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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조건

매년 4-5월이면 캐나다 와 미국 각 대학에서는 9월 새 학기에 등록할 대학원생들을 선발해 입학 허가를 알리고 그 학생들이 수행할 연구과제와 장학금 또는 수당에 관한 information을 보낸다. 필자도 금년 9월 학기에 대학원생 두 명을 받기로 결정하고, 그들에게 입학허가와 research project, 그리고 지원금에 관한 information을 보냈다. 지금은 교수로서 학생을 선발하는 자리에 있지만 지금으로부터 34년 전에는 필자도 대학원생으로서 Canada에 소재한 McMaster 대학 대학원에 Ontario Graduate Scholarship을 받고 입학한 시절이 있었다. 이 대학원을 택했던 것은 당시 Canada에서 Virology를 전공하는 교수들이 그 학교에 가장 많았고, 연구 또한 활발했기 때문이었다. Molecular Virology를 전공하겠다고 결심한 필자로서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필자는 RNA virus 연구의 선두주자였던 Prevec 교수님이 받아준 첫 대학원생이 되었다. 맡은 프로젝트는 vesicular stomatitis virus 를 model로 이용하여 homologous viral interference mechanism을 규명하는 것이었다. 이 때 필자는 하루 평균 15시간씩 1주일에 최소 6일을 학교에서 보내는 강행군을 계속했다. 당시 유학생들 대부분이 그랬듯이 한국인 학생들이 영어를 읽는 속도는 영어를 native language로 사용하며 자라온 서양 학생들에 비해 2-3배나 느려서 그들이 한 시간이면 읽을 것을 2-3시간이나 허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불리한 여건에도 전혀 동요되지 않고 학교에 와 있는 많은 시간을 주로 연구실에서 실험에 전념하며 보냈다. 그 결과, 1969년 4월에 Journal of Virology 에 필자의 첫 논문이 실리게 되었고, 그 후로도 Virology, Nature 그리고 Journal of Virology 등 유명 저널에 4편의 논문을 계속 게재하여 대학원 입학 3년 만에 5편의 학술논문을 발표, 1971년 6월 박사학위를 받게 되었다. 달력으로 지난 시간은 3년이었으나 도서관과 연구실에서 보낸 시간을 하루 평균 9시간 일한 것으로 환산한다면 사실상 5-6년의 시간을 보낸 셈이었다. 필자가 이처럼 3년 만에 석박사 과정을 모두 마치고 5편의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노력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은 스스로를 특별한 재능의 소유자라고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으며 다만 부단히 노력함으로써 쟁쟁한 학자들 틈에서 뒤지지 않고 지내올 수 있었다고 단언한다. 한 교수가 대학원생 5명과 postdoctoral fellow 2명, 그리고 Technician 2명 정도로 구성된 연구 team을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매년 약 40만 dollar 정도의 연구비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렇게 많은 연구비를 따 와서 실험실 살림을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 교수들에게는 부담되는 일이고, 또한 연구비를 따오기 위해 매년 연구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필자도 예외 없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가며 지난 30년간을 교수직에 몸담아 왔다. 그러면 이렇게 힘들게 마련한 연구비를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연구실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 연구원, 연구비, 그리고 research project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 즉, 연구원을 잘 선택하는 것이라고 본다. 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훌륭한 연구자를 선별해내는 것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가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기준으로 postdoctoral fellow나 대학원생을 선택해야 하는가? 그들이 지원한 서류 중 성적, 연구논문 발표기록 그리고 가르친 교수들의 추천서가 평가의 첫 잣대가 된다. 필자는 본인이 지나온 대학원 시절이나 30년 간의 교수 생활에 비추어 지원자를 선택하는데 몇 가지 기준을 정하게 되었다. Postdoctoral fellow인 경우에는 대학원생으로 공부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했으며, 그 결과를 어떤 학술지에 게재했는지, 그리고 지도교수가 어느 정도 열성으로 그를 추천하는가에 따라 정하기 때문에 비교적 결정이 쉽다. 서양에서 흔히 말하듯이 “The record speaks for itself”이다. 그러나 대학원생 선택은 그렇게 쉽지 않다. 대학원생들 대부분이 아직 research record가 없기 때문에 학과성적과 그들을 가르친 교수들의 추천서에 많은 비중을 두게 된다. 하지만 본인이 대학원생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들이 얼마나 부지런한가이다. 비록 학과 성적이 95점 이상이라 할지라도 실험실에서 열심히 노력하지 않는 학생보다는 성적은 좀 떨어질지라도 실험을 열심히 하는 학생을 선호한다. 아무리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라 할지라도 열정이 부족하면 노력하는 자에게 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과학을 연구하는 소위 bench scientist 들에게는 끊임없는 노력이 성공의 절대적 요건이다. 한때 미국 미생물학회에서는 재미있는 조사를 실시한 일이 있다. 소위 research community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성공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그 비결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가지 사항을 설문 조사한 것이다. 내용은 대개 고향, 인종, 출신학교, 학교성적, IQ, 가정환경, 현재 종사하는 학교 또는 연구소, 연구실에서 보내는 시간, 연구분야 등에 관한 것이었으며, 그 같은 요인 중 성공한 학자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찾아보았다. 그 결과, 이들의 공통점은 단 한가지 뿐이었다. 바로 그들이 연구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필자는 postdoctoral fellow나 대학원생을 선발할 때 이런 질문을 던진다. “Are you willing to commit a minimum of 60 hours a week for your research?” 만일 대답이 서슴지 않고 “Yes” 로 나온다면 학과 평균이 85점이라 하더라도 주저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해 어떤 조건을 단다든지 망설인다면 비록 성적이 95점 이상일지라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때로는 성적도 우수하고 실험도 열심히 하는 학생을 받게 되는데 이는 지도교수로서 더 이상 바랄 나위 없는 행운이겠지만 말이다. 이제 막 청운의 꿈을 안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젊은 후학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첫째도 둘째도 열심히 노력하라는 것이다. 어떠한 어려움도 역경도 노력 앞에서는 장애가 될 수 없으며, 인간의 역사를 바꾸어 나가는 힘은 그 무엇도 아닌 바로 인간이 가진 꿈과 정열과 노력이기 때문이다. 강 칠 용 교수 C. Yong Kang, Ph.D., D.Sc., F.R.S.C. Professor of Virology Department of Microbiology and Immunology The University of Western Ontario Faculty of Medicine and Dentistry London, Ontario, Canada N6G 2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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