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은 경제가 아니라 국방
2011-04-04
전창훈 (cjun0828)
- 3617
- 0
세월이 하수상하여 원자력 문제를 한 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죠?
이웃 나라에 원자력 사고가 있다고 우리나라 구제역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된 것은 아닐 터인데,
세상 일이라는 것이 어떤 문제의 해결은 다른 문제의 등장으로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본질적인 치료는 잘 안되다가 잊을만하면 다시 등장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좌우간, 여러 보도들을 보면서 저는 아직 방사선 오염량 단위에 관한 좀 더 시원한 설명을 보지 못했습니다.
언론의 과학기술 전문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들마저 주로 정부의 R&D 방향이나 연구소 운영문제 같은 '정치'로 지면을 채우다 보니...
전문가들은 또 자기 분야 밥그릇 보호차원인지 말을 어렵게 하는 것이 습관이 된 분들이 많더군요.
재주도 비상한 것이, 이 분들 이야기 듣고 있으면 쉬운 이야기도 어려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본론으로 갑시다.
저는 원자력 사촌인 분야에서 일하는데, 제가 여러 가지 고민해본 바에 의하면 현재 원전에는
아래의 세가지 본질적 문제가 있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 수준입니다.)
첫째, 전기는 스윗치만 내리면 꺼지는데, 정작 전기를 만드는 원전은 전기처럼 쉽게 끌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마치 브레이크가 신통찮은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려오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힘들게 패달질 안해도 핸들로 조정만 하면 가는 것이 재미입니다만, 도중에 서야 한다면 좀 곤란합니다.
평지가 나온 다음에도 한참 간 후에야 설수 있죠.
언덕을 내려오는 동안에 멈추어야 한다면 어디다 들여 박는 수밖에는...
가동 중단 후 원전 반응로 내의 남은 열을 식히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실험하다가 발생한 사고가
체르노빌입니다. 가동을 멈추어도 이미 시작된 핵반응이 계속 일어나기에 열관성이 큰 것이 문제입니다.
둘째, 사용이 끝나고 은퇴한 원전은 장비들을 해체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엄청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사용후핵연료 보관을 많이 걱정하는데, 핵연료는 부피가 제한적이어서 오히려 쉬워보입니다.
원전설비는 덩치도 크고, 격리보관장소로 옮기기 전에 하나하나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 하는데,
작업자들의 방사능 오염을 생각해야 하니 하세월이겠죠.
해체후에는 그 장소의 오염치가 정상화되는데 또 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피해다닐 것입니다.
그래서 철거된 원전부지에 식당이라고 하나 들어서는데는 최소 몇십년이 걸릴 것입니다.
이래서 원자력 발전소는 정해진 수명이 있어도 안락사를 안시키고 계속 수명을 연장합니다.
연장된 원전은 노화가 심해져서 점점 수리보수비용이 늘어나고 위험도 역시 증가하고...
셋째는 원전 수명이 30년 정도 되다보니 기존 설비에 신기술을 도입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보통 기계들은 수명이 십년입니다.
자동차도 그렇고 공작기계들도 10년 지나면 보통 회계장부에서는 사망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원전은 기계가 아니라 건물로 분류되나 봅니다.
실제로 원전건설에는 원자로 제작보다 토목건설 비용이 제일 많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파트 수명처럼 30년을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30년이면 너무 오래된 구식이죠.
차로 말하면 소나타나 그랜저가 벌써 구식에 접어들고 있는데, 떡하니 포니를 몰고 다니는 격이죠.
그래서 가장 기술이 발달했다는 일본의 원전이 가장 구식인 모순을 우리가 보고 있습니다.
70년대 지은 원전이다보니 아파트처럼 내부 수리는 할 수 있어도 기본 뼈대는 어떻게 하기가 어려운 것이죠.
여기까지는 요즘 언론에서도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거의 다 들어본 소리였을 것입니다.
이제 대책을 이야기해야죠.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하나만 하려구요.
원전사고는 국가적 재앙이 되기 때문에, 건설 시에 너무 경제적 잣대만 들이대지 말자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돈이 많이 들고 기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으로 가자는 것이죠.
그리고 역으로 말하면, 값싸게 빨리 지었다는 것을 자랑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남북대치상황이라는 무거운 돌덩이를 늘 지고 살아야 하는 한반도에서
원전사고까지 난다고 생각해보시면 그 후폭풍의 크기는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에너지가 모자란 우리나라에서 원전은 경제가 아니라 국방이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 지키는 무기 만들 때는 가격보다 성능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원전사업이 꼭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비스트와 뒷돈이 많이 오가는 국방사업 관행은 따라하지 말구요.)
간단한 통계치만 인용하고 마치겠습니다. 제가 보는 프랑스 주간지 Le Point의 원자력 특집에서 인용합니다.
'가깝지만 너무나 먼 당신' 프랑스와 독일의 비교입니다.
원전 발전 비율이 프랑스는 76%, 독일 22%. (3.5배)
화석연료 발전 비율이 프랑스는 11%, 독일 66% (6.0배)
발전 kWh 당 이산화 탄소 발생양이 프랑스는 90그램, 독일은 600그램 (6.7배).
위의 통계가, 위험에도 불구하고 핵을 내치지 못할 이유로 충분할런지요?
