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

EU 탄소국경 조정제도에 대한 영국 및 미국의 대응방향

1. 개요



유럽 연합(EU)의 심혈을 기울인 기후 변화 정책이 일부 산업에서 탄소 누출(carbon leakage)로 이어질 수 있다는 오랜 우려가 있어 왔다. 탄소 누출이란, 전 세계적으로 비대칭적인 환경정책의 강도의 차이로 인해서 산업이 환경정책의 강도가 약한 곳으로 이전하여 산업활동을 지속하는 것을 일컫는다. 탄소 누출의 위험은 일반적으로 에너지, 탄소 및 무역 집약적 산업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산업 부문은 국제 경쟁에 노출되어 있으며, 획기적인 저탄소 기술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거나 너무 비싼 '감소하기 어려운' 배출물을 배출할 것으로 보여 진다.



하지만 수많은 경제학 연구에서는 이러한 탄소 누출이 실질적으로 크게 일어나고 있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유럽연합이 선제적으로 환경 정책의 강도를 강하게 하고 있다는데에 있다. 더불어서 다른 나라들도 함께 그 대열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의 실증적 연구에 그 증거가 빈약하더라도 앞으로는 탄소 누출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본 보고서에서는 영국은 EU의 탄소국경조정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현 상황은 어떠한지 살펴보고자 한다. 두 번째로 미국의 경우 EU의 탄소국경조정에 맞서서 탄소세를 카드로 들고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치적으로 어려운 실정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 정치적 실현성은 충분한지와 그 난관은 무엇인지 살펴보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의 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 살펴보기로 한다.

 

2. 영국의 EU 탄소국경조정에 대한 대응



영국의 경우, 2019년 산업부문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21%를 차지했으며 여기에는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플라스틱 및 종이가 포함된다. 이러한 부문은 투자 기간이 긴 자본 집약적인 프로세스로 특징지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에너지 집약적 부문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강력한 계획과 탄소 가격 메커니즘은 영국의 2050년 순제로 탄소 목표 달성에 필수적이다. 여기에는 탄소 경계 조정 메커니즘과 배출 허용의 단계적 배분이 포함될 수 있지만 수소 생산 차이에 대한 탄소 계약 도입 또는 탄소 소비 요금과 같은 추가 조치가 필요할 수 있다.



지금까지 영국에서 탄소 누출 우려는 탄소 가격의 완전한 영향으로부터 업계를 보호함으로써 해결되었다. 현재의 솔루션(에너지 집약적이고 무역에 노출된 섹터(EITE: Energy Intensive and Trade Exposed)에 대한 허가 무료 할당)은 탄소 가격이 낮을 때 적절한 누출 보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섹터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지 않으며, 향후 강력한 누출 보호를 제공하지도 않는다. 탄소 가격은 상승하고 있고, 무상 배분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가들은 점점 더 엄격한 기후 목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주변환경은 영국으로 하여금 탄소 경계 조정 메커니즘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탄소 경계 조정 메커니즘은 기후 정책이 덜 엄격한 국가들의 탄소 집약적인 상품에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특히 유럽연합이 2022년 말까지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을 채택하겠다고 밝힌 뒤 EU 기업들이 동등한 경쟁의 장을 마련하고 탄소 유출을 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력을 얻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은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를 무상으로 할당하면 산업계가 탈탄소에 투자할 수 있는 동기가 감소하며, 에너지 집약적 산업에서 탈탄산을 촉진하기 위한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점점 더 인식하고 있다.



탄소 누출을 막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는 것은 오늘날 비교적 높은 탄소 가격을 가지고 있고 향후 수십 년 동안 순 제로 배출 목표를 달성하기로 약속한 영국이나 EU 회원국들에게 과제로 남을 것이다. 충분한 탄소 가격 책정 야망을 유지하는 것이 영국 기후 정책 개혁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는 공정하고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감축될 수 있으며, 전략적으로 중요한 에너지 집약적인 영국의 산업 부문이 EU의 탄소 국경 조정 제도에 의해 제재를 받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본 저자들의 보고서[3]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의 잠재적 영향은 영국 경제 활동의 몇 가지 영역에 집중되어 있다. 대부분의 취약한 부문이 배출 및 고용에서 적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것이 잠재적 배출 누출을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영국이 완전히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의 적용을 받는 경우는 드물지만, 잠재적 부채는 (상대 가격 변동으로 측정되는)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측면에서 클 것이며, 특히 강철 및 기초 금속(C24)의 제조는 누출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EU가 영국의 주요 무역 파트너라는 사실 때문이다. 또한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의 제품 적용 범위는 예상되는 유출 및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과 유상 할당된 재정 수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부문별 교역체 탄소 중 반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철강의 경우 더욱 중요하다.



이 분석은 높은 탈탄화 야망과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의 영향을 무효화하기 위한 탄소 시장 연계 및 누출 방지 조치에 대한 유럽연합과의 협력을 우선시하면서 영국의 탈탄후 기후 정책 및 특히 탄소 누출 방지 조치에 관한 불확실성을 감소시킬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3].

 

3. 미국의 EU 탄소국경조정에 대한 대응



조 바이든은 미국을 2050년까지 순 제로 배출을 달성하고 보수가 좋은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표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 에너지 혁명과 환경 정의를 위한 계획에는 2035년까지 100% 탄소 없는 전기, 향후 10년간 1조 7천억 달러의 녹색 투자, 그리고 이러한 투자의 40%를 혜택 받지 못한 지역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서약 (정의로운 전환[1]) 등이 포함되어 있다[4].



