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유용 천연물 연구의 동향 및 방향
2019-11-29
org.kosen.entty.User@7facfe57
권문혁(ardrid04)
1. 개요
인류의 역사는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식물의 섭취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식물을 섭취하기 시작하면서 식물은 비단 에너지원을 제공해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떤 식물은 으깨어 상처에 바르면 아무는 것을 촉진하고, 건조하여 연기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옷을 담그면 예쁜 색깔로 염색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식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천연물질들은 인간이 단순히 생존하는 것을 넘어 화려한 문명을 이루고 생활을 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특히 현대 사회에 들어서는 경험적으로 습득하였던 유용한 식물 천연물들이 어떤 구조를 가지고 어떤 활성을 가지며 작용 기전은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시작하였고, 천연물들을 화학 구조와 생합성 과정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시작하였다.
식물 종들은 광합성과 같이 생존에 필요한 대사 과정을 필수적으로 공유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서식지의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독립적인 진화를 통하여 종마다 독특한 대사물질을 생산하기도 한다. 흔히 plant-specialized metabolism라고 하는 이 특별한 대사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다양한 천연물질들을 인간들은 각종 의약품, 식품, 향료 등으로 이용하여 왔다. 이와 같은 대사과정은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지 않아 secondary metabolism이라고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알칼로이드 (Alkaloids), 터페노이드 (Terpenoids), 플라보노이드 (Flavonoids) 글루코시노레이트 (Glucosinolate)등이 있다. 가령, 알칼로이드는 모르핀, 니코틴과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 성분들이, 터페노이드는 바이오 연료인 farnesesne, 화장품의 원료인 bisabolol, 천연고무와 같은 다양한 성분들이 있으며, 카테친과 같은 플라보노이드나 글루코시노레이트 계열의 항암성분을 먹기 위해, 사람들은 녹차나 브로콜리를 섭취한다 [1].
2. 주요 내용
2.1. 식물 천연물 이용의 현실적인 한계
하지만 식물은 생장환경에 따라 생존이 무척 제한적이고, 지구상에 비대칭 분포하고 있어 그 이용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게다가 자국 자원을 보호하려는 각국 정부의 정책이 더해져 식물유래 천연물의 이용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이는 신대륙의 발견 역사를 살펴보면 잘 이해할 수 있다. 신대륙 발견 당시 아메리카 자생 식물이 서구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가장 큰 요인은 지질학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이 기존 구라파 대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다양한 생물종들이 독립적으로 진화하여 분포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남미의 경우 안데스 산맥과, 사막, 해안가를 포함하는 다양한 서식지와 많은 비와 높은 온도를 가지는 열대 기후환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생물들이 서식한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남미의 갈라파고스 군도의 독특한 환경에 따른 독립적인 진화형태로부터 착안하여 저술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남미에 독립국가들이 탄생하면서 남미 자생 식물의 경제적 가치를 독점하고자 타 대륙으로의 유출이 엄격히 금지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하여 일찍이 작물로써 가치를 인정받았던 몇 가지 대표적인 식물종인 감자, 고추, 설탕, 커피, 키니네 나무, 초콜릿과 같은 작물들은 이미 반출되어 남미 이외의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당시에 가치를 알지 못하였던 많은 식물들은 여전히 남미에서만 자생하고 있다. 최근 물질 분석 방법의 발전으로 많은 식물유래 천연물질의 구조와 조성이 규명되고 있으며 유전체 분석 방법의 발전은 식물 천연물질의 생합성에 관련한 유전자 탐색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물이 아닌 남미 자생 식물들이 가지는 고부가가치 물질들이 재조명 되고 있지만 식물 분포의 한계와 연구 대상 식물체의 국외 반출 제한 정책으로 인하여 연구에 많은 제한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남미의 예를 들었지만,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남미 자생 식물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식물유래 천연물질은 그 원료의 원천인 식물의 제한적인 분포로 인하여 많은 고부가가치 물질들이 소수 국가에 의해 독점 생산되고 있다. 식물이 함유하고 있는 천연물질의 양 또한 자연에 극히 미량 존재한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급속히 파괴되는 생태계로부터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생물자원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 천연물질 연구는 한정된 자원으로부터 물질 생산을 유지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대체 생산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방법도 완전하게 식물 자원을 대체하기에 각기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2.2. 완벽히 대체할 수 없는 천연물 생산 방법들
2.2.1. 화학적 합성의 한계, 비사보롤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는 식물 천연물질들을 보다 많이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하여 인간은 다양한 전략을 이용해 왔다. 가장 손쉬운 대표적인 전략으로 화학적인 방법을 이용한 전합성이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천연물 연구자들에 의해 수많은 새로운 천연물질들의 구조와 활성이 밝혀지고 있고, 그 다음 단계로 화학자들에 의해 동일 물질을 전합성 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합성은 산업적인 생산 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 수준에서 이론적으로 타겟 물질을 합성할 수 있는 경로를 찾는 것에 주 목적이 있다.
