’를 대장으로 일곱 명의 민간인들로 이루어진 탐험대를 즉시 띄워 보냅니다. 이방인들을 비롯한 자연 현상을 탐구하고 이해하는 데에 적극적이었던 예수회의 기나긴 역사를 이은 거죠. 탐험대는 4.3광년 떨어진 행성까지(가는 데에만 17년이 걸리는) 다시 돌아올 가능성 없는 여행길에 나섭니다. 우여곡절 끝에 행성 라카트 (지구에서 붙인 이름이죠)에 도착한 이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과 교류를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구 시간으로 2059년, 만신창이가 되어 간신히 홀로 살아 돌아온 산도즈 신부는 남창으로 일한 혐의와 유아 살해 혐의를 받습니다. 희망, 사랑, 아름다움, 신에 대한 열정적인 믿음과 함께 시작한 모험이 어떻게 끝났을까요?  책은 (지구의) 40년 동안 일어난 일을 추적해 갑니다. 우리 지구인의 귀에 아름답게만 들려 오던 소리의 참혹한 현실은 구사일생으로 살아서 돌아온 산도스 신부의 입에서 서서히 밝혀 집니다. 책 제목 <스패로>는 기독교 성경 마태복음 10장 29절 “참새 한 마리가 땅에 떨어지는 것도 너희 아버지는 다 알고 있나니.” 에서 따 온 것입니다. 무한한 사랑의 신에 대한 믿음이 산산조각 난 산도스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요. <스패로>는 훌륭한 책입니다. 적은 비용으로 우주여행을 기획해 보는 과학 덕후(?)들, 그리고 “이방인”과 만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선의의 작은 잘못들이 가져오는 큰 만행’은 인류학자들에게는 익숙한 소재입니다. 스타트랙의 팬이자 인류학도인 제가 홀딱 반할 수밖에 없는 책이죠? 인간의 특별성과 신의 존재에 대한 종교 주제를 생각하게도 합니다. 러셀은 이 책의 속편 <신의 아이들> (Children of God) 을 비롯하여 다수의 책을 썼습니다. 러셀의 작품 세계는 ‘스패로 1, 2편’처럼 미래의 지구와 또 다른 행성에서 비롯, 그리고 최근의 서부 소설 <닥> (Doc), <묘비명> (Epitaph)까지 다수 있습니다. 러셀의 소설가 경력은 고인류학자로서의 경력을 뒤이은 커리어입니다. 러셀은 1980년대, 고인류학의 여러 문제를 기발하게 풀었던 고인류학자였습니다. 예를 들어, 네안데르탈인이 식인 행위를 했는지를 기발하게 알아냈죠. (이 이야기는 “인류의 기원”첫 번째 꼭지 “원시인은 식인종?”에서 좀 더 자세하게 다루었습니다.) 고인류학자로서, 대학교 교수로서 커리어를 쌓다 전업 작가로 전환한 러셀의 첫번째 작품이 바로 <스패로> 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작품 곳곳에 고인류학, 혹은 인류학 전반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으면 더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예를 들면, 직립 보행을 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뼈의 변형과 운동 역학적인 관찰을 통해 라카트 행성인의 직립 보행을 묘사합니다. 저자의 풍부하고 기발한 유머 감각이 책의 곳곳에 양념처럼 등장해서 한번 잡으면 놓기 힘든 책입니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앤 박사와 그 남편은 저자 부부를 모델로 하고 있습니다.) 고백할 것이 있는데, 저는 이 책의 영어본을 읽었었습니다. 그 후 한국어 번역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참 기뻤습니다. 번역본을 읽어 보니 매우 부드러운 매끈한 번역이었는데, 제가 원작 내용을 알고 번역본을 읽어서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강력하게 추천하는 책입니다.     다음 주자로 전은지 박사님께 바통을 전달합니다. 전 박사님은 한국, 미국에서 항공 우주 공학을 공부하고 현재 독일 DLR (Aerospace Engineering Center)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무척 좋아하는 과학자입니다. 자세히 보기

카네기멜론대학이 소재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의 피츠버그에서는, 최근 자율주행차량의 시운전이 있었다. TV를 통해 소개된 장면을 보니 제법 복잡한 시내길을 마치 운전자가 운전하듯 부드럽게 주행하였다. 운전석에는 인간 운전수가 핸들을 잡을 자세로 앉아 있었다. 혹시 인공지능이 오동작을 하면 인간 운전수가 바로 운전을 떠맡을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럴 일은 없었다. 기술적으로 상당히 성공적인 시운전으로 보였다. 일전에 필자도 여기서 관련 글을 쓰면서 장차 자동차 회사들이, "수고한 그대 퇴근길부터 취침!" 또는 "당신은 핸들 위에서도 꿈 꿀 권리가 있습니다!" 등의 문구로 자율운행차량을 선전할 것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막연했던 그날이 의외로 빨리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는 나는, 이런 인공지능 적용을 상당히 염려스러워 한다. 