이러한 미국 현 정부의 계획에는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에 대한 제안도 포함되어 있다. 즉, "기후 및 환경 의무를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의 탄소 집약적 상품에 탄소 조정 수수료 또는 할당량을 부과할 것"이라는 서약이다. 유럽 연합의 경우, 이것은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의 잠재적 공동 개발의 관점에서 큰 관심의 발전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러한 미국의 법안들이 2021년 중반에 제안할 “대서양 횡단 녹색 무역 의제”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고 공언하고 있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이것이 최선책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만, 미국 내 탄소 가격 책정은 여전히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실현이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대성양 횡단 녹색 무역 의제가 발의에만 그치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미국의 탄소 가격은 주정부 차원에서만 도입되어 왔다 (그림 1). 주 계획 중 가장 큰 두 가지 계획은 캘리포니아의 상한 및 거래 시스템과 북동부 11개 주(코네티컷, 델라웨어, 메인, 메릴랜드,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뉴저지, 뉴욕, 로드아일랜드, 버몬트 및 버지니아)를 포함하는 지역 온실가스 이니셔티브(RGGI: Regional Greenhouse Gas Initiative)이다. 펜실베니아주도 RGGI에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스템은 산업, 전력, 교통 및 건물을 망라하며, 캘리포니아 온실가스 배출의 약 85% 정도를 커버하고 있다. 탄소 가격은 현재 톤당 약 18달러이다. 캘리포니아는 또한 세계 유일의 탄소 국경 조정 메커니즘의 본거지이다. 이 규정은 캘리포니아 전력 시장에만 적용되며, 캘리포니아 이외의 주에서 발생하는 전기와 관련된 배기가스에 대해서는 전기 수입업체가 책임을 진다. RGGI는 발전으로부터의 배출에 대한 지역적 한도를 설정한다. 이 프로그램은 2009년에 시작되었으며 탄소 가격은 톤당 약 6달러이다. 오레곤주는 2022년까지 예비 출발일을 두고 탄소배출권제를 검토하고 있다. 워싱턴 주는 탄소 거래의 형태를 시행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그 과정은 여전히 법적 분쟁 중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국적인 탄소 과세의 시행 없이 (Federal 레벨에서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가 시행되는 것은 어렵다는 해석이기도 하다.) 환경 규제와 목표 투자를 이용하여 미국의 탈탄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환경 규제가 암묵적인 탄소 가격(Implicit carbon price)을 나타내므로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 조치를 도입하자는 바이든의 제안을 뒷받침하는 요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ederal 레벨의 탄소 배출권 가격이 없는 상태에서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를 구현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무역 정책 관련 조치를 입법부(의회)를 통하거나 행정부를 통해서 탄소 국경조정과 관련된 무역 관련 분쟁 이슈를 넘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바이든 대통령이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 조치를 통과시킬 수 있는 정석적인 방법은 의회 입법을 통해서이다. 미국의 무역 정책은 미국 헌법의 상거래 조항(8항)에 근거하여 의회의 입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원은 이제 분열되었고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 결정권을 쥐게 되었지만, 적은 상원 의원에 의존해서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과 같은 포괄적인 무역 환경 정책은 통과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조심스러운 우려도 나온다. 더불어 역사적인 교훈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민주당 상원 의원들이 현 바이든 행정부의 손을 들어 준다는 보장도 없다.



그렇다면 바이든 행정부의 대안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행정 명령이 될 수 있다. 가령, 참고할만한 역사적 사례는 1974년 무역법의 301조는 불공정하고 미국 상거래에 부담을 주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탄소 배출 규제를 강화한다면, 다른 나라의 탄소 집약적 수입이 저탄소 미국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근거로 301조를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은 유럽연합에서 제안된 것과 거의 동일한 주장일 것이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의 도입에 상응하는 조치를 미국이 취하는 것은 시작에 불과할 것이다. 미국 내 자국 산업들이 어떻게 반응하며 대응할지는 앞으로 현 미국 정부가 고민에 빠지게 할 과제이다.



4. 한국의 대응책



이러한 유럽연합의 탄소국경 조정에 대한 영국, 미국의 움직임에 대하여 한국은 어떠한 파급효과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오고 가고 있다. 대체적으로 우리의 유럽연합 수출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며 지금부터라도 대응 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미국의 움직임에서 알 수 있듯이, 유럽 연합의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의 움직임에 발맞추어서 미국도 어떠한 형식으로든 탄소세가 고탄소 제품에 부과될 수 있다. 이에 한국은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에 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미국의 경우에도 같은 강력한 환경 규제가 시행될 경우 한국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주도면밀히 고찰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한국은 향후 도입될 수 있는 탄소 국경세에 대한 한국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은 전무한 실정이다.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많은 한국의 경우 컴퓨터 산업, 전기 전자 장비에서 탄소 국경세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최근 한 보고서가 전망하고 있다[5]. 이에 탄소 국경조정이 한국의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효과가 얼마나 클 것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번 기회에 국내 산업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얼마나 존재하는지 검토하고 정부와 기업들이 함께 이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분석 바탕으로 한국 제조업이 넷제로 시대에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어떠한 형식으로든 탄소저감을 위한 정책적 수단은 앞으로 더 강해질 수 밖에 없다. 국내 산업계도 수수방관의 자세가 아닌 실질적으로 해외 선진 기업들이 어떻게 온실가스 감축을 하였는지 벤치마킹을 통해서라도 배워야 할 것이다.






[1] Justice Transition은 정의로운 전환으로, 에너지 전환이 그 어느누구도 소외함이 없이 정의롭게 이루어져야 함을 나타내는 중요한 항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