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해양 바이오 산업 동향

1. 개요

해양 바이오 산업이란 해양의 생물 자원을 원료로 이용하여, 또는 이들 해양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특이한 기능을 연구, 모사함으로서 다양한 공학 기술을 적용하여 생활에 유용한 각종 제품을 생산해 내는 산업을 전반적으로 일컫는다. 특히 해양은 지구 표면적의 70%를 차지하며 지구상의 80%의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는 만큼, 그 생태학적 다양성이 가지는 가치가 크며, 미지의 영역으로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의 부가 가치가 크다. 특히 다양한 온도와 압력, 영양소의 차이가 존재하는 극한 해양환경에서 서식하는 해양 생물들의 생체 구조나 기능 등은 육상 생물의 그것과 다른 점이 많아 바이오 산업에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따라서 그 규모는 세계적으로 아직 크지 않지만 미래 친환경 자원으로서의 이용 가능성 등 현재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하고 있다.

해양 섬유 복합소재 및 해양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는 육상 자원 부족의 좋은 해결 방안이며, 해양 생물에서 추출한 물질을 통해 개발한 접착제는 기존의 접착제에 비해 인체에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소재이기도 하다. 해양 바이오 에너지는 탄소 중립적이고 친환경적인 생산 시스템으로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며, 이 자원을 다시 재활용함으로서 부가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다. 이 외에도 건강 음료, 바이오 색소 및 바이오 의약품 등이 이미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으며, 개발을 계속함에 따라 기존 물질의 단점을 보완해나가는 신규 물질들 또한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 나라는 해양 바이오 산업을 성장시키기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으며, 쇄빙선 보유국으로서 남극과 북극 기지를 기점으로 극지 생물을 통한 바이오 산업까지 국내외에서 활발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본 보고서에서는 해양 바이오 산업 동향을 활용되는 분야들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2. 해양 바이오 산업 동향

2.1. 의학 분야 활용

인체의 70%는 물로 이루어져 있어 인체 내부는 해양 환경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바닷속 해양 생물이 만들어내는 접착성 물질은 체액에 와해되지 않으며,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의 형태이기 때문에 화학 접착제보다 친환경적이고, 면역반응 등을 일으킬 위험도 적다는 등의 이점이 있다. 한 예로, 키조개에서 발견한 접착 단백질을 이용하여 의료용 접착제가 개발되었다[1]. 키조개의 섬유 조직은 부드러운 조갯살의 안쪽에 붙어있는데, 보통은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조직이 접착된 경우 경도의 차이로 부드러운 조직이 손상을 입게 되지만 키조개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키조개의 접착면에서 단백질을 발견하였으며, 이 단백질이 경도가 서로 다른 두 조직을 안정적으로 접착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함을 규명하였다. 이러한 단백질은 간접적 재생 효과도 갖고있어서 접합 수술 등을 하거나 보조 의료기기 접착제 등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 다른 의학 분야의 활용 예시로는 멍게의 혈액 속에 있는 갈산을 이용해 이가 시린 증상을 치료할 수도 있다[2]. 시린이의 통증을 완화할 때는 노출된 치아를 코팅하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 효과가 일시적이며 코팅이 벗겨지기도 하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멍게는 조직을 접착시키는 갈산을 가지고 있어 해양 환경에서도 상처를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데, 이를 철과 결합하여 시린이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한다. 이는 기존의 레진 같은 물질보다 생체 안정성이 높고, 산업적으로 사용할 경우 해조류 등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 가격 경쟁력 또한 우수하다고 한다. 이 물질을 쓸 경우 치아의 코팅 효과가 빠르고 효과적으로 나타났으며, 손상된 치아의 재생을 유도, 복원하는 효과도 갖는다고 한다. 키조개와 멍게의 경우에서처럼 추후 해양 생물을 이용한 의약품이 단순한 접착제나 코팅제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재생 치료제 등 무궁무진한 소재로 사용될 수도 있음을 기대하게 한다.

