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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뉴스 그리고 가짜 인생들

아주 오래전에 제가 쓴 첫번째 책이 출간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외국에 살고있으니 아무런 로비를 할 수도 없고 한 적도 없는데, 조선일보에 대문짝만하게 제 책이 소개되었습니다. 주말판 간지 Books 코너이긴 했지만, 위의 반은 제 사진 그리고 아래 반은 책내용을 소개하는 전면기사였습니다. 나중에 담당기자와 전화가 연결되었는데, 당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해서 좀 띄워주려고 그랬다더군요. 어쨌든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낯부끄럽기도 했습니다. 위에 실렸다는 사진은 집에서 찍어 보낸 사진인데 신문사에서 손질을 했는지, 실물보다 훨씬 잘나왔습니다. 사진 아래에 해당작가라고 소개하지 않아서, 인터넷 기사 댓글에서 어떤 사람들은 저를 모델이라고 부르더군요. 작가 대신 모델을 기용한 것으로 본 것입니다. 그리고 아래의 기사를 읽어보았는데, 당사자인 제가 읽어보아도 기사 속 인물이 부러웠습니다. 따지고 보면 거짓말을 한 부분은 없었습니다만, 별로 좋지 않은 부분은 슬쩍 지나가고 좋아보이는 일은 이쁘게 과장하여 썼습니다. ‘성공시대’ 같은 프로그램이 성공했다는 사람들을 거의 신으로 만들어버리는 수법이 연상되더군요. 이 일 이후에는 어떤 기사를 읽든지 그 배경에 존재할 ‘사실’을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언론에 등장하는 기사들은 ‘총체적 진실’이 아니라 파편들을 재구성한 창작성 기사도 많을 것입니다. 국내 뉴스만 해도 하루에 수천 페이지 이상의 분량이 쏟아지는데, 그것을 어떻게 기자들이 다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남의 기사를 적당히 배끼기도 하고 앞뒤 정황상 합리적 추측을 더하고 아니면 겨우 3~4분 짧은 통화나 몇 줄의 카톡대화를 참고하여 글짓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기에 데스크의 추상같은 명을 받아 제목까지 약간 선정적으로 뽑다보면, 진실과의 거리는 반올림 해버리면 다른 값으로 바뀔 지 말지 하는 아슬아슬한 경계까지 가버릴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다른 상황이 우리에게 생겼습니다. 페이스북까지는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이제는 사진을 주로 하는 인스타그램이 대세인 듯 합니다. 그곳은 남의 집 안을 살짝만 엿보게 하여 사람들의 관음증을 부추깁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의견 그리고 일상이 궁금합니다. 인간 개인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약함에도 불구하고, 자연을 지배하고 고도의 문명을 이루고 살 수 있는 이유는 질서 있는 사회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집단 물리력’이나 ‘집단지성’이 맹수들까지 굴복시키는 힘을 인간에게 주었습니다. 이런 집단형태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사회와 동떨어져 개인으로는 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전문화된 자기 일에 매진하는 대가로 돈을 벌어 남의 서비스를 받는 분업으로 문명의 효율을 극대화시켰죠. 그래서 현대문명에 익숙해진 우리는 혼자로는 할 수 있는 일이 너무 제한적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상황과 취향을 아는 것 자체가 엄청난 가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세상에서 남의 집 안이나 삶의 구석을 공개한다니 호기심이 발동할만합니다. 더구나 긴 소리 없이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니 말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본 그 광경은 과연 ‘백문에 불여일견’인가요? 정말 Seeing is believing인가요? 남의 집을 직접 방문해보면, 주인장은 손님대접한답시고 더러운 부위는 다 깨끗하게 치워두며, 미처 못치운 방은 닫아둔 채 방문객을 맞이합니다. 이렇게 직접 가봐도 알 수 없는 것이 타인들의 삶인데, 부분적으로 사진만 찍어서 올리면 상황이 얼마나 과장될 지는 명약관화합니다. 우리는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성이 감성을 이기지 못하고 이런 판타지를 쉽게 믿으려는 속성이 있습니다. 한 몸뚱아리에 붙은 가슴과 머리는 물리적으로 겨우 두 자도 안되지만, 대부분의 사안에서 서로 상반된 결론을 내어놓습니다. 그래서 감성이 한 번 꽂히면 그 어떤 합리적 반론도 소용이 없어집니다. 이런 인간의 모순을 인스타그램은 잘 알고 있는 것이죠. 비현실적 화려함이 ‘대리만족’까지만 기능한다면 인스타그램 같은 SMS도 순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란한 쇼가 제공하는 향연에 눈호강을 하고 뒤돌아서면, ‘내 인생만 왜 이리도 안풀릴까?’ 하는 질문에까지 자연스럽게 이릅니다.

우리 남편만 돈벌이가 신통찮고 우리 마누라만 잔소리가 심하고 우리 애들만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기 쉽죠. 자랑질할만한 일이 있을 때만 우리 이웃들이 패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도배를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늘 꿀꿀한 것이 현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진짜 삶을 붙잡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어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고, 몰라서 어쩔 수 없었던 무지를 벗겨나가는 과정이 삶이라고 생각하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좋은 일만 나에게 생기는 환타지같은 인생을 언제나 살수는 없는 일이죠. 그래서 인스타그램은 올려지는 사진들 그대로 즐기면 되고, 또 현실의 문제는 그대로 해결하면 되는 자연스런 삶을 살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려면 일단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즈음은 집으로 초대하여 저녁을 같이 하는 경우도 드물어지고 있다는데, 도심에서 떨어져 사시는 분들은 이번 주말에 바베큐 초대를 한 번 준비해서 지인들을 불러보면 어떨까요? 그래서 손님들과 사진 많이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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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발전에 적응능력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전달하는 좋은 메시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