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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 오일러와 사채업자들과의 관계










칼럼을 쓰다보니, 본의 아니게 필자의 주장이 강할 때가 있어 독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주장과 사실 간의 균형이 절실한 시대여서, 이번에는 ‘수학적 팩트’를 이야기 거리로 준비해보았습니다.


오일러(Leonhard Euler: 1707 -1783)는 스위스의 수학자로 또다른 스위스 수학자인 베르누이 가문 사람들과 친구였고, 러시아, 독일, 프랑스 땅을 두루 다니며 연구했다고 합니다. 말년에는 실명하는 어려움을 겪습니다만, 엄청난 업적을 남겨서 스위스 화폐에도 얼굴이 인쇄되었던 대학자입니다. 그의 연구업적을 기려 ‘오일러의 수’라고 이름 붙여진, 자연로그의 밑수인 e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e가 2.718…로 무한히 나가는 무리수라는 것을 알지만, 도대체 이 숫자가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 기억이 잘 안날 것입니다. 더욱이 그 의미는 무엇인지는 상당히 아리송할 것입니다. 우선 고등학교 수학의 기억을 정리해보겠습니다. e는 1보다 아주 살짝 큰 수를 엄청나게 많이 제곱하면 이것이 무한대로 갈 지 수렴할 지에 대한 답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꺽쇠표를 자승의 기호이고, 1^(1000000) = 1입니다. 1을 아무리 여러 번 곱해도 여전히 1인 것이죠. 그런데 (1+0.01)^(100000000000…)하면 어떻게 될까요? 1보다 겨우 약간만 더 큰 1.01이라도, 여러번 곱하면 무한대로 갑니다. 그런데 이제는 지수승과 1에 더해지는 숫자를 싱크로나이즈해봅시다. 지수승에 붙는 숫자가 더 커질수록 1보다 살짝 더 큰 수는 그에 비례해서 더 작게 하는 것입니다. 즉, (1+1/1000)^1000, (1+1/10000)^10000, … 처럼 만드는 것이죠. 이렇게 해가면 위의 계산은 겨우 약간씩만 증가하다가 종내에는 2.718… 로 수렴한다는 것입니다. 오일러 수 e는 로그가 고안된 후, 로그함수의 미분을 구하면서 나오게 된 수식입니다. LOG(X)를 미분하여 1/X가 되려면 로그의 밑수를 e로 취해야 합니다.

자연로그나 삼각함수가 시험범위에 포함된 경우를 제외한다면, 도대체 일상생활과는 전혀 관계없어보이는 이 숫자는 어디에 사용될까요? 우리 주변에 이 숫자에 대한 희미한 흔적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있습니다. 놀랍게도 실생활에, 그것도 사채업자들, 아니 더 범위를 좁히면 일수업자들은 오일러의 수를 알고 있습니다. 오일러가 스위스의 은행업자들에게 가르쳐준 것이, 한국의 일수업자들에게까지 구전되었는지 알 길이 없지만, 일수업자들은 분명히 오일러 수를 알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우선 일수업자란, 돈을 빌려주고 하루를 단위로 이자를 계산해서 돈을 버는 지하경제 종사자라고 정의할 수 있겠죠? 왜 이들은 귀찮게 매일마다 카드에 ‘일수’를 찍는지 봅시다. 만약 연간 이자율 12%로 융자를 받았다고 합시다. 연이자를 기준으로 해마다 1회 (복리로) 계산하여, 빚을 10년 후에 일시불로 갚는다면, 지불해야 할 총액은 원금의 (1+0.12)^10배 (= 3.1 배)가 됩니다. 10년 후 이자만 원금의 2.1배입니다. 이제 동일한 이자율을 월별로 적용해봅시다. 월이자율은 1%가 되고 10년(120개월)동안의 복리계산은, 원금의 (1+0.01)^120 = 3.3배로, 갚아야 할 이자가 2.1배에서 2.3배로 늘어나게 됩니다. 더 나아가서, 이자를 일수업자들처럼 하루단위로 적용해봅시다. 한달을 30일, 일년을 360일(10년은 3600일)로 단순화해서 보면, (1+0.01/30)^3600 = 3.32배가 됩니다. 갚아야 할 이자만 원금의2.32배로 약간 더 늘어나는 것이죠. 그런데, 더 악착같이 돈을 벌려고 이자율을 시간단위로 계산한다고 한들, 거의 안늘어납니다. 동일비율의 이자에서 최적의 계산단위는 하루단위라는 것을 일수꾼들은 오랜 역사를 통해 배운 것이죠. 일상생활에서 오일러의 고차원 수학이 살아숨쉬는 부분이지만, 일수꾼들이 등장했으니 좀 씁쓸한 결말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들도 일수업자들처럼 이자계산을 하루하루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여신은 하루를 단위로, 예금은 월별로 따로따로 이자를 계산하는 꼼수를 부리지는 않겠죠? 금융계에서 일하시는 분들 대답 좀 해주시죠.

(노트: 위의 이자율 계산에서, 결과가 e와는 다르게 2.718로 수렴하지 않고 3.32…로 되는 이유는, 이자율이 정확하게 기간의 역수가 아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기간이 길어지면 이자율은 떨어지는 역비례관계는 존재하고, 수렴성을 보여주는 원리는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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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경우 규제 시장에서는 로그e가 자주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주식/채권 가격을 시뮬레이션하거나 대출 이자율 수준을 결정할 때 내부적으로 사용하며 대외적으로는 단리 이자, 즉 간편 계산법으로 사용됩니다. Loan Amt * k% 형태가 가장 일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