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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w Technology: 정리정돈  


 시작되어 벌써 한달이 가고, 새로운 정부에 과학기술인들이 많은 것을 기대하는 다소 들뜬 분위기의 2월인가요? 기나긴 겨울도 이제 끝자락을 보이고 있으니 봄맞을 준비를 해야죠? 이번 봄은 뭔가 새롭게 한 번 해보자는 뜻에서 정리정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렵니다. 제가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직장을 잡았는데, 공장 현장에 배치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역학 방정식만 풀다가 노동현장에서 하루종일 서서 일하려니 몸이 고달팠습니다. 수출납품일이 다가오면, 작업자들의 시간을 덜어주기 위해 제가 줄질을 하며 마무리를 돕기도 했습니다. 당시 과장님은 예비군 중대장 출신에 역학이나 기계가공은 전혀 모르시는 분이었습니다. 젊은 엔지니어들을 통제할 실력이 없으니 매일마다 정리정돈만 강조했습니다. 그때는 그분 욕을 엄청 했었는데, 이 글을 쓰려니 갑자기 죄송한 마음이 드는군요.


부터 해볼까요? 집집마다 요즈음은 물건들이 넘칩니다. 허드레 옷과 잡동사니들이 뒤섞여서 뭐 하나 찾으려면 난리가 나죠. 잊었던 물건들이 이사할 때에 다시 나타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가 일하는 사무실이나 실험실은 어떤가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한데, 구석을 뒤쳐보면 가관도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실험실이 아니라 거의 박물관 수준입니다. 일전에 샀다가 남은 물건들은 도처에 굴러다녔는데, 막상 사용하려고 하면 하나도 안보이죠? 몇 대에 걸쳐 내려오는 캐비넷을 그대로 물려받고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아서 남는 공간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실험실은 자기 집이 아니고 졸업하거나 부서를 옮기면 그만이라고 생각한 탓인지, 누가 애정을 가지고 신경쓰는 사람이 없습니다. 고참은 말로만 정리정돈하라고 하고, 후배들은 적당히 눈에 보이는 부분만 치웁니다.


 가장 기본적인 사항입니다. 보유하고 있는 재고를 파악하고, 안전사고도 예방해줍니다. 바로 앞에 쌓인 물건을 누구도 안치우고 한 동안 돌아서 다닌 적이 있으시죠? 그 물건이 거기에 왜 있는지, 아무도 묻지 않고 무슨 깊은 뜻이 있을 것으로 알고 놔두고 다닙니다. 뒷쪽으로 가보면 컴퓨터와 전기선들이 아마존의 뱀들처럼 엉켜있고 먼지가 자욱합니다. 매일마다 일하는 장소를 마치 가정처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은 너무 중요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실제 집보다 직장에서 시간을 더 보내거든요.


 우선, 과감하게 안쓰는 것들을 버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상당히 찜찜하죠? 또 언제 누가 찾을 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이 경우에는 박스에 넣고, 날자와 내용을 간략히 기입한 후 구석에 두었다가 일정기간 아무도 안찾으면 주변에 이메일을 한 번 돌리고 처분하면 되지 않을까요?
자신의 컴퓨터 파일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죠? 요즈음은 찾기 기능이 워낙 좋아서 정리정돈 없이도 파일이 잘 찾아지더군요. 다만 안쓰는 파일을 지우지 않아서 새로운 하드디스크를 사도 금방 반이상을 잡아먹어버립니다. 마구마구 지워버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용량을 많이 잡아먹는 그 많은 사진파일들은 알짜만 빼고 거의 지우는 것이 좋아보입니다.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가 안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경계란 보초를 세워 아군부대를 지키는 일입니다. 다 퍼져서 쉬다가 적의 기습을 받게되면 몰사하는 것이죠. 연구현장에서도 이 말이 유효한 것 같습니다. 실험은 실패할 수 있지만, 정리정돈이 잘 안되어 안전사고가 나거나, 재고품을 또 구매하거나 등등의 일이 있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것이죠.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냉장고 저 구석에 혹시 말라 비틀어진 야채가 썩고 있지는 않은지요? 아 참, 그리고 정리정돈은 누구의 책임이라고 전가하는 순간 잘 안되더군요. 즉, 냉장고는 아내의 책임이라고 떠넘기면 안되더라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내에게는 늘 익숙한 냉장고 안이기에, 문제점이 잘 안보이는 것이죠. 문제를 본 사람이 나서야 질서가 회복됩니다. 답답한 사람이 우물파는 격이죠.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여 입춘대길 하시길 바랍니다.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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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정돈은 무슨 일을 하든 기본 인 것 같습니다.

그렇죠~!!어떤 일을 하기 전에 정리정돈하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 설 전에 봄맞이 버리기 시작해야겠어요~

흠... 여러가지 마구 뒤엉킨 제 책상을 보며 뜨끔했습니다.
오늘은 잠시 시간 내서 책상 정리를 해봐야겠어요.
시간이 날지 모르겠지만요. ^^

알고 있지만 막상 잘 안되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아닐까요?

필자 전창훈입니다.
청소보다, 공간에 제대로 물건이 위치해 있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리정돈 이야기하면 빗자루부터 드시는 분들이 계셔서....^^

@cjun0828 아하하~~ 그렇네요!!! :^D

울 신랑,가끔은 정리정돈이 필요할 듯 하다면서..이런 말하면서 화내곤 했었는데,1인 CEO가 돼봐요.어디 그게 쉬운일인가./ 이 기사를 대하니 아무리 바쁘더라도 많이 신경써야 할 듯...자신을 반성해봅니다.

울 신랑,가끔은 정리정돈이 필요할 듯 하다면서..이런 말하면서 화내곤 했었는데,1인 CEO가 돼봐요.어디 그게 쉬운일인가./ 이 기사를 대하니 아무리 바쁘더라도 많이 신경써야 할 듯...자신을 반성해봅니다.

안쓰는거라고 생각하고 버리면 언젠가 찾게되는 불편한 진실 ㅜ_ㅜ

정리정돈 하는게 하나의 일이 되어 막상 정리하고 나서 뭔가 찾을려고 찾다보면 찾는 물건을 찾지 못하는 불편한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