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크리스토프(이달의 주자: 조용상) 로맹콜랑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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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소개해드릴 책은 프랑스의 작가 로맹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입니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로맹 롤랑은 음악학자이기도 해서 소르본 대학에서 음악사를 강의했고, 음악에 관한 책도 여러 권 저술했습니다. 톨스토이의 작품에 큰 감명을 받고 톨스토이를 평생의 문학적 스승으로 삼았던 롤랑은 20대 초반에 톨스토이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냅니다. 감히 세계적 문호의 답장을 기대하고 보낸 건 아니었는데, 뜻밖에도 60이 넘은 톨스토이는 이제 막 문학계에 발을 내딛는 롤랑에게 이렇게 조언을 합니다. “진정한 작가가 되려면 인류를 사랑할 수 있어야한다”고.
이 책은 베토벤을 모델로 해서 썼다고 하는데, 독일 라인 강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천재적 음악 재능을 지닌 장 크리스토프의 일대기를 그린 성장소설(Bildungsroman)입니다. 저는 이 책을 두 번 읽었는데, 대학교 때 처음 읽고 큰 감동을 받아, 유학 시절에 한 번 더 읽었습니다. 두 번 째 읽고 난 다음에도 감동은 덜하지 않아, 다음날 디지털 피아노를 사서 기숙사에서 매일 피아노 연습하던 기억이 납니다.
장 크리스토프는 새벽이란 부제의 1부, 장터란 부제의 2부, 사랑과 우정이란 부제의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 주인공의 소년과 청년 시절, 파리에서의 청장년시절, 그리고 인생의 완성기 시절을 그린 대하소설입니다. 1,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소설인데, 프랑스에서 7년에 걸쳐 신문에 연재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소설은 어떤 고난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삶과 음악의 완성을 위한 주인공의 인간의지를 그린 감동적인 소설입니다. 방탕한 아버지 밑에서 음악 신동으로 자란 장 크리스토프가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해서도 피하거나 넘어지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싸우면서 인간으로서, 음악가로서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소설입니다. 음악과 문학의 감동적인 만남이라고 할까요.
파리의 추운 다락방에서 딱딱한 빵과 물로 하루하루 근근히 살아가면서도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조금도 잃지 않았던 장 크리스토프를 보며 나태한 나에 대한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제게 아주 큰 영향을 준 책입니다. 소설에서 가난한 장 크리스토프가 가장 소중하게 아끼는 재산목록 1호가 있었는데, 바로 베토벤의 데드 마스크입니다. 장 크리스토프는 힘들고 약해질 때마다 베토벤의 데드 마스크를 바라보며 의지를 다지곤 했는데, 저도 이 책을 두 번 째 읽은 후 독일의 본에 있는 베토벤 박물관에서 데드 마스크를 구했는데, 지금도 피아노 위에 놓여 있습니다.
저는 장 크리스토프의 불굴의 투지로 음악을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삶의 완성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단테의 신곡이 떠올랐습니다. ‘신곡’중에서 지옥편 24곡입니다.
“자, 너는 나태를 버려야한다. 깃털 방석을 깔고 앉고 비단 이부자리를 덮고 자서 명성을 얻은 예가 없다. 이름도 내지 못하고 평생을 마친 자가 지상에 남기는 스스로의 유물은 말하자면 공중의 연기, 물 위의 거품이다. 자, 일어서라! 만약 네 영혼이 육체의 무게를 이겨낼 수 있다면 모든 전투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영혼의 힘으로 호흡곤란을 이겨 내거라.“
음악가에 대한 소설인 만큼 음악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음악에 대한 아름다운 표현이 많이 등장합니다.“음악은 영혼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다.”“음악이 우리의 운명의 씨실로 짠 모든 슬픔을 불러오는 순간이 있다.” 음악은 문학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데, 스탕달은 ‘연애론‘에서“음악에 대한 열정은 사랑과 똑같은 방식으로 마음을 움직인다”라고 했는데 참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17세기 영국의 학자인 로버트 버튼은 '우울의 해부학'에서“음악은 귀뿐만 아니라 우리의 혈관과 동물적 감각에도 영향을 주고 우리의 마음도 바로 일으켜 세운다”고 했는데, 올 가을은 이 책과 함께 음악에 빠져보시면 어떨런지요.
제가 추천하고 싶은 분은 아주대학교 약학대학원장 김수동 박사님입니다. 천재성이라는 말 외에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방면에 조예를 가지고 계시고 많은 활약을 하고 계신데,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의 근원이 무척 궁금합니다. 무술 고단자이기도 한 김수동 대학원장님이 소개해주실 책이 굉장히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