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돈은 다 누가 대는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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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최고 이슈는 역시 금융위기에 경제위기를 더한 '곱빼기 위기'다.
나는 경제를 몰라서 늘 고개만 갸우뚱했었지만, 이제 올 것이 온 것 같다.
좀 더 잔인하게 이야기하면 인과응보가 딱이다.
나는 천성이 게을러서 주식시장 근처도 못가 봤다.
육안으로 직접 본 주식은 삼성전자 재직 시절에 손에 받아 쥔 몇 장의 우리사주였다.
돈보다 훨씬 큰 사이즈의 '고액권' 주식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사이
발 빠른 동료가 와서 흥정을 열었다. 현 시장금액과 동일하게 쳐 줄 터이니 자기에게 팔라는 것이다.
몇 장 안 되는 주식을 따로 시장에 나가서 팔수도 없는 일이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세종대왕표 배춧잎 몇 장과 교환된 이후로, 주식은 내손에 다시 잡히지 않았다.
미국에 살면서 구글 주식이 상장인지, 공개인지 된다고 시끄러울 때,
나도 슬쩍 그 밥상에 숟가락을 놓아보려고 기웃거렸다.
아! 그런데 그 구매과정이 도저히 이해가 안되었다.
영어실력 탓은 아닐 것이다.
나보다 영어가 한 수 아래인 세탁소 사장은 '작업'에 성공한 것을 보니 말이다.
젊어서 한국에서 직장 생활할 때,
오르는 전세금을 확실한 저축이라고 자조하며 꾸역꾸역 상납하고 있을 때,
고향의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야야! 니는 주식인가 뭔가는 안하나?"
전세금이나 좀 보태주시지는 않고 웬 봉창?
당연히 대답은 퉁명스럽게 나간다.
"안 합니다, 나는 그런 것..."
"와 안하노? 다들 돈번다카든데?"
'고슴도치도 자기 새끼 털은 부드럽다고 한다더니...
당신 아들이 주식할 주변머리나 되요?' 마음속으로만 대답했다.
"그란데... 니한테 뭐 하나 물어볼라꼬 전화했다."
"뭔데요?"
"주식 사면 다 돈번다카는데, 그 돈은 누가 갖다 대는기고?"
"....아! 고마! 모르면 좀 가마이 있으소! 다 그기 굴러가요!"
"갱제가 성장하문서...그라고..." 말이 엉킨다. 모르는 것을 설명하려니...
20년 전 모친의 질문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돈.은.누.가.대.는.기.고?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것을 이해하고 읽어주기 바란다.
당시 환갑이 넘으신 어머니는 경제부처 장관을 하시고도 남을 혜안을 가지신 것이다.
그 후에 나는 어머니의 질문을 수없이 반추해보았다.
뉴톤역학에 의하면, 받은 힘이 없는데 가속되는 운동은 없다!
그러면 주식시장은 더 고차원인 아인슈타인 역학인가? 아니다!
내가 깨달은 주식 방정식은 이렇다. 주식시장은 도박판과 유사하다.
물론 주식은 길게 보면 필연적으로 오르니까 약간 다르다.
그런데 단기적(10년)으로 보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
도박판은 매 판마다 승자와 패자가 결정된다.
하지만 주식시장은 몰아서 한동안은 거의 다 승자지만, 다른 한동안은 모두 패자가 된다.
즉 도박판은 도는 판마다 승패를 가르지만, 증권시장은 시간 축으로 몰아서 승자와 패자를 나눈다는 것이다.
경제 문외한, 공돌이가 득도한 사이비 이론이니 그냥 웃고 넘어가자.
1998년에 프랑스에서 학위 과정을 마치고 미국으로 왔다.
클린턴 집권 말기에 미국경제는 아주 좋다가 2001년 테러사고가 나면서 서서히 내리막이었다.
그러나 집값은 경제와 무관하게 계속 올랐다. 2005년에는 최고조에 달했고,
주위사람들은 우리에게 바보처럼 왜 집을 안사냐고 성화였다.
하지만 아무리 계산 해봐도 심하게 긴축을 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포기했다.
이미 집을 산 친구들 이야기로는 소득 있는 자가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만이 집을 살 수 있단다.
집값이 계속 오르니까 집을 담보로 대출을 더 받아서 생활비로 충당하면 된단다.
실제로 내 주위의 '용기 있는 자'들은 자기 형편에 과하게 큰 집들을 샀다.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꼴인데도, 그들의 시원한 호기가 부러웠다.
자본의 강에서 물개처럼 자유럽게 수영하는 그들을 보면서도,
나는 물이 무서워서 못 들어가는 어린애처럼 구경만 했었다.
하지만 물 바깥에 있는 내 마음은 편하기는커녕, 박탈감으로 늘 걸음이 무거웠다.
오르는 집값은 도대체 누가 대는 것인가?
집이 계속 세포분열 하여 커지는 것도 아닌데, 왜 가격이 오르는가?
인플레이션을 훨씬 넘어, 물가상승률의 몇 배 이상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
쉽게 선을 긋자. 증권이나 부동산이나 가짜 돈이다. 아니 돈은 진짜겠지만, 가짜 부가가치다.
자본주의의 가장 근간이면서도 치명적 급소는 자본소득이다. 자본소득이란 돈이 돈을 버는 것이다.
땀이 있는, 개인이 노력한 만큼씩만 가져가는 진짜 자본주의는
자본과 재료와 인력을 투입해서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때 생산된 가치는 이전 재료가 재료로 가졌던 것보다 훨씬 큰 가치를 가진다.
이런 것이 생산적 자본주의다. 우리 버전으로 하면 이공계 자본주의다.
금융계 자본주의는 다르다. 돈 놓고 돈 먹는 가치창출이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가치창출은 없다.
가치 흐름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흐름 위에 떠다니는 부유물이 있으니, 그 이름은 폭탄이다.
잘 흐를 때는 문제없지만, 흐름이 어디에서 막히면 부딪히고 작열하여 결국 폭발한다.
금융 자본주의는 폭탄 돌리기다.
도박판보다 더 무서운 자본시장에서는 수억을 날려도 개평 한 푼 없다.
탐욕을 쫓다가 안전을 무시하여 일으킨 폭발사고를 어디다 하소연할 것인가?
분명, 금융시장 몰락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다.
언론은 좋은 시절에는 사람들을 부화뇌동하게 부추기더니,
사태가 험악해지니까 마치 자기들이 열심히 경고라도 한 것처럼 가면을 뒤집어쓴다.
그래서 이 시대는 트랜드를 따르면서도 트랜드와 일정 거리를 두어야 할 것 같다.
어쨌든, 공산주의를 이겼다고 밤늦은 잔치판에서 너무 마신 탓인지,
작금의 자본주의는 너무 흉한 몰골을 하고 있다.
아! 주변머리는 없고, 쓸데없이 소갈머리만 들어 찬 이공계 월급쟁이 범생이들은
이런 시절에 맘껏 웃자. 이불 속에서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