극한 환경에 사는 극지 생물의 특성을 이용하여 극지 연구소를 중심으로 다양한 해양 바이오 산업 활용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남극 로스해에 서식하는 해양 미생물종에서 동결 시 세포로부터 수분을 흡수하여 얼음의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을 발견하였고, 이를 활용해 혈액 동결 보존제를 개발해 냈다. 최근에는 남극 세종기지 연안에서 서식하는 지의류에서 인슐린의 작용을 억제하는 효소를 억제함으로써 인슐린이 제 역할을 하도록 돕는 물질을 발견하였고, 이를 추출해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했다고 한다. 이 외에도 해저 바닥에 서식하는 해면동물에서 추출한 물질을 간암 방사선 치료 시 함께 사용하면 암세포의 증식 억제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이미 상용화된 의약품의 경우, 대표적으로 Elan 이라는 회사의 진통제 (PRIALT)가 있다. 이는 바다 달팽이가 물고기를 사냥할 때 쓰는 독성 화합물을 추출하여 그를 기반으로 합성된 강력한 진통제이다.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있기는 하지만 새로운 치료제로서 만성 통증을 앓고있는 천여명 이상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에서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되었고 2004년에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현재 판매 중이다. 아직 임상 단계의 신규 의약품들을 포함하여 향후에는 해양 바이오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2.2. 산업 분야 활용

의료 분야 외에도 해양 바이오 물질은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홍합의 접착 단백질을 이용하고 오징어의 빨판을 모사하여 개발한 방오제 대체 물질이다[3]. 방오 소재는 선박이나 해양 시설 표면에 도장해서 수중 동식물이 수면 아래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는 물질이다. 기존에 사용하던 방오 소재는 수은이나 주석, 구리와 같은 중금속 및 독성 물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선박에 사용 시 환경이 오염되고 수중 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이 크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수중 환경에서도 물기 있는 접착면에 잘 달라붙어 서식하는 홍합에서 나오는 천연 접착 성분을 이용하였는데, 이 홍합의 접착 단백질은 접착성도 기존의 생체 접착 소재보다 뛰어나고 인체나 환경에 무해하여 좋은 소재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오징어 빨판의 접착 기작을 분석하여 이들의 수중 접착 원리를 모사함으로서 방오 소재를 개발해냈다. 유사하게는 해조류에 미생물이 달라붙지 않는다는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방오 소재를 개발한 연구도 있다. 해조류에는 미끈한 피막과 바늘같은 돌기가 촘촘한 표면이 있기 때문인데 이를 본따서 작은 바늘 기둥이 가득한 미세 구조를 만들고 그 위에 친수성 소재를 도포하여 피막과 비슷한 수막을 형성하도록 개발하였다. 다만 아직까지는 이러한 해양 바이오 물질을 추출하는 데 필요한 비용 등의 문제 때문에 상용화까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이 외에도 해양 물질을 사용한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친환경 비닐 봉지를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갑각류의 껍데기에는 키틴질이나 키토산 등의 물질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들 물질은 무독성이며 자연적으로 분해가 가능하고 안전하다는 장점이 있다. 매년 수많은 갑각류가 버려지기 때문에, 이를 재활용 함으로서 해양 폐기물에서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 내면서, 동시에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효과까지 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해양 바이오 산업의 강점 중 하나는 계속해서 연구가 진행되면서 보다 나은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는 점인데, 한 예로 최근에는 게의 키토산을 이용하여 고강도의 비닐 봉지가 개발되었다[4]. 이는 기존의 바이오 플라스틱이 땅에 묻으면 분해가 되기는 하지만 그 강도가 약해 쉽게 찢어지던 단점을 보완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만든 비닐 봉지의 강도는 나일론과 비슷한 수준까지 좋아졌으며, 바이오 플라스틱이 갖고 있던 생분해성 장점은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키토산 성분은 박테리아 등을 살균하는 효과가 있어 자체 항균 능력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추가 연구로 하여금 해양 바이오 산업은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보완해 나가는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보다 간단하게 실생활에서도 해양 기능성 제품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비타민이 풍부한 생선 간유를 비타민제의 원료로 사용하기도 하며 관절염이나 염증 치료 효과가 있는 상어 연골을 이용한 건강 식품, 노폐물 배출 효과가 있는 클로렐라를 이용한 건강 식품을 이미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필수 아미노산과 미네랄이 풍부한 조류를 이용하여 수분 손실을 방지하고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성 화장품들도 상용화되어 출시되고 있다. 한 예로 프랑스의 SECMA라는 회사의 경우, 해조류가 물살이 거친 해역에 서식하면서도 찢어지거나 세포가 파괴되지 않는 등 유연성을 갖는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들로부터 엘라스틴 섬유를 추출해 내었다. 이 바다 조류의 추출물을 이용한 화장품의 주름 개선과 피부 탄력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을 계속하고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2.3. 해양 바이오 에너지 활용