게다가 생리활성을 가지는 대부분의 천연물질들은 분자구조가 복잡하고, 많은 sterocenter가 존재하기 때문에 화학합성으로 유용한 천연물들을 산업적인 수준에서 생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주 소수의 비교적 구조가 간단한 물질들만이 전합성을 통해 순수한 구조의 이성질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따라서 전합성만으로 필요한 천연물질을 식물의 재배 없이 만들어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적합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a-bisabolol은 피부 보습과 미백 작용에 탁월한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일찍부터 서양에서 널리 사용되어 온 천연 화장품 원료이다. 비사보롤은 4개의 구조 이성질체가 자연상에 존재하는데 현재 식약청에 의거 기능성 천연물 화장품으로 승인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95% 이상의 순수한 비사보롤이 함유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화학적 합성으로 비사보롤을 생산하는 경우에는 4개의 구조 이성질체가 동시에 생성되기 때문에 천연 화장품으로 인정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비사보롤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구조를 가진 천연물질조차 산업적인 수급은 식물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2.2.2. 조직배양과 그 한계, 파클리탁셀
이러한 화학적 합성의 한계를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과학자들은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식물을 토양에서 직접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배양을 통해서 원하는 물질만을 빠르게 추출하려는 기술들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파클리탁셀은 탁솔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항암제로 현재에도 암환자들로부터 많은 수요를 가지고 있는 의약품이다. 이 물질은 세포 골격형성에 관여하는 microtubules의 안정화를 유도하여 유사분열을 중단하고 암세포사멸을 촉진하는 특이한 기작을 가진 항암활성 천연물이다. 현재 파클리탁셀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의약품 중 하나로 유방암, 난소암, 폐암, 췌장암등의 치료에 필수적인 항암제이다. 그러나 이 물질은 한 명의 암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산술적으로 60년된 주목나무 8그루가 필요할 정도로 식물체내에서 미량만이 생산되기 때문에 식물로부터 추출하여 사용하는 것으로는 환자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더욱이 식물로부터 추출한다고 하더라도 물질 분리 정제 과정이 복잡하므로 적정가격으로 생산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파클리탁셀은 미국 FDA로부터 의약품 승인을 받은 1990년대 초중반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 중 하나로 꼽혔다.