과학기술에 대한 태도가 보수적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인간이기를 보장하는 여러가지 기능들이 있는데, 기술은 그 기능들을 보완해주고 확장해줘서 인간을 더 인간답게 해준다. 즉 도구를 사용하면서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되고 사고나 질병으로부터 보호받는다. 그래서 인간수명은 늘어나고 불치병들을 점점 퇴치해왔다. 즉 기술은 도구여야할 뿐, 본질적 존재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아주 쉬운 예로, 우리는 나눗셈이 불편하여 계산기에 의존한다. 하지만 나눗셈의 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나눗셈을 안 배우고 계산기의 답만 베껴 쓴다면 계산기는 인간을 도와주는 장치가 아니라, 대신하는 장치가 되어버린다. 계산기를 개발한 소수 엘리트 몇명에게는 계산기가 도구이지만, 99% 다수의 사람들에게 나눗셈은 신비의 계산이며, 계산기는 자신의 머리로 대체불가한 초월자가 된다. 이것은 애초에 인간이 도구를 만든 취지에 반하는 행위다. 그래서 우리가 도구와 기계를 사용하는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없으면 불편하고 느리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어야 하고, 없으면 안되는 지경에 이르면 이미 일정부분 존재적 가치를 포기한 중독현상에 들어가게 된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많은 도구들은 불편해소와 중독현상의 중간에 와있다. 기계가 없으면 패닉에 빠지는 개인과 사회를 쉽게 볼 수 있다. 실수로 휴대전화를 놔두고 출근한 날은 불안감이 극에 달한다. 허전한 바지 주머니뿐 아니라, 기억나는 전화번호가 하나도 없지 않은가? 심지어 자기 번호마저 기억에서 오락가락하지 않은가? 동전이나 카드만 있으면 되었던, 거리의 그 많던 공중전화기는 모조리 사라졌다. 확실히 우리는 중독되었다. 불량한 철학에 물려 좀비가 되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운전도 할 필요가 없어진다고?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지만, 예전에 들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조선말 서울에 있는 한 서양대사관을 방문한 조선관리는 서양대사가 땀을 뻘뻘 흘리면서 테니스를 치는 장면을 보았다고 한다. 통역을 통해 그가 대사에게 전한 이야기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힘든 일이라면 하인들을 시키지 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전해라~"라고 했단다. 자동주행차량 소식을 접하며 곧바로 머리에 떠오른 이야기였다. 이제 이런 추세는 유행이 되고 금방 전세계가 "누가 누가 잘하나?"의 경쟁분위기로 갈 것이다. 경제효과를 의식한 미국정부도 금방 자율주행차량개발에 지지 의견을 밝혔다. 종국에는 교통사고가 줄어들 것이라며… 자율주행차량은 해커에 의해 원격조정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까맣게 잊었나보다. 걷는 해커 위에 뛰는 구글이 있으니 걱정 없을 것이다. 그러다가 해커는 날고 구글은 우주로 향할 것이다. 이쯤되면 향후 과학기술은 마치 묻지마 살인처럼 걷잡을 수 없을 것이며, 과학기술의 철학이나 윤리는 개발경쟁용 휴지로나 사용되어 쓰레기통에 처박힐 것이다. 묻지마 살인이야 겨우 몇 명을 살상하지만, 묻지마 기술은 집단학살을 초래할 수 있다.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담지말란 말이냐?"라고 삿대질을 해대면 사실 답변이 궁하다. 당장 묻지마 학살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훨씬 편해질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무작정 반대를 하기보다 살짝 다른 방향을 보여주고 싶다. 인공지능이, 이런 자동운전 기능보다는 차라리 테니스 로봇과 골프 로봇 같은 것에 집중하여 자기네들끼리 "인공지능 올림픽" 같은 것들을 개최하면 좋겠다. 이번에는 IBM이 우승하고, 다음에는 구글이 우승하고, 그 다음 해에는 삼성이 우승하고 등등… 인간 올림픽은 지금의 장애인 올림픽처럼 한참 후에 쓸쓸하게 열릴지라도… 물론 올림픽을 통해 충분히 검증된 기술들은 조심스럽게 인간 사회에 적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북핵문제, 지진문제, 테러예방, 기록적인 더위 같은 우리 삶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데 우리의 과학기술이 더 많이 기여했으면 좋겠고, 자율주행 같은 유행성 연구는 좀 천천히 따라가면 좋겠다. 그런데 아마도 조만간 "한국형 자율주행차량" 소식이 신문에 떠들썩하지 않을까 한다. 도대체 이런 가벼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은근과 끈기의 민족이라는 우리의 유전자는 변형되었는가? 아직 한국에서 나오지도 않은 소식을 가불해서 연구의 가벼움을 비판하자니 얼굴이 간지럽지만, 안나온 것이 아니라 못나온 것 아니냐고 우길 요량으로 뻔뻔해지기로 했다. 잔잔한 편리가 아니라, 큰 문제 해결에 일조하자는 부추김으로 전세계 코센인들에게 띄우고 싶은 가을편지를 대신한다. 과학하는 마음이 더 깊어지는 가을을 기원드리며… 자세히 보기

