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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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 시대, 오래 살 준비는 되셨는지요? 어느 나라가 삶의 질이 어느정도인지를 보려면 평균수명이라는 데이터가 좋습니다. 평균수명은 한 해에 사망자들의 나이를 전부 더한 후 사망자 숫자로 나눈 값입니다. 현재 평균수명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는 홍콩도 90세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고, 가장 낮은 수명을 보이는 아프리카 몇 개의 나라들이 50세에 약간 못미칩니다. 평균수명이 낮은 나라들에서는 남녀수명 차이가 거의 없지만, 오래 사는 나라들에서는 여성이 거의 7년까지 더 길게 삽니다. 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사는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학설들이 있습니다. 남자가 더 육체노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술-담배를 하는 등 생활이 더 무절제 하기 때문에, 남자가 덩치가 더 커서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남성호르몬이 전립선암 등의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등등 입니다. 아마도 위의 모든 이유를 더한 복합적인 이유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과학기술을 하면서 ‘우리가 하는 과학기술이 과연 인류에게 궁극적으로 유익한가?’ 라는 질문을 혼자서 자주 해봅니다. 이 대답은 현재로서는 자명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평균수명을 아주 길게 늘려주었으니까요. 1800년에 스웨덴 평균 수명은 33세 정도였다고 하는데 지금은 82세입니다. 200년 만에 스웨덴 사람들은 곱배기를 넘어 50년 더 오래 사는 것이죠. 미국의 1900년 평균 수명은 47세인데, 지금 아프리카 최빈국 평균수명이 49세입니다. 이미 자동차가 굴러다니기 시작하던 미국의 1900년이 현재 아프리카 최빈국보다 더 살기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문명과 과학기술이 불과 2세기만에 현세에서의 시간을 두 배로 늘려준 것입니다. ‘수명이 늘어난 것이 정말 유익한 것인가?’라는 보다 궁극적인 문제에 대한 답변은 보류합니다. 이것은 공리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치 ‘직선은 두 점을 잇는 최단 거리인가?’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자 이제 지역과 국가들을 좀 살펴봅시다. 가장 오래 사는 나라는 아주 부자 도시국가 나라들입니다. 홍콩이나 스위스, 싱가폴, 아이슬란드 같은 곳 말입니다. 그 다음은 복지가 좋고 땅은 크지만 인구는 적은 나라들입니다. 스웨덴, 캐나다, 오스트랄리아 등입니다. 위에 속하지 않으면서 오래 사는 나라가 일본과 이스라엘입니다. 일본은 잦은 지진으로 스트레스가 높을 터인데, 그리고 이스라엘은 언제나 전쟁통 같은데 한국보다 평균수명이 높다고 하니 신기합니다. 그 다음 국가들이 또 흥미롭습니다.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가 한국보다 평균수명이 높습니다. 지중해성 온화한 기후 아래에서 좋은 공기 마시며 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최근 타임지가 세계의 장수지역 다섯개를 소개했습니다. 캘리포니아 남쪽 지역과 중남미 코스 타리카 그리고 그리스의 작은 섬, 이탈리아의 사르디냐 섬, 마지막으로 일본의 오키나와입니다. 한 번쯤 들어본 곳들인데,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다섯 곳 모두가 바다 근처입니다. 공기도 좋고 육고기 대신 해산물을 많이 먹을 수 있죠. 둘째는 기후가 따뜻하거나 약간 덥기까지 한 지역들 입니다. 체온이 높아야 면역력도 높아지고 신진대사도 활발 하겠죠. 그러고 보니 스웨덴, 아이슬란드를 제외하면 잘 사는 북유럽 국가 (덴마크, 네덜란드, 영국, 독일 포함해서)들이 한국과 평균수명이 거의 비슷한 정도입니다. 따뜻함이 생명에는 정말 중요한 요인인 모양입니다. 하지만 너무 더운 적도 근방에는 문명화된 나라도 드물고 평균수명도 낮습니다. 온도에 예민한 여러가지 효소와 호르몬으로 움직이는 인체는 너무 더워도 안되고 너무 추워도 안되니까요. 세번 째는 대부분이 고립된 섬지역입니다. 이런 섬을 벗어나지 않고 오래 산 사람들은 아마도 자족할 줄 아는, 큰 욕심이 없는 사람들 아닐까요? 굵고 짧은 인생 대신, 가늘어도 긴 인생을 선택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추측해봅니다.
하지만 우리가 염려하는 것은 단순한 연명이 아니라 의미있게 오래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가적으로는 연금이나 건강보험 등의 문제에 집중합니다만, 개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론 노년에는 그냥 간단하게 두가지 문제입니다. 돈과 건강! 그리고 하나를 굳이 추가한다면, 관계. 마지막 관계만 잠깐 살펴봅시다. 우리는 관계를 주위 가까운 사람과의 연결로만 생각합니다만, 더 넓은 사회와의 관계도 중요합니다. 신체가 건강하다면 노년에도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돈도 벌고 행복합니다. 은퇴후에도 젊은이들과 같이 일하고 조직에 기여하려면 최소한 세 가지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첫째는 기본적인 IT 기술입니다. 컴퓨터를 만지거나 스마트폰을 만지는 것을 잘 몰라서 자주 물어보면 그만큼 주위사람들에게 민폐가 됩니다. 그리고 자기 아이디어나 사생활이 쉽게 노출되기도 하구요. 둘째가 꼰대 같은 생각과 말을 줄이고 너무 보수적으로 머리가 굳어지지 않아야 하는 것입니다. 별로 가진 것도 없는 노년층들이 엄청 보수적인 것은 분명 이상합니다. 가진 것을 지키려고 ‘꼴통’이 되는 것이야 이해가 갑니다만, 무조건 변화와 개혁을 어설픈 진보들의 장난이라고 보는 것은 정상이 아닙니다. 자신의 경험을 내세우길 좋아해서 “내가 해봐서 아는데…” 보다는 “이런 이유로 그것은 좀 이상하지 않나?”라는 식의 대화가 훨씬 설득력이 있습니다. 마지막 세번 째가 기억력을 어느 정도 유지해야 하는 것입니다. 똑같은 것을 여러 번 물어보면 정말 짜증납니다. 나이 들어가면서 부부싸움이 줄어드는데, 그 중 한가지 이유가 기억력이 약해서 좀 덜 우기게 됩니다. 상대가 심하게 우기면 기억력에 자신이 없으니, “뭐? 절대 아니야? 내 손에 장을 지지지!” 같은 말을 삼키고 참습니다. 싸우지 않고 물러서는 것이야 미덕입니다만, 동일한 질문을 반복하면 곤란합니다. 기억력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요? 중요한 것들은 메모를 해두고 가끔 반복해보는 방법 외에는 별 정답이 없습니다. 아마도 아직 젊어서 이런 이야기가 귀에 안들어오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릅니다. 그리고 미리미리 준비하면 나중에 이자가 많이 붙을 것이니 지금은 원금을 조금만 투자해도 됩니다. 제임스 딘이 이야기했다고 하죠? 오늘 죽을 것처럼 살고,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라구요. 그 꿈이 금방 오늘로 다가오면서 또 세월이 갈 것입니다. 나이에 관계 없이 모두 낭만있는 가을 맞이하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