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도 해결 못한 부동산 블랙홀
- 1247
- 12
- 2
*지지난달에 이어 이번호도 부동산 관련 글로 채웠다. 땅이 흔들리지 않아야 생활이 가능하듯이 사회 저변의 제도가 견고하지 않으면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없어진다. 부동산 문제는 연구환경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인프라 스트럭쳐라고 나는 인식한다. 그래서 반복하여 글을 쓴다.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하는 기대를 버리지 않은 채로...*
저출산 문제가 사회적 위기로 부상하고 있다. 1970년에 출생한 국내 신생아가 100만명이 넘었지만, 2020년에는 30만명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경쟁이 심한지라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필요하지만, 갑작스런 인구감소는 연령대별 분포를 변형시켜 사회를 위협한다.
사람들이 쉽게 동의할 수 있듯이,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은 집값 그리고 교육비 지출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학벌숭상은 과거제도부터 고시제도까지 수백년을 이어온 유교문화를 통해 우리 모두의 DNA속에 각인되어 나타나는 몽고반점 같은 것이다. 그런데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려는 동기부여를 약화시키면 오히려 기술이나 학문의 하향평준화를 불러올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교육의 근본문제가 성적순 줄 세우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쟁을 전면 폐기하면 잠시동안 모두가 행복해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발전의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그러니까 공부를 잘한 사람에게 더 좋은 기회를 주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진짜 문제는 실력이 준비된 사람을 가리는 진검승부의 기회는 단 한 번 뿐이고 이후 또다른 패자부활전은 미미하다는 점이다. 굳이 패자부활전을 들자면, 동일한 시스템 내에서 재수-삼수라는 방식으로만 가능하다. 그런데 겨우 성년이 된 직후인 어린 나이에 국한되는 패자부활전이어서 상당히 제한적이다.
만약 대학과 대학원 진학이 엄격하게 분리-독립되고 자대학 출신들을 선호하는 풍토만 없어져도 교육문제는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 대학원이 또 한번의 공정한 평가의 장을 마련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학원 입시가 공정하지도 않고 졸업과정도 엄격하지 않다는 것은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래서 한국 일류대학에서 받은 석박사 학위가 평범한 미국대학 학위보다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필자는 미국제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미국의 대학원 입시제도는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석박사과정 진학을 위해서는 모두에게 제공되는 표준입학시험이 있고, 출신대학별 차별이 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랭킹이 떨어지는 대학에 진학했더라도 그 대학에서 좋은 학점으로 졸업하고, GRE-LSAT-MCAT-GMAT 같은 표준시험 점수를 잘 받으면 상위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다. 그리고 채용하는 기업들은 지원자의 최종학력을 가장 중요하게 평가한다. 한국도 대학원 입학생들의 출신대학이 조금씩 다양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속도를 내서 학문적 동종교배를 최소화하고 다양하게 다른 대학들의 문화가 섞일 수 있게 문호를 더 열어야 한다.
이제 주택문제로 눈을 돌려보자. 주택문제는 교육문제와 다르게 정부의 확고한 의지만 있으면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인데, 언제나 모든 정권들이 화끈하게 정책을 밀고 나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미국에서 시작된 높은 이자율에 힘입어 부동산 저가행진을 이어가고 있으니, 미국이 한국집값까지 조정가능한 세계화 시대다. 한국의 주택시장에는 조속히 해결해야 할 아주 취약한 급소가 있다. 한국에만 존재하는 전세제도가 그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전세는 서민들의 월세를 절약해주는 좋은 제도라고 여태껏 인식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모기지 론)이 없던 시절에는 맞는 말이었을 것이다. 옛날에는 개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용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주택담보대출이 제공되기 때문에 전세의 해악을 명백하게 알 수 있다. 집을 사려는 사람이 주택가격의 50%만 가지고 있어도 좋은 조건으로 나머지를 융자 받을 수 있다. 즉 전세금 정도의 돈을 가진 사람들에게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모기지 제도다. 하지만 전세는 융자를 얻어 집을 살 수 있는 정도의 재력을 가진 사람들을 주저하게 만들고 과도한 이사횟수를 만들어 주택시장의 리스크를 키운다. 이 사람이 빠져야 저 사람이 들어오고, 빠진 사람은 저쪽 집 사람이 시간에 맞춰 전세금을 돌려받고 나가야 하는 도미노 리스크를 만든다. 무엇보다 큰 리스크는 요즘 빅뉴스인 빌라 전세사기대란을 만들어낸 갭투자다. 갭투자는 한 개인의 투자위험을 은행이 아닌 또다른 개인이 대신 짊어져주는 악덕투자방식이다. 알면서도 막지 않았고, 아마도 정부의 묵인하에 건설사들이 분양율을 높이기 위해 더 장려한 면이 있었을 것이다. 사회 전체의 리스크를 키우고 안정을 해치는 전세는 아직도 시장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민간금융계의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것이다. 하지만 전세제도를 폐기한다고, 무슨 돈으로 달마다 집세를 내느냐며 펄쩍 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는 사이에 전세로 묶인 돈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고, 다른 세입자를 물어와야만 빠질 수 있다는 주인의 최후통첩은 당장 귀에 들리지는 않으니까…
몇 년 전에는 언론들이, 한국에서는 일본 같은 부동산 버블붕괴는 절대 없을 것이니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지금이라도 사는 것이 답이라고 부추겼다. 이제 언론은 곧바로 손바닥을 뒤집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집값이지만 아직은 더 기다렸다가 사야 한다고 떠든다. 극도의 공포를 느꼈기에 최고 봉우리에서 집을 샀기에 이제 파산을 걱정하는 영끌족들에게는 한마디 사과도 없다. 왜 이 커다란 문제에서 정부의 노력이나 영향은 미미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양질의 과학기술자들을 키우기 위한 조치 중에서 주택문제 해소가 아마도 랭킹 1위 아니면 최소한 2위는 될 것 같다. 지금 이공계는 의대-약대에 우수인력을 빼앗기고 있다. 그런데 젊은 세대들이 의대-약대를 선호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판단이다. 평균연봉 차이는 차치하고, 이공계의 짧은 정년과 의사-약사들의 평생 정년만 비교해봐도 엄청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의사-약사도 사회에서 엄청 중요한 직종들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축구에 비한다면 그들은 공격수가 아니라, 수비수다. 경기에서 이기려면 수비수만으로는 안되고 날쌘 공격수가 필수다. 메시나 음바페 같이 기량이 넘치는 공격수들이 전부 수비에만 가담하는 축구라면 승리도 재미도 보장 못한다. 사회가 주택문제만 해결해줘도 양질의 과학기술자, 그리고 출산율 증가 같은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터인데, 정말 답이 없는 것일까? 무한궤도를 돌아가는 롤러코스트를 보는듯한 한국 부동산 뉴스를 접하며 마음이 답답해졌다.
부동산 문제는 꼭 해결되었으면 좋겠는데, 정부가 해결하려하면 오히려 반작용이 일어나니 참 어려운 문제인거 같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자는 없을까요? ㅠㅠ
우리나라는 이미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를 넘는 인구 데드크로스를 경험했고, 총 인구수도 감소하고 있죠. 영끌족 부동산 문제도 심각하지만 노동의 숭고함(?) 대신 주식이나 비트코인, 부동산 시세 차액으로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진것 같아요. 노동도 배움과 같이 시간과 노력 그리고 그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하는데 한번에 돈을 벌려는 한탕족들이 많아지면서 노동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는것 같습니다. 거기에 결혼 안하고 혼자사는 1인 가구수는 점점 증가하고 지방에는 비어있는 집들이 많다고 해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