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우 박사님에게 바톤을 이어받은 릴레이북의 마지막 주자 정지선입니다. 저는 허박사님과 같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유기화합물, 특히 인체에서 얻는 혈액과 같은 시료 중에 있는 작은 크기의 물질들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세상엔 재미있는 것이 참 많지만 절대로 내가 다 경험해볼 수 없기에 내가 못해본, 못해볼 재미난 것들을 하는 사람들을 동경하고 응원하며 삽니다. 물론 저도 재미있게 살려고 합니다!
KOSEN 릴레이북을 통해 직접 만난 적은 대부분 없지만 각 분야에서 훌륭한 역할을 하시는 많은 과학기술자들을 알게되어서 기쁩니다. 저를 끝으로 릴레이가 종료된다고 하여 섭섭한 마음이 큰 만큼 마지막 책을 엄선하게 되었는데요, 연구를 매개로 직간접적으로 이어지는 우리 모두가 재미있게 공감할 수 있는 재미난 연구보고서를 소개하며 우리 모든 과학기술자들을 응원합니다!
릴레이북으로 소개할 마지막 책은 바로 ‘메뚜기를 잡으러 아프리카로(지은이: 마에노 울드 고타로)’ 입니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제가 평소 흠모하는, 용기있고 따뜻한 삶을 사는 지인의 크리스마스 깜짝 선물이었습니다. 책은 말 그대로 사막메뚜기가 없는 일본에 살던 일본인 사막메뚜기 연구자가 메뚜기를 연구하러 메뚜기가 재앙수준으로 나타나는 아프리카 모리타니로 떠난 ‘메뚜기 박사의 메뚜기 연구’에 대한 기록입니다. 대표 표지만 봐도 심상치않은 기운을 풀풀 풍기는 메뚜기 분장의 고타로 박사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띠지를 치우면 나오는 초록 쫄쫄이를 입은 고타로 박사의 모습은 더 놀랍지요 (책을 보는 사람만 볼 수 있는 숨겨진 사진입니다만, 숨겨져 있어야 적당할 사진이지요, 궁금하시죠?). 내용은 기승전결 4막 정도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1막 생면부지 아프리카 모리타니로 출발하고 정착하기, 2막 본격적인 메뚜기 탐험, 3막 연구과제 종료로 백수가 된 박사의 고뇌와 극복, 그리고 4막 메뚜기 박사의 성공 1단락 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말 드라마 같은 소재와 드라마 같은 전개, 드라마 같은 결말(아직 그의 연구 인생은 출발에 불과하겠지만…)이 연구를 업으로 삼는 이들에게 동병상련과 대리만족을 동시에 느끼게 해줍니다. 나도 모르게 고타로 박사를 응원하고 그의 ‘닥치고 실행!’같은 결단력과 추진력에 감탄하며, ‘백미’같은 기지와 배짱에 부러움과 척박한 연구환경에서 일구어낸 그의 성공에 같이 마음이 뜨뜻해지는 격렬한 공감까지 꽤나 두꺼운 책이 술술 쉽게 읽혀집니다. 사실, 꼭 연구자가 아니더라고 주변에 정말 특이한 기인들 몇몇은 있을 텐데요, 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 고타로 박사는 메뚜기에게 먹혀 죽는게 꿈인 그야말로 기인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분야가 무엇이든 간에 연구하는 주제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 결과를 예측하며 느끼는 설렘과 걱정, 또 연구로 확보된 쓸만한 결과에 성취감을 느끼는 연구자의 소확행은 꼭 고타로 박사 같은 괴짜 기인이 아니더라도 연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느껴봤을 소중한 감정이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연구를 막 시작한 새내기 연구자도, 연구를 한창 열정적으로 (혹은 치여가며) 수행하는 연구자도, 혹은 약간은 열기가 사라져 가끔은 현타가 세게 오며 방황하는 선배연구자도 고타로 박사가 좌충우돌 ‘웃픈’ 모리타니 국립 사막메뚜기 연구소에서 제출한 연구보고서를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분명 여러분은 고타로 박사가 격렬하게 전하는 희망, 응원을 고막 빵빵하게 채우게 되실 거예요! 지면으로 인사나누게 될 전세계 한인과학기술자 여러분들, 새해 복 많이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