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 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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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이공계가 좀 더 재미있는 분야가 되도록 만드는데 관심이 있습니다.
우선 가정에서부터 애들을 가르치면서 수학, 과학이 수험용 과목이 아니라 재미있고 생각해볼만한 분야라는 동의를 얻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애들에게 아빠는 좋은 수학교사가 아니라는 평을 자주 듣습니다.
이유는, 첫마디가 대뜸 "아니! 이것도 몰라? 수업시간에 자냐?"로 나오니까요.
반성을 좀 했고, 요즈음은 퀴즈 같은 것을 개발해서 연구하게 만들기도 하는데, '교재연구'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갑자기 애들을 불러 묻는 통에, 이제는 아내에게 당신 교육방법은 왜 그리 즉흥적이냐는 핀잔도 듣습니다.
내 일도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하려니 제대로 되는 것이 없습니다.
좌우간 그런 과정을 거쳐 나름대로 더듬어 찾아낸 과거의 기억이 있습니다.
중3때 이차 방정식과 이차 함수가 나오면서 수학이 어려워졌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당시에 기계적으로 풀기는 했지만 깊은 속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에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고민을 동반하여 자연 속에서 2차 함수를 발견하게 해주면, 왜 이런 괴상한 수식을 알아야 하는 지 동기부여가 되겠죠?
돌을 멀리 던지면 2차 곡선으로 날아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대포를 쏠 때 초기각도와 거리와의 관계를 설명했죠.
그랬더니 당장, 그것은 y= -x^2 폼이고 어디에서 y= x^2 형태를 찾을 수 있냐고 물어요.
약간 궁리하다가 빨래줄 늘어진 것이 y= x^2 형태와 비슷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쯤되면, 나는 그런 것 몰라도 된다고 이야기하지는 않게 됩니다.
현재 2차 함수에서 열심히 고민하는 부분은 이동의 이유입니다.
f(x)= x^2 이차함수는 우함수인데, f(x)=x라는 기함수를 더하면 형태에는 아무 변화가 없고 다만 수직과 수평으로 이동합니다. 이때 이동은 마치 이차함수가 일차함수의 언덕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오는 형태입니다. 즉 위 경우의 이동은 그래프에서 왼쪽 그리고 아래로 이동하게 되죠.
일차식이 더해지는데 형태변화는 없고 이동만 하는 경우는 이차함수 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면, f(x)= x^3라는 3차함수에 f(x)=x를 더하면 그래프 형태가 달라집니다.
4차식도 마찬가지구요. 여러분들도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2차함수의 아주 신기한 특성입니다.
저는 이 문제로 프린스턴 대학 수학과 교수들과도 한참 토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토의결과, 2차식은 완전제곱꼴이 가능하기에 그렇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만, 가슴으로 와닿는 깨달음은 아니었습니다.
혹시 여러분들도 아주 기초적인 부분에서 재미있는 것들을 찾으셨다면, 같이 의견교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더 쉬운 과학, 더 재미있는 수학을 만든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논문을 더 많이 발표해야지 무슨 한가한 짓이냐구요?
혹시 압니까? 쪽집게 학원이나, '수학의 정석'을 넘을만한 수험서를 만들어 떼돈을 벌 수 있을 지 말입니다.
대다수 군중에게 인기를 끌려는 포퓰리즘이 번창하는 이 시절에, 언제나 너무 멀리 서 있는 우리는 고상한 것인가요? 아니면 자폐증 환자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