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외환위기 직후 1999년 제정된 외국환거래법은 거래자유 및 시장기능 활성화라는 도입 취지와 달리 지난 20여년간 암묵적인 외자유출의 억제와 과도한 환율변동성의 완화를 위해 실제에 있어 조정 및 관리 방식으로 운영되어 왔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이후에도 지속된 대외불확실성으로 대외안정의 달성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데 따른 불가피한 측면에 기인한다.
그러나 그 결과 자본거래 사전신고제, 대외지급 및 수령시 절차적 규제, 외국환업무취급기관주의 등 외환부족 시대의 조치들이 아직까지 법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대외건전성 유지에 기여하는 실익에 비해 국민불편을 초래하고 거래의 자유나 시장기능의 활성화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전체의 위기대응력과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그간 우리나라의 거시경제환경이 외환부족국에서 자본수출국으로 변모하고 위기대응역량도 크게 확충되었을 뿐만 아니라 대외금융투자의 확대로 비은행금융기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신외환법은 아래와 같은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신외환법은 국민불편을 줄이고 거래자유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법체계를 정비하는 동시에 자본거래 사전신고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여 거래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현재 은행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외국환업무취급기관주의와 대외지급시 절차적 규제를 보완하여 금융투자업 등 여타 금융기관이 자유로이 외국환업무를 영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금융산업 전체 외환업무역량의 균형적인 발전과 대외건전성 유지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신외환법은 개방경제하의 경제 활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특히 인구고령화에 대비하여 거주자의 해외금융투자가 국민가처분소득의 안정적인 증대로 이어지도록 투자 편의성을 제고해 나갈 필요가 있다.
금번 외국환거래법 체계의 개편은 새로운 거시경제환경하에서 우리나라의 대외건전성을 구조적으로 강화시켜 외부충격에 대한 위기대응력을 궁극적으로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최근의 대내외 금융시장불안 상황과 무관하게 차분하고 면밀히 추진되어야 할 과제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