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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저널리즘

 


요즘은 미디어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큰 시대인 것 같습니다.
선거에 의해 선출된 정치권력들도 사기업이거나 정부 산하 공기업에 불과한
언론사들의 눈치를 너무 심하게 보는 것 같습니다.
물론 외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어느 나라나 대통령 비서실들은 여론에서 발표하는 대통령 인기도의 그래프 추이를
보며 안도하기도 하고 항의성명을 내기도 하며 일희일비하더군요.
얄밉게도 언론들은 인기가 높을 때는 이 그래프를 별로 강조하지 않습니다만,
인기가, 주가로 말하면, 거의 바닥일 싯점에 이르면 굵고 붉은 선으로 스케일을
심하게 조정해서 낭떠러지로 곤두박질한 것처럼 보여줍니다.

이렇게 미디어의 영향력이 심한 시대에, 많은 드라마에서 의사나 변호사들이
나오는 것 대신에 이공계 종사자들의 꿈과 좌절 그리고 사랑과 인생이 나온다면
이공계 인기도는 상당히 올라갈 것입니다. '카이스트' 같은 드라마가
해마다 하나씩 나올 수만 있다면 이공계 사기도 많이 진작되겠죠.

인기도를 좌우하는 미디어의 가벼운 영향 이외에도 미디어는 현대사회가 나갈 어떤 방향의
당위성을 부여하거나 또는 넘어서는 안될 터부를 만들기도 합니다.
속된 말로 미디어에 한 번 찍히면, 프로젝트건 정책이건 살아남기가 어렵습니다만,
반대로 한 번 뜨면 영웅이 되는 것이죠. 최근에 나라호 발사는 아주 모처럼
실패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몰매 대신 격려를 받은 경우였습니다.
반대로 우주인 사업은 두고두고 시끄러웠었죠. 이야기가 약간 옆으로 새고 있습니다만,
우주사업은 과학기술자들보다 오히려 정치권에서 더 관심이 많습니다.
현대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당하는 사업이 우주사업이죠.
"We are the best!"라는 슬로건을 붙이기에 너무 좋은 아이템이니까요.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이제는 우리 사회에도 전문 과학기술 저널리스트가 생겨야 할 싯점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여태껏 과학기술 저널리즘은 곁다리로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노력들이 있었지만, 고급 과학기술 인력들이 교수나 연구원들을 하지 않고 신문방송 일에만?
전념하기에는 아직 위험부담이 있을 터이고, 현재 과학기술 분야 기자들은 해당분야의 전문가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전문 잡지들, 이를테면 '과학동아'는 아직 학습지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미국에 취재차 나오신 기자 분들의 통역을 도와주며 알게된 사실입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입시로만 그 존재가치가 증명되는 것 같아서 아주 슬펐습니다.
반면 전자신문은 어떤가요? 정보를 얻을 목적 외에는 도무지 재미를 느끼기 어렵지 않던가요?

미디어에는 첫째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즘 드라마들이 막장 드라마라고 욕먹으면서도
간판을 안내리는 이유는 무엇이며, 사람들이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속하나마 재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둘?는 품격과 지식, 문화가 담겨 있어야겠죠. 과학기술과 문화를 엮지 못하면 우리의 고객숫자는
임계점을 결코 넘지 못할 것입니다.
셋째로 중요한 것은 '사람'보다는 '사실'이 앞섰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과학기술계 전문잡지가 배달되어
오는 것이 있습니다. 내용은 괜찮은데, 왜 그리 글쓴이가 두드러지는 지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부터 내어 놓은 이력이 장황하고, 사진까지 넣어서 주로 사람을 띄우는 내용들이 많아요.
심각한 논제를 써두고 하나같이 웃는 얼굴 사진들을 붙여둔 이유는 또 무엇인지...
너무 좋은 글은데, 글쓴이의 이름 석자만 있어서 어떤 사람인지 알고싶는 나머지,
정신없이 인터넷을 찾아헤매는 낭만을 제공할 수는 없는지요?

현대사회는 과학기술 없이 정의되지도 않고, 기능하지도 않는 공동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엣쎈스를 우리가 잘 풀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재주넘는 곰에 불과하겠죠?
선배들은 고지를 향해 뛰기만 하느라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는 전후좌우를 살필 수 있는 다음 세대 후배님들의 출현을 기다려봅니다.
아! 저는 물론 아직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후배님들의 좋은 경쟁자로 남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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