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천연고무 생합성 메커니즘 분석

1. 개요

아메리가 대륙의 발견은 인류 역사에 대단히 중요한 장면 중 하나이며, 특히 당시 구대륙 사람들에게 처음 소개된 생소한 몇 가지 식물들은 문화 및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유럽 사람들의 새로운 주식이 된 감자나, 기호식품으로 유행이 된 담배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중 현대 산업사회에 대체 불가능한 자원으로 이용되고 있는 천연고무를 빼 놓을 수 없다. 신대륙 원정대가 고무로 만든 공을 가지고 노는 아이티섬 어린이들을 보고 처음으로 구대륙 인류에게 소개되었던 천연고무는 19세기에 들어서 본격적으로 산업에 이용되기 시작하였다. 당시 세계를 두고 경쟁하였던 여러 열강들 중 영국은 천연고무의 산업적 잠재력을 알아차리고 안정적인 천연고무 수급을 위하여 브라질로부터 파라 고무나무 종자를 숨겨 영국으로, 다시 동남아시아 식민지로 보내져 대규모 농장을 만들어 천연고무를 생산하게 되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현재 원산지인 남미의 천연고무 산업은 거의 궤멸 직전에 직면하였고, 대부분의 천연고무는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될 정도로 이 프로젝트는 성공을 거두게 된다.

천연고무의 가치는 몇 가지 굵직한 근대 역사를 결정할 만큼 아주 크다. 두 차례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패망하게 된 것은 천연고무 수급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으며, 이를 통해 독일은 합성고무 생산 기술을 개발에 집중하여 현재 합성고무 합성의 모태를 만들었다. 또한 일본은 중국과의 전쟁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동남아시아를 전쟁터로 만들었고, 진주만 공격 이후 미국에서는 전쟁물자에 필요한 천연고무 수급을 확보하기 위하여 고속도로 제한 속도를 시속 35마일로 줄여 타이어 마모를 최대한 방지하고자 하였다.

놀랍게도 지구에 존재하는 여러 식물들 중에서 무려 2,500 이상의 식물종들이 천연고무를 생산한다. 하지만 고무나무보다 더 많이, 더 좋은 질의 고무를 생산하는 식물은 없지만 동시에, 단일종의 생물은 유전자풀이 다양하지 않아 항상 역병에 취약하다. 현재 원산지인 브라질의 고무나무는 곰팡이 전염병에 의하여 천연고무 산업이 거의 궤멸하였으며 이 때문에 2016년 리우 올림픽때 타이어 업계들이 병원균의 동남아시아 전파를 염려하여 운동 선수들보다 더 긴장하였다는 후사가 있다. 따라서 천연고무를 생산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하여 새로운 천연고무 생산 생물을 개발하는 것은 현 시대 과학자들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이에 현재 천연고무를 연구하는 대상 식물들과, 현재까지 밝혀진 생합성 메커니즘을 정리하고 앞으로 필요한 연구 전략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2. 주요 내용

2.1. 천연고무 연구 대상 식물

생물학적 연구에 있어 모델 생물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식물에서 사용되는 모델 식물은 쌍떡잎 식물의 애기장대와 외떡잎 식물의 벼 그리고 나무의 포플러로 대표된다. 하지만 이 식물들은 천연고무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천연고무 생합성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모델 식물의 개발이 필요했다. 과학자들은 그 해답을 국화과 (Asteraceae)에서 찾았다 [1]. 흥미롭게도 많은 국화과 식물들이 천연고무를 생산하는데, 그 중에 상추, 민들레, guayule은 고무나무로부터 생산되는 천연고무와 유사한 고품질 천연고무를 생산하는 식물이다. 특히 상추는 한 세대가 짧고, 자가수정이 가능하며, 형질전환과 같은 외래 유전자 도입이 가능하여 전통적인 유전학 연구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유전체가 해독되어 있어 연구가 손쉽게 하는 조건을 두루 가지고 있다. 민들레는 자가 수정이 불가능하여서 안정적으로 유전정보가 2세대에 전달되기가 힘들며, guayule은 형질전환이 어렵기 때문에 결함을 가지고 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는 고무나무 연구소가 존재하지만 고무나무는 나무의 특성상 연구 결과를 가져오는데 긴 시간이 걸린다.

현재 천연고무 연구는 4개의 연구 그룹이 주도권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데, 캐나다 캘거리대학교의 노대균 교수팀,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그로노버 교수팀, 일본 토호쿠 대학교의 다카하시 교수팀, 그리고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의 코니시 교수팀으로, 이들 연구팀은 각각 상추, 민들레, 고무나무, guayule을 주요 대상으로 연구하고 있다. 연구 방향을 분석하여 보면, 독일 그룹의 경우 형질전환된 민들레 조직배양으로 세대를 이어가고 있어, 그 한계가 명확하며, 일본 그룹은 고무나무 유전자를 테스트하기 위하여 밀을 매개체로 이용하고 있고, 미국 연구팀은 guayule 형질전환체를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 연구팀은 상추를 모델 식물로 연구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2. cis-prenyltransferase (CPT)

