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고 있는 시장금리의 상승으로 인해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금융회사의 유동성은 급격히 축소되고 있고, 신용스프레드는 기록적으로 높아졌다. 회사채시장의 경색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환율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는 상황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와 미국 금융시장은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운영경험을 축적할 수 있었다. 양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가 가진 특성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①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재원마련을 민간금융회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활용해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② 미국은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운영과정에서 현실화될 수 있는 신용위험을 재정당국(재무부)이 부담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신용위험이 금융시장안정화기구에 출연하는 민간금융회사로 전이될 수 있다.
③ 미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시장별로 세분화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단기자금시장에 대한 개입을 가장 신속히 실행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시장별 세분화 수준이 낮고 단기자금시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라 볼 수 있다.
④ 미국의 경우 유동성 지원에 대한 비용을 가산금리 책정을 통해 확실하게 가격에 반영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나 투자자에 대한 지원이 강조되기 때문에 유의적인 가산금리의 부과가 사실상 부재하다.
⑤ 미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주식시장으로의 개입은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반면, 국내의 경우에는 주식시장으로의 개입도 이루어진다.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필요성이 2020년 3월에 이어 다시 급격히 커지고 있다. 위기의 징후가 뚜렷해지면서 금융회사나 일반 기업의 파산위험성이 급증한다면 금융시장안정화 조치는 즉각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집행될 필요가 있다.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위기상황을 대비하기 위한 제도이기 때문에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그 실행방법과 절차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하고 이를 매뉴얼화시켜야 한다. 매뉴얼화되어 있느냐 아니냐는 분초를 다투는 위기상황에서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