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을 똑바로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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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요즈음 여기에 글을 무슨 신문 칼럼 쓰듯이 한다는 느낌이 있어서
요번에는 재미있고 편하게 읽을만한 이야기를 찾아 봤습니다.
그래서 고른 주제가 "에티켓"입니다.
어느 나라나 여러 가지 예절이나 에티켓이 있죠?
그것들 중에는 이제 거의 없어진 '흔적기관'도 있고,
별 설득력 없이 아직까지 생존하는 이유 없는 터부들도 많습니다.
또 물론 국가간의 다른 문명 때문에 우리에게는 우습지만,
그들에게는 진지한 에티켓이 있는 반면,
우리에게는 중요한데 남들에게는 코믹해 보이는 매너들도 있겠죠?
예를 들어볼까요? 서양에서는 식사시간에 코를 푸는 것은 괜찮은데,
트름을 하는 것은 좀 썰렁한 행동으로 취급됩니다.
한편, 서양복식에서는 남자정장은 최대한 몸을 가립니다.
옛날에는 오직 얼굴만 보였죠.
손에는 장갑, 머리에는 모자,
그리고 목에는 높이 올라오는 셔츠칼라가 턱밑까지 올라왔습니다.
현대에는 훨씬 가벼워졌지만, 여전히 짧은 팔이나 민소매는 남자정장이 아닙니다.
반대로 여자정장은 몸을 많이 노출시킵니다.
요즈음은 등 뒤가 깊이 파였거나, 옷감절약을 위해서인지 아예 등짝이 없는 여성 옷들도 많지만,
서양 파티나 행사 정장으로 문제없습니다. 장례식만 제외한다면 말입니다.
이슬람 문화는 정반대로 여자들이 많이 가리는 것 아시죠?
숟가락을 사용하지 않는 일본사람들은 식사 때,
밥그릇을 손으로 들고 먹는 반면, 우리는 상에 그릇을 두고 숟가락을 사용하죠.
그래서 일본사람들에게는 그릇을 바닥에 두고 먹는 우리 습관이 이상하고,
우리에게는 밥그릇을 들고 먹는 일본 스타일이 점잖지 않아 보이죠.
다행하게도, 요즈음에는 복잡한 매너를 따지기 보다는 편하고 실용적이면
된다는 분위기죠. 그래서 양식 먹으면서 오른 손으로 포크를 드는지,
아니면 칼을 드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졌습니다.
하지만 꼭 알아야 할 서양 에티켓이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말을 할 때 반드시 눈을 맞추어야 합니다.
이 메너는 서양사회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매너입니다.
야단을 맞을 때도 고개를 푹 숙이고, "내 탓이오!" 하는 태도를 보이면
책임을 통감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거나 뭘 더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죠.
미국에서 한인2세 남자와 한국에서 시집 온 여자가 결혼한 부부와 이야기하면서
박장대소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은 씁쓸한 이야기입니다만...
육아문제에서 어떻게 다른지 보십시다.
한국에서 온 엄마는 야단칠 때 애가 자기를 빤히 쳐다보면,
"얘가 어디서 눈을 똑바로 뜨고 그래! 아직도 뭘 잘못했는지 몰라?"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애는 야단맞을 때면 눈을 내리깔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선수가 바뀌어서 아빠가 야단을 칠 일이 있었습니다.
"너, 왜 내 눈을 피해! 피하지 말고 똑바로 봐! 너 뭐 숨기는 게 있지?"라고 했답니다.
한 집안에서 한국과 미국을 오락가락해야 하는 애는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각설하고, 학회에서 발표할 때,
뒷 벽에 비추어진 파워포인트 읽느라고 아예 돌아서 있는 한국 분들을 자주 봅니다만,
좀 더 적극적으로 청중들과 눈을 맞추는 용기를 내보는 것이 어떨까요?
영어실력을 늘이기 전에 사람들의 눈을 마주보는 배짱부터 키우면 좋은 발표가 됩니다.
007 영화 중에도, For Your Eyes Only도 있고, Golden Eye도 있잖아요?
우리 속담에는 몸이 열 냥이면, 눈이 아홉 냥이란 말도 있습니다.
Eye와 Eye Contact을 중시하는 발표를 해보시길 바랍니다.
어려운 경제상황에서도 훈훈한 연말 되시길 바라며, 새해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