천연고무는 일종의 polymer로, monomer인 Isoprene (이소프렌)이 중합되어 합성된다. 바이러스를 제외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5개의 탄소로 이루어진 이소프렌을 만들어 생명활동에 이용하는데, 이소프렌은 2개의 탄소-탄소 이중결합을 가지고 있어서 중합되기가 무척 용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화학구조상 trans (트랜스)- cis (시스)-의 두 가지 형태로 중합된다. 트랜스 이소프렌으로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물질은 비타민 K와 유비퀴논이 있으며 각각 ~4개, ~10개의 이소프렌이 중합되어 만들어 진다. 반면, ~15,000개의 이소프렌이 시스 형태로 중합되어 합성된 폴리머를 우리는 천연고무라고 부른다. 트랜스 이소프렌은 직선 형태의 구조를 가지게 되어, 딱딱하고 균열이 잘 가지만, 시스 이소프렌은 그물 형태의 구조를 가지게 되어, 천연고무 특유의 탄성과 재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생물체에서는 prenyltransferase 효소 촉매를 이용하여 이소프렌을 중합하는데, 이 중 시스 이소프렌을 중합하는 효소를 cis-prenyltransferase (CPT)라고 부른다. 가장 잘 알려져 있는 CPT는 원핵생물에서 발견된 undecaprenyl diphosphate synthase (UPPS)로 homodimer를 형성하여 활성을 가진다 [2]. 즉 2개의 UPPS로 구성된 효소가 11개의 이소프렌을 시스 형태로 중합하여, 세포 벽 합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에 진핵생물에서도 시스 이소프렌 합성을 촉매하는 가장 중요한 효소로 여겨져 왔고, CPT 효소군이 효모와 동물에서 발견되어 왔으며, 천연고무 합성에도 반드시 필요한 요소일 것이라는 예측이 수십년간 과학계를 지배하여 왔으며, 마침내 2012년 독일그룹에서 CPT가 천연고무 생합성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민들레 CPT-RNAi 실험으로 증명하였다 [3].

2.3. CPT Binding Protein (CBP)

한편 CPT가 polyisoprenoids 생합성에 반드시 필요한 효소인 것이 돌연변이체 실험에서 증명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진핵생물에 존재하는 CPT homologs들은 여전히 in vitro에서 단독으로 활성을 나타내지 못하였다. 이에 많은 과학자들은 진핵생물내에서 polyisoprenoids를 합성하기 위해서 CPT외 다른 인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였고, 마침내 효모에 존재하는 Nogo B receptor가 dolichol 합성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밝혔다 [4]. Nogo B receptor는 Nogo B 효소와 물리적으로 결합하여 Nogo B 효소를 활성화시킨다. 하지만 Nogo B receptor는 Nogo B 뿐 아니라 CPT와 물리적으로 결합하여 CPT 효소를 활성화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 이 연구 이후, 각각 쥐와 같은 포유류에서도 효모와 동일한 메커니즘으로 Nogo B receptor가 dolichol 생합성에 필수적인 것을 증명하였다 [5]. 이와 거의 동시에 상추에서 Nogo B receptor homologue가 천연고무와 같은 긴 사슬의 polyisoprenoids 생합성의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을 RNAi 실험을 통해 증명하였고, 민들레에서도 동일 메커니즘이 증명되었으며, 마지막으로 토마토에서 Nogo B receptor가 dolichol 합성에 반드시 필요한 인자임을 증명하여, 식물에서 생산되는 짧은 길이의 dolichol이나 긴 길이의 천연고무 모두 Nogo B receptor가 생합성에 관여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6] [7] [8].

Nogo B receptor는 CPT와 물리적으로 결합하여 CPT 효소를 활성화하므로 CPT binding protein (CBP)로 명명되었으며 CPT와 hetero-dimer를 형성하여 isoprene을 중합한다. 이는 두 개의 CPT가 homodimer를 형성하여 활성을 가지는 원핵생물과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이후부터 원핵생물과 진핵생물의 CPT를 각각 Type I과 II로 분류하기 시작하였다 [9].

하지만 CBP의 발견에도 천연고무 생합성은 여전히 미스터리 영역으로 남아있다. CPT와 CBP를 효모에서 동시에 발현하여 분리한 이후에 시험관에서 기질인 FPP와 IPP와 함께 배양하면, 짧은 길이의 dolichol은 합성되지만 긴 길이의 천연고무는 합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록 밀 (wheet)에서 과발현한 CPT를 고무나무의 rubber particle과 함께 섞어 기질과 배양하면 시험관에서도 천연고무가 합성되는 것을 일본 연구 그룹에서 발견하였으나 이는 단지 rubber particle에 과발현한 CPT를 추가한 결과이기 때문에 천연고무 생합성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해석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앞으로 천연고무 생합성 메커니즘을 풀 열쇠는 제 3의 인자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판단된다. 게다가 기존 연구를 통해 천연고무 생합성에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던 Rubber elongation factor (ERF)나 Small rubber particle protein (SRPP) 효소들은 최근 연구에 의해 천연고무 생합성에 필수적인 것이 아닌 것이 밝혀졌다 [10].

