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잡이 자연세계 (이달의 주자: 최강신) 마틴 가드너 저
- 1424
- 1
저는 가드너의 '양손잡이 자연세계'를 읽고 지금 전공인 입자물리를 전공하기로 결심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자연의 대칭에 대한 책입니다. 대칭이라는 열쇠 글은 하나이지만, 시간이 왜 미래로만 흐르는가, 왜 모든 사람의 탯줄은 한쪽 방향으로 꼬여 있나, 바이러스는 생명인가 하는 질문들이 모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있습니다. 아울러, 군인이 차고 있는 완장에 '곤뇽'이라고 써 있는데 그것이 무슨 뜻인지도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번 알아맞춰보세요), 거울은 좌우를 바꾸는데 왜 위 아래를 바꾸지 않는지, '소주만병반주소'라는 문장의 신기함도 이 물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고리를 따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중요한 물음이 '왼쪽과 오른쪽이 어떻게 다른가' 입니다. 이 말이 무슨 말일까요? 저는 제가 하는 공부를 이야기할 때마다 이 이야기를 많이 꺼냅니다. 이 질문을 처음 들은 친구들은 대부분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리고 이내, 매일 에스컬레이터의 한쪽에만 서서 타며 오른쪽이라는 개념을 사용하면서도, 우리가 사실은 오른쪽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걸 모르는지조차 몰랐어! 이런 것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책은 드물다고 생각합니다.
왼손과 오른손은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왼손과 오른손을 꼭 같이 포갤 수 있지만 왼손을 아무리 돌려도 오른 손을 만들 수 없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물리학이 여기에 대한 답을 알려 준다는 것입니다. 물리와 왼손, 오른손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한 과학자들은 1950년대까지 이 세상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1950년대 후반에 일어난 사건을 통하여 인류가 비로소 이를 구별하는 방법을 알게 됩니다. 따라서 왼쪽과 오른쪽을 구별하는 것이 잠깐 생각해 보면 바로 나오는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문제가 상당히 헛갈리는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해하는 것'과 '모르지만 약속한 것'을 차근차근 정리하면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만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답을 얻을 수 있도록 친절하면서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이것을 깨닫는 것은 제 평생에 걸친 소중한 경험이어서,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번 생각해보고 답을 얻으면 좋겠다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 책에, 과학에 알려진 거의 모든 대칭이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은 내용에 비해서 상당히 얇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마틴 가드너』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이야기 패러독스'와 '아하'로 유명한데, 세계적으로는 '수학 레크레이션'이라는 독특한 분야를 개척한 수학자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외국의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해보면 주로 100쪽 내외의 수학 퍼즐 책이 나오지만, 실제로 가드너는 진지한 사람이었고, 다양한 일을 했습니다. 그런 그가 말년까지 관심을 가지고 개정을 거듭하면서 썼던, 예외적으로 두꺼운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그런데 아쉬운 소식은 이 책이 지금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과학책과 인문사회과학책이 절판되어 구할 수 없는 것이 아깝습니다. 요사이 과학책에 대한 붐이 일어 재미있는 책도 나오고 점점 과학과 더 친숙해지는 좋은 때가 아닌가도 생각하는데, 이런 책들도 다시 나왔으면 합니다.
다음 주자로, 작가 강석기 선생님을 추천합니다. 과학의 최신 연구결과를 논문과 일차자료를 중심으로 직접 취재하시고 좋은 글로 알기 쉽게 풀어주시는 세계적인 과학작가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모르는지조차 몰랐어!를 깨닫게 해주는 책! :-) 책을 선택하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