연구실 탐방

[KAIST] 소프트웨어공학 연구실

   KAIST SW대학원은 KAIST 전산학부 교수진(배두환 책임교수 이하)에 의하여 2003년 설립되어 2004년도부터 석사과정 교육을 시작한 일반대학원입니다. SW대학원에서는 기간산업(제조업, 금융업, 유통업 등) 및 정보 산업 현장에서 상품 개발 및 서비스의 향상 그리고 공정 개선 등을 주도하는 고급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력을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전산화/정보화를 책임지는 정보 시스템 개발 소프트웨어 공학자, Embedded Software를 개발하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전문가, 정보 시스템을 기획하고 분석하는 CIO 양성은 물론 소수 정예 및 리더십 교육을 통하여 경영 및 Communication 능력을 갖춘 소프트웨어 산업의 해외 진출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과정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SW대학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과정으로는 소프트웨어 전문가 과정과 LG전자 채용계약형 SW석사과정이 있습니다. LG전자 채용계약형 SW석사과정은 2012년 7월 설립되어 2013학년도 봄학기부터 학위과정 개설하여 소프트웨어 전문가 과정과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 교육목표  - 산업체의 요구에 부응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엘리트 소프트웨어 전문가 양성  - 소프트웨어 산업의 국제화를 선도할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핵심 인력 양성  - 소프트웨어 시스템의 기획 및 설계, 프로젝트 관리 능력을 갖춘 장래의 CIO 양성 ■ 교육대상  · 소프트웨어 전문가 과정   ==> 2년 이상 경력의 IT 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LG전자 채용계약형 SW석사과정   ==> 소프트웨어 또는 IT분야의 실무경력자 우대하나 관련 경력 또는 관련 학사학위 미소지자도 지원 가능  SW대학원에서는 양질의 교육과정뿐만 아니라 연구 환경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은 소프트웨어 공학 및 최신트렌드 소프트웨어에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약 30여명의 참여 교수진들이 대학원생들의 각 연구 분야에 맞게 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2.1 소프트웨어 공학   재 산업경쟁력의 핵심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이동했고, 소프트웨어의 융복합화로 산업 환경에 급속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활용분야가 산업 전반적으로 다양해짐에 따라 주어진 환경에서 시간과 비용을 고려했을 때 고품질의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에 대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에 소프트웨어 공학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발, 운용, 유지보수에 대한 체계적이고 정량적인 접근방법으로 고품질의 소프트웨어를 적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대학원에서는 주로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모델링 및 시뮬레이션, 특정 도메인에서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프로세스 모델링 및 개선 등 특정 도메인에서의 특화된 품질속성에 맞게 정량적인 접근으로 소프트웨어 라이프 사이클 상에서의 전반적인 개선활동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2 소프트웨어 테스팅   신뢰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에서의 결함을 발견하고 제거하는 것 이상으로, 시스템 운영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부정확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은 동작을 감지하는 것을 필요로 합니다. 