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비행기, 무인 자동차 그리고 과학의 포퓰리즘
-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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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에게 이 글이 전해질 때는 이미 새해겠지만, 저는 연말휴가 동안 갑자기 늘어난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생각 저생각 하며 글을 준비합니다. 코센에 기고를 앞에 두었을 때마다 늘 고민하는 주제는, 앞으로 과학기술이 ‘어디로 갈 것이냐’는 생각입니다. 사실 ‘어디로 가야 할 것이냐’라는 당위성을 고민해야 하지만, 요즘은 트랜드가 한 번 물살을 타면 누구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에 그저 예측에 촛점을 맞추어 보는 것입니다. |
앞으로의 트랜드는 생물과 의학분야라고 다들 생각합니다만, 이 분야는 법적인 제약과 안정성 문제가 심각해서 생각보다 속도가 느립니다. 그래서 상당기간 IT가 여전히 영향력을 누릴 것같습니다. IT 제품은 장난감 같아서 생명이나 안전관련 법률적 제약이 약하다는 것이 발전의 장점입니다. 그동안 IT는 스마트폰 같은 순수정보통신 분야에서 진보가 빨랐는데 이제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인도 같은 시장이 아직 있으니까 보급률로는 포화라고 말할 수 없지만, 가격이 낮아지고 있어서 점점 돈이 안되겠죠. 그리고 조만간 모든 통화가 인터넷 연결처럼 무료에 가깝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고속도로 건설 후, 몇 년동안의 유료화로 건설비가 갇히고나면 통행료가 대폭 내려가는 것과 마찬가지 입니다. (보수나 증축을 이유로 여전히 높은 통행료를 걷는 고속도로가 있습니다만,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직면할 것입니다.)
IT 시장의 수익성이 떨어져 갈 즈음에 흘러나오는 새로운 IT 분야가 무인 비행기와 무인 자동차 시장입니다. 기존의 기계기술에 IT가 접목된 분야입니다. 이분야에 아직 시장이 형성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고, 지금은 기술적용 탐색기간입니다. 무인 비행기는 우리에게 체감온도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아마존닷컴이 미국 오지의 배달에 드론을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인구밀도가 높지 않은 곳에서는 사고위험도 낮을 것이니까 큰 걱정거리가 아닙니다. 재미있게도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 지, 옛날 냉전 당시 고립된 서베를린에 미국 수송기가 물자를 공수해서 떨어뜨려주는 상황이 미국 본토의 다코타 주 같은 곳에서 무인비행기로 재현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향후 곤충 크기 정도의 최소형 드론이 나와서 정보수집용으로 많이 이용될 것같습니다.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직원을 대신해서 드론 잠자리가 사생활을 찍느라 도처에서 웽웽대는 꼴사나운 광경이 흔해지지 않을까요 ? 이 놈을 떨어뜨리는 특수 « 에프킬러 » 스프레이도 나오겠군요. 항상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법이니까요.
문제는 무인 자동차입니다. 아마 완전한 무인자동차 이전에 기존 고급형 자동차에 무인 기능이 추가된 자동차가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선전 문구에는 « 당신은 핸들을 잡고도 꿈을 꿀 권리가 있습니다 ! » 라든지, « 일하느라 지친 당신, 퇴근 길부터 취침 ! » 등등이 사용될 것 같습니다. 안정될 때까지 무수한 법적, 기술적 문제와 도로에 특수기능을 갖추어야 하겠지만, 소위 말하는 시범구간이라는 것이 먼저 생기겠죠. 나중에는 결국 대리운전이라는 직종은 없어질려나요 ? 하지만 택시기사까지 없어지지는 않겠죠. 자기 차로 정해진 하나의 주소인 자기 집으로 돌아오는 무인대리운전과, 고객의 요청으로 아무 곳에나 가야 하는 무인택시기능은 수준이 상당히 다르니까요.
이 모든 미래의 과학기술 방향에는 포퓰리즘의 영향이 심하게 미치고 있습니다. SNS가 보편화된 지금은 인기가 곧 돈이고 권력이니까요. 제한된 임기 아래의 정권에서 일하는 고급관료들에게도 포퓰리즘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소통이라는 미명 아래, 과학기술도 아래로부터 위로 향하고 있습니다. 진리는 투표로 다다를 수 있는 곳에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표심을 무시할 수 없는 세상입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사람처럼 표정을 짓는 상냥한 로봇 아가씨까지 개발되었지만, 정작 로봇이 필요한 후쿠시마 사고 현장에서 로봇의 역할은 전무했습니다. 인간 대신 역할을 해줄 ‘능력 있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에게 인기 있는 ‘외모지상주의 로봇’에 매달렸으니까요. 일본 뿐만 아니라 어디나 사정이 비슷합니다. 세월호 사고 시에는, 잠수부들의 작업을 위해 어두운 바다 속의 배에 붙어서 가만히 플래쉬만 비춰줄 수 있는 로봇이라도 투입되었더라면, 구조작업을 해볼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계 재난로봇 대회에서 일등했다는 로봇은 심해 구조에 전혀 도움을 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재난 로봇대회는 후쿠시마 사고 후 만들어진 원자력 사고 전용 로봇 대회였으니까요. 항상 소가 없어져야만 외양간 공사를 벌이는 것은, 과학기술계가 상상력 부족이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이제는 트랜드도 변덕스럽고 인기도 수명이 짧으니 오히려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요 ? 그래서 새해에는 ‘무엇으로 떠볼까 ?’ 라는 고민 대신 ‘무엇을 띄워볼까 ?’라는 좀 더 여론 주도형 목표를 정해보면 어떨까요 ? 새해에도 세계 도처에서 탐구에 열정적인 코센니안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용 과학에서 무릎을 딱 칠정도로 공감이 드네요. 드론산업이나 ICT 산업이 요즘 대두되고 있다보니 제가 공부하고 있는 농업분야에도 적용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그런쪽으로공부는 하고 있습니다만, 생각보다 개발된 기술과 적용해야 하는 분야 사이의 큰 갭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응용이 많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이러한 응용사업과 관련해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많이 더딘 느낌이 있지만, 더더욱 관심을 갖을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도 냉철한 비판과 끊임없는 목소리를 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여러가지 문제를 생각해 보게하는 글이였습니다. 새해에는 동심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날들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