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와 이과 [전창훈]
- 4817
- 4
문과와 이과 구분 없이 신입생을 받을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런 결정에 앞서 사람들이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겠기에 이번 호에서 다루어 봅니다.
구분 논란에 앞서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현재 대부분의 나라에서 시행중인 교육제도는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평균수명에 비해 너무 일찍 인간의 진로와 계급을 정해두고 있으며 좀 더 뒤에 가서 나이 든 이후에는 패자부활전이 거의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입시에서 문과-이과의 구분만이라도 없앤다면 좀 더 진로결정을 미루는 것이니 다행한 일입니다.
를 한 번 살펴보고 이 문제를 종합적으로 이해해 봅시다. 대학 학비의 대부분을 국가가 부담하는 유럽의 경우는 하루라도 빨리 학생들의 진로를 결정짓도록 국가가 강제합니다. 개인 돈이 아니라 국가가 교육비를 투자하니 개인에게 자유가 그만큼 없는 것이죠. 하지만 대학 교육비를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미국의 경우는 진로결정이 아주 자유롭습니다. 늦은만큼 개인이 교육비를 더 들여야 하는 것이니 정부는 관계없고 개인이 알아서 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국대학은 입학시에 아무런 전공을 정하지 않고 입학합니다. 하버드 대학에 합격했다는 뉴스는 들어봤지만 무슨 과에 합격했다는 소식은 없는 이유가 이때문입니다. 복수전공을 하다가 졸업이 늦어지면 학비를 내고 한 해를 더 다니기도 합니다. 로스쿨과 MBA에는 엄청 나이든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MBA-로스쿨에는 관련 전공과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 학부전공자들도 수두룩합니다. 자기가 학비부담을 하고 패자부활전이나 승자결정전에 끼어드는 것이죠. (미국대학 학부에 법학과정이 있는 대학은 없고, 경영학 전공도 많지 않습니다. 미국대학은 비록 교육비가 비싸지만, 나이 들어서도 자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었기에 미국대학 시스템의 명성이 높아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는 교육비 측면에서는 개인이 대학 교육비를 부담하는 미국 시스템인데, 진학시스템에서는 고등학교에서 문과-이과를 나누어 진로를 일찍 결정짓게 만든 것이어서 유럽식입니다. 앞뒤가 잘 안맞아보이죠? 그 이유는 이렇습니다. 요즈음은 학비가 많이 올라서 개인이 학비를 충당하는 시스템이 되었지만, 예비고사가 있던 시절까지만 해도 국립대학 학비가 고등학교와 유사할 정도로 정부부담이 높은 유럽식이었습니다. 그러니 유럽식처럼 진로를 일찍 결정짓게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 등록금을 슬금슬금 올렸습니다. 학비가 꾸준히 올랐으니 변화가 확실하지 않았기에 어느 한 시점을 잡아 문-이과 구별에 대한 논의를 할 타이밍을 못 잡았다고 보면 좋을 듯합니다.
어차피 미국제도를 모방할 것이며, 또 미국대학의 경쟁력이 높은 것이 사실이니 우리도 미국대학 제도처럼 가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대학 1학년은 전공 없이 교양과정, 2학년때 전공을 정하여 전공기초, 3-4학년은 전공필수 및 선택으로 이루어진 과정으로 가는 것이죠. 여기에 덧붙여 꼭 도입해야 할 다른 제도가 있습니다.
의 입시를 완전히 독립해서 대학원 입시를 객관화하자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자기 대학출신들의 대학원 입학이 쉽거나 더 선호되는 풍조를 없애고 공정한 경쟁으로 가자는 것입니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한, 한국에서의 석박사학위는 외국학위와 비교하여 상응한 권위를 가질 수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대학들이 연구중심 대학을 표방하는 유행을 타파하고, 솔직하게 수준이 좀 떨어지는 대학들에게는 석박사 과정을 인정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떤 대학은 학부만, 그리고 좀 더 나은 대학은 학부와 석사, 더 나은 대학 10개 정도는 학부-석사-박사과정을 모두 개설하는 방식으로 하고, 대학원 입시는 타대학출신에게도 공정하게 열려있는 제도로 가자는 것이죠. 현재 포항공대의 경우, 석박사 과정에서 타대학 출신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합니다. 사실이라면 이 하나만으로도 포항공대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학교라고 인정하고 싶습니다. 이 문제가 계속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사회에서 유일하게 남는 패자부활전은 고시를 비롯한 공무원 시험입니다. 인생의 전 기회를 대입 한 번으로 제한해둔 사회에서, 누가 공무원 수험생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노량진 공무원시험 학원가의 경기불황을 염려하지말고, 빨리 만들어야 할 제도는 대학원 입시 독립입니다.