결함이 전혀 없는 시스템은 있을 수 없기에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의도한 대로 사용자가 사용에 있어서 만족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에서 다양한 테스팅 기법을 적용하여 궁극적으로 소프트웨어 품질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라이프 사이클 상에 결함이 미리 발견되고 조치가 된다면 문제가 없지만 고객에게 인도된 후에 발견되어 결함을 해결할 때는 더 큰 비용을 들게 됩니다. 위 그림처럼 소프트웨어 개발 전체 비용적인 측면에서 결함이 개발 초기에 발견이 될 수 있도록 40% 이상을 소프트웨어 테스팅이 차지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학원에서는 결함을 미리 예측할 수 있는 결함예측 및 특정 도메인에서 적은 테스트 케이스를 통해 최대의 결함을 찾아낼 수 있는 최적화된 테스트 케이스 생산 및 테스트 기법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3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3요소 중 하나인 소프트웨어 프로세스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 수행하는 일련의 활동을 의미합니다.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활동들을 명확히 하고 품질확보와 납기를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서 소프트웨어 프로세스를 정립해야하며 특정 도메인에서 효과적인 소프트웨어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 연구되는 분야입니다. 프로세스를 정의한 뒤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소프트웨어 기술변화를 프로세스에 반영하고 개발자들에게 책임과 교육을 추진하여 결과를 피드백 함으로써 소프트웨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는 것이 주된 활동입니다.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다른 모델들을 살펴보면 CMMI, SPICE등이 있습니다. CMMI(Capability Maturity Model Integration)란 미국방성의 요청에 의해 카네기멜론 대학의 SW공학연구소가 개발한 성숙도 평가모델을 기준으로 여러 CMM모델을 포함한 통합모델입니다. 국제적 권위를 가진 인증을 통해 회사의 프로세스 및 제품에 대한 신뢰성을 보장하고 CMMI 심사를 통해 부족한 프로세스에 대해 외부검토를 수행하고 개선사항을 도출할 수 있는 모델입니다. SPICE(Software Process Improvement and Capability dEtermination, ISO15504) 모델은 여러 프로세스 개선모형을 국제표준으로 통합한 ISO(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Standardization)의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모델입니다. CMMI, SPICE 모델과 같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통합모델이 있지만 각 조직마다 특성이 있기 때문에 통합모델이 그 특성을 반영하기는 어렵습니다. 대학원에서는 기업에서 근무한 경력을 바탕으로 특정 도메인에서의 프로세스 개선활동에 대한 제안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연구와 함께 그에 따른 소프트웨어 개발 성숙도 향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4 빅데이터   날로 복잡해져가는 사회 속에서 IT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데이터의 저장 및 처리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빅데이터의 활용이 매우 중요해 졌습니다. 빅데이터는 기존의 관리?분석 체계로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가 큰 데이터를 의미합니다. 