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워킹은 뉴노멀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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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에 근무할 때, 나는 직원들의 두가지 통계를 공개해보자고 여러차례 건의했었다. 첫째는 출장이다. 출장일수와 마일리지, 출장경비를 연말에 발표하자는 것이다. 두 번째는 회의다. 회의 참석횟수와 참석시간 합계순위를 매년 발표하자는 것이다. 물론 출장과 회의 랭킹이 일을 잘했거나 못한 순위가 될 수는 없다. 그래도 제일 놀랄 사람은 상위에 랭크된 당사자들일 것이고, 다음해에는 순위를 끌어내려보려고 자기 검열을 할 것이어서 기관의 자정능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출장을 자주 갈수록 직접 갈 이유가 점점 줄어야 하지만, 정반대로 더 자주 가게 된다. 며칠 전부터 비행기표, 호텔예약에 발표준비로 바쁘다. 출장자를 맞이하는 곳에서는 회의실 예약하고 일정표 짜고 식당예약하느라 여러명이 바쁘다. 출장자가 돌아가고 나면 보고서까지 써야 하니, 한 명이 일주일간 출장을 갔다오면 거의 한달 분량의 업무시간이 사라진다.
회의는 좋은 의견을 교환하는 장이지만, 관련부서와 책임을 공유할 기회로도 많이 사용된다. 높은 사람들은 입만 가지고 와서 쉽게 사안을 판단하고, 아래사람들은 너무 많이 준비해와서 바쁜 윗분의 시간안에 못끝내고 마무리되는 회의가 허다하다. 보완해서 다시 발표하라는 명이 하달되면 동일한 회의가 재차 열리고, 그때마다 회의시간은 예상보다 길어진다.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전세계가 재택근무라는 예상치못한 실험을 해보는 중이다. 코로나 이전에 벌써 소프트웨어들이 준비되었지만, 화상회의 정도였지 재택근무까지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나 역시도 재택근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팬데믹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어서 느슨한 근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재택근무가 지속된다면 결국 개인은 해고, 회사는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지만 몇개월째 재택근무중인 나자신부터 상당히 변하고 있으며 오히려 효율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우선 복장이 자유롭다. (카메라를 의식해서 위쪽은 그런대로 포멀한 셔츠를 입지만 바지는 운동복 차림이다.) 그리고 출퇴근 시간이 절약된다. 문제는 긴장감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인데, 화상회의가 시도때도 없이 열리다 보니 발표할 내용을 바로바로 정리하게 되어 업무성과나 효율이 더 높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좋은 것만 있을 수 없다. 새로운 직장에 조인한 지 얼마 안된지라 회사 내부사정을 잘 모르는데, 쉽게 물어볼 상대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복도와 커피자판기 앞에서 팔할의 정보가 얻어지는데, 이부분은 정말 아쉽다. 그리고 퇴근시간이 마땅히 없으니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하게되고 주말에도 이메일을 열어보는 습관이 생긴 것도 문제이긴 하다.
회의는 전부 화상으로 전환되었고 출장은 완전동결된 이후에도 회사나 기관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못들어봤다. 물론, 비대면 상황이 길어지면서 고사상태인 업종과 특수를 누리는 사업들이 있지만, 필자가 논하는 범주는 연구개발직을 포함한 사무직의 경우다. 한편, 1997년 교토의정서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을 전후하여 세계의 패러다임은 한방향으로 급속하게 변화중이었다. 그것은 지구온난화 방지를 목표로, 탄소배출을 규제하고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방향이었다. 덴마크의 풍력발전기술이 주목을 받고 이름조차 생소했던 테슬라가 급부상했다. 전기자동차는 도시에 공해를 줄이지만, 그 전기를 만드는 원산지에 공해를 남긴다. ‘공해 보전의 법칙’ 이라고 명명해야 적합할 터인데, 전기자동차는 공해의 총량을 줄인다기보다 도시공해를 시골과 나누는, 즉 공해의 분포를 좋게 하는 수단일 뿐이다.
파리 협약으로부터 미국이 탈퇴했다가 재가입하는 등의 곡절을 겪으며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던 와중에 코로나가 퍼졌다. 결론적으로, 코로나가 우리를 불쑤시게로 고문하며 던진 한 마디는 “이 바보들아, 매일 기를 쓰고 출근 안해도 사회는 돌아가!”라는 일갈이다. 그래서 나는 교토 의정서와 파리 기후협약의 복잡한 조치들은 다 잊어버리고, 엄청난 희생을 댓가로 배운 코로나의 가르침을 따르자는 주장을 하고싶다. 재택근무가 지구온난화 해결의 답이다. 일주일에 하루만 재택근무해도 옛날에 실행하던 차량 5부제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대면업무나 현장근무가 불가피한 직종을 제외하고, 팬데믹이 끝나면 각국 정부는 일주일에 하루 재택근무를 의무화하고 이틀 이상 실시하는 회사에게는 세금혜택을 주어 재택근무를 활성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일주일에 이틀이나 사흘간 재택근무를 한다면, 도시문제와 공해문제는 대폭 완화될 것이다. 도로가 주차장처럼 변하는 교통체증도 없어지고, 신음소리가 나오는 지옥철도 음악이 흐르는 천당철로 바뀔 수 있다. 직장인들은 교통비에 점심값 그리고 옷이나 화장품까지 절약되어 10% 자동월급인상 효과도 누리고 주택문제도 좋아질 것이다. 교통이 안막히고 출근일수까지 줄어들면 굳이 회사가 있는 도심 가까이에 집을 얻을 필요가 없어지니까 말이다. 이런 절호의 기회로 현재의 패러다임을 바꾼다면 정말 지구를 구하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진즉에 인간들 스스로 해내지 못하고 패악한 바이러스에게 배우다니 비분강개할 일이지만, 선악이 모두 스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아주 시기 적절한 제안(?)이 분명합니다 이번 칼럼을 통한.이 또한 회사 규모와 부서에 따라 주 1~2회도 노사
모두 만족하지 않겠나? 라고 댓글 본인은 기대해 봅니다. 이번 칼럼도 아주 아주 공감했습니다.
하하 출장과 회의 부분 크게 공감합니다~~ 선배들에게 듣기로는 토요일에 근무를 하지 않으면 큰일나는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매주 토요일을 쉬고있고, 사회는 정말 잘 돌아가고 있쬬 :) 재택근무에 대해 불편함도 있지만 전창훈 박사님이 말씀하신것처럼 매일 기를 쓰고 출근하지 않아도 사회는 잘 돌아가게 되어있습니다 ㅎㅎㅎㅎ이번에 정말 재밌는 주제로 칼럼을 작성해주셔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