항암제로써 우수한 효능을 가지는 파클리탁셀을 상용화하고자 이러한 식물유래 천연물질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현재 산업계에서 파클리탁셀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세포배양을 통한 파클리탁셀 생산이다. Pyton Biotech로 대표되는 몇몇 회사에서는 세포 배양방법과 배양조건의 개발을 통하여 주목나무 세포배양 기술을 확립하고 엘리트 세포라인의 선별로 파클리탁셀을 생산하여 상용화 하였다. 우리나라의 삼양바이오팜에서도 이 기술을 이용하여 파클리탁셀을 생산 판매한다. 또 다른 방법은 semisynthesis를 통한 파클리탁셀 생산이다. 파클리탁셀 생합성의 중간 생성물인 10-deacetyl-baccatin III은 식물체내에서 상대적으로 파클리탁셀보다 함량이 높다. 이에 착안하여 Bristol-Myers Squibb회사는 주목나무로부터 추출한 10-deacetyl-baccatin III로부터 몇 단계의 추가적인 화학반응을 통하여 파클리탁셀을 합성하여 판매한다. Natural Pharmaceuticals 회사에서는 식물에서 추출한 파클리탁셀 유사물질의 잔기를 화학적 방법으로 치환하여 파클리탁셀을 생산하여 상업화하였다. 서술한 방법들이 현재 상용되는 가장 경제적인 파클리탁셀 합성법이지만 식물세포배양에는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필요하며 semisynthesis에서는 결정적으로 식물 추출물이 시작물질로 사용된다. 결국 원료의 소스를 여전히 식물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방법들은 식물내 미량 존재하는 천연물질 고유의 단점을 완벽히 해소하지 못한 일종의 대안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전세계적으로 연간 600 kg만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연간 수요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치이고, 생산품 가격이 1 kg당 5만 달러에 육박하는 여전히 비싼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2.3. 최선의 대체 방법, 합성생물학
2.3.1. 합성생물학의 태동, 아르테미니신
DNA의 세포 밖 합성 기술이 발달하고, DNA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도 임의의 유전정보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생기면서21세기부터 많은 과학 기술자들이 생명체를 재창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이에 과학자들은 생명체를 조립하여 만들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윤리적으로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부품인 DNA를 가지고 새로운 system인 새로운 생명체를 제작하는 소위 합성생물학이라는 이론을 도입하였다. 가장 괄목한 만한 예로 크레이그 벤터가 순수하게 세포 밖에서 합성된 DNA를 연결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낸 것을 들 수 있다 [2]. 이후 과학자들은 합성 생물학을 두 가지로 분류하여 체계적으로 연구에 이용하기 시작하였는데, 벤터 박사와 같이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를 디자인하는 것을 Top down 방식, 그리고 기존의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디자인하는 Bottom up 방식이라고 한다.
Bottom up 방식은 기존의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대사 경로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사 경로를 도입하여 원하는 물질 대사 경로가 설정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디자인이 간단하고, 목표하는 물질의 전구체 생산을 한 번만 증대하면 전구체를 공유하는 다른 물질의 합성에 그대로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천연물질 대체 생산의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로 대두되었다. 실제로 가장 성공한 예로 지난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자인 투유유박사가 연구한 아르테미시닌을 둘 수 있다. 아르테미시닌은 터페노이드에 속하는 물질로 항말라리아 활성을 가지고 있다. 투유유박사는 약 35년전에 이 물질의 활성을 학계에 보고하였는데 생합성 식물인 개똥쑥은 이 물질을 아주 미량 생산하기 때문에 상용화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많은 말라리아에 취약한 많은 국가들이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자연으로부터 추출한 아르테미시닌을 실제로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이에 지난 2000년대 초, 빌 게이츠 재단의 후원을 받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의 제이 키즐링 교수팀은 개똥쑥으로부터 아르테미시닉산을 생합성하는데 관여하는 마지막 유전자를 찾아 이 유전자를 대사 설계된 효모에 도입하여 단순한 발효 과정을 통해 효모가 아르테미시닉 산을 만들게 효모를 재설계 하였다 [3]. 아르테미시닉 산은 간단한 후처리를 통해서 아르테미시닌으로 전환하기 쉬우며, 합성생물학적 방법으로 재설계된 이 효모는 이후 생산량을 향상하는 연구를 통해 산업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수준으로 개발되었으며, 현재 전세계 아르테미시닌 생산의 30% 이상을 수급하고 있다.
항말라리아 물질 아르테미시닌 생산 상용화 성공을 대표적인 예로 보듯이 식물로부터 고부가가치 물질을 탐색하고, 생합성 경로를 규명한 후 관련 유전자와 효소를 대사재설계된 미생물에서 재생산하는 것은 이제 천연물질 연구의 주요 전략으로 확립되었다.
2.3.2. Gene mining과 Platform 개발
하지만 합성생물학적 도구를 사용하여 천연물질의 생산을 상용화하는 기술은 두 가지의 기술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생명체를 만들 때 필요한 부품의 확보이다. 원하는 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구체로부터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들이 필요하며, 이 효소들을 코딩하는 유전자가 부품으로서 대상 생물체에 도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타겟 물질을 합성하는 식물로부터 관련한 유전자를 발굴하는 gene mining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요구되는 것은 적합한 대상 생물의 선택과 재설계 할 수 있는 기술 확보이다. 아무리 부품으로 사용할 DNA가 모두 규명되고 확보되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생물체의 대사를 재설계 할 기술 확보가 전제되어야 외래 유전자를 도입의 최적화, 과발현 및 저해할 유전자의 타겟 설정이 가능하기 떄문이다.
