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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 왕 (이달의주자:김예슬) 소포클레스 저

고등학교 2학년때 ‘투명망토를 정말로 만들 수 있다고?’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궁금증이 대학원 진학까지 이어져, 현재 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에서 메타물질을 알아가고 있는 김예슬입니다. 저는 책을 통해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삶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에 한발씩 가까워질 수 있다 생각합니다. 특별히 ‘오이디푸스 왕’은 인간이 차마 감당할 수 없는 진실 앞에 마주섰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가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작품이었기에 여러분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제가 소개하고자 하는 책은 ‘오이디푸스 왕’입니다. ‘오이디푸스 왕’은 희랍의 3대 비극 작가로 꼽히는 소포클레스가 쓴 작품으로 기원전 5세기 즉 2500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구성, 첨예한 등장인물 간의 대립, 진실을 파헤쳐 가는 박진감 넘치는 과정 등을 담아 여전히 사람들에게 사랑과 찬양을 받고 있습니다. ‘오이디푸스 왕’은 내용이 전개될수록 풀어야할 중요한 질문들이 바뀌는데요, 처음에는 ‘도시의 모든 사람들을 괴롭히는 역병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점점 ‘라이오스 왕 살해범이 누구인가’를 밝히고, 마지막엔 ‘자기 자신은 누구인가’를 질문하며 모든 인간들에게 행복한 삶의 정의를 묻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역병이 돌기 전까지만 해도 오이디푸스는 테바이에서 가장 존경받고 존중받던 존재였습니다. 그는 스핑크스의 괴롭힘에서 사람들을 구원했고, 그로 인해 왕좌를 얻고 아름다운 아내와 자녀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극이 절정으로 갈수록 오이디푸스 왕은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이방인’이며, 그의 삶은 비극으로 가득했음을 알게 됩니다. 마침내 그는 테바이에서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재앙’ 같은 존재, 그를 길러준 코린토스에서는 ‘아무런 연관 없는 입양아’가 되고, 곧 시력을 잃은 채 황무지인 ‘키타이론 산’으로 추방됩니다. 이런 상황에 놓인 오이디푸스를 보고 코로스는 다음과 같이 합창합니다.

그대(오이디푸스)의 운명을 거울로 삼아, 그 어떤 인간도 행복하다 여기지 않으리 (1195-1196행)

소포클레스는 모든 인간의 대표로 삼은 오이디푸스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고 고통 위에 방랑하는 이방인의 모습으로 그려낸 것이 너무 가혹한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지만, 이런 비극적인 그의 삶이 인간의 운명을 더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크든 작든, 인간은 오직 자신만이 짊어질 수밖에 없는 무거운 삶의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이디푸스가 여전히 오늘날까지 주목받고 칭찬받는 이유는, 여전히 현대인들이 오이디푸스가 했던 고민들, 그가 당한 고통들에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내가 이루어왔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내 것이 아니고,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에 의해 고통을 당하며,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이방인과 같은 분리를 느끼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오이디푸스가 테바이를 떠나는 장면은,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고 지금껏 그가 맺어온 모든 관계들을 끊어내고 새로운 운명을 향해 나아가는 듯 합니다. 비록 그가 밝혀낸 진실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이 진실 덕분에 그는 어릴 적부터 자신을 묶어왔던 신탁의 올가미에서 마침내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마지막 모습은 비참한 추방자이기 보다는 당당함을 갖춘 선구자처럼 보입니다.

오이디푸스 왕은 연약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삶의 경계를 넘어서기 전까지 끝없는 고통이 있겠지만, 그 고통을 감싸 안고 한 걸음씩 나아가라’고 외치며 키타이론 산으로 향합니다. 이 외침은 소포클레스가 독자들에게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놓는 큰 문제들을 만나더라도 절망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헤매고 있지만 말고, 용기를 가지고 새로운 세계를 향해 전진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게 아닐까요? 사람들의 마음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오이디푸스 왕’은 앞으로 다시 2500년이 지난다 하더라도 싶은 감동을 주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릴레이북을 이을 다음주자로 하헌건님을 추천합니다. 작년 겨울부터 함께 독서모임을 함께 하고 있는데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책에 대한 많은 관심이 있고, 독서를 즐기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통찰력이 좋고, 책의 내용을 참신한 시각에서 바라보는 하헌건님의 장점이 다음 릴레이북에서 잘 드러나리라 생각하며 다음 차례를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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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훈(htlaz) 2024-05-28

읽기 전부터 거시기한 내용이지만 김 예슬님이 느껴셨던 감동을 공감하고 싶네요.보고싶은 책 리스트에 올려두께요.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