에서 문과-이과를 없애는 것으로 자신의 적성을 스스로가 파악할 시간을 좀 더 주는 것과, 공부가 적성에 맞는지 아닌지를 대학과정에서 확인하게 해주는 것으로 자신을 발견하고 수정할 시간과 기회를 주는 것이죠. 그러니 문과-이과 없애는 문제도 중요하지만, 대학원 입시 공정성 확보가 해결되어야만 연구중심 대학이니, 노벨상이니 하는 이야기들이 진진하게 논의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미국제도 를 좋아하는 미국유학파 교수님들은 자신들의 성공담을 벌써 잊으셨는지요? 명성도 없는 아시아 구석에서 대학을 졸업하고는 미국학생들과 겨루어 당당히 통과한 GRE 시험제도와 Qualifying Test 덕분에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셨습니다. 이제 그 성공한 교수님들이 주축이 되어 객관적 대학원 입시를 하루 속히 도입하시길 간곡히 권합니다.
문과-이과 없앤다고 떠드는 동안, 교육현장에서는 경쟁이 더 어린나이로 당겨지고 있지 않나요? 명문초등학교 추첨이니 국제중 입시니 특목고 전형에 횡행하는 꼼수는 어떻게 하나요? 그래서 교육은 제도에 앞서 문화와 국민들의 가치관이 선행되지 않고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입시제도를 바꾸어도 여전히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하고 있는 모양새가 말해주는 것이죠. 우선은 직업별 안정성편차, 소득편차를 어느 정도 줄이는 방안으로 가야 할 터인데, 기득권자들은 공산주의 사상이라고 벌떼처럼 덤벼들 것입니다. 투르만 대통령 시절에 미국이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려다 의사회의 강한 반발에 무산된 바 있습니다. 당시 의사회에서 낸 성명에는, 모두가 평등한 건강권을 가지는 것은 공산주의 사상이라는 주장을 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지나친 발언이지만, 당시는 매카시즘이 미국 사회를 휘젓던 때여서 '빨갱이'라는 딱지를 붙이면 다 겁낼 때입니다.
너무 차이나는 세상은 뭇지마 범죄가 횡행할 터이고, 너무 차이 없는 세상은 다들 눈동자가 풀려 목표의식이 없으니 중용으로 가야죠. 그런데 그것이 어렵죠? 그래도 희망을 내려놓을 수 없기에 이번 대선에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양입니다. 이제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을 지루하게 기다리는 것은 그만 하고, 우리 모두가 깨어 과학기술계만이라도 좀 바꿔보면 좋겠습니다. 아이디어들을 좀 댓글로 남겨주시죠.
우리가 간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한국인의 정서 상 밥을 굶더라도 최고(좋다,비싸다,잘났다...)를
취해야 한다는 것, 다시 말하면 대학원을 인정 받지 못하는 학교는 바로 문을 닫을 것이 자명한데,
지금 까지 우리의 제도가 많은 것을 시도 했지만 이론에 치중하고 한국사람의 정서를 반영하지 못 한것이 아닐까요. 현재의 학부제를 유지하되 대학에서 전환이 쉽게 한다면 지금의 방식도 괜찮을것 같음.
우리집 아이(고1) 말로는 일찌감치 전문 인력양성을 위해서 선택하는 것도 좋다고 하네요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계시는 최재천 교수님께서 일찌기 고등학교 교육을 모두 이과로 통일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가 큰 오해를 사신적이 있었죠. 이과문과 가르지 말고, 교육의 다양성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종합적 인재를 육성하고 그러한 인재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분야를 선택하게 하자는 취지의 말씀이셨던 걸로 압니다. 큰 흐름을 먼저 읽는 것은 아마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봅니다.
문/이과 구분 없이 대학 신입생을 선발하는 제도가 전국으로 확대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에는 대학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너무 수준이 떨어지는 대학은 없애야 합니다. 그리고 신입생 선발시 수능과 내신 뿐만 아니라 자기 소개서라든지 상장 같은 것들도 고려하여 신입생을 선발하며 입시 제도를 너무 자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