3. 천연물 연구의 미래 방향
항말라리아 물질 아르테미시닌 생산 상용화 성공을 대표적인 예로 보듯이 식물로부터 고부가가치 물질을 탐색하고, 생합성 경로를 규명한 후 관련 유전자와 효소를 대사재설계된 미생물에서 재생산하는 것은 이제 천연물질 연구의 주요 전략으로 확립되었다. 이를 통하여 발굴한 유전정보는 특허를 통하여 자원화 되고, 미생물의 대사 재설계를 통하여 원천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원료인 원천 식물 없이 간단히 배양기에서 고부가가치 물질 생산이 가능해지게 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 반드시 생합성 과정이 규명되어야 하고 이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연구 과정에 대상식물 확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다양한 생물자원의 확보와 물질 재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많은 국가들이 국가적인 지원을 통하여 생물자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합성생물학을 통해 자연과 자원을 보호하고 천연물질을 생산하는데 우리 나라도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과 투자,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References
1. Ro, D.K., Yang, Qu., & Kwon, M. Metabolic Engineering and Synthetic Biology of Plant Secondary Metabolism in Plant Specialized Metabolism, Chapter 13, CRC Press, 315-360. 2016.
2. Gibson, D. et al. Creation of bacterial cell controlled by a chemically synthesized genome. Science. 329, 52-56. 2010
3. Ro, D. K. et al. Production of the antimalarial drug precursor artemisinic acid in engineered yeast. Nature. 440, 940-943. 2006.
인류의 역사는 굶주린 배를 채우기 위한 식물의 섭취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식물을 섭취하기 시작하면서 식물은 비단 에너지원을 제공해 주는 것 뿐만 아니라 어떤 식물은 으깨어 상처에 바르면 아무는 것을 촉진하고, 건조하여 연기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옷을 담그면 예쁜 색깔로 염색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이 식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천연물질들은 인간이 단순히 생존하는 것을 넘어 화려한 문명을 이루고 생활을 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특히 현대 사회에 들어서는 경험적으로 습득하였던 유용한 식물 천연물들이 어떤 구조를 가지고 어떤 활성을 가지며 작용 기전은 무엇인지 과학적으로 증명되기 시작하였고, 천연물들을 화학 구조와 생합성 과정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시작하였다.
식물 종들은 광합성과 같이 생존에 필요한 대사 과정을 필수적으로 공유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서식지의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독립적인 진화를 통하여 종마다 독특한 대사물질을 생산하기도 한다. 흔히 plant-specialized metabolism라고 하는 이 특별한 대사과정을 통해 생산되는 다양한 천연물질들을 인간들은 각종 의약품, 식품, 향료 등으로 이용하여 왔다. 이와 같은 대사과정은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지 않아 secondary metabolism이라고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알칼로이드 (Alkaloids), 터페노이드 (Terpenoids), 플라보노이드 (Flavonoids) 글루코시노레이트 (Glucosinolate)등이 있다. 가령, 알칼로이드는 모르핀, 니코틴과 같은 향정신성 의약품 성분들이, 터페노이드는 바이오 연료인 farnesesne, 화장품의 원료인 bisabolol, 천연고무와 같은 다양한 성분들이 있으며, 카테친과 같은 플라보노이드나 글루코시노레이트 계열의 항암성분을 먹기 위해, 사람들은 녹차나 브로콜리를 섭취한다 [1].
