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성장 versus 성숙

코센 웹진이 이번 호로 100호를 맞는군요.

월간이 100호니 벌써 100개월이나 되었다는 말입니다.

8년이 넘는 기간인가요?

코센도 이제 성장에서 성숙기로 들어갈 나이인 것 같습니다.


한국사회 전체가 사실은 성장기를 끝내고 성숙기로 들어가는 싯점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장기는 모든 것이 신이 나는 시절입니다.

뛰어놀아도 피곤하지 않고, 아무 것이나 먹어도 소화가 되는 시절이죠.

우울할 일도 별로 없어서 떨어지는 낙옆을 보고도 깔깔대는 나이죠.


반면 성숙기가 되면 괜히 외로워지고,

인생에서 재미보다는 책임이 커지는 좀 지루해지는 시기가 되겠죠?

하지만 언제나 성장기에 머물 수는 없으니, 한국사회는 이제 성숙을 위한 준비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성장에서 성숙으로 가야 하는 운명은 한국의 과학기술계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겠죠.


사회가 성장을 끝내고 성숙기로 들어가면 어떤 것들이 바뀔까 한 번 생각해봤습니다.


첫째는 성장이 둔해져서 모든 분야에 포화현상이 생기겠죠?

마치 소금을 물에 탈 때 처음에는 거의 교반이 없어도 잘 녹지만, 포화수준까지 소금을 넣으면 아무리 저어도 소금이 물에 녹지 않는 상태 말입니다.

수요는 한정적인데 공급이 너무 많게 되죠. 사람이든 상품이든 넘치게 됩니다.

그래서 취업도 어렵고 장사도 어렵게 되는 것이 성숙기로 넘어올 때 생기는 현상이죠.


포화상태를 탈출할만한 방법이 무엇일까요?

계속 소금만 넣는다면 교반을 더욱 빨리 한다고 대세가 바뀌지는 않겠죠.

설탕이나 다른 것들을 넣어보는 것이 방법입니다.

과학기술에 적용해본다면, 특화산업이나 기술을 정해서 올인하던 습관을 바꾸어서 다양한 방향으로 전진하는 것입니다.

열손가락 어느 것을 깨물어도 아프다는 옛말을 생각하고, 소외된 분야들도 격려하는 전략이 필요하겠죠.


둘째는 성장기를 통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가 모자란다는 것입니다.

왠만한 기술은 다 있는데, 마지막 화룡점정의 한 수가 부족한 구조입니다.

마지막 2%는 양적인 목표가 아니라, 질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어렵습니다.

익숙하게 해오던 방식을 멀리에 두고, 낯설게 느끼려고 노력하며 근본적인 질문을 해봐야겠죠?

요즘 유행하는 창의력 타령입니다. 저는 한국사회가 개인의 창의력을 고무하기 전에 사회시스템이 창의력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마타고 오는 초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우리 속에서 '큰 바위 얼굴'을 만들어야죠.


셋째는 빠른 성장기에 얻은 빠른 성공으로 사회 전체가 자기과신으로 가득 차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의 것, 다른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다는 것입니다.

요즘 잘나가는 한국 대기업들에서 이런 냄새가 조금씩 납니다.

세계 초일류라고 주장하는 기업에서 자체 조사한 결과, 직원들의 만족도는 아주 낮다는 보고서를 보신 적이 있는지요?

최고기업은 우선 구성원들이 최고로 행복하고, 최고로 만족해야 할 것입니다.

자기자신이 부여한 동기가 아닌, 경쟁으로만 만들어진 성과로는 지속성장이 어렵겠죠.

임직원들이 행복해하지 않아도, "우리는 최고니까 싫으면 나가라!"든가 "당신 아니라도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든가 하는 살벌한 기업문화 때문에, 젊은이들은 최고라는 기업보다 공무원이나 공사를 선호하고 엘리트들은 의사, 변호사, 대학교수가 되기를 원하는 사회라면 지속성장은 불가하겠죠?


사회나 과학기술계 뿐만 아니라, 우리 개인의 삶에서도 고상하면서도 지속성장 가능한 성숙을 고민해보는 가을의 언저리가 되길 바랍니다.

코센 웹진 100회를 축하하면서 저는 이곳에서 혼자 샴페인을 터뜨리겠습니다.

본부에서 여태껏 수고하신 모든 분들에게와 해외 각지의 코세이니안들에게도 안부를 전하며...



남불에서 전창훈

 


  • 좋아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