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전자 종이 기술

한 장의 종이가 컴퓨터용 모니터나 TV 화면과 같은 성능을 가지고, 이를 이용하여 인쇄된 활자나 그림(사진) 형태로 다양한 정보를 읽고 쓸 수 있다면 어떨까? 부피와 무게 문제로 인해 변방으로 밀리고는 있지만, 수 십년 전부터 사용되어 온 브라운관이 우리에게 가장 편안한 화질을 제공하듯이, 종이 위에 인쇄된 매체가 가장 익숙한 정보 형태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두루마리나 책 형태로 들고 다니면서 인쇄된 활자나 그림(사진)들을 자유롭게 받아보고, 읽고 쓸 수 있다면… 이 점이 전자 종이(Electronic paper) 혹은 종이 형태의 디스플레이(Paper-like display)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그림 1 참조).

그림 1. 미래형 전자 종이의 개념
디스플레이 관점에서 볼 때, 종이는 높은 반사율(약 65%)과 대조비(약 20:1)를 가지고, 주위에 빛만 있으면 볼 수 있고, 이 외에도 시야각, 무게, 내구성 등에서 우수하며 전력 소비가 없는 특징들이 있는 반면 담긴 내용을 자유로이 바꾸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토대로 하여 약간의 소비 전력(건전지로 동작할 수 있을 정도)이 들더라도 우수한 반사율, 대조비, 시야각, 유연성, 내구성 등의 특징을 그대로 유지한 채 정보를 받고, 받은 정보를 읽거나 쓸 수 있도록 전자적인 기능을 제공 하는 것이 전자 종이 연구자들의 바람이다. 전자 종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으로는 디스플레이로부터의 접근 방식과종이로부터의 접근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전자의 경우, 기존의 디스플레이인 LCD(Liquid Crystal Display)와 유기 EL(OLED: Organic Light Emitting Display)이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플라스틱이나 얇은 유리, 금속판 등에 이들 디스플레이 패널을 구성하는 방식이 있으며, 이를 유연성 있는 디스플레이(Flexible display)로 부르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종이로부터의 접근 방식으로서, 기존의 인쇄물이 매우 작은 잉크 방울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직경이 0.1mm 이하의 크기를 갖는 볼이나 캡슐들을 이용하는 마이크로 캡슐 방식을 들 수 있다. 이들 방식 이외에도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구조물을 적용하여 빛을 선택적으로 흡수하거나 반사하는 방식을 적용하기도 한다. LCD나 유기 EL 등은 널리 알려져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로서 소개된 예가 많으므로, 본 고에서는 주로 마이크로 볼이나 캡슐을 이용하는 방식인 종이로부터의 접근 방식을 설명하고자 한다(그림2 참조).

그림 2. 마이크로 볼(위)과 캡슐(아래)의 동작 원리
이의 동작 원리를 살펴보면, 두 장의 얇은 전극 판 사이에 볼이나 캡슐이 끼워져 있는데, 전극에 인가되는 전압에 의해 볼이나 캡슐의 하전된 부분이 이동하여 명암을 표시하게 된다. 마이크로 볼의 경우, 볼 자체가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으로2 등분되어 각각 양전하와 음전하를 띄고 있어 외부 전압에 의하여 볼 자체가 회전하는 형태이고, 캡슐의 경우에는 캡슐 내부에 전자 잉크라 불리는 전하를 가진 다수의 미세 입자들이 담겨져 있어 캡슐은 고정되어 있고 전자 잉크들이 이동하여 명암을 표시하게 된다. 따라서 마이크로 볼이나 캡슐을 이용한 전자 종이는 이들을 표시 매개체로 하여 이를 상부 전극 판과 하부 전극 판 사이에 끼워 넣은 형태를 갖게 되며, 최종적으로 구동 회로가 부착되는 구조를 갖는다(그림 3 참조). 특히, 위 부분을 통하여 영상이 관찰되므로 상부 전극은 투명하여야 하며, 디스플레이 모드로 구동하기 위해서는 전극이 매트릭스 형태로 배치되어 각각의 화소가 선택적으로 동작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고해상도 및 고속 동작이 요구될 경우에는 각각의 화소에 스위칭 소자인 TFT(Thin Film Transistor)를 연결한 구조인 능동 구동 방식을 취하여야 한다.

그림 3. 전자 종이 시스템의 기본 구조
현재, 전자종이의 초보적인 모델인 시제품을 발표하고 있는 회사로서 미국의 E Ink가 있다. 이는 마이크로 캡슐 방식을 적용하고 있으며, 휴대용 정보 통신 기기에 연결하여 사용할 수 있는 모델과 능동 구동형으로 유연성 있는 기판 위에 제작된 모델들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특히, 상부 전극 판은 Toppan, 능동 구동을 위한 디스플레이 모듈 부분은 Philips와 협력을 하고 있으며, 하부 기판들도 용도나 필요성에 따라 유리, 플라스틱, 금속 판 등을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현재에는 주로 낮은 해상도의 문자 표시용 기기를 다루고 있지만, 앞으로 연구 개발을 통하여 고해상도, 능동 구동, 칼라화, 유연성 등의 기능들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외에도 마이크로 볼 및 이를 이용한 SmartPaperÒ 제조 회사인 Gyricon, MEMS 기술을 이용하는 회사인 Iridigm, 플라스틱 구동 회로를 개발 중인 Lucent, 최근 오일의 소수성을 이용하여 Electrowetting Display라는 전자 종이의 새로운 개념을 발표한 Philips, Gyricon의 마이크로 볼을 대형 종이로 가공, 적용하는 Xerox 등이 미래형 전자 종이를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그림 4 참조).

그림 4. 전자 종이의 시제품 (E Ink, Gyricon)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전자 종이를 사용하여, 1 ~ 2년 후에는 상점이나 거리에서 수시로 바꿀 수 있는 문자나 간단한 영상 표시를 하고, 5년 후에는 종이 두께의 전자 종이가 나와 신문의 머리 기사 등을 자유롭게 받아 보고, 10년 후에는 전자 종이 묶음으로 된 전자 잡지나 책이 나와 버튼 하나로 여러 동화나 소설들을 무선으로 받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책상 위에 쌓인 서류, 책이 빽빽하게 꽃인 책장, 복사기의 윙윙거림 등이 추억으로 남을 날이 그리 멀지는 않은 것 같다.
  • 좋아요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