2. 주요 내용
2.1. 식물 천연물 이용의 현실적인 한계
하지만 식물은 생장환경에 따라 생존이 무척 제한적이고, 지구상에 비대칭 분포하고 있어 그 이용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게다가 자국 자원을 보호하려는 각국 정부의 정책이 더해져 식물유래 천연물의 이용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이는 신대륙의 발견 역사를 살펴보면 잘 이해할 수 있다. 신대륙 발견 당시 아메리카 자생 식물이 서구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가장 큰 요인은 지질학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이 기존 구라파 대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다양한 생물종들이 독립적으로 진화하여 분포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남미의 경우 안데스 산맥과, 사막, 해안가를 포함하는 다양한 서식지와 많은 비와 높은 온도를 가지는 열대 기후환경을 바탕으로 독특한 생물들이 서식한다.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남미의 갈라파고스 군도의 독특한 환경에 따른 독립적인 진화형태로부터 착안하여 저술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남미에 독립국가들이 탄생하면서 남미 자생 식물의 경제적 가치를 독점하고자 타 대륙으로의 유출이 엄격히 금지되기 시작하였다. 이로 인하여 일찍이 작물로써 가치를 인정받았던 몇 가지 대표적인 식물종인 감자, 고추, 설탕, 커피, 키니네 나무, 초콜릿과 같은 작물들은 이미 반출되어 남미 이외의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지만, 당시에 가치를 알지 못하였던 많은 식물들은 여전히 남미에서만 자생하고 있다. 최근 물질 분석 방법의 발전으로 많은 식물유래 천연물질의 구조와 조성이 규명되고 있으며 유전체 분석 방법의 발전은 식물 천연물질의 생합성에 관련한 유전자 탐색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물이 아닌 남미 자생 식물들이 가지는 고부가가치 물질들이 재조명 되고 있지만 식물 분포의 한계와 연구 대상 식물체의 국외 반출 제한 정책으로 인하여 연구에 많은 제한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남미의 예를 들었지만, 이와 같은 문제는 비단 남미 자생 식물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 식물유래 천연물질은 그 원료의 원천인 식물의 제한적인 분포로 인하여 많은 고부가가치 물질들이 소수 국가에 의해 독점 생산되고 있다. 식물이 함유하고 있는 천연물질의 양 또한 자연에 극히 미량 존재한다. 게다가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급속히 파괴되는 생태계로부터 지금 이 시간에도 많은 생물자원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 천연물질 연구는 한정된 자원으로부터 물질 생산을 유지하고, 지구상에서 사라지기 전에 대체 생산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방법도 완전하게 식물 자원을 대체하기에 각기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2.2. 완벽히 대체할 수 없는 천연물 생산 방법들
2.2.1. 화학적 합성의 한계, 비사보롤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는 식물 천연물질들을 보다 많이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하여 인간은 다양한 전략을 이용해 왔다. 가장 손쉬운 대표적인 전략으로 화학적인 방법을 이용한 전합성이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천연물 연구자들에 의해 수많은 새로운 천연물질들의 구조와 활성이 밝혀지고 있고, 그 다음 단계로 화학자들에 의해 동일 물질을 전합성 하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합성은 산업적인 생산 전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실험실 수준에서 이론적으로 타겟 물질을 합성할 수 있는 경로를 찾는 것에 주 목적이 있다.
게다가 생리활성을 가지는 대부분의 천연물질들은 분자구조가 복잡하고, 많은 sterocenter가 존재하기 때문에 화학합성으로 유용한 천연물들을 산업적인 수준에서 생산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아주 소수의 비교적 구조가 간단한 물질들만이 전합성을 통해 순수한 구조의 이성질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따라서 전합성만으로 필요한 천연물질을 식물의 재배 없이 만들어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적합한 대안이 되지 못한다. (-)-a-bisabolol은 피부 보습과 미백 작용에 탁월한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일찍부터 서양에서 널리 사용되어 온 천연 화장품 원료이다. 비사보롤은 4개의 구조 이성질체가 자연상에 존재하는데 현재 식약청에 의거 기능성 천연물 화장품으로 승인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95% 이상의 순수한 비사보롤이 함유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화학적 합성으로 비사보롤을 생산하는 경우에는 4개의 구조 이성질체가 동시에 생성되기 때문에 천연 화장품으로 인정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비사보롤과 같은 비교적 간단한 구조를 가진 천연물질조차 산업적인 수급은 식물에만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다.