한편 미세조류를 이용한 해양 바이오 연료 연구 또한 주목받고 있다[4].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 등의 문제가 있는 화석 연료를 대체하고 기후 온난화를 막고자 대체 에너지가 많이 개발되고 있는데, 이러한 대체 에너지의 대부분이 시간과 장소 등에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었다. 이에 반해 미세조류는 해양 환경에서 대규모로 수확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광합성을 하는 일차 생산자인 미세조류를 이용하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연료로서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내어 탄소 중립적, 즉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양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해양 조류는 3세대 바이오매스로 불리는데, 이전의 목질계 바이오매스와 달리 리그닌 성분이 없기 때문에 이를 제거하는 전처리 공정이 보다 간단하다고 한다. 또한 미세조류는 식물에 비해 성장 속도도 빠르고, 높은 태양 에너지 이용 효율과 이산화탄소 고정 능력, 폐수에서 배양할 경우 발생하는 질소를 처리할 수 있는 가능성, 지질 함량이 높아 단위 면적당 지질의 생산량이 훨씬 높은 등의 이점이 있다. 아직까지는 식물 기반의 바이오 디젤 생산 기술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꾸준한 연구를 통해 나아질 기대된다.

지구상에 약 30만종의 조류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활용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미세조류들의 성장 속도나 지질 함량, 서식 환경 특성 등을 비교 분석하여 보다 경제적이고 품질이 우수한 종을 선정하거나 유전적으로 개량하는 등의 연구가 추가로 필요하다. 더불어 자연 상태에 있는 미세조류만을 소극적으로 이용한다면 생산성 및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선정되거나 개발된 미세조류 종을 육상에서 배양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이렇게 배양한 미세조류들은 해양에서 다시 대량으로 배양한 후, 건조하여 지질을 추출하고 연료로서 정제하게 된다. 특히 일부 미세조류는 질소 고정과 같이 물 속의 영양염을 흡수하는 점이나 중금속에 높은 흡착력을 보이는 점 등을 이용하여 폐수 처리에 많이 응용되고 있다. 따라서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연료 생산과 정화능력을 함께 개발, 활용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미세조류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너무 많은 면적의 해양을 해양 바이오 에너지 활용에 사용한다면 주변 생태계를 파괴할 수도 있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비료 등의 약품을 쓸 경우 환경 오염이나 조류의 이상 증식 등의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 해수가 전지구적으로 순환하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해양 바이오 산업은 개발과 함께 생겨날 수 있는 환경 파괴와 같은 문제점들에 대해 충분한 해결책들을 함께 대비해 놓아야 할 것이다.

 

3. 결론

육상 생태계와 달리 해양 생물이 가지는 유전적 다양성과, 여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해양 생물이 갖고 있는 이들만의 특이한 생체 구조 및 기작 등을 이용하여 제품 개발에 좋은 아이디어를 얻고, 특정 물질을 추출하여 산업화 시키는 해양 바이오 산업은 의학적, 상업적 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일 수 있다. 이미 기능성 화장품이나 건강 식품에서부터 의료용 약품, 바이오 플라스틱 등에 이르기까지 인체에 무해하고 보다 친환경적인 제품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가 수행 중이다. 생산 주기가 짧아 연중 생산이 가능하며 탄소 중립적인 친환경 에너지인 해양 미생물이나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 에너지 개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해양 바이오 산업은 1950년대 해면 동물에서 발견된 물질을 의약품으로 사용한 것을 시작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하여 아직까지는 다른 학문에 비해 비교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다소 비경제적인 추출 등으로 대규모 생산이 어렵고, 아무래도 해양 생물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점 등이 있다.

해양 바이오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해양 생물의 화학적, 구조적 특성을 연구하고 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우선시되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식을 가진 연구 인력 육성도 함께 필요하다. 또한 바이오 물질을 추출, 정제, 합성해 내거나 해양 생물의 기작을 모사하기 위한 개발 기술, 상용화를 위해서는 보다 다학제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한 분야이다[6].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으며 에너지의 해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해양 바이오 산업과 해양 바이오 에너지 생산 기술이 좋은 미래 대책이 될 수 있다. 특히 극지방의 접근성 등을 고려할 때 쇄빙선 아라온호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 나라가 추후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