이웃 나라에 원자력 사고가 있다고 우리나라 구제역 문제는 자동으로 해결된 것은 아닐 터인데,
세상 일이라는 것이 어떤 문제의 해결은 다른 문제의 등장으로 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본질적인 치료는 잘 안되다가 잊을만하면 다시 등장하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좌우간, 여러 보도들을 보면서 저는 아직 방사선 오염량 단위에 관한 좀 더 시원한 설명을 보지 못했습니다.
언론의 과학기술 전문성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들마저 주로 정부의 R&D 방향이나 연구소 운영문제 같은 '정치'로 지면을 채우다 보니...
전문가들은 또 자기 분야 밥그릇 보호차원인지 말을 어렵게 하는 것이 습관이 된 분들이 많더군요.
재주도 비상한 것이, 이 분들 이야기 듣고 있으면 쉬운 이야기도 어려워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본론으로 갑시다.
저는 원자력 사촌인 분야에서 일하는데, 제가 여러 가지 고민해본 바에 의하면 현재 원전에는
아래의 세가지 본질적 문제가 있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 수준입니다.)
첫째, 전기는 스윗치만 내리면 꺼지는데, 정작 전기를 만드는 원전은 전기처럼 쉽게 끌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마치 브레이크가 신통찮은 자전거를 타고 언덕을 내려오는 과정과 비슷합니다.
힘들게 패달질 안해도 핸들로 조정만 하면 가는 것이 재미입니다만, 도중에 서야 한다면 좀 곤란합니다.
평지가 나온 다음에도 한참 간 후에야 설수 있죠.
언덕을 내려오는 동안에 멈추어야 한다면 어디다 들여 박는 수밖에는...
가동 중단 후 원전 반응로 내의 남은 열을 식히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실험하다가 발생한 사고가
체르노빌입니다. 가동을 멈추어도 이미 시작된 핵반응이 계속 일어나기에 열관성이 큰 것이 문제입니다.
둘째, 사용이 끝나고 은퇴한 원전은 장비들을 해체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엄청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사용후핵연료 보관을 많이 걱정하는데, 핵연료는 부피가 제한적이어서 오히려 쉬워보입니다.
원전설비는 덩치도 크고, 격리보관장소로 옮기기 전에 하나하나 적당한 크기로 잘라야 하는데,
작업자들의 방사능 오염을 생각해야 하니 하세월이겠죠.
해체후에는 그 장소의 오염치가 정상화되는데 또 세월이 걸리기 때문에 사람들은 피해다닐 것입니다.
그래서 철거된 원전부지에 식당이라고 하나 들어서는데는 최소 몇십년이 걸릴 것입니다.
이래서 원자력 발전소는 정해진 수명이 있어도 안락사를 안시키고 계속 수명을 연장합니다.
연장된 원전은 노화가 심해져서 점점 수리보수비용이 늘어나고 위험도 역시 증가하고...
셋째는 원전 수명이 30년 정도 되다보니 기존 설비에 신기술을 도입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보통 기계들은 수명이 십년입니다.
자동차도 그렇고 공작기계들도 10년 지나면 보통 회계장부에서는 사망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하지만 원전은 기계가 아니라 건물로 분류되나 봅니다.
실제로 원전건설에는 원자로 제작보다 토목건설 비용이 제일 많이 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파트 수명처럼 30년을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30년이면 너무 오래된 구식이죠.
차로 말하면 소나타나 그랜저가 벌써 구식에 접어들고 있는데, 떡하니 포니를 몰고 다니는 격이죠.
그래서 가장 기술이 발달했다는 일본의 원전이 가장 구식인 모순을 우리가 보고 있습니다.
70년대 지은 원전이다보니 아파트처럼 내부 수리는 할 수 있어도 기본 뼈대는 어떻게 하기가 어려운 것이죠.
여기까지는 요즘 언론에서도 너무 많이 이야기해서 거의 다 들어본 소리였을 것입니다.
이제 대책을 이야기해야죠.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하나만 하려구요.
원전사고는 국가적 재앙이 되기 때문에, 건설 시에 너무 경제적 잣대만 들이대지 말자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돈이 많이 들고 기간이 오래 걸리는 방법으로 가자는 것이죠.
그리고 역으로 말하면, 값싸게 빨리 지었다는 것을 자랑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남북대치상황이라는 무거운 돌덩이를 늘 지고 살아야 하는 한반도에서
원전사고까지 난다고 생각해보시면 그 후폭풍의 크기는 차마 생각하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에너지가 모자란 우리나라에서 원전은 경제가 아니라 국방이라는 개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라 지키는 무기 만들 때는 가격보다 성능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원전사업이 꼭 이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로비스트와 뒷돈이 많이 오가는 국방사업 관행은 따라하지 말구요.)
간단한 통계치만 인용하고 마치겠습니다. 제가 보는 프랑스 주간지 Le Point의 원자력 특집에서 인용합니다.
'가깝지만 너무나 먼 당신' 프랑스와 독일의 비교입니다.
원전 발전 비율이 프랑스는 76%, 독일 22%. (3.5배)
화석연료 발전 비율이 프랑스는 11%, 독일 66% (6.0배)
발전 kWh 당 이산화 탄소 발생양이 프랑스는 90그램, 독일은 600그램 (6.7배).
위의 통계가, 위험에도 불구하고 핵을 내치지 못할 이유로 충분할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