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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와 드론 그리고 해킹 이야기

최근 시사잡지 타임에서 흥미롭고도 우려스러운 기사를 한가지 읽었습니다. 젊을 때 직업에 집중하고 결혼을 미루고 싶은 미국의 젊은 커리어 우먼들 중에 자신의 난자를 냉동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결혼을 30세 이후로 미루고 40세 전에 아이를 가질 계획인데, 그 나이에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기 어려우니, 20대 젊은 나이에 난자를 채취하여 냉동보관하고, 나중에 냉동난자로 아이를 출산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들의 수요를 간파한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맨하탄에서 포럼을 개최한 사진도 실렸습니다. 현재 비용은 1만 달러가 넘고, 40세 근방에서의 성공확률은 25% 정도라고 합니다. 뉴욕의 금융관련 전문가들에게 비용은 큰 문제가 안될 것 같습니다. 성공확률은 상당히 낮은 편이지만, 지금 냉동에 들어가는 난자를 깨워서 사용하는 10년 후에는 기술이 개발되어 성공확률이 훨씬 높아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냉동난자 기술은 출산을 미루는 여성들에게 뭔가 심리적 안정을 준다고 합니다. 나중에라도 아이를 가질 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믿음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봅시다. 최근에 자동차의 전자화가 심하게 진행되어 모든 컨트롤을 전기장치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행중에 엔진이 꺼지면 브레이크도 잘 안듣습니다. 위험상황에서 브레이크가 쉽게 작동되어야 하는데, 공기압력으로 작동되는 브레이크 체계에 전기신호가 단절되면 페달이 쉽게 밟히지 않습니다. 처음 한 번에 브레이크를 힘컷 밟지 않으면 점점 브레이크가 눌리지 않고, 운전자는 패닉에 빠집니다. 미국 고속도로 위에서 제가 직접 경험해 본 일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해커들이 자동차를 무선으로 접속해서 마음대로 컨트롤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다른 한쪽에서는 로보트가 운전하는 자동차가 개발중인데, 다른 쪽에서는 이런 자동차를 해킹하는 시연을 해보인다고 하니, 인간은 앞으로 운전도 못하고 로봇과 해커라는 고래들 싸움에 등이 터진 새우꼴이 될 모양입니다. 일반인들의 자동차 해킹을 굳이 할 필요가 없겠지만, 외부에서 무선으로 조정되는 자동차가 운전자 의지와 관계없이 방향을 틀고 속도를 낸다는 생각을 해보면 정말 끔찍합니다.

요즈음 유행하는 드론이라는 이름의 무인비행기는, 조종사들의 위험 없이 적진 깊숙히 침투하여 테러리스트들을 박멸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다수의 민간인 피해자들이 발생한 후에는 조용해졌습니다. 사용을 안하는 것이 아니라, 자랑을 덜하니 조용한 것입니다. 한때 9-11 테러도 비행기가 외부에서 원격조종된 것 같다는 음모론이 있었습니다. 공중에서 기수를 돌려 고층빌딩 중앙에 정확히 충돌하는 것은 숙련된 비행사들이 아니면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재해용 로봇 대회에서 카이스트가 만든 로봇이 우승을 했다고 떠들썩 했습니다만, 그보다 수천배나 많은 로봇이 인간들의 일자리를 빼았는 단순직업 대치용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자동차 제작라인의 용접 로봇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재난용 로봇은 정작 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당시에 별 활약을 못했습니다. 애시당초 로봇 개발의 목적이 무엇인지, 어디에 돈이 더 많이 투입되었는지를 말해주는 증거입니다. 그러면서도 각 개발자들이 걸고 있는 구호는 ‘인간을 위한 기술'이라는 타이틀입니다.

 

 

제가 이 코너의 칼럼에서 너무 자주 이야기해서 필자 자신이 식상할 지경입니다만, 21세기의 과학기술계는 철학이 빈곤하고 미래에 대한 방향도 모호합니다. 항성을 기준으로 한 절대좌표가 없는 것입니다. 현재 가장 확실한 기준은 ‘남보다 잘하자!’인 것 같습니다. 규모가 커지면, ‘타회사보다 잘하자!’가 될 것이고, 더 커지면 ‘다른 나라보다 잘하자!’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속도만 생각하는 과학기술이 시장을 교란시키거나 윤리를 비도덕하게 만들 지 않도록 미리 입법을 잘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처음 발생한 일들을 제대로 된 방향으로 시간에 늦지 않게 입법하기는 어렵고, 과학기술의 발전속도를 못따라오는 법률은, 죄형 법정주의라는 원칙에 막혀 늘 뒷북만 치게 될 것입니다. 선진국들은 자기들 연구에는 관대하고 후발주자들 연구에만 윤리를 내세워 제재를 가하려 합니다. 후발주자들은 온 국력을 기울여서라도 위험한 무기나 기술을 손에 넣고 싶어합니다. 한쪽은 컨트롤하려고 하고, 다른 한 쪽은 튀쳐나가려고 합니다. 극단적 국가주의나 민족주의가 과학기술과 결합하면 정말 위험해집니다. 각자 나라를 돌보는 애국자들은 많은데, 지구전체를 돌보는 호모 사피언스들은 수가 너무 적습니다. 세계주의는 실익도 없고 가능해보이지도 않으며, 이상주의자로 취급되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빙하기로 거의 멸절되었다가 다시 지구를 차지한 생물들은, 얼마 못가서 온난화로 멸절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날씨가 너무 더워 온도계가 올라간 탓에 필자의 생각도 너무 오버해버린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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