최근 SNS가 활성화되면서 데이터 증가 속도가 더 빠르게 늘어나고 있고 기업은 이러한 데이터를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이용하고자 데이터 관리에 신중해지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관련 분야로는 비정형화된 데이터 속에서 의미있는 분석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데이터 마이닝과 머신러닝에서 연구된 내용을 토대로 대학원에서는 응용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2015 졸업생 발표주제  - 에어컨 실외기 제품의 소프트웨어 재사용성 향상을 위한 Feature 기반 제품라인 공학 적용 연구  - 이상 상태 모니터링을 통한 냉장고 원격 진단 및 수리 시스템  - Dynamic Resolution을통한소모전류개선  - Requirement Pattern을 이용한AT&T Softphone requirement 품질 개선  - DTV Chip 개발 검토에 CMMI 및 동시 공학 이론 적용 통한 문제 개선 연구  - New Product Development에서의 실험적인 코드리뷰 방법  - Security Improvement in IoT Device  - Accurate Indoor Location Tracking for Home and Office  - Android CursorLeakage Monitor  - Software Fault Tree Analysis 를 활용한 효율적인 결함 분석 방안 연구  - Semi Heuristic Optimization of Search Algorithm for Satellite Broadcasting - Receiver: Reducing Channel Setting Time  - Low Memory Linux 기반 Platform 성능 저하 원인 분석 및 해결 방안  - Javascript Framework Animation Effect Optimization In webOS TV  - ML 알고리즘을 이용한 침입탐지 성능향상 연구  - Java / XML 상호 분석을 통한 Android 특화 문제점 정적 분석 도구  - An Adaptive Remote Display Framework to Improve Power Efficiency  - FFS: A Fast Peer-to-Peer File Sharing Approach for Mobile Devices  - Fuzzy 알고리즘을 이용한 배전계통 고장구간 자동화 검출 시스템  - 검사 자동화 환경 구축을 통한 Audio 제품 군의 생산성 향상  - 경험적 방법을 적용한 특수경부하 기간의 전력수요예측 실천적 방안  - 온라인 프로그래밍 교육에서의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한 사용자 로그 기반 피드백 시스템 설계  - webOS 반응 속도 향상 및 DB 접근성 확장  - Double Weighted Naïve Bayes Classifier for Cross-Project Defect Prediction   본 연구실은 이공계 연구중심대학의 전형적인 연구실과 달리, 2년이상 경력의 IT 및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습니다. 즉, 현업에서 근무한 엔지니어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한 본원과 달리 기숙사를 따로 제공하고 있지 않아 출퇴근으로 운영이 되고 있으며 두 개의 연구실로 구성되어 연구에 몰입하는 환경을 제공합니다. 등록비는 모두 기업체에서 지원하므로 학비에 대한 걱정 없이 본인의 역량 개발 및 연구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석사과정동안 현업 근무자들 간의 인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며 각 분야의 전문적인 이론교육 및 엔지니어 간의 전문성 교류 장점이 있으며 졸업프로젝트를 1년간 수행하여 공학석사학위를 취득하는 교과석사 과정이어서 졸업 논문이 필수는 아니지만 논문작성을 권장하고 매년 학회 참석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여름과 겨울방학 중에는 연구실 워크숍과 MT를 겸하여 학기 중 주요 연구 성과와 연구계획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본 연구실의 연구 특성 상, 학생들이 팀을 구성하여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고 대회 및 공모전에 참여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을 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에는 초청세미나를 통하여 최신 산업동향을 알 수 있으며, 각 연구 분야에 맞게 팀별로 혹은 개인별로 수시로 회의를 진행합니다. 2003년부터 과정을 운영하며 약 200명 정도의 졸업생이 있으며, 각 기업에서 SW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년 20~30명 정도 입학을 하고 있으며 SW전문가로서 역량을 키우고 있습니다.   ■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논현로 28길 25 3층 KAIST SW대학원 ■ 전화  : 02)3498-7575 ■ Homepage  : http://software.kaist.ac.kr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