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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의대입시와 사망직전의 의학전문대학원

초등학생을 겨냥한 의대 입시반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언론이란 침소봉대와 예외의 일반화 주특기로 하지만, 이런 보도가 많이 나가면 학부모들은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집값이 약간 오르기 시작하면 평생 오를 것처럼 공포를 조성해서 영끌투자를 이끌어내고, 집값이 한참 내렸어도 아직 기다리라고 조언해서 거래절벽으로 내모는 것이 언론이다. 언론보도가 과장임을 알면서도, 경쟁사회에서 생존하느라 팔랑귀가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로 인해 의대입시준비는 점점 아래 학년까지 내려갈 것이다.    

 

일이 이쯤되니, 고사 직전인 의전원 생각이 났다. 법대가 사라지고 로스쿨 시스템이 정착된 것처럼, 학부에서 의과대학이 사라지고 전부 의전원으로 전환되었다면 적어도 초등학교까지 입시로 침범당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같다. 의전원의 문제는, 누구나 알듯이 길어진 공부기간과 비용문제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금은 의대선호로 이공계 대학이 황폐화되고 있다면, 의전원은 이공계 대학원을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이야기다. 나로서는 설득력이 없는 이야기다. 길어진 수학기간과 비용은, 의사라는 고소득 직업의 안정성을 고려하면 얼마든지 대출로 충당할 있다. 이공계 대학원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그렇다. 의대입시로 이미 학부에서 우수인력을 빼앗겼다면 의미없는 논리다. 그리고 의전원에 학생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이공계 대학원생들 처우가 훨씬 좋아질 것이다.

 

위에서 논의된 표면적 문제 외에 다른 것이 없는지 궁금해서 미국에 연수 나온 몇몇 한국 의사들 에게 물어봤다. 대부분의 의대교수들이 의전원을 싫어한다고 했다. 우수학생들을 일찍 선발해서 자기네 식구로 만드는 것이 훨씬 충성도가 높다고 한다. 반면, 머리 굵어져 비판능력이 생겼고 이미 (다른) 학부를 마친 정체성도 애매해진 학생들 모아서 교육시키면 그만큼 자기네들 조직문화에 적응시키기 어렵다고 했다. 다른 문제는 대학입시과정이 우수한 학생들을 구별해 선발하는 상당히 훌륭한 제도로 다듬어졌는데, 의전원 입시를 위해 사용되는 대학학점이나 시험은 변별력도 약하고, 신뢰성도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했다.

 

하지만 곳에서 보는 국외자인 입장에서는 의전원이 사라져가는 것에 아쉬움이 많다. 인간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18세에 직업을 선택해서 길에 평생을 맡긴다는 것이 너무 기능적으로 보인다. 인생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아야 인술 베푸는 의사가 것이라는 생각은 세상물정 모르는 필자의 순진함 때문인 모양이다. 다음으로는 한국사회에서 인기있는  직업일수록 직업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어려서 입도선매 미래를 결정하는 문화가 아쉽다. 그나마 로스쿨이 생기고 공무원 시험에 나이제한이 철폐된 것은 다행이다. 우리가 통섭이니 학제간 연구니 하는 것들은 대학에서 만나는 다양한 전공과목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직업별 경계를 넘나드는 환경도 중요하다.

 

의전원 문제를 정리해보면, 의전원으로 전면 통합실시하도록 강제하지 못하고 의대와 의전원 제도를 섞다 보니 어정쩡하게 두가지 제도로 신입을 모집하던 대다수 대학들이 이해득실을 따졌을 것이고, 다른 대학보다 일찍 우수학생들을 확보해둘 있는 의대쪽이 유리하다고 결론난 것같다. 물론 선후배 따지는 한국형수직문화 역시 한몫했을 것이다. 그래서 한국문화에서는 의전원보다 의대 시스템이 맞다고 대학들이 결론을 모양이다. 그런데 의대입시반을 찾아 늦은 시간까지 뺑뺑이 도는 초등학생들에게는 뭐라고 말해야 모르겠다. 일타강사들처럼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 것처럼, 노력한만큼 얻을 것이요~ 인생초반부터 몸과 마음을 갈아넣어라!” 라고 외쳐야 하나? 이렇게 혹독한 경쟁을 뚫고 의사된 아이들이 성장 결혼해서는, 유년의 기억이 싫어서 출산과 육아를 포기하는 현상이 악순환되는 아닌지 걱정스럽다.

 

노트: 필자가 생각하기에 최선의 정책은 대학별 의대나 의전원을 선택하게 하고, 대학 내에 의대-의전원이 공존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의대 정원도 30% 정도 늘려야 한다. 그러면 의대 서열이 낮은 대학들이 다시 의전원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학부 전공은 생물이나 화학 위주로만 선발하지 말고, 의과학에 연관된, 컴퓨터 공학, 전자전기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등으로 폭을 넓히면 좋을 같다. 그런데 의대정원 늘리기는 대통령도 풀기 어려운 문제인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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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선(jsyoon) 2023-04-06

입도선매가 너무 슬프게 다가오네요. 아이들이 뭐가 뭔지도 분별하지 못할 나이에 부모에 의해 진로가 정해지는거니까요. 의사들은 스스로 행복한지 궁금해지는 아침입니다.

본인의 적성에 맞는 진로 선택. 너무 이상적인가요? 진로 선택에 다양성이 존재했으면 좋겠습니다.... (저의 마음가짐도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