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제대로 먹기, 또는 생각 확장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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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칼럼으로
세계대학 랭킹에
대한 글을
개제하였다. 그런데 우연히
필자가 쓴
코센 칼럼을
검색하다가 2009년에 쓴
비슷한 내용을
발견하였다. 내용이 동일하지는
않지만, 유사 주제의
글을 쓴
바 있노라고
언급하지 않았으니
“일부 자기 표절”을 한 셈이다. 일전에 관련 책을
출판한지라 아마도
이미 비슷한
칼럼을 썼으리라는
생각으로 찾아보다가
발견한 것이다. 표절을 지적당한 사람들이
구구한 변명으로
늘어놓던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는 말이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당황스러웠다. 고해성사를 목적으로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니고, 자기 표절의 원인을
좀 분석해보려고
한다. 어린 시절
이후에 굳어진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그리고 관심사는
나이가 들고난
후에도 좀처럼
바뀌질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오래된
친구를 우연히
만나게 되었을
때, “야! 정말 하나도
안변했네!”라는 덕담을
할 때가
있는데, 만약 외모가
아니라 생각까지
포함하는 말이라면
칭찬이 아닐 수 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더 좋은
쪽으로 바뀌어야
하는데, 고정되어 있거나
안좋은 방향으로
바뀌는 것이
주변에서 경험하게
되는 현실이다.
나는 요즈음 이
문제에 있어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내가 오래 근무해서
이미 상당한
무형의 기득권과 조직 내의
인맥을 가졌던
곳을 떠나
늦은 나이에
새로운 곳에서
일하게 되니, 할 수 없이
낮은데로부터 임하고
있다. 거기에다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길어지면서 조직내 사람간의 관계를
파악하기도 어렵다. 상황이 이러하니 “너희들이 나에게
맞추어야지!” 라고 주니어들에게
은근히 고집을
피우기에는 피아식별도
안되고 기득권도
전무하여, 내가 그들에게
맞추는 방식으로
환골탈퇴하고 있다. 정말 어렵고 짜증나는
일이지만, 이제는 조금씩
빛이 보이고
있다. “경험 많은
내가 맞고
너희들은 하수일뿐이다!”라는 마음으로 새
직장 일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영어가
짧아서 지시하기보다는
더 많이
들어야 하고, 관례를 몰라서 한
번 더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약간 어리버리했지만 신선했던
젊은 날로
돌아간 느낌이다. 본의 아니게 꼰대스럽지
않은 척
연기를 많이
하고 있는
것이지만, 연기도 습관처럼
몸에 익으면
진짜처럼 굳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도 가끔은
“라떼는 말이야~”라는 말이
하고 싶어질
때가 있는데, 영어로는 어떤 단어로
라임을 맞추어야
적합할 지
아직 못찾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은,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익숙해진 것들”이라는 생각이다. 익숙하게 알던
것들도 세월과
더불어 디테일이
뭉게진 두루뭉실한
지식으로만 남아있는
무척 초라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마치 노력하지 않는
선생님들이 젊은
시절에 만든
낡은 노트
한 권으로
평생 우려먹는
일이, 내 자신의
일상속에도 항상
녹아 있다는
이야기다. 익숙해진
것들과 이별하려면
물리적 이별을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회사를
옮기는 것이
최선이지만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남은 선택은 하나다. 업무에 유용하지만
미루다가 배우지
못하여 늘
주니어들에게 부탁해오던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나는 Simulation을 주로 했는데
모델을 CAD Designer들에게 받아서
일해왔다. 이제는 직접
CAD Model을 만들어서 Simulation을 수행해보려고
연습 중이다. 열심히 배우고 있지만, 늘 입으로만 쉽게
요청하던 것들을
직접 하려니
정말 진도가
더디고 어렵다. 갑자기 눈 앞에서
컴퓨터 속
모델이 사라지기도
하고, 시작할 때
좌표를 좀
잘 잡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중간 넘게
일을 마친
다음에야 깨닫게
되고는 뒤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앞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일도
생긴다. 유튜브에서는 클릭
몇 개로
금방 모델이
만들어지는데, 모두 ‘타짜’의 눈속임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손은 눈보다 빠르다!”는 영화속 대사를
반복하며 ‘타짜’가 될
때까지 멈추지
말아야지…
내가 지향하는 시니어로서의
롤모델은, 군인으로 비유한다면
높은 지휘관이더라도, 저격수에 준하는 사격술을
가지는 것, 일등병에 준하는 포복실력을
가지는 것, 그리고 가끔 그
실력을 증명해
보이는 시니어다. 사실 이런 모델은
은퇴를 위해서
유용하다. 과학기술자들이 은퇴후
고문이나 자문으로
재취업하더라도 스스로
일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지
못하고 주니어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액셀이나 파워포인트에 익숙하지
않아 늘
주위를 귀찮게
하는 것이다. 주니어들이 정성껏 도와주지
않아 본인은
권력에서 밀려난
서러움을 느끼지만, 주니어들은 자문의 존재가
귀찮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발표하는
날에만 나타나서
멋진 작품을
선보이고 홀연히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선배가 되고
싶다.
아 참, 최근에는 굳어져가는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간단한 아이디어도
생각해냈다. 이제 앞의
이야기는 다
잊어도 좋고
이 마지막
부분만은 실천해보길
권한다. 주변에 자기와
정치적 성향도, 나이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주
들락거리는 유튜브
체널을 물어보는
것이다. 이렇게 모은
열 가지
정도의 체널을
정리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체널과 섞어가며
보는 것이다. 우리는 드넓은 정보의
바다를 항해하려는
목적으로 유튜브에
들어오지만, Siren 같은 알고리즘에
이끌려 파선된
배처럼 점점
더 깊은
해협으로만 가라앉고
있다. 그래서 내
스타일 아닌
사람들, 그리고 딱히
말 걸릴
없었던 동료들에게
자판기 커피
한 잔씩
사주고 애용하는
유튜브 체널을
물어보자. 나를 넓혀줄
또 다른
세상이 거기에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