지난 세기동안 밝혀진 천연고무 생합성 관련한 인자 탐색은 CBP 발견을 계기로 오히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있다. 하지만 CBP 발견은 고분자화합물을 생합성하는 메커니즘이 한 두개의 효소만으로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인자들이 모여 만든 복합체에 의해 발생한다는 단호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과학자들에게 던져 주었다.

3. 천연고무 연구의 미래 방향

전구를 발명한 유명한 발명가인 미국의 토마스 에디슨이 천연고무 생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소를 설립하여 연구한 사실은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는 포드를 설립한 자동차와 헨리 포드와 절친한 사이였는데, 세계대전으로 인해 불안정한 고무 수급에 많은 염려를 하였던 헨리 포드의 권유로 북미에 자생하는 천연고무 생산 식물들을 수집하고 질 좋은 천연고무를 산업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식물을 찾아 나섰다. 7,000여 종의 자생식물들로부터 에디슨은 가능성이 있는 식물들의 범위를 계속 좁혀 나갔고, 마침내 goldenrod (미역취) 식물이 아주 많은 양의 천연고무를 생산하는 것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연구는 당시 미국의 천연고무 수급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 미역취로부터 생산된 고무의 질이 군데군데 금이 가 있을 정도로 형편이 없어 산업적인 가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미역취는 캐나다와 미국 동부에 서식하는 식물로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을 정도로 재배가 용이하고, 크게 자랄 수 있어 바이오매스가 풍부한 장점을 가지고 있었으나 결국 천연고무의 형편없는 질 때문에 산업화로 이어질 수 없었다.

한편 현재 북미에는 전세계 천연고무 공급의 1%를 수급하는 guayule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이 식물은 사막에 사는 식물로 알러지원이 없는 고품질의 천연고무가 생산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Bridgestone이라는 세계 굴지의 타이어 회사와 합작하여 애리조나 사막에 큰 농장을 건립하여 천연고무의 생산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 식물이 질이 뛰어난 천연고무를 생산하는 것에 비하여 생산량은 아직도 고무나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다.

따라서 고무나무가 아닌 다른 식물에서 천연고무 수급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질이 좋은 천연고무를 많이 생산하는 새로운 식물의 개발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연에 존재하는 식물들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질이 좋은 천연고무를 만드는 생합성 경로를 새로운 식물에 도입하여야 하는데, 이 작업에는 반드시 천연고무 생합성 메커니즘이 규명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열대지방이 아닌 지역에서 고무나무가 아닌 식물에서 생산되는 천연고무를 만나기 위해서는 천연고무 생합성 메커니즘 연구에 많은 투자를 쏟아 부어야 하겠다. 이를 통해서 급변하는 기후변화와 역병의 위험으로 대체할 수 없는 천연자원인 천연고무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하게 되길 바란다. 언젠가 에디슨의 꿈이 대한민국에서 펼쳐질 그 날을 꿈 꿔보자.

References

1. Cherian, S., Ryu, S. B. & Cornish, K. Natural rubber biosynthesis in plants, the rubber transferase complex, and metabolic engineering progress and prospects. PLANT BIOTECHNOL J. 17(11) 2041-2061, 2019.

2. Kato, J., et al. The Escherichia coli homologue of yeast RER2, a key enzyme of dolichol synthesis, is essential for carrier lipid formation in bacterial cell wall synthesis. J. Bacteriol. 181, 2733–2738, 1999.

3. Post, J et al. Laticifer-specific cis-prenyltransferase silencing affects the rubber, triterpene, and inulin content of Taraxacum brevicorniculatum. Plant Physiol. 158, 1406–1417, 2012.

4. Harrison, K. D. et al. Nogo-B receptor is necessary for cellular dolichol biosynthesis and protein N-glycosylation. EMBO J. 30, 2490–2500, 2011.

5. Park, E. J. et al. Mutation of Nogo-B receptor, a subunit of cis-prenyltransferase, causes a congenital disorder of glycosylation. Cell Metab. 20, 448–457, 2014.

6. Yang, Q. et al. A lettuce (Lactuca sativa) homolog of human nogo-b receptor interacts with cis-prenyltransferase and is necessary for natural rubber biosynthesis. J. Biol. Chem. 290 (4), 1898-1914, 2015.

7. Epping, J. et al. A rubber transferase activator is necessary for natural rubber biosynthesis in dandelion. Nat. Plants. DOI: 10.1038/NPLANTS.2015.48.

8. Brasher, M. I. et al. A two-component enzyme complex is required for dolichol biosynthesis in tomato. Plant J. 82, 903–914, 2015.

9. Kwon, M., Kwon, E.J.G., & Ro, D.K. cis-Prenyltransferase and Polymer Analysis from a Natural Rubber Perspective. Methods Enzymol. 576: 121-145, 2016.

10. Chakrabarty, R., Yang, Q. & Ro, D. K. Silencing the lettuce homologs of small rubber particle protein does not influence natural rubber biosynthesis in lettuce (Lactuca sativa). Phytochemistry, 113, 121-129,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