2.2.2. 조직배양과 그 한계, 파클리탁셀
이러한 화학적 합성의 한계를 일찌감치 알고 있었던 과학자들은 다른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였다. 식물을 토양에서 직접 재배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배양을 통해서 원하는 물질만을 빠르게 추출하려는 기술들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파클리탁셀은 탁솔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는 항암제로 현재에도 암환자들로부터 많은 수요를 가지고 있는 의약품이다. 이 물질은 세포 골격형성에 관여하는 microtubules의 안정화를 유도하여 유사분열을 중단하고 암세포사멸을 촉진하는 특이한 기작을 가진 항암활성 천연물이다. 현재 파클리탁셀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의약품 중 하나로 유방암, 난소암, 폐암, 췌장암등의 치료에 필수적인 항암제이다. 그러나 이 물질은 한 명의 암환자를 치료하기 위하여 산술적으로 60년된 주목나무 8그루가 필요할 정도로 식물체내에서 미량만이 생산되기 때문에 식물로부터 추출하여 사용하는 것으로는 환자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더욱이 식물로부터 추출한다고 하더라도 물질 분리 정제 과정이 복잡하므로 적정가격으로 생산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파클리탁셀은 미국 FDA로부터 의약품 승인을 받은 1990년대 초중반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약 중 하나로 꼽혔다.
항암제로써 우수한 효능을 가지는 파클리탁셀을 상용화하고자 이러한 식물유래 천연물질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현재 산업계에서 파클리탁셀을 대량 생산하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세포배양을 통한 파클리탁셀 생산이다. Pyton Biotech로 대표되는 몇몇 회사에서는 세포 배양방법과 배양조건의 개발을 통하여 주목나무 세포배양 기술을 확립하고 엘리트 세포라인의 선별로 파클리탁셀을 생산하여 상용화 하였다. 우리나라의 삼양바이오팜에서도 이 기술을 이용하여 파클리탁셀을 생산 판매한다. 또 다른 방법은 semisynthesis를 통한 파클리탁셀 생산이다. 파클리탁셀 생합성의 중간 생성물인 10-deacetyl-baccatin III은 식물체내에서 상대적으로 파클리탁셀보다 함량이 높다. 이에 착안하여 Bristol-Myers Squibb회사는 주목나무로부터 추출한 10-deacetyl-baccatin III로부터 몇 단계의 추가적인 화학반응을 통하여 파클리탁셀을 합성하여 판매한다. Natural Pharmaceuticals 회사에서는 식물에서 추출한 파클리탁셀 유사물질의 잔기를 화학적 방법으로 치환하여 파클리탁셀을 생산하여 상업화하였다. 서술한 방법들이 현재 상용되는 가장 경제적인 파클리탁셀 합성법이지만 식물세포배양에는 긴 시간과 많은 비용이 필요하며 semisynthesis에서는 결정적으로 식물 추출물이 시작물질로 사용된다. 결국 원료의 소스를 여전히 식물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방법들은 식물내 미량 존재하는 천연물질 고유의 단점을 완벽히 해소하지 못한 일종의 대안에 불과하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전세계적으로 연간 600 kg만을 생산할 수 있으며 이는 연간 수요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치이고, 생산품 가격이 1 kg당 5만 달러에 육박하는 여전히 비싼 의약품으로 분류된다.
2.3. 최선의 대체 방법, 합성생물학
2.3.1. 합성생물학의 태동, 아르테미니신
DNA의 세포 밖 합성 기술이 발달하고, DNA 조각들을 이어 붙이는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도 임의의 유전정보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생기면서21세기부터 많은 과학 기술자들이 생명체를 재창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이에 과학자들은 생명체를 조립하여 만들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보게 되면서, 윤리적으로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생명체를 구성하는 부품인 DNA를 가지고 새로운 system인 새로운 생명체를 제작하는 소위 합성생물학이라는 이론을 도입하였다. 가장 괄목한 만한 예로 크레이그 벤터가 순수하게 세포 밖에서 합성된 DNA를 연결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낸 것을 들 수 있다 [2]. 이후 과학자들은 합성 생물학을 두 가지로 분류하여 체계적으로 연구에 이용하기 시작하였는데, 벤터 박사와 같이 완전히 새로운 생명체를 디자인하는 것을 Top down 방식, 그리고 기존의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디자인하는 Bottom up 방식이라고 한다.
