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위에 도사?
2009-08-25
전창훈 : cjun0828
- 5565
- 0
오늘은 학위구조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합니다.
지금은 솔직히 박사학위 따는 것 보다는 고시에 붙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죠?
따고, 붙는 등의 통속적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솔직한 비교를 위해서 입니다.
요즘 박사학위 마치면 임시직? 포닥이 기다리지만,
고시 합격하고 나면 나중에 유학도 보내주니까 고시가 더 좋겠죠.
하지만 제가 유학을 갔던 90년대 초반 정도를 분깃점으로 해서,
그 전에는 박사학위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삼성에서 모시던 전무님은 당시 박사학위 후 바로 이사로 입사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부장에서 과장으로 다시 대리로 박사들의 첫출발이 내려앉았습니다.
옛날에는 독일박사가 오래 걸렸고, 미국도 만만찮았죠?
하지만 영국과 일본이 거의 3년만에 학위를 마치게 하면서, 괜찮은 논문을 쓸 때까지
하던 박사학위과정이 요즈음은3~4년의 정해진 과정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영국과 일본의 과정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짧은 편이지만,
그 쪽 학위자들이 유난히 실력이 없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프랑스도 벌써 오래전에 국가박사 제도를 폐지 했으며, 미국도 학위 기간을 줄이는 분위기입니다.
그리고 외국 회사에서는 박사학위를 경력으로 계산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4년 동안 학위를 했다면 그동안 동일분야 일을 한 것을 대우하는 것이죠.
물론, 외국도 연구소나 대학에 남으려면? 꼭 박사 학위를 해야죠.
요즈음은 학위를 마치면 또 포닥을 당연히 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학위자체는 3~4년 으로 줄어도 포닥을 더하면 사실상 옛날보다 1~2년 더 길어진 꼴입니다.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비슷하게 적용되는 이야기인데,
학위를 늦게까지 끌면서 좀처럼 못끝내는 경우는 두가지입니다.
학생이 실력이 없거나, 아니면 너무 실력이 좋아 지도교수가 더 우려먹으려고 안내보내거나…
후자로 생각하면서 살면, 질질 늘어지는 학생들이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겠죠.
학벌을 좋아하는 우리 사회가 반성할 점은, 학위를 ‘끝내면’ 이제는 놀거나 쉬려고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정말 또다른 시작이고 끝난 것은 없습니다.
이제부터는 혼자서 황당한 실수는 없이 공부할 수 있겠다고 판단되기에 주는 학위가 박사 졸업장이니까요.
너무 가방끈으로만 사람의 품질을 결정하려고 해서는 답이 안나옵니다만, 다들 가방끈 긴 것을 좋아하니, 제가 주변사람들에게? 자주 하는 농담이 있습니다.
“만약에 말이야, 박사 후에 도사라는 학위가 새로 생긴다면 또 엄청나게 많은 한국사람들이 그 것 받겠다고 몰릴거야!” 라고 이야기 합니다.
간사한 사람 마음은 모르죠. 학벌을 비판하는 저도 뒤로 슬그머니 ‘도사과정’에 원서를 넣을지…
뭐, 그런 열성이 우리를 이렇게 빨리 발전하게 만든 면도 있으니 너무 비판할 일은 아니죠.
좌우간, 전체 추세가 이런 마당에 박사학위 과정이 3~4년으로 정해지는 것에 찬성입니다.
그런데, 그전에 꼭 해야 할 일은, 석사학위 논문을 하루라도 빨리 폐지했으면 합니다.
습작같은 논문으로 1년을 허비하지말고, 코스를 더 듣게 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석사를 마치고 난 그 싯점에서 부담없이 박사를 계속할 지, 취업할 지를 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취업을 한다면 더 많은 고등 과목을 들었으니 더 쉽게 업무에 적응하겠죠.
제 개인의견으로는, 학사로는 전문지식이 모자라고, 박사는 너무 길어서 대부분의 이공계 취업자들은 석사까지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화를 정착시켜야, 공부가 싫은데도 남에게 지는 것이 더 싫어 공부하는 사람들을 말릴 수 있습니다.
박사과정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학문적 소양도 중요하지만, 공부를 좋아하는 지, 자신을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옛날처럼 학위 를 받는다고 무슨 큰 좋은 일이 있지도 않으니 더욱 더 자신이 공부를 좋아하는 여부가 중요합니다.
그 전에 이미 학위를 받으신 분들은 ‘배운 도둑질’이 이것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십시다.
그러다 보면, ‘늦게 배운 도둑질로 날 새는 지 모르는’ 무아의 경지에 이르겠죠?? 비하적인 표현을 사용하여 죄송합니다만, 우리끼리 이불 속에서 잘난 척 하는 것도 좀 이상해서 한 이야기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벌써 가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지요? 싸인과 코싸인의 계절은 변함이 없군요.
모두 건강한 가을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