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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사랑? 지구사랑!

우주개발은 정치 프로젝트로 출발했다. 미국에서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이던 1957년, 소련이 쏘아 올린 Sputnik라는 이름의 인공위성이 미국 상공을 수시로 날아다닌다는 뉴스에 시민들은 경악했다. 1961년 소련의 유인 우주선에 탑승하여 지구 궤도를 무사히 돌고 귀환한 유리 가가린이 “지구는 푸르렀습니다!” 라는 소감을 발표하자, 초조해진 케네디 대통령은 취임한 지 4개월만에 급하게 우주계획을 발표한다. 최근 필자는 당시 발표 필름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60년대가 끝나기  전에 반드시 달에 사람을 보내는 프로젝트를 가동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재미있다.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케네디는 말했다. 달착륙을 위한 궁극적 동기는 소련보다 뒤처진 현실을 극복해보려는 것이었으므로, 과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합당한 이유를 만들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불행하게도 2년 6개월 뒤인 1963년에 케네디 대통령은 암살된다. 부통령에서 승계한 존슨 대통령을 거쳐, 공화당 대통령인 닉슨 시절까지 집권당은 바뀌었지만 프로젝트는 초지일관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1969년 7월 20일, 승무원 3명을 태우고 발사된 아폴로 11호는 달착륙에 성공했고 우주인 무사귀환까지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한다.


최근 인도가 무인 달착륙선을 발사하여 다시 달 착륙 경쟁이 시작되는 것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인도가 성공하면 미국 러시아 중국에 이어 4번째 달 착륙 국가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도 그 경쟁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중인 모양이다. 당장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맞서 미사일이나 로켓에서 뭔가 확실한 우위를 점할 필요가 있기에 정치적으로 충분히 정당성이 있고 군사적으로도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 최근 잦은 폭우와 널 뛰듯 하는 기후를 체험하면서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우주보다   우리가 사는 지구를 더 깊게 이해하는 일에 연구비를 투자하는 것이 급선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언젠가 한 항공우주공학관련 대학교수가 쓴 우주개발을 역설하는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우주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세가지 요점이 있었는데, 두가지는 기억이 안 나고 나머지 하나의 이유에 기가 막혀서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달도 아닌 화성에 우리가 가야 하는 이유는 핵전쟁이나 환경재앙 등 여러가지 원인으로 지구를 포기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면 화성으로 이주하는 플랜까지 고려해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위에서 케네디 대통령이 언급한, ‘어렵기 때문’이라는 말은 약간의 추상적인 철학이나마 느낄 수 있었지만, 이 칼럼을 읽고는 좀 화가 났다.  전문가들은 자기 분야의 발전을 위해 분야별 이기주의를 추구할 수 있다고 하여도, 너무 나갔다는 생각을 지금까지 지울 수 없다. 만약 지구를 포기해야 하는 날이 온다면, 나는 화성행 우주선이 비록 안전하다고 하여도 탑승을 포기하고 여기 지구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시대 뿐 아니라 우리 자녀들의 자녀들까지 지구를 포기하는 날이 오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라도 계속 해나갈 것이다. 물론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각심을 가지고 각자의 위치에서 걸맞는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여태껏 지구의 건강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익추구에만 몰두하던 거대기업들도 정신을 차리고 있어, 지금은 지구 살리기 운동에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모아진  시점이다. 이런 위중한 글로벌 재앙의 시기에 핵미사일 개발 같은 프로젝트에 메달리는 시대착오적인 국가와 개인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절대다수 국가와 개인은 지구 구하기와 지구 더 잘 알기를 위해서 열정과 진정성을 가진 노력을 이미 시작했다. 실제 지구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지구는 우리 전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더 많은 자원과 재원을 공급해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과학 이야기를 하면서 ‘믿는다’는 표현이 불편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과학은 미지의 세계를 알고 난 후의 인식이고, 해당분야 과학을 충분히 알기 이전에 어떤 길을 가야 할 지는 자신이 믿는 신념으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그때의 신념은 ‘촉’이나 경험 그리고 지식이 모아진 결과일 것이다.)     


별자리와 천체를 아는 것보다 과연 모두가 딛고 사는 이 지구에 대해서 우리가 얼마나 더 많이 알고 있을까? 6,300킬로미터에 이르는 지구반경의 1%인 63킬로미터도 아직 파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는 내핵을 또 두가지로 분리하는 등 새로운 학설이 나온 모양이다. 옛날에는 지구 내부는 비어 있을 것이라는 황당해보이는 학설도 있었다. 심해에서는 괴상하고 특이한 어류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도 가끔씩 나오지만, 심해 역시 여전히 미스터리가 많다. 그래서 제발 우리 삶의 터전부터  집중해서 연구해보면 좋겠다. 사족이지만, 필자는 지질이나 해양과는 전혀 관계 없는 분야에서 일하며, 오히려 요즘에는 항공우주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 분야별 이기주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주장임을 밝혀둔다. 그리고 화성에 이주할 동기와는 관련 없이 안보와 과학을 위해 우주개발도 꾸준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치쇼의 이벤트로 기획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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