Bottom up 방식은 기존의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대사 경로를 바탕으로 새로운 대사 경로를 도입하여 원하는 물질 대사 경로가 설정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디자인이 간단하고, 목표하는 물질의 전구체 생산을 한 번만 증대하면 전구체를 공유하는 다른 물질의 합성에 그대로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천연물질 대체 생산의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로 대두되었다. 실제로 가장 성공한 예로 지난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자인 투유유박사가 연구한 아르테미시닌을 둘 수 있다. 아르테미시닌은 터페노이드에 속하는 물질로 항말라리아 활성을 가지고 있다. 투유유박사는 약 35년전에 이 물질의 활성을 학계에 보고하였는데 생합성 식물인 개똥쑥은 이 물질을 아주 미량 생산하기 때문에 상용화하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많은 말라리아에 취약한 많은 국가들이 가난한 나라이기 때문에 자연으로부터 추출한 아르테미시닌을 실제로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많았다.
이에 지난 2000년대 초, 빌 게이츠 재단의 후원을 받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의 제이 키즐링 교수팀은 개똥쑥으로부터 아르테미시닉산을 생합성하는데 관여하는 마지막 유전자를 찾아 이 유전자를 대사 설계된 효모에 도입하여 단순한 발효 과정을 통해 효모가 아르테미시닉 산을 만들게 효모를 재설계 하였다 [3]. 아르테미시닉 산은 간단한 후처리를 통해서 아르테미시닌으로 전환하기 쉬우며, 합성생물학적 방법으로 재설계된 이 효모는 이후 생산량을 향상하는 연구를 통해 산업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수준으로 개발되었으며, 현재 전세계 아르테미시닌 생산의 30% 이상을 수급하고 있다.
항말라리아 물질 아르테미시닌 생산 상용화 성공을 대표적인 예로 보듯이 식물로부터 고부가가치 물질을 탐색하고, 생합성 경로를 규명한 후 관련 유전자와 효소를 대사재설계된 미생물에서 재생산하는 것은 이제 천연물질 연구의 주요 전략으로 확립되었다.
2.3.2. Gene mining과 Platform 개발
하지만 합성생물학적 도구를 사용하여 천연물질의 생산을 상용화하는 기술은 두 가지의 기술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생명체를 만들 때 필요한 부품의 확보이다. 원하는 물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구체로부터 합성에 관여하는 효소들이 필요하며, 이 효소들을 코딩하는 유전자가 부품으로서 대상 생물체에 도입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타겟 물질을 합성하는 식물로부터 관련한 유전자를 발굴하는 gene mining이 필수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요구되는 것은 적합한 대상 생물의 선택과 재설계 할 수 있는 기술 확보이다. 아무리 부품으로 사용할 DNA가 모두 규명되고 확보되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생물체의 대사를 재설계 할 기술 확보가 전제되어야 외래 유전자를 도입의 최적화, 과발현 및 저해할 유전자의 타겟 설정이 가능하기 떄문이다.
3. 천연물 연구의 미래 방향
항말라리아 물질 아르테미시닌 생산 상용화 성공을 대표적인 예로 보듯이 식물로부터 고부가가치 물질을 탐색하고, 생합성 경로를 규명한 후 관련 유전자와 효소를 대사재설계된 미생물에서 재생산하는 것은 이제 천연물질 연구의 주요 전략으로 확립되었다. 이를 통하여 발굴한 유전정보는 특허를 통하여 자원화 되고, 미생물의 대사 재설계를 통하여 원천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원료인 원천 식물 없이 간단히 배양기에서 고부가가치 물질 생산이 가능해지게 된다. 다만 이를 위해서 반드시 생합성 과정이 규명되어야 하고 이를 탐색하기 위해서는 연구 과정에 대상식물 확보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다양한 생물자원의 확보와 물질 재생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많은 국가들이 국가적인 지원을 통하여 생물자원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합성생물학을 통해 자연과 자원을 보호하고 천연물질을 생산하는데 우리 나라도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과 투자,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References
1. Ro, D.K., Yang, Qu., & Kwon, M. Metabolic Engineering and Synthetic Biology of Plant Secondary Metabolism in Plant Specialized Metabolism, Chapter 13, CRC Press, 315-360. 2016.
2. Gibson, D. et al. Creation of bacterial cell controlled by a chemically synthesized genome. Science. 329, 52-56. 2010
3. Ro, D. K. et al. Production of the antimalarial drug precursor artemisinic acid in engineered yeast. Nature. 440, 940-943.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